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11화

작가: 재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강하리의 물음에 구승훈은 살짝 불쾌해졌다.

“내가 그 정도로 시비를 안 가리는 사람으로 보여?”

‘아닌가요’가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강하리는 꾹 참고 다시 집어넣었다.

이제 와서 다시 이 문제로 다투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구승훈이 일어서서 강하리 앞으로 다가왔다.

“걱정 마. 정말 걔가 한 거면, 너를 절대 막아서지 않을 테니까.”

강하리는 대답이 없었다.

사실 별 기대도 없었다.

이런 승낙을 하도 많이 들어왔지만, 매번 실망만 안겨줬으니 말이다.

“일단 호텔로 돌아가요.”

강하리가 밖으로 나갔다.

구승훈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별 말 없이 강하리의 뒤를 따라갔다.

외교부 주차장으로 가는 길.

은은한 달빛에 앞뒤로 서서 걸어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구승훈의 눈가에 앞서서 걸어가는 강하리가 오롯이 맺혔다. 왠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골짜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분은 그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재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강하리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옆을 다 막고 선 웅장한 남자의 몸집에 강하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좀 떨어져 줄래요?”

구승훈을 밀어봤지만 꿈쩍도 않는다.

대답도 없었고.

이윽고 구승훈의 차 앞에 도착한 강하리가 손을 내밀었다.

“차 키 줘요.”

하지만 구승훈은 대답도 없이 바로 운전석에 올라탔다.

강하리고 별다른 말 없이 차에 올라탔고.

그렇게 침묵 속에서 차가 호텔에 도착했다.

구승훈을 1204호에 데려다준 강하리가 돌아서려는 순간, 구승훈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나 배고파.”

“배달 시켜줄게요.”

“같이 먹자. 너도 별로 먹은 게 없잖아.”

“아닙니다. 전 입맛이 없어서요.”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러다 몸 상해.”

“배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먹지 않을라고요.”

“밥을 다 먹으면 씻어야 하는데 이 팔로 씻을 수가 없잖아.”

강하리의 눈길이 구승훈의 팔에 감긴, 별로 두텁지가 않은 붕대에 멈췄다.

“나도 팔 다쳐봤거든요. 어디서 엄살이에요.”

구승훈이 움찔했다.

그러고 보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2화

    “그냥, 자꾸 신세지는 게 싫어서요.”신세를 지다보면 점점 갚아야 할 게 많아지고.갚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해야 하는 법.뭔가를 양보해야 할 때까지 신세를 키우고 싶지 않은 강하리였다.“알았어요. 사람 필요하면 전화해요.”“네. 고맙습니다.”문가에 서서 두 사람의 통화를 들은 구승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냥... 신세를 지기 싫어서 그런 거였어?냉소를 지은 구승훈이 외투를 벗어놓고는 어딘가로 전화했다.“송유라 쪽에 사람 더 보내서 24시간 밀착 감시해.”핸드폰 너머 승재가 흠칫했다.“응?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구승훈이 단답형으로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룸서비스로 차려진 음식들이 꽤 먹음직스러웠지만, 구승훈은 전혀 생각이 없었다.“건너와서 같이 밥 먹어.”결국 강하리에게 전화했다.-배 안 고프다니까요.“신세 지기 싫다며. 당장 건너와.”-...네.얼마 못 가 구승훈 앞에 나타난 강하리.테이블에는 강하리가 시킨 음식 외에 디저트 몇 접시가 더 놓여있었다.강하리가 구승훈 맞은켠에 앉았고, 그렇게 조용하기 짝이 없는 식사가 시작되었다.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씻는 거 좀 도와줘.”식사를 마친 뒤, 구승훈의 뻔뻔한 음성에 강하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건 안될 것 같네요. 알아서 해결하세요.”가차없는 강하리의 대답에 구승훈의 낯색이 또 어두워졌지만, 군소리 없이 욕실에 들어갔다.한참 후, 씻고 나온 구승훈. 팔에 감긴 붕대 한 귀퉁이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강하리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졌다.팔이 부러져서 완전히 못 쓰게 된 것도 아니고!“일부러 이러시는 거에요?”“돌봐주겠다며. 인내심이 이것밖에 안 돼?”구승훈이 픽 웃는다.강하리는 치가 떨렸지만 꾹 참고, 구급상자에서 새 붕대를 꺼냈다.“이리 와요. 붕대 바꿔줄게요.”얌전히 다가와 옆에 앉는 구승훈.막 욕실에서 나온 터라, 몸에는 목욕가운 한 벌밖에 걸친 게 없었다.그걸 구승훈은 활짝 열어졎혀, 윗통을 완전히 드러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3화

