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하리야, 미안해. 내가 참았어야 하는 건데.”병원 입구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손연지.저지르고 보니 후회막심인 손연지였다.송유라 혼자만 있었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송유라를 막 대하는 게 두려운 건 아니었다.그 독사 같은 여자한테 꼬투리가 잡힌 게 걱정이었다.자신에게든 강하리에게든 독니를 박을 구실을 만들어준 셈이 되니까.“나 생각해 줘서 그런 거 다 알아. 하지만 다신 그러지 마, 응?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유라’잖아.”강하리의 말에 손연지가 흠칫 몸을 떨었다.강하리에게 온갖 비인간적인 음모궤계를 퍼부은 송유라란 걸 너무나도 잘 아는지라,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나고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그런 손연지의 모습에 강하리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걱정 마. 네가 나 지켜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너 지켜줄 거야.”“미안해. 나 때문에.”“네가 뭐가 미안해. 오히려 미안한 건 나지. 걱정 말고 일찍 들어가서 쉬어.”“널 놔두고 어떻게 가.”송유라의 병실에 모여든 사람들, 그 사람들의 타깃은 누가 봐도 강하리였다.“괜찮아. 나는-.”바로 그때 그들 앞에 멈춰선 차 한 대.유리창이 내려갔고, 담배를 문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걱정 마. 구승훈이 있잖아.”딱 봐도 자신을 데리러 온 구승훈이었다.정말이지 엮이기가 싫지만, 앞서 한 약속에 묶인 몸이었다.“언제 돌아와?”손연지의 걱정스런 말투.“음, 엄마 돌봐드리느라 좀 늦을 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손연지는 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간병인 아줌마에게 꼭 귀띔해 줘라느니, 자기 전 문을 꼭 걸어 잠그라느니 부탁을 한가득 늘여놓으면서 떠났다.손연지가 떠나간 뒤, 강하리가 구승훈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CCTV 보러 가자.”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구승훈의 음성이었다.그제야 강하리는 구승훈이 언제 갈아입었는지, 말끔한 정장 차림이란 걸 발견했다.은은한 우드향 향수 냄새까지 풍
이 말을 들은 강하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만을 원한다면서 송유라를 놓칠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구승훈 씨, 한 사람만 원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구승훈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만 원하는 것이고 유일하다는 의미였다.강하리는 그가 지금까지 원했던 유일한 여자였다. 이건 무슨 일이 생겨도 바꿀 수 없었다. 그는 송유라를 원한 적도, 그녀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소중하게 대하는 건 단지 그 어린 시절의 작은 우정 때문이었다.그녀가 없었더라면 그가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좀 챙겨주는 것뿐이었다.“하리야, 나는 유라에게서 남녀 사이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강하리는 얼떨떨해졌다.남녀 사이의 정이 없었다고?“예전엔 연인이었잖아요.”구승훈의 눈빛에 냉기가 돌았다.“그때도 그저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어. 나는 유라에게 마음을 가진 적이 없어.”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쥐었다.그녀는 구승훈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몰랐다.하지만 그녀 눈에 보이는 건 바로 그가 송유라를 놓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그녀는 더 이상 구승훈과 이런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대표님, 연지가 오늘 송유라에게 물을 뿌리는 건 단지 너무 화가 난 것 때문이지만 송유라가 저지른 일을 보면 물을 맞아도 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발 송유라를 잘 챙기세요. 그리고 연지에게 불리한 일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구승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친구 성격이 보통이 아니네.”강하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그녀는 손연지대신에 변명을 몇 마디 해주었다.“연지는 성격이 불같지만 무리하게 소란을 피운 적은 없어요. 연지가 오늘 이렇게 한 이유는 대표님께서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단지 다른 사람이 그녀를 이용해서 저를 모함하기 때문이에요.”구승훈은 잠시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누군가가 손연지를 이용해 강하리를
연락처를 삭제한 그는 계속 강하리를 보고 있었다.강하리는 자신의 손을 빼며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전 신경 안 쓴다고 했어요.”구승훈이 웃으며 대답했다.“응,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냥 네 손을 빌렸을 뿐이야.”강하리는 입꼬리를 오므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정주현과 정양철을 만났다.정주현은 구승훈을 보고 말했다.“아이고, 구 대표님이 왜 여기 계세요? 구 대표님 첫사랑인 송유라 씨가 다쳤다고 들었는데 왜 보러 가시지 않고...”구승훈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 그는 강하리를 본 후 굳은 표정으로 정주현을 바라보았다.“소식이 빠르시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이 유라를 짝사랑하는 줄 알겠어요.”정주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제가 누구를 짝사랑하는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구승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 대표님을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정주현은 순간 이 남자의 뻔뻔함에 탄복했다.구승훈, 구 대표, 구 씨 집안의 권력자, 이 대단한 남자가 여기서 몇 마디로 질투까지 하다니.강하리는 두 사람의 말다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양철만 쳐다보았다.“정 이사님은 어디 아프세요?”