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제발 살려주세요. 다신 도망치지 않을게요.”

그 말을 듣자, 정현승은 서예지를 거칠게 한 대 더 후려쳤다.

“이 천한 년이, 잘 먹이고 잘 입혀 주는 걸 놔두고 굳이 스스로 고생길을 택하다니.”

그는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나무 몽둥이를 다시 들어 올려 예지의 다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예지의 다리뼈는 부러져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현승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더욱 세게 구타했다. 그렇게 한참을 때린 뒤,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옆에 주저앉았다.

그때, 그 예지가 나를 향해 기어 왔다. 얼굴에는 피가 뒤범벅되어 있었고, 힘없이 중얼거렸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현승이 다가왔다. 그는 예지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며 나를 보며 비웃었다.

“뭐야, 너도 도망가고 싶은 거야?”

힘을 주자 뒤룩뒤룩 살이 찐 현승의 볼살이 미세하게 떨렸다. 얼굴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예지는 몇 주 전 새로 끌려온 여자였다. 끌려온 뒤로 계속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쳤던 그녀였는데, 이번에도 아마 도망치려다 다시 붙잡혀 온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요, 제가 이렇게 어리석을 리가요.”

“난 이미 당신의 사람이니까, 당신이 말하는 대로 따를 거예요.”

언니는 집을 떠나기 전 나에게 당부했다. 절대로 현승을 자극하지 말라고.

현승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내 앞에서 가시에 뒤덮인 나무 몽둥이를 집어 들고, 예지의 등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쳤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 내 얼굴에까지 닿았고, 그 온기가 느껴졌다.

현승은 여전히 나를 보며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다리를 끌어안은 채 온몸을 떨며 두려움에 떠는 척 연기했다. 그러자 현승은 내 반응에 만족한 듯했다.

그런데 현승은 갑자기 흥미를 느낀 듯 예지의 옷을 벗기고 자기 바지를 내렸다. 여자의 울부짖음 따위는 개의치 않고 강제로 예지를 탐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승이 그 짓을 하는 모습을 냉정하게 지켜보면서, 혐오감만이 나의 몸을 지배하는 기분이 들었다.

소란이 워낙 컸던 탓인지, 결국 밖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렸나 보다. 강현숙이 올라와 상황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대신 차분히 말했다.

“조심해. 잘못하다 죽기라도 하면, 들인 돈이 아깝잖아.”

이에 현승은 비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손주를 안겨 드릴 테니까.”

강현숙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갔다. 문까지 조심스럽게 닫아 주고 나서였다.

현승은 다시 예지를 범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래에 깔린 예지의 눈에는 이미 절망만이 가득했다.

이곳의 여자들은 세 가지로 나뉜다. 입양된 여자, 돈 주고 사 온 여자, 그리고 자발적으로 들어온 여자.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 집에서 여성은 그저 출산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는커녕, 가축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강현숙은 모든 일을 깨끗하게 처리했고, 그들이 A시에서 갖는 지위는 이런 일을 은폐하기에 충분했다.

현승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강현숙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태반을 즐겨 먹는 강현숙과, 성욕에 굶주린 정현승. 이 집은 이미 여자들에겐 지옥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집에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현승은 또다시 언니의 방으로 갔다. 나는 문밖에서 절망에 잠긴 채, 문틈으로 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언니는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서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 현승은 언니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언니에게 빠져든 모습이었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