    강하리는 말 없이 구승훈의 손을 쳐냈다.“약부터 드세요. 연락처 차단 해제했으니까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구승훈이 다시 강하리의 손을 부여잡으려는 찰나.핸드폰이 울리며 액정에 발신인이 떴다.[송유라 간호인]동시에 두 사람이 그 자리에 굳어졌다.잠시 후, 강하리가 한 번 웃고는 돌아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구승훈은 수신 거부를 눌러버리고는 강유라를 붙잡았다.“대답부터 좀.”핸드폰이 재촉하듯 또 울려댔다.“전화부터 받으세요.”“...오늘 일은 네 편이니까 걱정하지 마.”강하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믿을 수 있으면 여기까지 올 리가 없었지.구승훈이 그걸 눈치챘는지 미간을 좁힌다.“못 믿겠다는 거야?”“믿고 말고를 떠나서, 아무튼, 오늘 일은 고마웠어요.”대답을 피하는 강하리. 구승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하지만 자꾸 울려대는 핸드폰을 놔둘 수는 없는 노릇.구승훈이 통화 수락을 눌렀다.“대표님! 유라 아가씨가... 발작한 환자가 휘드르는 칼에 찔려 응급실로 실려갔어요!”구승훈이 흠칫했다. 저도 모르게 눈이 부릅떠졌다.지극히 무의식적인 행동.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아차 싶었다.강하리를 돌아보니 역시나,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핸드폰 저 편에서 쩌렁쩌렁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강하리가 못 들을 리 없었다.“여보세요? 대표님? 제 말 들리세요?”영문도 모른 채 다그치는 핸드폰 저 편 간병인.“날붙이를 금지하라고 몇 번을 당부했는데, 대체 일을 어떻게 해먹는 거야!”구승훈의 언성이 삽시간에 높아졌다.그 노기충천한 목소리에 얼어붙었는지, 한참을 말이 없던 간병인이 꺽꺽거리며 말을 이었다.“그, 그게... 오늘 방문 공연이 있단 걸 들으시고 가 보겠다고 하도 떼를 쓰셔서 모셔갔는데, 마침 거기 한 간병인이 환자에게 과일을 깎아주고 있어서요...”강하리가 휙 돌아서 밖으로 나가버렸다.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구승훈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집게손가락으로 꾹 집었다.그 뒤에 간병인의 말은 더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흐지부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4화

    ”“알겠어요. 고마워요 준호 씨.”일찍 쉬라는 당부를 남긴 심준호가 떠났다.달콤하고 고소한 케이크 덕분이었을까, 또 잠이 안 올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강하리는 누운 지 얼마 안 가 바로 단잠에 빠졌다.이틑날 아침.박근형의 전화가 들어왔다.“가해자 공직 박탈과 채용 금지가 공지될 거라고 하더라. 대외적으론 품행 문제로 알려질 거고. 이해해 주려무나.”“그럼요 교수님.”“그리고 진 부장이 사적 관계를 좀 동용해서, 너 괴롭힌 자들을 보경시에서 쫓아냈다고 하더구나.”강하리가 움찔했다.진태형 부장이 그렇게까지나 힘을 써 줬다고?“사실 이번 회의 총괄을 하리 너에게 맡긴 데에도 진 부장이 힘 많이 썼어. 하리야, 열심히 해야 한다?”박 교수의 타이름에 강하리가 저도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통화를 마친 한참 뒤까지도 강하리는 실감이 되지 않았다.진 부장이 왜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힘써주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한참을 생각해도 감이 잡히질 않자, 강하리는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려고 진태형에게 전화했다.웬걸, 전화를 받은 진태형은 온통 강하리를 위로하는 말 뿐이었다.‘이게 아닌데.’고맙다는 말은 뻥긋도 못 한 채, 강하리는 몸둘 바를 몰랐다.과분한 애정인 것 같아 그저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고맙습니다 부장님. 다음번에 올 때 꼭 정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하하!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리 양.”통화를 마친 강하리는 바로 연성으로 돌아갈 짐을 싸기 시작했다.연성시 공항 터미널.비행모드를 끄자마자 간병인 아줌마의 전화가 들어왔다.설마? 엄마가 위독해진 거?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하리. 급급히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어머님이 깨어나셨어요! 어서 와 보세요!”기쁨에 떨리는 아줌마의 목소리였다.강하리의 머릿속이 웅 울렸다.문득 엄마가 사무치게 보고싶었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엄마가 계신 병실 문 앞이었다.떨리는 손으로 강하리가 문 손잡이를 돌렸다.아늑한 병실. 그리고 조금은 멍한 얼굴로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5화

