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그녀의 시선이 여전히 주해찬에게 머물러 있었고 그가 씁쓸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그의 품에 기대어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마 취한 것 같았다.잔뜩 취해서 어떻게든 이 남자를 곁에 두고 싶었다.송유라고, 구씨 가문이고 다 신경 쓰지 않은 채.하지만 아직 술에 덜 취했는지 이성이 남아있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방으로 들어서기 바쁘게 그녀를 문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하리야, 난 네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너도 나만 봐, 알았지?”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구승훈 씨, 난 항상 당신을 바라봤어요, 항상. 가 버린 것도, 잊은 것도, 날 버린 것도 다 당신이잖아요...”구승훈은 그녀의 눈물을 보며 가슴이 저릿했다.“난 널 버린 적 없어. 하리야, 너만 날 원하면 언제든 난 여기 있어.”강하리는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날 버리고, 우리 아이도 버렸잖아요.”구승훈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끼며 그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원해. 전에는 내가 못난 놈이었어. 지금은 원해, 하리야, 우리 아이 갖자, 응?”강하리의 머릿속이 느리게 굴러갔다. 또 가질 수 있을까?구승훈이 그녀를 덮치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했다.“구승훈 씨, 콘돔 써요. 나 유산하는 거 싫어요, 아픈 거 싫다고요.”그녀의 입술을 깨무는 구승훈의 마음에 씁쓸함이 밀려왔다.“겁내지 마, 다신 안 그럴 거야. 하리야, 가능하다면 우리 아이 갖자, 알았지?”강하리가 또 임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는 줄곧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갖고 싶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원했다. 아이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 적어도 그녀가 다시는 떠나지 않을 테니까.구승훈은 언젠가 자신이 아이를 이용해 여자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정말 그녀를 임
구승훈의 눈동자에 싸늘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감정이 극에 달했지만 차마 터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언제 안 거야?”“두 시간쯤 저쪽에서 전화가 와서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연락도 안 돼.”두 시간 전이면 그와 강하리는 막 술집을 나섰을 때였다.구승훈의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항에 나타나더니 이번엔 사라졌다.송유라 혼자 할 수 있는 일인가?그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들이켰다.“영감탱이 부하들 반 죽여서 돌려보내!”“그럼 송유라는...”구승훈은 침묵하며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일단 찾아보고 안 되면 경찰 불러.”구승재는 대답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송유라, 며칠 얌전하더니 또 시작이다.찾는 건 둘째 치고 또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이다.형이 이제 막 강하리와 만났는데 송유라가 또 방해할까 봐.구승재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사람들에게 지시했다.씻고 나온 강하리는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녀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안쪽에서 걸어 나오자 창가에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주위에 우중충한 기운이 잔뜩 드리워진 그는 한눈에 봐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 그는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슨 일 있어요?” 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정신을 차린 구승훈의 얼굴에 서늘함이 사라졌다.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능글맞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빨리 씻었어, 나 기다리지도 않고.”강하리는 불순한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수건을 가져와 머리를 문지르며 말을 이어갔다.“구승훈 씨, 가서 약 좀 사 와요.”걸음을 멈칫한 구승훈은 그녀가 말하는 약이 어떤 약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녀는 임신을 원치 않았다.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전에 그가 원하지 않을 땐 그토록 갈망하더니, 이제 그가 원하니 그녀가 싫단다.그는 강하리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아이 좋다고 하지 않았어?”강하리의 손가락이 살짝 안으로 말렸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
강하리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바로 그때 구승재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전화를 받고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구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형, 송유라 찾았어. 요양원 꼭대기 옥상에 있어. 지금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난리야.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고 형만 찾고 있어. 이미 아래층에 사람들 보내서 조치했고 위에도 올려보냈는데...”강하리는 구승재의 말을 듣고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말을 꺼냈다.“구승재 씨, 저 강하리에요. 그쪽 형 샤워 중인데, 제가 휴대폰 넘겨줄게요.”당황한 구승재가 멈칫하더니 저도 모르게 해명했다.“하리 씨, 오해하지 마세요...”하지만 강하리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나한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명해야 할 사람도 당신이 아니잖아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승훈의 완벽하고 섹시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강하리는 그를 2초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건넸다.“구승재 씨 전화 왔어요. 그쪽 유라가 뛰어내린대요.”구승훈은 샤워기를 끄고 물이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넘긴 뒤 전화기를 건네받아 뚝 끊었다.강하리가 그에게 휴대폰을 건네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돌아서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화났어?”강하리는 마음이 씁쓸했다.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가슴 속 둔탁한 통증을 참으며 말했다.“구승훈 씨, 송유라한테 갈 기회를 줄게요.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요. 난 다른 여자랑 남자 공유할 생각 없으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눈가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분명 마음속으로 그를 믿어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그래도 괴로운 건 어쩔 수 없었다.화장실에서 구승훈은 이미 끊긴 휴대전화를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았다.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긴 뒤 타월을 꺼내 무심하게