정양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불편할 수밖에 없죠.”“방금 검사를 받았는데 큰 문제는 없고 모두 작은 병이래요.”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주현이 바로 옆에서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나이가 들수록 더 엄살이 심해서 그래요. 오늘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검사해 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정양철은 발을 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정주현은 웃으며 그를 피해 강하리에게 다가와 말했다.“저녁에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 상의할 일이 있어요.”강하리는 생각 하지도 않고 승낙했다.구승훈의 안색이 변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간단히 이야기하고 헤어졌다.강하리와 구승훈은 병원 보안실로 향했
하지만 그는 이 말을 강하리에게 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강하리는 또 자신이 송유라를 보호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누가 CCTV에 손을 댔나요?”강하리가 옆에서 물었다.구승훈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할게. 회복이 안 되더라도 은행 쪽에 물어보면 돼. 두 사람이 병원에서 은행으로 가는 길에 CCTV가 많이 있을 거야. 다 망가뜨렸을 리 없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위로 됐다.“고마워요.”구승훈은 웃더니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잡고 그녀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두 사람의 자세는 순식간에 애매해졌다.그의 호흡이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어떻게 감사해야 하지?”그가 나지막하게 물었다.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발을 밟았다.“이렇게요.”구승훈은 아파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리,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젠 됐다, 이거야?”“대표님께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강하리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그녀를 차로 끌고 가며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말하다가 가는 잠깐 멈칫했다.“걱정 마, 병원에 데려다주고 갈게. 유라를 보러 가지 않을 거야. 하리야, 나랑 유라는 정말...”송유라 얘기를 꺼내자 강하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설명할 필요 없어요.”어쩌면 구승훈이 말했듯이, 그는 송하리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그녀도 구승훈이 이제 송유라를 귀찮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송유라가 죽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그리고 송유라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언제든 송유라가 죽기 살기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그는 항상 나타날 것이었다.어쩌면 구승훈은 진심으로 강하리와 화해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송유라의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 자리는 아무도 흔들 수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구승훈도 그녀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설명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강하리가 고개를 들자 속이 메스꺼워 났다.안현우가 그녀 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하리 씨, 오랜만이네요.”강하리는 바로 그를 피해서 안으로 들어갔다.안현우는 다시 한번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강하리 씨, 제가 정말 그렇게 별로예요?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강하리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대표님, 잘 아시네요.”안현우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하지만 저는 오히려 하리 씨에게 관심이 있어요, 어떡하죠?”강하리는 구역질을 참으며 비켜섰다.“안 대표님은 정말 변함없이 재수 없으시네요.”안현우는 그녀가 얼마나 듣기 싫어하든지 개의치 않았다.여자는 성질이 강할수록 사람을 흥분시키기 때문이었다.강하리는 그의 모든 욕구를 일으키는 그런 여자였다.“하리 씨, 아직도 구승훈이 하리 씨랑 화해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강하리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갔다.안현우는 뒤에서 웃었다.“하리 씨도 봤겠지만, 비록 승훈이가 앞에서는 유라에게 심하게 대해도 결국 유라를 놓지 못해요. 유라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하리 씨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제3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강하리가 멈칫하면서 물었다.“안현우 씨, 재밌어요? 이렇게 도발하는 거.”“설마 송유라 씨가 다친 게 안현우 씨가 꾸민 건 아니겠죠? 송유라 씨랑 그렇게 친하신데 그녀를 위해서 이 정도는 하실 수 있잖아요?”안현우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입은 함부로 말하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강하리 씨, 말조심하세요.”강하리는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의 표정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안현우의 얼굴에는 옹졸함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안현우는 그녀의 시선 때문에 마음이 점점 조여왔다.안현수는 구승훈이 강하리를 위해 송유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원래 계획은 강하리가 구승훈을 떠난 후 틈을 타서 강하리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다.