    구승훈에게 한 번, 힐끔 눈길을 준 강하리가 병실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그녀를 급급히 붙잡는 구승훈.“하리야! 송유라가-.”“죽었어요?”강하리의 물음에 말문이 꺽 막힌 구승훈의 얼굴이 시퍼래졌다.“...다 나으면 외국에 보낼 거야.”“아, 고작 외국이었어요? 난 또 천국에라도 보내는 줄.”강하리가 픽 웃었다.구승훈의 이마에 핏줄이 푸뜰 뛰었다.“아, 아니지. 사탄도 울고 갈 애가 천국에 어떻게 가.”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강하리가 구승훈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알아서들 하세요.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니까.”“강하리!”구승훈이 쓴 맛이 감도는 침을 삼켰다.“송유라와 더이상 엮이겠다는 뜻이 아니야! 그냥... 죽는 걸 놔둘 수가 없어서-.”“그러면 지금 여기 계실 게 아니라, 송유라 곁에 가 지켜주셔야죠.”구승훈은 왠지 어깨가 점점 처지는 기분이었다. 힘이 점점 더 빠지는 것만 같았다.보경시까지 쫄래쫄래 따라가 명예도 지켜주고 심지어는 칼까지 막아줬는데.송유라가 죽는 걸 방관할 수가 없는 것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된단 말인가.“야 강하리, 너는 양심도 없냐?”구승훈의 입에서 앙탈 비슷한 말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없는 걸로 쳐요. 전 괜찮으니까.”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강하리의 표정에 구승훈이 벙어리가 되었다.한 참이 지나서야.“어머니 깨셨다면서. 축하해.”겨우 한 마디 꺼낸 구승훈.“네. 감사합니다.”짤막한 강하리의 대답.“온 김에 한 번 뵐 수-.”“없어요.”한 수 더 친 구승훈의 말에 더 짧게 끊어버리는 강하리.이 양아치가 몇 년 간의 약값이 어디서 온 건지 떠벌이기라도 할까 봐서였다.말을 마친 강하리는 바로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또 혼자 문 앞에 덩그러니 남겨진 구승훈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가슴이 답답해났고 짜증이 솟구쳤다.정신없이 달려가는 강하리를 쫓아왔고.유리창 너머로 정신없이 펑펑 우는 강하리를 지켜보기도 했다.하지만 그 결과는 병실 문도 못 들어서는 신세.어젯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6화

    “... 아의야.”“네, 엄마.”“가... 하, 의.”“네 엄마. 저 여깄어요.”병실 안.강하리가 굳은 엄마의 손가락을 꼭꼭 눌러주고 있었다.정서원의 눈길은 그런 딸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이따금씩 딸을 불러보려 입을 열었지만, 하도 오래 쓰지 않은 혀가 말을 잘 듣지 않았다.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엄마가 깨어났는데.따뜻하게 웃으며 이렇게 부를 수도 있는데.강하리는 엄마의 부름소리가 들릴 때마다 또랑또랑 대답해 주었다.문득, 엄마가 반대쪽 손을 들어 병실문 유리창에 비치는 뒷모습을 가리켰다.강하리는 문득 코끝이 찡해났다.엄마 옆에 기대앉아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구승훈이 아직 안 간 건 진작부터 알고있었다.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을까.송유라가 일이 생기기만 하면 둘의 관계에 깊은 골짜기가 쩍쩍 파이는데.정승처럼 병실 문앞을 지키고있는 구승훈.그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구승훈을 보고는 흠칫했다.늦게나마 소식을 듣자마자 만사를 제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손연지였다.“안녕하세요 구 대표님.”구승훈이 송유라를 정신병원에 보낸 걸 알고있는지라, 모처럼 구승훈을 향해 날을 세우지 않는 손연지.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이 없었다.왜 안 들어가냐고 물으려다가 꾹 참은 손연지가 구승훈을 에돌아 병실 문을 떼고 들어섰다.닫히는 문틈으로 강하리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아마 네가 어떻게 왔냐고 묻는 말일 거다.이윽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구승훈은 꿈쩍도 않고, 병실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 있었다.“형! 역시 여기 있었네.”승재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송유라가 또 날뛰고 있어. 형 만나겠다면서 병실 안을 다 뒤집어놨어.”“송씨 집안 그 메디컬사 자금 지원 끊어버려.”구승훈이 서늘한 목소리로 분부를 내렸다.강하리에게 진 빚을 송유라가 갚지 못한다면, 그 집안이라도 대신 갚아 줘야지.누군가는 갚아야 하는 거니까.승재가 멈칫했다가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형, 그러잖아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7화

