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과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장서연이 구치소에 잡혀갔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비웃었다.“그래서요? 장서연 씨, 내가 경고했었죠?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면 감옥에 갈 거라고.”“인터넷에 떠도는 건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에요.”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비웃음을 날렸다.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은 장서연의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서연이 그녀에게 저지른 잘못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이 사건은 송유라한테 가서 따져요. 결국 당신은 송유라 대신 누명을 쓴 거니까.”장서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송유라라는 세글자를 듣자마자 그녀의 얼굴에는 증오심이 번쩍였다.“강하리 씨, 우리 얘기 좀 해요.”강하리는 그녀를 밀어냈다.“미안한데 난 관심 없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장서연을 피해 길가로 걸어갔다.“강하리 씨, 난 당신이 어쩌다 유산했는지 알고 있어요.”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장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뭐라고요?”장서연의 얼굴에 순간 사나운 미소가 번쩍였다.“하리 씨가 아이를 유산한 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알고 있다고요.”강하리의 입술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침착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무슨 뜻이에요?”“설마 하리 씨가 유산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장서연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심지어 강하리의 불행을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강하리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유산이 사고였다고 생각했다.당시 그 팬이 강하리를 다치게 했을 때는 분명 누군가 일부러 사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산한 것은 그녀가 그 팬을 용서하지 않아 그 팬의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 그런 사고를 저지른 것인 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당신 말은 누군가가 나를 일부러 유산하게 만들었다는 말이에요?”장서연은 웃음을 터트렸다.“어때요? 이제 얘기 나눌 마음이 생겼어요?”강하리는 장서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양손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내
녹음을 끈 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핸드폰을 넣고 침착하게 택시를 탄 뒤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강하리는 그제야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장서연의 녹음을 다시 들었다.다 듣고 나니 가슴속에서 지울 수 없는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이가 이런 일로 유산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모두 송유라의 짓이었다.강하리는 핸드폰을 꽉 쥐고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웃고는 있었지만 웃음소리에 수많은 고통이 뒤섞여 있었다.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는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소리가 무거운 분위기를 깨트렸다.강하리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한 뒤 전화를 받았다. 손연지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하리야, 나 신정에 3일 동안 휴가받는데 우리 놀러 갈까? 나가서 좀 쉬고 오자.”강하리는 입꼬리를 내린 채 대답했다.“그래.”“너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우리 먼저 계획부터 세울까?”강하리는 문에 기대어 한참이 지난 뒤 대답했다.“난 어디든 좋으니까 네가 정해.”손연지가 멈칫했다. 그녀는 강하리의 목소리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구승훈 그 자식이 또 너 괴롭혀? 정말 개자식이네...”“연지야.”손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리가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 그때 유산한 거 다른 사람이 계획한 거래.”손연지가 멈칫했다.“뭐라고? 네가 그때 다른 사람이 밀었다고 하지 않았어?”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쉬며 오늘 장서연이 했던 말들을 손연지에게 말해주었다. 손연지는 다 들은 뒤 순간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네 말은 이 일을 송유라가 모두 계획한 거라고? 널 다치게 해서 유산하게 만든 것부터 시작해서 그 뒤에 인터넷에서 욕먹은 것까지 전부 다?”강하리는 마음속의 고통을 견디며 대답했다.“그런 것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렇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장서연의 말이 80퍼센트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쉬며 웃었다.“알겠어.”전화를 끊은 뒤 강하리는 아일랜드 식탁 앞에 앉았다.연성시의 올해 첫눈이 언제 내렸는지 알 수 없었다. 강하리는 창밖에서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졌다.구승훈이 정말로 알고 있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더라?하지만 마음속에서 또 다른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그가 몰랐다면? 그가 몰랐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그가 그녀를 도와줄까?그녀를 도와 그의 첫사랑이 그와 그녀의 아이를 죽였다는 증거를 찾아줄까?사실 그녀는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그의 이름에서 오랫동안 꼼짝하지 못한 채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용기도 없었고 자신감도 없었다.그녀는 구승훈이 오늘 밤 돌아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집스럽게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은 일분일초가 흐르고 있었다. 창밖에서 내리는 눈은 이미 얇게 바닥을 한층 덮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아파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희미한 빛 속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여전히 멋있고 준수한 외모였다. 