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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하, 하리야, 미안해. 내가 참았어야 하는 건데.”

병원 입구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손연지.

저지르고 보니 후회막심인 손연지였다.

송유라 혼자만 있었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송유라를 막 대하는 게 두려운 건 아니었다.

그 독사 같은 여자한테 꼬투리가 잡힌 게 걱정이었다.

자신에게든 강하리에게든 독니를 박을 구실을 만들어준 셈이 되니까.

“나 생각해 줘서 그런 거 다 알아. 하지만 다신 그러지 마, 응?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유라’잖아.”

강하리의 말에 손연지가 흠칫 몸을 떨었다.

강하리에게 온갖 비인간적인 음모궤계를 퍼부은 송유라란 걸 너무나도 잘 아는지라,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나고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그런 손연지의 모습에 강하리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 마. 네가 나 지켜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너 지켜줄 거야.”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뭐가 미안해. 오히려 미안한 건 나지. 걱정 말고 일찍 들어가서 쉬어.”

“널 놔두고 어떻게 가.”

송유라의 병실에 모여든 사람들, 그 사람들의 타깃은 누가 봐도 강하리였다.

“괜찮아. 나는-.”

바로 그때 그들 앞에 멈춰선 차 한 대.

유리창이 내려갔고, 담배를 문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걱정 마. 구승훈이 있잖아.”

딱 봐도 자신을 데리러 온 구승훈이었다.

정말이지 엮이기가 싫지만, 앞서 한 약속에 묶인 몸이었다.

“언제 돌아와?”

손연지의 걱정스런 말투.

“음, 엄마 돌봐드리느라 좀 늦을 수도 있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손연지는 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간병인 아줌마에게 꼭 귀띔해 줘라느니, 자기 전 문을 꼭 걸어 잠그라느니 부탁을 한가득 늘여놓으면서 떠났다.

손연지가 떠나간 뒤, 강하리가 구승훈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CCTV 보러 가자.”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구승훈의 음성이었다.

그제야 강하리는 구승훈이 언제 갈아입었는지, 말끔한 정장 차림이란 걸 발견했다.

은은한 우드향 향수 냄새까지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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