    구승훈이 냉소를 머금었다.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했다.아예 강하리와 완전히 갈라서라는 건가?“아닐 거야 형. 누군가가 연지 씨한테 덤터기 씌운 게 분명해.”승재가 급급히 덧붙였다.구승훈은 말없이 꾹 닫힌 병실문을 바라보다가, 한쪽 켠으로 멀어져갔다.“저 두 사람 나와 보라고 해.”구승훈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승재가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유리창으로 승재를 본 강하리가 문을 열었다.“승재 씨? 어쩐 일이에요?”의아한 강하리의 얼굴. 승재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강 부장, 잠시 나와볼 수 있을까요?”거절하려던 강하리가 승재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을 나와 문을 닫으려는 순간.“연지 씨도 함께요.”강하리가 멈칫했다. 연지는 왜?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급습했다.“뭐가 잘못된 거예요?”“일단 같이 저 쪽으로 가서 천천히 얘기해요.”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지를 불렀다.세 사람은 병원을 나서 근처 한 카페에 들어갔다.구석진 자리에 한없이 어둡기만 한 얼굴을 한 구승훈이 보이자, 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했다.“이번에는 수작질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일이에요!”승재를 돌아보자 황급히 손사래를 치는 승재.그제야 강하리는 손연지를 이끌고 구승훈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무슨 일이죠?”구승훈 옆에 앉은 승재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불쑥 튀어나오는 자신의 이름에 손연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무슨 그런 미친! 내가 왜 돈까지 들여가며 그 싸구려 년을 죽여야 해요? 정신병원에 처박혀서 찌그러지는 걸 보는 게 더 후련한데?”승재의 미간이 꿈틀했고, 강하리는 구승훈을 돌아보았다.손연지는 어젯저녁에 보경시에서 있었던 일을 몰랐다.때문에 자연스레 송유라의 말로가 정신병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고.하지만 강하리 자신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지옥 끝에서라도 수작질을 꾸밀 송유라란 걸.타이밍 역시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어제 구승훈과 그런 얘기를 하기 바쁘게 단서들이 손연지를 향하다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8화

    썩 유쾌하지 않은 대화는 손연지의 “내가 한 거 아니에요”로 마무리되었다.“가 보셔도 좋습니다, 연지 씨.”구승훈의 무거운 음성이 떨어지자 바람으로, 승재가 구승훈을 한 번, 강하리를 한 번 보고는 손연지를 이끌고 도망치듯 나갔다.“아닛, 이거 좀 놔 봐요! 하리! 하리는요?”“강 부장은 남아서 어떻게 해결할지 형이랑 상의해야 할 거예요.”손연지의 다급한 목소리에 승재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구 대표님이 하리를 정말 믿을까요?”“안 믿었으면 이렇게 조용히 대화할 게 아니라, 바로 경찰 불렀겠죠.”“하긴. 쓰레기가 일말의 양심은 있나 보네.”“...잠시만, 지금 그거 우리 형 얘기예요?”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손연지의 말에 흰자를 까뒤집는 승재.“왜요. 하리 그렇게 대해 놓고는 쓰레기가 약과지.”“...”할 말이 없다 없어....“그래서, 할 얘기가 뭐예요?”손연지가 승재와 떠난 뒤,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구승훈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넌 의심하지 않아. 하지만 손연지는 혐의를 벗을 수가 없는 상황이야.”“연지가 그런 애 아니란 거 잘 아시잖...”강하리의 외침이 뚝 끊겼다.생각해 보니, 구승훈이 손연지에 대해 잘 알 리 만무했기 때문.게다가 구승훈과 송유라를 볼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던 손연지기도 했다.“내가 본 손연지 씨는 착한 사람이었어.”구승훈이 입을 다시 열었다.“하지만!”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지는 구승훈의 음성.“성격이 불 같은 데다가, 송유라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기도 하지.”“그래서 지금, 연지가 송유라 같은 년 때문에 손 더럽히기라도 한다는 뜻인가요?”강하리가 기가 차다는 얼굴로 구승훈을 쏘아보았다.“혐의가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부인할 수 있어?”구승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제대로 조사해 낼 거예요!”“어떻게?”구승훈의 외마디 물음에 말문이 막힌 강하리.울화가 치밀어 가슴이 들썩였지만, 아직 그럴만 한 인맥과 세력이 없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내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419화

