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공사 현장에는 개장식 준비가 끝났고 강하리가 가서 향만 피우면 끝이었다.안에서 나와 보니 구승훈이 전화기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웃으며 그쪽으로 걸어갔다.그런데 그때 옆으로 지나가던 누군가 그녀와 부딪혔다.“죄송합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말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동공이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진용철!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 사람은 이미 그녀를 스쳐 지나간 뒤였다.“구승훈 씨, 저 사람...”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자가 뒤돌아보더니 손에 번뜩이는 무언가 들려 있었다.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구승훈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구승훈 씨!”강하리의 비명에 구승훈이 시선을 돌려 이쪽을 보았고 그가 몸을 돌리자 칼이 팔을 간신히 스쳤다.이를 본 진용철은 다시 한번 구승훈에게 달려들었고 구승훈의 움직임이 재빨랐지만 남자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기에 여러 번 몸을 스쳤다.옆에서 지켜보던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행히 노진우가 옆에서 재빨리 달려들어 진용철은 순식간에 우위를 빼앗겼다.구승훈이 남자의 손목을 잡고 비틀며 손에 든 칼을 바닥으로 떨구자 강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사람들 속 한 남자가 구승훈의 뒤에서 이쪽으로 달려왔다.“구승훈 씨!”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무의식적으로 달려와 구승훈의 앞을 막았다.뒤돌아본 구승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강하리를 품에 안으며 손으로 들이대는 칼을 잡았다.순식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정신을 차린 노진우가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대표님, 손...”“이 둘부터 처리해.” 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노진우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대답했다.강하리는 칼이 자신에게 향할 줄 알았는데 고개를 돌리니 구승훈의 피가 흥건한 손이 보였다.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다가 뒤돌아 거즈를
강하리는 정주현을 바라보며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이쪽은 정주현 씨한테 맡길게요. 전 이 사람 데리고 병원 가야겠어요.”정주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 씨는요, 안 다쳤어요?”“안 다쳤어요.”그렇게 말한 뒤 강하리는 구승훈을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가는 내내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구승훈도 상처 부위를 계속 압박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가 상처를 치료하고 근육이나 뼈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강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손연지가 급히 달려왔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강하리는 입술이 하얗게 질린 채 한참 후에야 답했다.“이제 괜찮아.”노민우는 손연지를 따라가던 중 누구에게 들었는지 강하리에게 다가와 물었다.“승훈이 대신 칼 맞았어요?”손연지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구승훈 대신 칼 막아줬어?”강하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누르며 손연지를 위로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 오히려 저 사람이 다쳤어.”구승훈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고 그는 손연지를 보며 말했다.“하리가 좀 놀라서 잠시만 같이 있어 주세요. 전 나가서 통화 좀 할게요.”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승훈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대세 무슨 생각으로 구승훈 대신 칼을 막은 거야! 구승훈처럼 덩치 큰 남자를 네가 왜 막아?”강하리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손연지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하리야, 너 아직도 그 사람 사랑하지?”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를 위해 칼을 막아주겠나.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구승훈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가까이 다가오고 자신을 휘두르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테니까.“아마도.”강하리가 낮게 속삭이자 손연지는 조금 마음이 상했다.그녀는 사실 강하리가 구승훈과 화해하길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빨리 화해하면
구승훈의 눈동자에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강하리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온 순간 그녀가 다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동시에 기쁘기도 했다.두 사람이 헤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그가 따라다니며 잡지 않았다면 강하리는 아마 절대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강하리가 기꺼이 그의 접근을 받아주고 있긴 하지만 그게 자신이 따라다녀서 얻은 결과라는 걸 구승훈은 잘 알았다.그녀의 마음속에 아직 자신이 있는지 구승훈은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그녀가 달려와 그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까지 말이다.구승훈은 정말 화가 나고 두려웠지만 그런 대답을 해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아무 말도 없었지만 백 마디 말보다 더 가슴에 와닿았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거즈로 감싼 그의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부정하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단숨에 칼을 손으로 움켜쥐다니.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나서서 칼을 막아주려 한 건 그녀였지만 사실은 구승훈이 자신을 지켜주었다.시간이 흐른 뒤 강하리는 마침내 시선을 들어 남자의 뜨겁고 무거운 눈빛을 마주했다.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 씨, 계속 확고하게 날 선택할 거예요? 송유라나 구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도요.”구승훈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내가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어?”강하리는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구승훈 씨,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당신에게 달려드는 걸 본 순간 정말 무서웠어요. 이대로 당신을 잃을까 봐, 아직 제대로 사랑도 해보지 못한 우리가 이렇게 영원히 헤어질까 봐.”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당신 앞에 다가가서 막았어요.”구승훈은 숨이 턱 막히며 그녀를 곧장 품으로 끌어당겼다.강하리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대었다.코끝이 시큰 해났다.그녀의 마음에는 여전히 갈피를 잡
