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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구승훈은 이미 지쳐 있는 강하리를 안고 욕실에서 나왔다.

강하리는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금방이라도 잠들 기세였다.

하지만 여전히 구승훈의 기분을 살피고 있었다.

오늘 구승훈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평소에도 때때로 감정이 들쑥날쑥한 남자였지만 두 사람이 화해한 뒤로 지금처럼 거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오늘 어딘가 이상하다.

“오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구승훈은 품에 안긴 여자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많이 티 나?”

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드라이기를 가지러 돌아섰다.

그는 대답 대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에어컨을 적당한 온도로 맞춘 뒤 그녀를 안고 눈을 감았다.

“보고 싶어서 왔어. 오는 길에 다른 남자가 널 데려가는 꿈도 꿨어.”

강하리는 다소 어이가 없었고 구승훈은 다시 힘껏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

“조금만 누워 있어. 먹을 것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일어나면 먹자.”

강하리는 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살짝 한숨만 쉬었다.

“나 여기 있잖아요, 아무도 안 데려가요.”

구승훈이 피식 웃었다.

“널 내 곁에 묶어둘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봤다. 해외 파견에 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일단 좀 자.”

강하리는 정말 피곤한 상태였기에 잠이 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에는 강하리가 주해찬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열댓 장 정도 있었다.

강하리가 미소를 지으며 주해찬을 올려다보는 사진,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귓속말을 하는 사진, 심지어 주해찬의 입술이 강하리의 이마에 닿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

앵글이 굉장히 잘 잡혔고 두 사람 분위기도 무척 다정해 보였다.

구승훈은 사람들도 많은 그런 자리에서 두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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