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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예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아무도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현승은 상반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지만, 하반신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법이었다. 이토록 큰 사고에도 그는 목숨을 부지했다.

강현숙은 현승의 하반신이 멀쩡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태연하게 그에게 성형수술 일정을 잡아 주었다.

한 달 후, 현승은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와 동시에 언니인 하윤진은 또다시 임신했다.

이에 강현숙은 몹시 기뻐했다. 사실 현승의 성기능이 좋지 않았기에, 강현숙은 그를 위해 여러 여자를 찾아 나섰다.

심지어 해외 대리모까지 알아봤지만, 강현숙은 그런 대리모들이 깨끗하지 않다고 여겼다. 언니처럼 네 아이를 임신한 여자는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강현숙의 기쁨 덕분에 나는 언니와 함께 정씨 집안에서 주최하는 자선 만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이토록 악랄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자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모습이라니.

강현숙의 속셈은 뻔했다. 나와 언니는 그녀의 명목상 양녀로서 자선 행사에 참여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이런 행사에 나옴으로써 사람들이 정씨 집안이 자선 활동에 진지하게 힘쓰고 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었다.

두 달 후, 자선 만찬 당일이 되자, 현승과 강현숙은 화려한 복장을 차려입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무대에 올라, 빈곤층을 위해 해 온 기부 활동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는 언니와 함께 그저 상품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서 있었다. 그때, 한 기자가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오더니 큰 소리로 현승에게 물었다.

“정현승 씨,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마약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이 소문에 대해 해명해 주시겠어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내가 순식간에 술렁거렸다. 현승은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 모르겠지만, 허튼소리 하지 마시죠!”

그러나 그 기자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기자는 헤드라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다.

“제보를 해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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