살짝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위에 눈송이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늦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그의 검은색 코트를 감싸고 있었다.“왔어요?”강하리는 아주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구승훈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다가갔고 그제야 강하리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여전히 낮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조명도 켜지 않은 채 코트만 벗어 놓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왜 안 자고 있어?”그는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문질렀다. 어두운 불빛 속에서도 그녀의 작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비웃음을 터트렸다.“장서연이 너한테 한 말이야?”그는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고나서 무심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 여자의 말을 넌 믿는 거야?”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온몸에 짙은 한기를 감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분명 강하리의 말에 그는 기분이 나빠졌을 것이다.당연히 그녀는 장서연의 말을 모두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 문제를 알게 된 이상 결코 그저 이렇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마지막에 가서 함정이라는 게 밝혀져도 난 인정할 거예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구승훈은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입을 열었다.“강하리 꼭 이렇게 소란을 피워야겠어?”강하리는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눈가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구승훈 씨 난 단지 진실이 알고 싶을 뿐이에요.”구승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무심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진실을 알면 어떻게 할 건데? 네가 현실을 바꿀 수 있어?”강하리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에는 한줄기 억울함도 담겨 있었다. 그 아이는 분명 그의 아이기도 했다.그녀는 구승훈이 정말 냉혈한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구승훈 씨, 당신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구승훈은 고개를 숙이며 담배를 한 모금 깊숙이 빨아들이더니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이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의문을 품고 있었다.그 팬의 아버지가 아무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밀어버리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됐었다. 전에 경찰 조사에 협조하면서도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첫 반응은 아마도 직접 사과하고 합의를 이루려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 아닐까?하지만 직접 만났을 때 사과는커녕 바로 사람을 밀어버리는 행동
비록 한동안 계속 다툼이 있었다고 해도 대부분 침묵의 투쟁에 가까웠다.“강하리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아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군가 그 아이를 유산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그 아이를 태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야.”강하리는 앞에 있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구승훈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었다. 그 아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의 결말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미소가 눈물 속에서 유난히 눈부셨다.“당신이 아이를 낳는 걸 허락하진 않았겠죠. 하지만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과 나 두 사람뿐이에요. 당신의 그 개 같은 첫사랑이 아니라.”“구승훈 씨. 내가 돈 때문에 당신을 만난 건 사실이지만 난 누구에게도 빚진 적 없어요. 그런데 왜 당신의 첫사랑 앞에서 내가 계속 양보해야 하는 거예요? 내가 그 여자한테 빚진 거라도 있어요? 그 여자는 당신의 첫사랑이지 내 첫사랑은 아니에요. 그 여자한테 돌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당신이 직접 돌려줘요. 내가 왜 이런 수모를 받아야 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구승훈의 손을 쳐냈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비웃음을 날리더니 눈빛은 이미 무심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방금까지의 분노가 다 사라진 것 같았다.“그래, 그럼 말해 봐. 네가 송유라와 끝내지 않겠다면 네가 무슨 돈으로 유라를 상대할 건지? 네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유라와 싸우겠다는 거야? 강하리 내가 너한테 한 경고는 개나 줘버렸나 보지?”강하리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사실 이 말을 내뱉은 구승훈의 태도는 이미 확고했다. 그는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난 돈도 없고 능력도 없어요. 하지만 구승훈 씨 만약 내 아이를 정말 송유라가 유산하게 만든 거라면 난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송유라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구 대표님 또 첫사
