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가 다소 어색하게 옷을 정리했고 손연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둘이...”강하리는 목을 가다듬었다.“만나보기로 했어. 어떻게 되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손연지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정말 결심했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연지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강하리에게 다가와 안아주었다.“하리야, 행복해야 해.”강하리는 웃으며 손연지를 껴안았다.“응.”그녀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손연지는 집에서 나와 노민우가 알려준 장소로 곧장 향했지만 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룸에는 소영준 말고도 정신병자 노민우도 있었다!노민우는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거렸다.그는 손연지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어때, 내가 진짜로 불렀어.’손연지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소영준도 손연지를 보고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손 선생님도 오셨어요?”손연지는 다시 노민우를 노려보았다.이게 불러낸 거야?그녀는 당황한 듯 소영준을 향해 웃었다.“소 교수님...”“제가 불렀어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민우가 옆에서 대답했다.“두 사람 같이 식사하자고요.”노민우가 웃자 손연지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노민우 저 미친놈이 약속을 잡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테이블 아래에서 노민우의 다리를 세게 발로 찼고 노민우는 그녀의 발길질에 얼굴이 굳어지며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소영준이 그를 돌아보았다.“왜요, 어디 불편하세요?”노민우는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주 편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손연지가 다시 발로 찼다.“편하면 실컷 당해봐 어디.”노민우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너무 화가 나서 손연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손연지, 때리지 말고 말로 해!”손연지는 차갑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바로 깨물었다.노민우는 고통에 이가 갈렸고 손연지가 손을 놓자 손등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 두 줄이 남아있었다.
술에 많이 취해서 그런지 노민우는 이 미친 여자가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노민우는 정신없이 일어나 손연지를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어디 사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노민우의 관자놀이가 불끈거리며 화를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결국 그는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았고 손연지를 침대에 눕힌 후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샤워가 반쯤 끝났을 때 욕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원피스를 입고 있던 손연지는 불편해서인지 벗어버린 상태였고 몸에는 간단히 속옷만 걸친 채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가 노민우 앞에서 옷을 벗었다.노민우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손연지는 옷을 다 벗고 샤워기 아래로 곧장 걸어 들어와 씻기 시작했다.노민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옆으로 나가려는데 손연지의 발이 미끄러지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손이 닿는 순간 몸속의 취기가 순식간에 올라오며 노민우는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다.손연지의 몸매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손연지는 흐릿한 표정으로 노민우를 바라보았다.“오빠, 진짜 잘생겼다. 누나랑 잘 생각 없어?”노민우가 그녀를 끌어올렸다.“손연지,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손연지가 그의 얼굴을 만졌다.“미친 노민우랑 좀 닮긴 했는데 소 교수님만큼 잘생기진 않았지만 나쁘진 않네, 잘 거야?”노민우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손연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던져버렸다.“술에 취해서 나한테 달려들지 마. 그렇게 남자가 고파?”그러자 손연지는 그를 잡아당기며 뭉개진 발음으로 말했다.“소 교수님, 나 교수님 좋아해요.”노민우의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는데 손연지가 별안간 그의 목을 붙잡고 입 맞추기 시작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손연지는 눈을 뜨기도 전에 끔찍한 두통을 느꼈다.무의식적으로 옆을 더듬어 휴대폰을 가져오려는데 손끝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깜짝 놀라 눈을 떴더니 옆에 노민우가 있었다.머릿속이 윙 울리던 그녀는 곧장 발을 들어 노민우를 침대에서 걷어찼다....하룻
구승훈은 적극적인 그녀의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내 그녀를 껴안고 반격에 나섰다.한바탕 키스가 끝나고 그는 곧바로 한 팔로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구승훈 씨! 나 오늘 출근해야 해요!”강하리가 발버둥 쳤지만 벗어나지 못했고 구승훈은 침실로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문에 밀착시켰다.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아래쪽으로 가져갔다.“강 대표님이 지른 불이니까 본인이 직접 끄셔야지.”강하리는 손을 빼고 그를 노려보았다.“곧 북교 프로젝트가 시작될 거고 업무 인수인계도 해야 하니까 그만둬요.”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귀 끝을 깨물었다.“빨리할게, 손연지 씨 집에 없지?”강하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순식간에 강하리의 잠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는 그녀를 침대로 데려가는 대신 문에 단단히 밀어붙였다.“강 대표님, 제 허리 잡으세요.”“침대로 가요.”“여기서 먼저 하고. 하리야, 나 꽉 잡아.”문에서 침대까지 이어진 정사가 끝나고 구승훈은 침대에 기대어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다시 돌아와, 응?”강하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어젯밤에 저택으로 갔어요?”구승훈의 행동이 잠깐 멈추고 2초 동안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일이 좀 있어서.”“민연진이 또 왔죠?”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강 대표님 사람 보내서 날 감시하시나?”강하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구승훈은 그녀를 따라가며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어젯밤에 민씨 가문 사람들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만났어.”강하리는 대답하지 않았고 구승훈은 옆에서 그녀의 옷을 집어 들어 입는 걸 도와주었다.“강 대표님 걱정하지 마, 당신 남자 아직 깨끗하니까. 내가 방금 증명하지 않았어? 다른 여자들한테는 전혀 힘 안 쓰고 다 너를 위해 남겨둔다고.”그의 말에 강하리의 얼굴이 뜨거워지면서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입 다물어요.”그렇게
