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막 내려온 구승훈은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노민우를 보았다.그의 이마에는 아직도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구승훈이 차 쪽으로 걸어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노민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손연지가 강하리랑 같이 살아?”구승훈은 그를 힐끗 돌아보았다.“여자랑 잤는데 얻어맞기까지 해?”노민우는 큼 헛기침을 했다.“실수로 침대에서 떨어진 거야. 손연지는 어때?”구승훈은 말하기 전에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몰라.”“너 방금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어?”구승훈이 그를 흘겨보았다.“난 강 대표님만 보여.”“... 그래.”노민우가 한숨을 내쉬며 옆에서 덩달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강하리가 위층에서 내려오자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구승훈이 그녀를 보고 이쪽으로 걸어왔지만 강하리는 그런 그를 그대로 지나쳐 노민우에게 다가갔다.“노민우 씨, 연지 괴롭히지 않겠다면서요?”노민우는 다소 침울한 기색이 역력했다.“강하리 씨, 그 여자가 먼저 들이댔다면 믿겠어요? 계속 날 안고 자겠다는데 어떤 정상적인 남자가 그런 상황에서 참을 수 있겠어요!”강하리는 노민우를 바라봤다.“왜 못 참아요, 걔가 취했다고 그쪽도 취했어요? 결국 아랫도리 간수 못 한 거잖아요!”노민우는 그녀의 말에 괜히 찔렸다.당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손연지를 보니 다소 견딜 수가 없었고 그녀가 입 맞췄을 때 온몸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그럼 내가 뭘 어떡해요, 저 여자랑 결혼이라도 해요? 한 번 잔 걸로 그러지는 말죠?”손연지도 노민우와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었기에 강하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단지 조금 화가 났을 뿐이었다.못 참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손연지는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계속 말했지만 누구도 이런 일을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노민우를 바라보았다.“그쪽 몸에 무슨 병 같은 거 없죠?”노민우는 당황했다.“강하리 씨, 날 어떤 사람으로
“지금 자고 있으니까 네가 올라가도 소용없잖아. 나랑 같이 출근하러 갈래?”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뇨, 올라가서 자료 준비해야죠. 며칠 뒤면 B시에 가야 해요.”“또 가?”강하리는 피식 웃으며 다가가 그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었다.“얌전히 있어요, 내가 돈 벌어서 당신 먹여 살릴 테니까.”구승훈의 목울대가 움찔하더니 강하리의 허리를 잡고 그대로 키스했다.“먹여 살릴 필요 없어. 그냥 나 만족만 시켜줘.”강하리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남자를 밀어냈다.“얼른 가요, 난 연지 보러 올라가야 해요.”구승훈은 마지못해 그녀를 보내주었다.손연지는 하루 동안 집에서 자고 다음 날 바로 출근했다.강하리는 그녀와 다시 얘기하고 싶었지만 손연지가 노민우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입가에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강하리가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 구승훈이 기다리고 있었다.거즈와 약을 손에 들고 있던 남자는 강하리가 내려오자 인츰 건네주었다.“강 대표님이 수고 좀 해줘.”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건네받고 감긴 거즈를 조심스럽게 풀었다.손에 난 흉측한 상처 때문에 그녀의 손도 흠칫 떨렸다.구승훈은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그러쥐며 말했다.“오늘 밤에 올 거야? 네가 없으니까 씻는 게 너무 불편해. 어제 손에 물 닿았는데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어.”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나 오늘 밤 야근해야 할지도 몰라요.”구승훈이 바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야근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올게.”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에게 약을 발라준 뒤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구 대표.”구승훈이 돌아보니 밖에 서 있는 장진영이 보였고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내가 했던 말은 깨끗이 잊어버렸네.”장진영은 얼굴에 멍까지 들어 있었다.“구 대표, 제발 우리 송씨 가문 좀 봐줘. 그 사람이 잠깐 어떻게 됐나 봐, 그 사람도 속은 거야!”구승훈
장진영은 밖에서 차창을 두드리며 여전히 울부짖었고 구승훈은 시동을 걸고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차 안에서 구승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하리야, 송유라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설명 안 해도 돼요, 방금 들었으니까.”구승훈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자신의 다친 손을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더 이상 문제 일으키지 않게 잘 지켜보라고 했어.”강하리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손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대로 잡았다.가는 내내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오늘 밤에 데리러 올게.”차에서 내리기 전 구승훈은 그녀를 달래는 어투로 낮게 말했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차에서 내렸다.강하리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송유라 쪽은 어떻게 됐어?”구승재는 한숨을 쉬었다.“여전히 똑같아. 하루 종일 울고, 다리 부상도 의사 말로는 수술하면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된대. 우리가 찾아줘?”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일단 며칠 누워있으라고 해.”구승재는 잠시 침묵했다.“형,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아? 이제 강하리랑 화해했는데 그 여자를 데리고 있는 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언젠가 강하리가 송유라 때문에 또 형을 떠날지도 몰라.”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잘 지켜봐, 문제 일으키지 않게, 송동혁 일은 알리지 말고.”구승재는 대답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강하리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바삐 돌았다.북교 프로젝트가 요 며칠 공개될 예정이고 그녀는 정주현에게 업무를 넘기기 시작했다.정주현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내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일을 하기 싫은 건 아니었지만 강하리를 보내는 건 아쉬웠다.“정말 가야 해요?”강하리가 피식 웃었다.“아니면요?”정주현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회사에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6개월 만에 떠날 줄은 몰랐네요.”