강하리는 그의 한마디에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흰 이마에 푸른 핏줄이 튀어 나왔다.그녀는 구승훈의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신분을 똑바로 기억하라는 경고였고 그녀의 번복에 대한 분노였다.강하리는 눈가가 너무 아팠지만 참으며 눈을 치켜떴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그래요? 대표님의 아이가 고작 별장 두 채의 가치인가 보죠? 그건 정말... 가치가 없네요.”“강하리!”구승훈의 눈빛이 붉게 달아올랐다.“내가 계속 널 참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강하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구승훈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갑자기 그의 목에 팔을 걸고 키스했다. 심지어 그녀가 먼저 그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구승훈은 깜짝 놀라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으며 더 깊게 키스했다.그러나 이때 강하리가 갑자기 그를 다시 놓아주었다.“이게 대표님이 원하는 거예요?”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줄게요.”“어차피 당신이 날 돈 주고 산 건데. 나도 내 신분을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결국 내어줘야겠죠.”이어서 그녀는 또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미안해요. 내가 너무 제멋대로였어요. 앞으로는 돈 외에 다른 것에 관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않을게요. 어차피 우리 사이는 거래일 뿐이잖아요.”구승훈은 눈앞에 여자를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았다. 강하리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와 그녀의 사이는 한차례의 거래일 뿐이다. 하지만 구승훈은 이 말을 강하리의 입으로 직접 들을 줄은 몰랐다. 그는 손가락으로 붉어진 그녀의 눈가를 쓸어내리며 차가운 비웃음을 날린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사납게 베어 물었다.한 치의 자비도 없이 세게 물었고 강하리는 참았던 눈물을 전부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강하리는 몸부림도 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얌전하게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행동에도 구승훈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구승훈은 강하리가 이렇게 대충 넘어가려는 행동을 좋아하지 않
“더 세게 물어.”픽 웃으며 내뱉은 구승훈의 한마디에 강하리는 점점 더 세게 깨물었다. 두 사람은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불어닥친 사나운 비바람이 멎듯, 강하리가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남자의 옷차림은 여전히 깔끔하고 옷깃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깊숙하게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뿜었다.“아이 일은 내가 제대로 조사해 볼 거야. 네가 진실이 알고 싶다면 진실을 밝혀 줄게. 하지만 송유라와 관계된 일이라면 여전히 널 도와줄 수 없어.”침대에 누워있던 강하리는 자신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은 구승훈의 말에 쓴웃음을 삼켰다. 그녀는 이불을 그러쥐고 이 남자로 인해 출렁거리는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썼지만 마음이 꽁꽁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불을 끌어 올려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연말이 다가오자, 갑자기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구승훈은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아이 일에 대해 강하리는 다시 묻지 않았고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았다. 그가 진실을 밝혀주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그가 말하는 진실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막연하게 구승훈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어떤 일은 여전히 직접 알아보고 싶었던 강하리는 그 팬의 가족에게 연락도 시도해 보고 팬카페에서 실마리라도 찾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아쉽게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결국 고민 끝에 구승재에게 연락했다. 그가 자신을 도와줄지 말지는 미지수지만 지금 강하리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났던 사람 중에 유일하게 그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구승재와의 약속 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강하리는 휴대폰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안예서에게 업무를 지시한 뒤 빌딩을 내려갔다.공교롭게도 일 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송유라와 마주쳤다. 저번에 만났을 때와는 다르
송유라는 눈을 부릅뜨고 강하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녀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 강하리와 구승훈이 고작 거래 관계일 뿐이라는 것을.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결코 그럴 수가 없다. 구승훈은 점점 강하리를 신경 쓰고 있었고 이제는 그 정도가 심지어 자신에게 신경 쓰는 정도를 뛰어넘은 것 같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구승훈은 인터넷에 자기가 솔로라고 공표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녀가 커피를 뒤집어썼는데도 강하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고작 거래 관계란 말인가? 속을 만한 사람을 속여야지!게다가 강하리와 구승훈의 어릴 때 일만 해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하리는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구승훈은 그저 강하리와 거래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강하리는 분명 구승훈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송유라는 화가 치밀어 아드득 이를 갈며 강하리를 째려봤다.“그딴 말 내가 믿을 것 같아? 강하리, 내가 충고하는데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을 거야!”“송유라, 두 사람 곧 약혼할 거라며 굳이 나한테 이런 말 할 필요가 있어?”강하리는 픽 실소를 흘렸다.“축하해, 두 사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길 바랄게. 이제 만족해?”말을 마친 강하리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밖에 나온 그녀는 그제야 불안감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녀가 3년이나 따라온 남자인데, 몇 년이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남자인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그저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기 위한 방패막이일 뿐이다.그렇다고 구승훈이 약혼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그녀가 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물어볼 수 있는 신분조차 아닌데 말이다.깊은숨을 들이마신 강하리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뒤로하고 돌아서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그녀를 본 승재가 반갑게 손을 흔들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강 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