구승재의 눈가가 싸늘해지며 소름 돋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은?”구승재의 목소리도 살짝 가라앉았다.“밑에 구명 매트를 깔고 가운데 가림막까지 있어서 충격을 덜었어. 의사 말로는 죽지는 않아도 일어서기는 힘들 것 같대.”구승훈은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사람을 보내서 지켜보고 주변 사람들 한번 살펴봐.”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고 뒤돌아보니 강하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안 죽었어요?” 구승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조금 망설여졌다. 아마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그녀의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강하리는 그를 등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명이 참 기네.”구승훈은 저도 모르게 낮은 웃음을 내뱉으며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이러면서 질투 안 한다고?”강하리는 그를 등지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구승훈 씨, 언젠가 당신이 송유라를 선택한다면 난 미련 없이 돌아설 거예요.” 구승훈은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걱정하지 마, 그런 기회는 주지 않을 테니까.”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송유라에게 가지 않았지만 송유라의 문제는 언제나 그의 책임이었다. 말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강하리는 속이 상했지만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얌전히 구승훈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았다.이때 다른 방에서 문연진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문연진은 저쪽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야.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사람 하나 부르지 못하네. 그렇게 애썼는데 다 소용없게 됐어.”그녀는 몰래 이를 갈았다. 보아하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 유물 회수 작업과 사업가 구출 작전이 모두 완료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유물 인계식이었다. 인계식은 상대방이 지정한 연회장에서 진행되었다. 강하리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주해찬이 강하리 옆으로 걸어왔다. “어젯밤에
강하리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갔다.다만 문 앞에 도착해서야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잠시 당황한 그녀는 문을 몇 번이나 잡아당겼지만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순간 그녀의 심장이 철렁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옆에서 비명이 들렸다.이윽고 한 여성이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졌다.화장실에 있던 몇 명은 그 광경에 모두 비명을 질렀고 강하리는 굳어버렸다.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고 재빠른 동작으로 여성의 옷깃을 풀고 입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확인한 후, 상대의 한쪽 팔을 들어 올린 다음 반대쪽 팔을 가슴에 대고 동시에 반대쪽 다리를 위로 말아 몸을 옆으로 눕게 했다.그러면서 옆에서 덩달아 놀라 허둥지둥 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119 좀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화장실 문을 아직 열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경련하는 여자가 다른 물건을 만지지 못하도록 바닥에 눕힌 채 휴대전화를 꺼냈다.무의식적으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구승훈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망설이다가 주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선배, 여자 화장실 문이 밖에서 잠겼는데 여기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주해찬은 재빨리 대답했고 화장실에 있던 몇 명의 여자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강하리를 바라봤다.“의사세요?”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하지만 그녀는 응급처치를 배운 적이 있었다.대학 시절 국제적십자사 콘퍼런스를 다니면서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응급처치를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게 지금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곧 밖에서 화장실 문이 열렸고 주해찬이 구급대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강하리는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구급대원에게 넘긴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주해찬은 다소 긴장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괜찮아?”강하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아까 저 문은 어떻게 된 거예