그녀는 이 시간쯤이면 강하리가 출근했을 거라고 예상했다.심지어 밖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돌아오기까지 했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강하리도 손연지를 보고 살짝 놀랐다.“왜 이 시간에 돌아왔어? 몸이 안 좋아? 감기 걸렸어? 아까 목소리 들었는데...”강하리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멈칫했고 시선이 손연지의 목에 새겨진 키스 마크로 향한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이게 무슨 일이야? 손연지, 너...”손연지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강하리의 가슴이 철렁하며 서둘러 다가가 구승훈을 끌어당겼다.“당신은 일단 가요.”구승훈이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그대로 쫓겨나게 되었다.닫힌 문을 바라보며 그의 관자놀이가 펄떡거렸다.‘이렇게 내쫓는다고?’강하리는 구승훈을 내보낸 뒤 손연지의 방으로 향했고 그녀가 들어갔을 때 손연지는 이미 옷을 갈아입은 뒤였다.“무슨 일이야? 당직이라고 하지 않았어?” 강하리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손연지의 얼굴엔 어색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내 주량 알잖아, 와인 한 잔만 마셔도 의식을 잃을 지경인데.”“그리고?”“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그게 다야.”강하리는 그녀를 끌어당겨 몸을 확인했다. “소 교수님이야?”손연지는 그 말만 들어도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소 교수님 아니야, 소 교수님이었다면 꿈에서도 웃었겠지!”강하리는 몸을 움찔했다. “그럼 누구야?” 노민우의 이름이 입술에 맴돌았지만 손연지는 굳어버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저런 미친놈과 잤다는 게 그녀에겐 너무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할 거야!”강하리는 그녀의 표정을 빤히 보았다.“노민우는 아니지?”“...”“소 교수님이랑 밥 먹는데 굳이 끼어들잖아. 그것도 모자라서 그, 그 자식이...”손연지는 처음으로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강하리는 그녀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 물
밑에 막 내려온 구승훈은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노민우를 보았다.그의 이마에는 아직도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구승훈이 차 쪽으로 걸어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노민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손연지가 강하리랑 같이 살아?”구승훈은 그를 힐끗 돌아보았다.“여자랑 잤는데 얻어맞기까지 해?”노민우는 큼 헛기침을 했다.“실수로 침대에서 떨어진 거야. 손연지는 어때?”구승훈은 말하기 전에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몰라.”“너 방금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어?”구승훈이 그를 흘겨보았다.“난 강 대표님만 보여.”“... 그래.”노민우가 한숨을 내쉬며 옆에서 덩달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강하리가 위층에서 내려오자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구승훈이 그녀를 보고 이쪽으로 걸어왔지만 강하리는 그런 그를 그대로 지나쳐 노민우에게 다가갔다.“노민우 씨, 연지 괴롭히지 않겠다면서요?”노민우는 다소 침울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 씨, 그 여자가 먼저 들이댔다면 믿겠어요? 계속 날 안고 자겠다는데 어떤 정상적인 남자가 그런 상황에서 참을 수 있겠어요!”강하리는 노민우를 바라봤다.“왜 못 참아요, 걔가 취했다고 그쪽도 취했어요? 결국 아랫도리 간수 못 한 거잖아요!”노민우는 그녀의 말에 괜히 찔렸다.당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손연지를 보니 다소 견딜 수가 없었고 그녀가 입 맞췄을 때 온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그럼 내가 뭘 어떡해요, 저 여자랑 결혼이라도 해요? 한 번 잔 걸로 그러지는 말죠?”손연지도 노민우와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었기에 강하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단지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었다.못 참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손연지는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계속 말했지만 누구도 이런 일을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노민우를 바라보았다.“그쪽 몸에 무슨 병 같은 거 없죠?”노민우는 당황했다.“강하리 씨, 날 어떤 사람으로
“지금 자고 있으니까 네가 올라가도 소용없잖아. 나랑 같이 출근하러 갈래?”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올라가서 자료 준비해야죠. 며칠 뒤면 B시에 가야 해요.”“또 가?”강하리는 피식 웃으며 다가가 그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었다.“얌전히 있어요, 내가 돈 벌어서 당신 먹여 살릴 테니까.”구승훈의 목울대가 움찔하더니 강하리의 허리를 잡고 그대로 키스했다.“먹여 살릴 필요 없어. 그냥 나 만족만 시켜줘.”강하리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남자를 밀어냈다.“얼른 가요, 난 연지 보러 올라가야 해요.”구승훈은 마지못해 그녀를 보내주었다.손연지는 하루 동안 집에서 자고 다음 날 바로 출근했다.강하리는 그녀와 다시 얘기하고 싶었지만 손연지가 노민우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입가에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강하리가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 구승훈이 기다리고 있었다.거즈와 약을 손에 들고 있던 남자는 강하리가 내려오자 인츰 건네주었다.