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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박근형은 오늘 강하리가 지더라도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복잡했다.

강하리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터라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몇 명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모두 가운데 앉아 있는 문씨 가문 어르신, 문원진을 바라봤다.

이때 문원진의 얼굴엔 다소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오늘 굳이 문연진에게 이 대결을 하라고 했던 건 문연진이 강하리보다 열등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여 많은 인맥을 동원해 이 상황을 만들었고 심사위원들에게도 미리 언질을 해 둔 뒤였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연진은 강하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강하리라는 여자가 이기면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착한 손녀도 사람들에게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기회는 손녀의 몫이 되어야만 했다.

사실 대회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속으로 이미 답이 나왔지만 최종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연진이 이기게 되었다.

“강하리 씨도 잘했지만, 우리가 봤을 때 강하리 씨는 통역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협상하는 걸로 보였어요. 통역사는 통역사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문연진 씨가 통역에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들의 결론이 나오자 회의실 전체가 술렁였다.

강하리는 얼굴이 살짝 어두워진 채 방음실 입구에 서 있었다.

처음으로 너무 잘해도 탈락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연진은 옆 방음실 문 앞에서 강하리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하리 씨, 오늘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강하리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문연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문연진 씨가 떳떳하게 이겼다고 생각하시면 저는 할 말이 없네요.”

문연진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조금 옅어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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