강하리는 조금 불안했다.“구승훈 씨, 나 인터뷰 있어요.”구승훈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전화하려고 했는데 당신은 여기 못 들어오니까요.”강하리가 전화하려 했다는 말을 듣고 구승훈은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어디 다치진 않았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하지만 구승훈은 불안한 듯 강하리의 온몸을 살핀 뒤 그녀를 내보냈다.나가보니 자신과 인터뷰하기로 한 기자가 민연진을 인터뷰하고 있었고 순간 강하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인터뷰가 진행 중이었고 국내 방송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민연진이 시작했으면 그녀가 인터뷰를 끝내야 했다.인터뷰가 끝나고 나서야 기자는 다소 미안한 듯 강하리에게 다가갔다.“강하리 씨, 조금 전 계속 오지 않으시고 생방송 쪽에도 시간이 촉박해서 민연진 씨를 인터뷰하게 됐어요.”강하리가 민연진을 바라보자 민연진은 싱긋 웃었다.“강하리 씨, 괜찮죠? 기자님들도 바쁘신 분들이라 계속 그쪽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화장실 일 그쪽 짓이에요?”민연진은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강하리 씨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강하리의 입가가 굳어졌다. 민연진이라고 의심은 했지만 증거는 없었다.민연진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강하리 씨 지금 본인이 기회 놓친 걸 내 탓이라고 하는 거 아니죠?”민연진의 얼굴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구승훈이 어두운 눈동자로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렸다.구승훈은 비웃으며 민연진에게 다가갔다.“민연진, 내가 너 건드리게 만들지 마.”민연진은 순간 발바닥부터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승훈 오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구승훈은 다른 말 없이 다가와 강하리를 밖으로 끌어냈다.밖으로 나온 뒤에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화났어?”강하리는 피식 웃었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민연진의 거듭되는 도발과 수작, 그
강하리는 당황했다.“무슨 일이에요?”정주현의 목소리가 다소 서늘했다.“어젯밤 갑자기 비계가 무너져서 노동자 두 명이 다쳤는데 저희가 이미 비상계획을 가동해서 치료든 보상이든 모두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는데도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두 노동자 가족들이 갑자기 소란을 피우고 안전감독국에도 우리 공사장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신고해서 지금 프로젝트 전체가 중단됐어요.”강하리의 가슴이 내려앉았다.“두 사람 다 크게 다친 건가요?”“아니요, 원래 비계가 그렇게 높지 않았거든요.”강하리는 잠시 안도하다가 곧 다시 표정이 가라앉았다.원래는 이번에 돌아가서 북교 프로젝트를 순리롭게 끝내고 자신 역시 대양그룹에서 무사히 나가 정식으로 외교부에 들어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이 시점에 북교 프로젝트에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길 줄이야.무엇보다 정양철과의 내기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었고 만료일 전에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대양그룹에 발이 묶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가족들 먼저 진정시킨 다음 뒤에서 누가 손을 쓴 건 아닌지 알아보세요. 저희 공사 안전에는 분명 아무 문제가 없어요. 비계에 누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해요.”이윽고 그녀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특히 송동혁 쪽 잘 살펴봐요.”얼마 전 입찰 때문에 송동혁을 고소한 적이 있는데 그가 복수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되었다.송동혁이라는 말을 듣자 정주현은 잠시 멈칫했다.“하리 씨, 송동혁을 고소하려던 사건 취하했어요.”강하리의 이마가 순식간에 찡그려졌다.“네? 왜 소송이 취하됐어요, 나한테 말도 없이?”정주현도 다소 화가 났다.“나도 우리 영감탱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소송 취하를 했는지 모르겠어요.”강하리는 정주현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정 회장님이 취하하게 했어요?”정주현은 대답했다.“네.”강하리는 침묵했다.“네, 알겠어요.”그녀는 전화를 끊고 정양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정 회장님, 이 시간에 전화드려서 죄송한데 송동혁 사건에 대해 왜 취하했는지 여
“이게 망치는 거야? 그냥 너만 붙잡는 거야. 계약이 만료되고 일 해결하면 북교 프로젝트는 마찬가지로 대양그룹에 돈을 벌어주겠지.”구승훈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지금까지도 정양철 부자가 강하리를 대양그룹에 계속 두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처음에는 그들이 강하리를 이용해 자신을 상대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았다.정말 강하리를 대양그룹에 남기고 싶은 게 강하리의 재능 때문일까?반면 강하리는 구승훈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 내기 계약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그는 알고 있었다.강하리가 북교 땅을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을 때부터 사람을 시켜서 알아봤다.애초에 그녀를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구승훈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하리야, 미안해.”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잠시 마음이 복잡해졌다.정양철과 계약서에 서명할 때만 해도 그녀는 구승훈에 의해 절망에 빠졌던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던 그녀가 말했다.“지금 이런 얘기 해 봤자 소용없어요. 일단 문제부터 해결해야죠.”구승훈은 마음 한구석에 씁쓸했다. 차라리 그녀가 화를 냈으면 좋았을걸.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한 마디로 넘어갔다.“걱정하지 마, 이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될 테니까.”강하리는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결국 연성으로 가는 티켓으로 바꿨고 이륙하기 전 강하리는 백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백아영은 일이 생겨 연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 안타까워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거라는 말만 남겼다.연성에 도착했을 때 구승재는 이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달려와 반갑게 맞이했다.“송동혁이 맞아. 비계는 그가 매수한 사람들이 건드렸고 가족들도 뒤에서 선동한 건데 정양철과 상관이 있는지는 아직 단서가 없어. 자기는 깔끔하게 빠져나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