“강 대표님이 수고 좀 해줘.”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건네받고 감긴 거즈를 조심스럽게 풀었다.손에 난 흉측한 상처 때문에 그녀의 손도 흠칫 떨렸다.구승훈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그러쥐며 말했다.“오늘 밤에 올 거야? 네가 없으니까 씻는 게 너무 불편해. 어제 손에 물 닿았는데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어.”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나 오늘 밤 야근해야 할지도 몰라요.”구승훈이 바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야근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올게.”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에게 약을 발라준 뒤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구 대표.”구승훈이 돌아보니 밖에 서 있는 장진영이 보였고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내가 했던 말은 깨끗이 잊어버렸네.”장진영은 얼굴에 멍까지 들어 있었다.“구 대표, 제발 우리 송씨 가문 좀 봐줘. 그 사람이 잠깐 어떻게 됐나 봐, 그 사람도 속은 거야!”구승훈
장진영은 밖에서 차창을 두드리며 여전히 울부짖었고 구승훈은 시동을 걸고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차 안에서 구승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하리야, 송유라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설명 안 해도 돼요, 방금 들었으니까.”구승훈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자신의 다친 손을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않게 잘 지켜보라고 했어.”강하리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손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대로 잡았다.가는 내내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오늘 밤에 데리러 올게.”차에서 내리기 전 구승훈은 그녀를 달래는 어투로 낮게 말했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차에서 내렸다.강하리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송유라 쪽은 어떻게 됐어?”구승재는 한숨을 쉬었다.“여전히 똑같아. 하루 종일 울고, 다리 부상도 의사 말로는 수술하면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된대. 우리가 찾아줘?”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일단 며칠 누워있으라고 해.”구승재는 잠시 침묵했다.“형,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아? 이제 강하리랑 화해했는데 그 여자를 데리고 있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언젠가 강하리가 송유라 때문에 또 형을 떠날지도 몰라.”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잘 지켜봐, 문제 일으키지 않게, 송동혁 일은 알리지 말고.”구승재는 대답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강하리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바삐 돌았다.북교 프로젝트가 요 며칠 공개될 예정이고 그녀는 정주현에게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다.정주현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내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일을 하기 싫은 건 아니었지만 강하리를 보내는 건 아쉬웠다.“정말 가야 해요?”강하리가 피식 웃었다.“아니면요?”정주현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회사에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6개월 만에 떠날 줄은 몰랐네요.”
“괜한 생각이야. 나랑 그 댁 어르신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구 대표와는 부딪힐 일이 없는데 내가 왜 구 대표를 노리겠나?”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양철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외교부에 가고 싶나?”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양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좋아, 그 선택 존중하지.”강하리는 정양철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정양철의 말한 것 중에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일까?’오후 내내 인수인계를 마치고 강하리가 회사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구승훈의 차가 갓길에 세워져 있었고 강하리가 그쪽으로 가려는데 안예서가 그녀를 불렀다.“부장님.”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췄고 저쪽에는 이미 구승훈이 차에서 내린 뒤였다.안예서도 깜짝 놀랐다. “구 대표님 또 오셨어요?”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이번에는 무슨 일로?”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여자 친구 데리러요.”안예서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리의 팔을 꽉 잡았다.“부장님, 방금 들었어요? 구 대표님께서 여자 친구 데리러 왔다고 하셨어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응, 들었어.”안예서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부장님, 놀랍지도 않아요? 구 대표님께서 여자 친구가 있대요, 그것도 우리 회사에!”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가 놀라워, 구 대표님 나이도 있는데 연애할 때도 됐지.”안예서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구 대표님, 여자 친구가 누구예요?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았고 강하리의 얼굴에 어색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예서야, 네 차 왔어.” 안예서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강하리가 그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안예서의 차가 멀어지고 강하리가 뒤를 돌아보자 어두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구승훈을 발견했다.그가 다가와 강하리를 차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차에 올라타자마자 강하리를 거칠게 품에 가두었다.“강 대표님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