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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영감탱이가 문씨 가문이랑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강하리도 알아들었다.

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

“약속할게, 파티에서 문연진이랑 절대 가까이 있지 않을게, 알았지?”

강하리는 왠지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에게 안 가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다.

가까이하든 말든 구동근은 분명 문연진을 구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로 소개할 것이다.

하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구승훈은 어쨌든 구씨 가문 사람인데 본인 할아버지 생신에 무슨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겠나.

구승훈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랑 같이 갈래?”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괜히 찾아가서 욕만 먹을 텐데요.”

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강하리의 손을 붙잡고 낮게 속삭였다.

“하리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저녁 비행기로 B시에 가야 했고 구승훈은 공항에 그녀를 내려주면서도 보내주기 싫은 표정으로 껴안고 입 맞추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이틀 동안 겨우 즐겁게 지내나 싶었는데 다시 혼자 있으라고?”

강하리가 웃었다.

“나랑 같이 갈래요?”

구승훈은 홧김에 그녀의 목을 힘껏 빨아당겼다.

“못 간다는 거 잘 알잖아.”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흔적 남기지 마요, 일하다가 보이면 어쩌려고.”

그 말에 구승훈은 그녀의 옷깃을 열고 가슴에 자국 몇 개를 남겼다.

“거기 가면 주해찬이랑은 떨어져 있어, 알았지?”

강하리가 그를 밖으로 밀어냈다.

“알았어요.”

구승훈은 이를 갈았다.

“오면 나랑 밤새 같이 있어, 피곤하단 말 하지 마.”

할 말을 잃은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곧장 차 밖으로 나갔다.

강하리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초연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도 놀라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녁 언제 먹으러 올 거야? 네가 좋아하는 거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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