    병원 청소부가 대걸레질을 하다가 잊고 간 양동이였다.대걸레를 빨고 그 대로 놓아둔.눈길을 걸어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남긴 시커먼 발자국을 닦던 대걸레였고.그걸 빤 양동이의 물은 거의 흙탕물 수준.그 오수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병실 안, 송유라의 온 몸에 끼얹어졌다.시간이 정지된 듯 그 자리에 얼어붙은 송유라.거뭇거뭇한 액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렸다.송유라 옆에 있다가 같이 봉변을 당한 장진영의 멍해진 얼굴에서도 흘러내렸다.병실 안 모든 사람의 얼빠진 눈길이 씩씩거리는 손연지에게 쏠렸다.“야 이 염통 썩어 빠진 썅년아! 엄한 사람 갈구는 게 재밌니? 사람 해치는 게 취미야? 니 부모님은 대체 똥을 얼마나 쳐 드셨길래 너 같은 희대의 악녀를 낳았냐? 너 같은 걸 그나마 사람 취급해 주는 구승훈이 부처님으로 다 보인다 야!”손연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다발총 연사로 쏟아져 나왔다.온갖 방면으로 골고루 두드려 패는 욕설에 송유라의 동공에 9급 대지진이 일어났다.“이... 이 천박한 년이...”덜덜 떨리는 입술로 말을 차마 잇지 못하는 송유라.“이 미친 년이 감히... 물을 끼얹어? 이...벌레 같은 년이?”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안면이 푸들푸들 떨리기까지 했다.“끼얹고 보니 물이 아깝네! 요강 들고올 걸 그랬나?”한 술 더 뜨는 손연지.병실 안에 있던 노민우가 헤 벌어진 입을 황급히 닫았다.뭐지? 여건달? 산적 여두목?한 손으로 옆구리를 척 짚은 채 세상 들어본 적 없는 욕설을 퍼붓는, 전투력 만렙 손연지의 모습이 그의 눈에 맺혔다.“끼아아아악!”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장진영이 비명을 내질렀고, 날카로운 그 소리에 병실 안 일동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병실 밖에 마찬가지로 얼어붙었던 강하리가 부랴부랴 병실에 들어섰다. “참, 대단하네요. 강 경리 친구분.”강하리를 본 안현우의 입가에 보일락 말락 미소가 어렸다.강하리는 말 없이 손연지를 끌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병실 문에 기대 선 구승훈을 지나 병실을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2화

    주해찬의 표정이 확 바뀌며 핸들을 꺾었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강하리를 보호했고 강하리의 시선은 다가오는 차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구승훈의 차다.차 번호판도 똑같았다.구승훈이 B시에 올 때마다 몰던 차였다.순식간에 강하리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곧 눈앞이 핑글 돌았다....강하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남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승훈, 당신이야?”구승훈의 시선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의심을 받은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하리야, 너 정말 나라고 의심하는 거야?”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보는 강하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차는 분명 구승훈의 것이었다.하지만 구승훈이 아니라고 말할 때 오히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늘한 구승훈의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선배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네가 신경 쓰는 건 주해찬밖에 없지?”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날 구해준 사람이야.”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구승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내가 널 구해준 적은 없어? 하리야, 너 정말 사람 마음 아프게 한다.”강하리는 그의 손에서 손을 빼냈다.지금은 그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주해찬이 그녀의 몸을 감쌌기에 그는 꽤 심하게 다쳤을 거다.처음부터 주해찬에겐 미안한 것투성이였다.오랜 시간 동안 그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그에게 해줄 대답이 없었다.게다가 구승훈의 차로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선배는 어떻게 됐어?”여전히 똑같은 말에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주해찬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목숨은 건졌지만 그가 깨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지금 강하리의 태도로 볼 때, 주해찬이 자신을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지 정말 알 수 없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1화