“괜한 생각이야. 나랑 그 댁 어르신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구 대표와는 부딪힐 일이 없는데 내가 왜 구 대표를 노리겠나?”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정양철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외교부에 가고 싶나?”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양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좋아, 그 선택 존중하지.”강하리는 정양철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정양철의 말한 것 중에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일까?’오후 내내 인수인계를 마치고 강하리가 회사에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구승훈의 차가 갓길에 세워져 있었고 강하리가 그쪽으로 가려는데 안예서가 그녀를 불렀다.“부장님.”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췄고 저쪽에는 이미 구승훈이 차에서 내린 뒤였다.안예서도 깜짝 놀랐다. “구 대표님 또 오셨어요?”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이번에는 무슨 일로?”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여자 친구 데리러요.”안예서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리의 팔을 꽉 잡았다.“부장님, 방금 들었어요? 구 대표님께서 여자 친구 데리러 왔다고 하셨어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구승훈을 바라보았다.“응, 들었어.”안예서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부장님, 놀랍지도 않아요? 구 대표님께서 여자 친구가 있대요, 그것도 우리 회사에!”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뭐가 놀라워, 구 대표님 나이도 있는데 연애할 때도 됐지.”안예서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구 대표님, 여자 친구가 누구예요?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라보았고 강하리의 얼굴에 어색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예서야, 네 차 왔어.” 안예서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강하리가 그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안예서의 차가 멀어지고 강하리가 뒤를 돌아보자 어두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구승훈을 발견했다.그가 다가와 강하리를 차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차에 올라타자마자 강하리를 거칠게 품에 가두었다.“강 대표님께선
강하리는 그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깜짝 놀랐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그를 밀어냈지만 구승훈은 점점 더 거칠게 깊숙이 파고들었다.“하리야, 내 말 듣고 있어?”주해찬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자 구승훈은 전화기를 들고 곧바로 상대에게 쏘아붙였다.“주해찬 씨, 남 일 방해하지 마시죠?”말을 마친 그가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강하리가 서둘러 말했다.“구승훈 씨, 뭐 해요?”구승훈은 그녀의 허리를 꼬집으며 안아 들었다.“주해찬 멀리 해, 하리야.”강하리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업무적인 얘기 말고 연락 안 해요.”구승훈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다른 사람하고도 업무상 연락할 수 있는데 왜 매번 주해찬이 연락하는 거야? 외교부에 다른 사람은 없어?”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렸다.“구승훈 씨, 업무적인 건 나도 그 사람도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일 말고 다른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할 테니까 그만 좀 해요, 네?”구승훈은 피식 웃기만 했다.“넌 아무 일 없을지 몰라도 그 자식은 모르지.”“그렇게 선 넘는 사람 아니에요.”“선 넘는지 아닌지는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잘 알지.”그녀가 뭐라 말하려는데 구승훈이 이미 그녀의 입술을 막고 있었다.강하리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구승훈은 어디선가 넥타이를 꺼내 그녀의 손목을 묶었다.“하리야, 지금은 딴생각하지 말고 나만 봐.”구승훈은 말하며 큰손으로 그녀의 치마 밑을 들추었다.그와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녀도 화가 난 상황이라 하면서도 버둥거릴 수밖에 없었다.하고 나니 손목에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구승훈은 묶었던 넥타이를 풀고 뻔뻔하게 손목에 입을 맞췄다.“아파?”강하리가 그를 발로 찼다.“구승훈, 이 개자식!”구승훈은 여전히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하리야, 전에 할 때 임정원 전화는 잘 받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신경 써?”강하리는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화를 냈다.“구승훈 씨, 주해찬 씨랑은 일 때문에 연락하는 거라고 여러 번 말
