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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속상해?”

남자의 눈에는 아픔이 묻어났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눈꼬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그곳에 맺힌 물기를 살짝 문질렀다.

강하리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물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

“B시로 출장 왔어.”

강하리는 눈가에 번지는 서글픔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억울한 건 괜찮다고 쳐요. 근데 내키지는 않아요. 내가 분명 더 잘했는데.”

“맞아, 네가 백만 배는 더 잘했지.”

구승훈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 줄까, 어때?”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한참 후 웃음을 터뜨렸다.

“외교부 일에는 참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됐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구승훈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내가 참견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능하지.”

그렇게 말한 뒤 그는 강하리에게 옆을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제야 강하리는 자신의 옆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외교부의 중요한 임원들이었다.

진태형을 비롯해 백아영과 심준호까지 왔다.

심준호 옆에는 징계 위원회 직원들도 있었다.

강하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다가 구승훈을 돌아보았다.

구승훈이 웃었다.

“모두 옆 회의실에서 너와 문연진의 대결을 지켜봤어. 누가 이기고 졌는지도 똑똑히 봤지. 진 장관님이 사적으로 해결했는지, 문씨 가문이 부당하게 힘을 썼는지 다 알고 있어. 신고한 사람도 찾았고 이미 징계 위원회로 가서 모함한 거라고 자백했어. 너와 진 장관님은 이제 결백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오늘 밤에 제대로 정의 구현할 수 있으니까.”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끝이 시큰해졌다.

원래는 별로 억울하지도 않고 그저 마음속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은 설명할 수 없는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진태형을 바라보았다.

“삼촌, 남은 일엔 더 간섭하지 않을게요.”

진태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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