    주해찬의 표정이 잠시 번뜩이다가 미소를 지으며 정양철에게로 향했다.“아저씨, 오랜만이네요.”정양철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해찬아, 여긴 무슨 일이야?”주해찬이 미소를 지었다.“친구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여기서 아저씨랑 만났네요.”정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럼 가서 일 봐. 난 아직 할 일이 남아서.”“알았어요.”주해찬은 그 말을 하고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정양철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전화기를 꽉 쥐었다.한편 주해찬은 안에서 나오기 바쁘게 훅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길가에 서 있었다.방금 정양철이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강하리나 구승훈과 무슨 일이 있는 걸까?손을 댔다고 했는데, 무슨 짓을 한 걸까.정주현에게 선을 긋던 강아리의 모습과 연관 짓자 주해찬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그는 다소 창백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하리가 샤워하러 가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선배?”하지만 강하리가 전화를 받을 때 주해찬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적어도 제대로 알아보고 강하리에게 알려줘야지 무턱대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아니야, 그냥 내일 나랑 같이 팔찌 가지러 가자고.”“선배, 나 혼자 갈 수 있어요.” 강하리가 여전히 거절하려는데 주해찬이 말을 막았다.“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일찍 쉬어.”주해찬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 준봉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강하리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었다.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순간, 강하리 방 앞에 두 사람이 수상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를 보자마자 뒤돌아 복도 쪽으로 달려갔고 준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그들을 쫓아갔다.일직 강하리가 묵고 있는 호텔 아래층에 도착한 주해찬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어젯밤 정양철의 그 말 때문에 거의 밤을 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50화

    준봉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대표님께서 마실 것 가져다드리래요.”말을 마친 준봉은 강하리에게 밀크티 한 잔을 건넸고 강하리는 눈앞에 놓인 밀크티를 보고 화를 내며 다시 한번 문을 닫았다.주해찬은 방에 앉아서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안 가면 조금 있다가 또 올걸.”주해찬은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오늘 밤 모임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죄송해요, 선배.”구승훈이 이러면 주해찬뿐만 아니라 강하리도 난처했다.주해찬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문득 어젯밤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던 모습이 떠올라 결국 포기했다.준봉은 강하리의 방에서 나오는 주해찬을 바라보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다음에 문을 두드리러 갈 때 또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주해찬이 나오며 준봉을 보고 웃었다.“구 대표님한테 그럴 필요 없다고 전해요. 하리가 원하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고 하리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절대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요.”준봉은 주해찬을 바라보기만 했다.“안녕히 가세요, 주해찬 씨.”주해찬은 강하리를 힐끗 쳐다보며 작별 인사를 속삭인 뒤 곧장 돌아섰다.주해찬이 떠난 뒤에야 준봉은 다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구승훈은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차는 경찰서를 향해 빠르게 달렸고 통화를 마친 그는 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구승재를 바라보았다.“목란정원 쪽 상황은 어때요?”“우리 쪽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안에 연정이가 없었대.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갈 때 꼭 큰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순조롭게 들어갔대.”시선을 내려 염주를 만지작거리던 구승훈이 차갑게 웃었다.“역시.”구승재가 얼굴을 찡그렸다.“역시 뭐?”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어젯밤에 그녀는 일부러 그를 그곳으로 유인한 거다.연정이 사건은 여초연이 한 짓이다.염주를 만지작거리던 구승훈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뒤틀렸다.하지만 잠시 후 그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9화

    정주현은 다소 시무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강하리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으니 더 물어볼 수도 없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강하리 씨 데려다줬어. 웬일로 아들이 보고 싶어서 그래?”연미숙이 잠시 멈칫했다.“이 자식, 누가 보면 내가 평소에 너한테 관심 없는 줄 알겠다.”정주현은 연미숙 앞에서 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그래, 관심 많은 거 알겠으니까 무슨 일인데 그래?”연미숙은 잠시 침묵했다.“강하리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해.”차라리 말하지 않으면 좋았을걸. 그 말을 꺼내니 정주현은 더 우울해졌다.“엄마, 강하리 씨 바빠.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친구들이나 만나지 강하리는 왜?”연미숙이 웃었다.“우리 아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여자를 내가 좀 만나면 안 돼?”정주현이 입을 삐죽거렸다.“영감탱이가 엄마처럼 정신 차렸으면 강하리가 며느리 됐을 텐데.”연미숙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루 종일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돌아와.”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 그녀의 눈에는 악의에 찬 눈빛만이 번쩍였다.강하리는 정주현을 배웅하고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주해찬은 그녀의 뒤에 서서 물었다. “일부러 주현 씨랑 거리를 두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정신을 차린 강하리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선배, 난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요.”주해찬은 그녀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며 다소 무력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만약 이 순간 그녀의 곁에 있던 사람이 구승훈이었다면 그녀는 바로 말하지 않았을까?아니면 구승훈은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을까?질투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분명 그가 구승훈보다 먼저 강하리를 좋아했는데.“하리야, 가능하면 나도 네가 기댈 곳이 되어주고 싶어.”강하리의 표정은 굳어졌고 말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게 느껴졌다.“선배, 정말 고맙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8화