“...”‘안예서 이 입방정!'그녀는 바로 구승훈을 피하며 말했다.“구 대표님 같은 운전기사를 제가 어떻게 감히...”구승훈은 얼른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붙잡았다.“공짜야.”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구승훈 씨, 한가하세요?”“응.”구승훈이 대답했다.그가 원하기만 하면 그 정도의 시간은 어떻게든 짜낼 수 있었다.기껏해야 밤에 잠을 좀 덜 잘 뿐이었다.강하리는 그를 노려보았다. 에비뉴의 업무가 얼마나 바쁜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당신이 운전기사를 해줄 필요도 없고 당신에게 어울리지도 않아요.”당당한 구씨 집안의 권력자가 그녀의 운전기사를 해준다니. 그녀는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받고 싶지 않았다.구승훈도 그녀가 거절할 것을 예상했다.“오늘 저녁은 내가 운전기사야. 그리고 나중에 내가 한 명 알아봐 줄게, 어때? 밖에서 찾지 말고. 믿을 만한지도 모르는데.”강하리는 아랫입술을 오므렸다.구승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그녀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밤은 내가 운전기사를 해주는 걸로.”그는 강하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녀를 끌고 차 쪽으로 갔다.식당에 도착하자 강하리가 내리려고 했다.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나도 밥 안 먹었어.”“...”“같이 먹자.”그의 말은 완전히 통보였다. 그녀에게 의견을 구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걸어갔다.정주현이 예약한 식당은 레스토랑이었다.입구에 도착한 강하리의 발걸음이 잠깐 멈추었다.“만약 마음에 안 드시면 먼저 가보셔도 돼요. 저는 택시를 타고 가면 되니까요.”구승훈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곧장 식당으로 들어갔다.강하리는 밖에서 몇 초 서 있다가 따라 들어갔다.구승훈을 보자마자 정주현은 얼굴에 싫다는 기색이 가득했다.“구 대표님은 지금 정말 한가하시네요. 다른 사람이 밥을 먹는데 얻어먹으러 오시다니, 구씨 집안이 파산한 줄 알겠어요.”구승훈은 냉소를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강하리의
정주현은 대사님을 찾아 개업식 날짜를 잡았고 다음 달 초로 정했다.강하리는 회사의 책임자로서 많은 일을 결정해야 했다.그녀는 정주현과 계속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구승훈은 두 손으로 팔짱을 끼고 옆에 앉아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대양 그룹은 북쪽 교외의 땅을 원하나요?”강하리가 멈칫했다.대양 그룹은 확실히 북쪽 교외의 그 땅을 원하지만 그 땅은 줄곧 최씨 가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최씨 가문은 김주한의 일 때문에 강하리와 불화가 있어서 지금 최씨 가문을 불러내려고 해도 만날 수 없었다.구승훈이 눈썹을 치켜올리고 강하리를 쳐다보았다.“하리야, 최씨 가문은 내가 약속 잡아줄 수 있어.”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 이번에는 어떤 조건을 원하십니까?”구승훈의 눈빛이 반짝였다.“앞으로 매일 드레싱을 도와주면 돼.”정주현은 속으로 구승훈을 진짜 짐승이라고 욕했다.그는 이미 대양 그룹의 현재 상황을 완전히 파악했을 것이었다. 강하리에게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그녀를 도와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도와주는 대신에 강하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 더 제시하는 것이었다.‘정말 뻔뻔하군.'이건 남이 급한 틈을 타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필요 없어요!”정주현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하지만 강하리가 잠시 후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정주현은 어리둥절해서 강하리를 노려보았다.“하리 씨, 우리도 굳이 그 땅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강하리가 웃으며 대꾸했다.“정주현 씨, 회사 업무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정주현은 그녀가 정양철과 서명한 그 도박 계약서의 존재를 몰랐다. 그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몰랐다.정주현이 울분을 토했다.구승훈은 오히려 그를 향해 눈웃음을 쳤다.강하리는 식사를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갔다.그녀는 가능한 한 정서원과 같이 있으려고 했다.구승훈은 강하리를 병원
강하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말할 수 없어요. 구승훈 씨, 우리 관계는 우리 엄마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잖아요.”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서 나를 완전히 지워버린 거야?”“말하시지 않는 게 안전하니까요. 조심히 돌아가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다만 그녀는 구승훈이 따라 들어올 줄은 몰랐다.강하리는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그녀는 목소리를 죽여서 말했다.“구승훈 씨, 뭐 하시는 거예요?”구승훈은 그녀를 무시한 채 정서원의 침대로 향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하리 친구입니다.”간병인이 옆에서 말했다.“하리 어머님, 승훈 씨는 우리 하리를 좋아하는 분이세요. 엄청 쫓아다녔어요.”정서원이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엄마, 저는 이 사람 마음에 안 들어요.”구승훈이 옆에서 웃었다.“지금 싫다고 나중에도 싫은 게 아니잖아요, 아주머니. 안 그래요?”정서원은 넋을 잃고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이미 구승훈을 밖으로 밀어냈다구승훈도 억지로 붙잡지 않고 강하리를 쳐다볼 뿐이었다.“하리야, 나중에는 아주머니 앞에 당당하게 나타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강하리는 얼떨떨해져서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구승훈을 떠나보내고 강하리는 그제서야 병실로 돌아왔다.그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구승훈에 대해 얘기 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서원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구, 구,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강하리의 코끝이 갑자기 찡해졌다. 그녀는 정서원이 구승훈을 기억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그 사람이에요.”정서원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강하리는 말을 잇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강하리는 병원에서 정서원과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안예서의 전화를 받았다.“운전기사님 찾았어요. 오늘 직접 데리러 가실 거예요.”그녀는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구승훈 씨는 아니죠?”안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