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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구승훈의 눈동자에 싸늘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감정이 극에 달했지만 차마 터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언제 안 거야?”

“두 시간쯤 저쪽에서 전화가 와서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연락도 안 돼.”

두 시간 전이면 그와 강하리는 막 술집을 나섰을 때였다.

구승훈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항에 나타나더니 이번엔 사라졌다.

송유라 혼자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켰다.

“영감탱이 부하들 반 죽여서 돌려보내!”

“그럼 송유라는...”

구승훈은 침묵하며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일단 찾아보고 안 되면 경찰 불러.”

구승재는 대답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송유라, 며칠 얌전하더니 또 시작이다.

찾는 건 둘째 치고 또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이다.

형이 이제 막 강하리와 만났는데 송유라가 또 방해할까 봐.

구승재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씻고 나온 강하리는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안쪽에서 걸어 나오자 창가에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

주위에 우중충한 기운이 잔뜩 드리워진 그는 한눈에 봐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슨 일 있어요?”

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정신을 차린 구승훈의 얼굴에 서늘함이 사라졌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능글맞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빨리 씻었어, 나 기다리지도 않고.”

강하리는 불순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수건을 가져와 머리를 문지르며 말을 이어갔다.

“구승훈 씨, 가서 약 좀 사 와요.”

걸음을 멈칫한 구승훈은 그녀가 말하는 약이 어떤 약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임신을 원치 않았다.

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에 그가 원하지 않을 땐 그토록 갈망하더니, 이제 그가 원하니 그녀가 싫단다.

그는 강하리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아이 좋다고 하지 않았어?”

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안으로 말렸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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