    여초연이 얼마나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인지 구승훈이 제일 잘 안다.정말 여초연이 연정이를 데려갔다면 그렇게 쉽게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을 테고 초조했던 그는 계속해서 그녀가 먼저 빈틈을 보이길 기다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소란을 일으킨 뒤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할 생각이었다.그녀의 수단으로 봤을 때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걸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오늘 대놓고 이곳으로 왔다는 건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그를 유인한 걸까?그렇다면 연정이에게 일어난 일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지지 않나?어쨌든 구승훈은 연정이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연정이가 정말 그녀의 손에 있고 막다른 길에 이른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그 시각 목란정원에서 여초연은 복도에서 누군가와 휴대폰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쪽의 깊은 밤과 달리 저쪽은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강하리는 다음 날 주해찬과 함께 B시로 갔다.비행기에서 막 내린 두 사람은 입국 게이트에서 정주현이 신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강하리 씨, 드디어 왔네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주해찬을 흘깃 쳐다보았다.주해찬은 무기력하게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었어. 계속 물어보니까 시간을 알려줄 수밖에.”정주현은 곧바로 불만을 터뜨렸다. “강하리 씨, B시로 오면 알려준다면서 이러는 건 아니죠!”강하리는 힘없이 웃었다.“가요.”그러던 중 정주현은 강하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걸 다시 한번 언급했지만 강하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정주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하리 씨, 그래도 우리 같이 일한 적이 있는데 이러면 대양그룹에 불만이 있는 것 같잖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정 회장님이 절 찾아오라고 시켰어요?”정주현은 부인하지 않았다.“영감탱이한테 불만 있는 건 아니죠? 지난번에 구정우 도와줘서 그래요?”강하리는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주현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7화

    구승훈의 주변에 우중충한 공기가 감돌았고 차가운 시선은 올곧게 주해찬에게 향했다.가까이 다가온 주해찬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구승훈은 조금도 피할 생각 없이 그대로 얻어맞은 뒤 이윽고 주해찬의 손목에 주먹을 내리쳤다.그 손이 조금 전 강하리의 입술에 닿았다. 구승훈은 그의 뼈를 부러뜨릴 기세로 달려들었다.주해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구승훈, 하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아? 병원에서 그 며칠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 네가 뭔데 계속해서 걔한테 상처를 줘, 네가 뭐라고 걔한테 그런 식으로 강요해!”강하리가 병원에서 지냈던 걸 언급하자 구승훈의 표정이 굳어졌다.당연히 그는 그녀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고 있었다.매일 의사가 진정제를 놓아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심한 우울증이었다.노민준이 그날 했던 말을 그는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이러면 언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있어. 이젠 살아갈 의욕을 완전히 잃었어.”구승훈의 몸이 경직되었지만 꿋꿋하게 받아쳤다.“주해찬 당신이 뭔데 나랑 하리 사이에 끼어들어?”주해찬은 입가에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아무리 그냥 선배라도 걔가 너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정말 그냥 선배가 되고 싶은 거야? 주해찬, 네 개수작을 모를 것 같아?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거잖아.”잠시 멈칫하던 주해찬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내가 아무리 이용하는 거라고 해도 억지로 강요하는 너보다 나아. 구승훈, 사람 존중하는 방법부터 배우고 다시 하리 앞에 나타나. 그전까지 넌 자격 없으니까.”주해찬은 말을 마치고 곧장 차 쪽으로 몸을 돌렸다.비를 맞으며 서 있던 구승훈은 한참이 지나서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자격이 없다고...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주해찬은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그는 입가를 가볍게 문지르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강하리는 주방에 약을 먹으러 가다가 비속에 서 있는 구승훈을 보게 될 줄은 몰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6화