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한참을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이제부터 콘돔 끼면 안 돼요? 나 지금 되게 괴로워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흘러내려? 어디 봐.”그렇게 말하며 그가 강하리의 치마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강하리가 발로 세게 걷어찼다.“비켜요.”구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내가 씻겨줄게.”“아뇨, 내가 알아서 할게요!”“얌전히 있어, 내가 씻겨 줄게.”...한편, 손연지가 병원에 막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있을 때 노민우가 옆에서 걸어왔다.그의 이마에는 여전히 멍이 들어 있었다.손연지는 그를 힐끗 보고는 차 문을 쾅 닫고 입원 병동으로 걸어갔다.그 눈빛에 담긴 경멸과 혐오가 너무 짙어서 노민우는 차마 못 본 척할 수 없었다.그는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손연지, 이건 무슨 뜻이야?”손연지의 발걸음이 멈추며 그녀가 노민우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노민우 씨, 난 의사니까 내 앞에서 못 한다고 인정하는 게 부끄러운 일 아니야.”당황한 노민우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발끈했다.“손연지, 누가 못한다는 거야!”“여기 당신 말고 다른 사람 있어?”노민우는 순식간에 분노했다.“못 해? 밤새 좋다고 소리 지른 게 누군데? 그날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자기가 술에 취해서 필름 끊겨놓고 나보고 못 한다고?”손연지는 비웃으며 돌아섰다.“노민우 씨, 헛소리하지 마. 내가 필름이 끊겨도 그런 일은 절대 안 잊어!”노민우는 너무 화가 나서 황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 “안 돼, 이 일 제대로 얘기해.”다른 건 몰라도 남자로서 자존심이 걸려 있었기에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손연지가 피식 웃었다.“무슨 얘기를 해, 선배한테 증명해 달라고 할까?”노민우가 씩씩거렸다.“한 번 더 자, 너 정신 멀쩡할 때!”손연지는 발을 들어 그를 홱 걷어찼다.“꿈 깨, 너 때문에 첫 경험도 버렸는데 두 번째도 버리라고?”노민우는 이를 악물고 화를 꾹 참았다.“버리다니?”“당신이랑 하는 건 그냥 버리는
강하리는 그 후 이틀 동안 정주현에게 업무를 넘기면서 외교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했다.그녀는 지금까지의 추측대로라면 정양철이 그렇게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인수인계 마지막 날까지 정양철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강하리는 자신이 정말 괜한 생각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업무 인계가 끝났으니 구승훈에게 연락한 다음 퇴근하고 곧장 공항으로 가려고 했다.그런데 회사 아래층에 있던 한 남자가 그녀를 막았다.“강하리 씨, 안녕하세요.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앞에 서 있는 예쁘고 상냥한 여자를 바라보았다.“누구세요?”“저 승훈이 엄마예요.”강하리는 잠시 당황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옆에 있는 카페로 가요.”여초연은 강하리를 본 순간부터 강하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강하리 씨 정말 예쁘네요. 이러니까 승훈이가 그렇게 좋아하죠.”강하리는 여초연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칭찬 감사합니다.”여초연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요, 긴장도 하지 말고. 귀찮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승훈이 떠나라는 말도 안 해요. 그냥 그 자식 정신 차리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요.”강하리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구승훈의 엄마도 그의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여초연은 커피를 강하리 쪽으로 밀었다.“승훈이 성격이 워낙 유별나서 평소에 힘든 부분이 많죠?”강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래도 절 잘 챙겨줘요.”여초연은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하리 씨, 승훈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인 나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어요. 아마 하리 씨가 처음일 거예요. 그래서 부탁 좀 할게요. 인내심 갖고 지켜봐 줘요. 사랑을 몰라도 내가 보기엔 하리 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영감탱이가 문씨 가문이랑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강하리도 알아들었다.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약속할게, 파티에서 문연진이랑 절대 가까이 있지 않을게, 알았지?”강하리는 왠지 씁쓸함이 밀려왔다.그에게 안 가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다.가까이하든 말든 구동근은 분명 문연진을 구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로 소개할 것이다.하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구승훈은 어쨌든 구씨 가문 사람인데 본인 할아버지 생신에 무슨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겠나.구승훈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졌다.“나랑 같이 갈래?”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싫어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당겼다.“괜히 찾아가서 욕만 먹을 텐데요.”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강하리의 손을 붙잡고 낮게 속삭였다.“하리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저녁 비행기로 B시에 가야 했고 구승훈은 공항에 그녀를 내려주면서도 보내주기 싫은 표정으로 껴안고 입 맞추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이틀 동안 겨우 즐겁게 지내나 싶었는데 다시 혼자 있으라고?”강하리가 웃었다.“나랑 같이 갈래요?”구승훈은 홧김에 그녀의 목을 힘껏 빨아당겼다.“못 간다는 거 잘 알잖아.”강하리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흔적 남기지 마요, 일하다가 보이면 어쩌려고.”그 말에 구승훈은 그녀의 옷깃을 열고 가슴에 자국 몇 개를 남겼다.“거기 가면 주해찬이랑은 떨어져 있어, 알았지?”강하리가 그를 밖으로 밀어냈다.“알았어요.”구승훈은 이를 갈았다.“오면 나랑 밤새 같이 있어, 피곤하단 말 하지 마.”할 말을 잃은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곧장 차 밖으로 나갔다.강하리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초연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도 놀라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녁 언제 먹으러 올 거야? 네가 좋아하는 거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