그 말에 구승훈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사라졌다.“그놈 구승현 오른팔이야. 우리 집 영감탱이가 지난번에 구승현을 이용해서 날 몰아붙이려고 할 때 그놈을 내보냈어.”강하리는 가슴이 철렁했다.“이번엔 구승현이 짓이에요? 난 송동혁인 줄 알았는데.”구승현의 눈가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구승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고 그동안 계속 구승훈 측 사람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이번엔 누군가 구승현의 손을 빌린 걸 수도 있다.다만 상대가 감히 자신에게 덤벼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이미 경찰서로 보냈으니까 조사하면 나오겠지.”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구승훈이 갑자기 다시 입을 맞췄다.얼마 후 불순한 그의 손이 마구 헤집기 시작했고 그의 의도를 감지한 강하리는 곧바로 그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여긴 병원이에요!”구승훈은 웃으며 따라나섰다.“그럼 오늘 밤 나랑 같이 집에 갈래?”“아니요.” 돌아간다면 또다시 힘든 밤이 될 게 분명했고 말 그대로 침대에서 힘들어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은 순간 불만이 차올랐다.“하리야, 이제 막 연애하기로 했는데 달콤한 것 좀 해봐야 하지 않아?”강하리가 답했다.“그래서요?”“난 아직 배고픈데?”강하리는 걸음을 멈추었다.“관계 정의하기 전에는 뭐 안 했어요?”구승훈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그럼 오늘 밤에 짐 싸서 내일 이사해, 응?”강하리가 그를 바라봤다. “구승훈 씨, 누가 보면 당신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는 줄 알겠어요!” 구승훈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지분거리며 말했다.“그러게 누가 날 이렇게 오랫동안 굶기게 놔두래?”강하리는 그를 밀어내며 밖으로 나갔다. “공사장에서 다친 노동자 두 명도 이 병원에 있는데 가서 봐야겠어요.”구승훈은 굳어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같이 가.”강하리는 그에게 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가만히 쉬지도 않을
강하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구승재 씨한테 와서 당신 돌봐주라고 연락할게요.”구승훈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걔가 왜 날 돌봐?”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구승훈 씨, 내가 올라가면 나한테 손 안 대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구승훈이 그녀를 안았다.“약속할게.”강하리는 웃으며 그를 차 밖으로 밀어냈다.“당신 약속은 이제 아무 소용이 없어요!”그러고는 곧장 차를 몰고 떠났다.그녀도 며칠은 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이 개자식 때문에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구승훈은 사라지는 차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피식 올리다가 얼마 후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사실 강하리가 오지 않는 것도 다행이었다. 마침 오늘 밤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그는 휴대폰을 꺼내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데리러 와.”구승재가 구승훈을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은 구씨 가문 저택으로 갔다.가는 동안 구승재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그 두 사람 추궁했더니 송동혁이 보냈다고 하더라. 송동혁 측에도 사람 보냈는데 송씨 가문에 갔을 때 마침 짐 싸서 도망갈 준비 하고 있었대. 그러면서 말로는 진용철이 거짓말을 했다고, 형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대.”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 말을 꺼냈다.“송유라 쪽에는 송동혁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비밀로 해. 안 그러면 또 성가신 문제가 생겨.”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참고 이렇게 물었다.“정말 송동혁 짓이야?”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송동혁이 미치지 않고서야 나한테 달려들지 않지.”구승재는 인상을 찌푸렸다.“송동혁이 아니라면 둘째 형이야?”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맞는지 아닌지 때려보면 알겠지.어쨌든 그들은 구승현의 측근들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구승현과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구씨 가문의 옛 저택에 도착한 구승훈은 곧장 구승현의 방으로 향했다.구승현은 흔들의자에 누워 예쁜 가정부가 먹여주는 포도를 입에 넣고 있었는데 누군가 방문을
손연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하체를 흘깃 쳐다보았다.“선배 말로는 당신이 정말 아무 반응도 없었다던데.”“내가 남자한테 반응하는 게 이상하지!”손연지는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노민우 씨, 병이 있으면 치료하면 되죠. 필요하면 언제든 전문의 예약 잡아줄게요.”“난 아무 문제 없어!”“문제가 없으면 꺼져! 또 내 앞을 어슬렁거리면 문제가 없는데도 문제가 생기게 할 거야!”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면서 걷다가 응급실 문을 나서는 순간 소영준을 만났다.두 사람을 본 소영준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노민우 씨, 또 무슨 일이죠?”노민우가 웃었다.“여기 병원 의사 선생님 좀 데려가려고요.”소영준은 손연지를 흘깃 쳐다보았다.“명인병원 산부인과에 의사가 부족한가요?”노민우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부족해도 너무 부족하죠. 거기로 가면 월급은 여기 세배로 드려요.”손연지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쩍이는데 소영준은 큰 소리로 웃었다.