    가서 팔찌를 가지고 백아영의 생일을 보낸 후 출국할 생각이었고 그 외 일은 지금 당장 처리할 기분이 아니었다.구승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손연지의 집 밑에 우산을 쓴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주해찬이었다.비 오는 밤, 가로등에 반사된 남자의 모습은 약간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무척 적극적이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렬한 불빛이 주해찬에게 비추자 뒤를 돌아본 그가 구승훈의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강하리를 발견했다.구승훈은 보지 못한 듯 강하리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검은 우산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며 주해찬의 낮은 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걱정돼서 보러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난 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그때 주해찬이 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리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구 대표님.”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가벼운 웃음을 내뱉으며 주해찬을 향해 시선을 들어 올렸다.“주해찬 씨가 뭐라고 저한테 감사 인사를 하는 거죠?”주해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하리의 선배로서요.”그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집에 가서 쉬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해찬이 우산을 들고 건물 쪽으로 따라나섰다.구승훈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서리가 낀 것 같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의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비를 맞으며 우산 아래서 두 사람의 어깨는 단단히 맞닿은 것 같았다.건물 입구에 다다랐을 때야 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했다.“선배, 나 혼자 올라가면 돼요.”주해찬의 시선이 강하리의 입술에 닿았다.입술이 어딘가 부딪힌 것처럼 살이 갈라져 있었다.갈 때는 괜찮았는데 돌아올 땐 입술이 찢어진 채로 왔다.구승훈에 대한 강하리의 쌀쌀맞은 태도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구승훈이 강요했어?”주해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하리는 몸이 굳어지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5화

    한편 여초연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도우미가 옆에서 옷을 걸쳐주었다.“사모님, 시간이 늦었는데 일찍 쉬세요.”여초연은 밖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옷을 두른 채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승훈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도우미는 얼굴을 찡그렸다.“잘 지내지 못해요. 강하리라는 여자가 우리 집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세요. 어르신까지 들여보냈는데 큰 도련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여자한테 홀딱 넘어간 게 틀림없어요.”여초연은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요. 승훈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 며느리니까.”도우미가 입술을 달싹였다.“그래도 구씨 집안이 그 여자 때문에 이 모양이 됐잖아요!”SH그룹이 합병되면서 구씨 집안은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도우미들의 일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작 여초연은 조금의 초조함도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큰 도련님도 그 여자 때문에 사모님께 화를 냈잖아요.”여초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우산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따라오지 마요.”그녀가 속삭이자 도우미는 즉시 발걸음을 멈췄다.비 내리는 어느 날 밤, 검은색 승용차가 구씨 집안 저택에서 시내 반대편 목란정원을 향해 유유히 달렸다.목란정원은 여초연이 소유한 정원인데 그녀는 때때로 며칠씩 이곳에 오곤 했다.구승재는 그녀를 따라 목란정원 입구까지 갔다가 차를 멈췄다.그는 목란정원의 출입구를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형의 지시로 구씨 저택에 머물면서 집안사람들을 돌보고 있었지만 사실은 여초연을 감시하는 것이었다.여초연의 차가 목란정원에 들어가는 것을 본 구승재는 휴대폰을 꺼내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요한 밤, 구승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하리의 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의 입술은 그녀의 귀에 닿은 상태였다.“전화 좀 받고 올게.”구승훈이 떠난 후 강하리 휴대폰도 울렸다.주해찬의 전화였다.“하리야, 비행기표 샀으니까 내일 데리러 갈게.”“그래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4화

    구승훈은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하리야, 넌 늘 그렇듯 매정하네.”강하리가 뒤돌아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휴대폰을 움켜잡았다.“딱 하룻밤만. 너 안 건드릴게, 응?”강하리의 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하리야, 내 소원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 네가 이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몰라. 여기가 우리 집이야.”강하리의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그래도 결국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너무도 분명한 그녀의 거절에 구승훈은 답답한 가슴에 고통이 밀려왔고 쓴웃음을 짓던 그는 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샤워하고 나오면 다시 데려다줄게.”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하리는 통화 중이었다.발걸음이 멈칫한 그는 통화 상대가 주해찬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선배, 전 괜찮아요.”“알았어, 항공편 예약해. 나도 같이 갈게.”강하리가 전화를 끊는데 구승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껴안고 고개를 숙여 입 맞추었다.“구승훈!” 강하리는 그의 키스에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구승훈은 점점 더 꽉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강하리의 턱을 잡고 깊숙이 파고들며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마치 화풀이나 비난하듯 키스를 퍼부었다.강하리는 벽에 단단히 밀려서 몸부림을 치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그녀가 다리를 들어 그의 아랫도리를 가격하려는데 구승훈이 먼저 그녀의 다리를 붙들었다.강하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구승훈의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힘의 격차로 인해 그녀는 반격할 방법이 없었다.강하리는 화가 나서 얼굴마저 하얗게 질렸고 구승훈은 실컷 헤집어놓은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리가 그의 뺨을 때렸고 이내 구승훈의 얼굴엔 손자국이 생겨났다.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키스로 인해 부어오른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하리야, 나 생각이 바뀌었어.”강하리가 멈칫했다.“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