“그렇다면 저도 산부인과로 옮기고 싶네요.” 노민우가 웃었다.“안타깝게도 일반 외과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아요.”소영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노민우와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자리를 떠났다.소영준의 모습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손연지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노민우는 손연지를 바라보며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한심하긴!”손연지가 그를 무시하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노민우가 서둘러 따라와 물었다.“소영준 씨랑 약속 잡아줄까?”손연지가 걸음을 멈추며 의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노민우, 정확히 원하는 게 뭐야?”노민우가 웃으며 말했다.“없어, 아무것도.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여기 돌아다니는 건데.”손연지는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할 일 찾아줄까?”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다시 한번 메스를 꺼냈다.노민우는 서둘러 자기 하반신을 가렸다.“손연지, 좀 여자답게 행동할 수는 없어?”“당신처럼?”노민우의 입꼬리가 일그러지며 그녀를 끌어당겼다.“어떻게 해야 나한테 살갑
강하리가 다소 어색하게 옷을 정리했고 손연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둘이...”강하리는 목을 가다듬었다.“만나보기로 했어. 어떻게 되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손연지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정말 결심했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연지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강하리에게 다가와 안아주었다.“하리야, 행복해야 해.”강하리는 웃으며 손연지를 껴안았다.“응.”그녀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손연지는 집에서 나와 노민우가 알려준 장소로 곧장 향했지만 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룸에는 소영준 말고도 정신병자 노민우도 있었다!노민우는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거렸다.그는 손연지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어때, 내가 진짜로 불렀어.’손연지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소영준도 손연지를 보고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손 선생님도 오셨어요?”손연지는 다시 노민우를 노려보았다.이게 불러낸 거야?그녀는 당황한 듯 소영준을 향해 웃었다.“소 교수님...”“제가 불렀어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민우가 옆에서 대답했다.“두 사람 같이 식사하자고요.”노민우가 웃자 손연지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노민우 저 미친놈이 약속을 잡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테이블 아래에서 노민우의 다리를 세게 발로 찼고 노민우는 그녀의 발길질에 얼굴이 굳어지며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소영준이 그를 돌아보았다.“왜요, 어디 불편하세요?”노민우는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주 편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손연지가 다시 발로 찼다.“편하면 실컷 당해봐 어디.”노민우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너무 화가 나서 손연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손연지, 때리지 말고 말로 해!”손연지는 차갑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바로 깨물었다.노민우는 고통에 이가 갈렸고 손연지가 손을 놓자 손등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 두 줄이 남아있었다.
술에 많이 취해서 그런지 노민우는 이 미친 여자가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노민우는 정신없이 일어나 손연지를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어디 사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노민우의 관자놀이가 불끈거리며 화를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결국 그는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았고 손연지를 침대에 눕힌 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샤워가 반쯤 끝났을 때 욕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원피스를 입고 있던 손연지는 불편해서인지 벗어버린 상태였고 몸에는 간단히 속옷만 걸친 채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가 노민우 앞에서 옷을 벗었다.노민우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손연지는 옷을 다 벗고 샤워기 아래로 곧장 걸어 들어와 씻기 시작했다.노민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옆으로 나가려는데 손연지의 발이 미끄러지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손이 닿는 순간 몸속의 취기가 순식간에 올라오며 노민우는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다.손연지의 몸매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손연지는 흐릿한 표정으로 노민우를 바라보았다.“오빠, 진짜 잘생겼다. 누나랑 잘 생각 없어?”노민우가 그녀를 끌어올렸다.“손연지,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손연지가 그의 얼굴을 만졌다.“미친 노민우랑 좀 닮긴 했는데 소 교수님만큼 잘생기진 않았지만 나쁘진 않네, 잘 거야?”노민우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손연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던져버렸다.“술에 취해서 나한테 달려들지 마. 그렇게 남자가 고파?”그러자 손연지는 그를 잡아당기며 뭉개진 발음으로 말했다.“소 교수님, 나 교수님 좋아해요.”노민우의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는데 손연지가 별안간 그의 목을 붙잡고 입 맞추기 시작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손연지는 눈을 뜨기도 전에 끔찍한 두통을 느꼈다.무의식적으로 옆을 더듬어 휴대폰을 가져오려는데 손끝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깜짝 놀라 눈을 떴더니 옆에 노민우가 있었다.머릿속이 윙 울리던 그녀는 곧장 발을 들어 노민우를 침대에서 걷어찼다....하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