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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은채는 고개를 돌려 태윤을 바라보았다.

이혼을 제기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넌 내가 이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

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변호사니까 잘 알고 있겠지. 만약 유죄를 선고받으면 난 감옥에 가야 해...”

“증거가 있었으니 난 법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

“아니, 너는 오세아 말만 믿고 나를 믿지 않았어.”

은채는 그가 자신을 믿지 않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세아가 더 중요했기에, 태오는 차라리 은채를 감옥에 보내려 했을지도 모른다.

“집에 가자.”

태윤은 계단을 내려가며 걸음을 옮겼다.

은채는 큰 외투를 움켜잡고 차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마치 칼로 베는 듯했다.

차에 타고 난 후,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차분히 앉아 있었다.

집에 도착했지만, 태윤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은채가 내린 후 그는 차를 다시 돌려 떠났다.

은채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윤은 아마도 세아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집에 돌아온 은채는 먼저 이혼 서류를 작성한 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태윤이 새로 구매한 400평이 되는 저택이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물건이 많지 않아 큰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

태윤은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에 은채는 늘 집을 깔끔하게 정리했었다. 그녀의 물건을 모두 치우자 집에는 거의 그녀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고, 4년 동안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던 결혼반지를 손끝으로 쓸어내며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반지를 빼낸 후 서류와 함께 태윤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은채는 집에서 나온 일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이 알게 되면, 걱정과 잔소리가 끊이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하영지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었기에, 친구에게 갈 수는 없었기에 결국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따르릉-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영지가 걸어온 전화인 걸 확인한 은채는 전화를 받아 귀에 대며 말했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어? 내가 증언하러 갈까?]

은채는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경력이 텅 빈 것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학력 외에는 아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이미 끝났어.”

[서태윤이 널 믿어 줬어?]

영지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하긴 오세아 그 년이 너보다 중요할 리가 없잖아...]

“나 이혼할 거야.”

영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지금 어디야? 바로 그쪽으로 갈게.]

은채가 호텔 주소를 보내자 영지는 금세 도착했다.

문을 열자, 영지는 문 옆에 기댄 채 빨간색 원피스와 검은색 긴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들어와서 이야기해.”

은채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영지는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여기서 지내는 거야?”

“잠시.”

은채가 대답했다.

은채는 물 한 잔을 따라 영지에게 건넸다.

“서태윤이 나를 믿어주지 않았어. 이 결혼을 계속할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내가 이혼을 제기했어. 곧 내게 준비한 이혼 서류를 보게 될 거야.”

영지는 잠시 말없이 은채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사실...”

“이렇게 끝내는 게 아쉬운 거지?”

은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난 기회를 줬지만 서태윤이 기회를 놓친 거야.”

영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나는 이제 직장을 구할 생각이야.”

은채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나를 위해 살 때가 된 거지.”

4년 동안 버린 변호사 꿈을 다시 되찾을 기회다.

이제 누구도 은채의 꿈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영지는 은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혼 축하해. 내가 한 턱 쏠게!”

영지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마침 은채의 기분도 엉망이었다. 영지는 분명 은채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의도로 말한 것이었다.

“한잔할까?”

“잠깐만,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영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예쁘게 입어.”

은채는 캐리어를 열었지만 예쁜 옷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평소 집에서 집안일을 하며 태윤의 생활을 돌보느라 항상 마트와 시장을 돌아다녔기에 평소 편안한 옷만 입고 다녔다.

“지금 쇼핑하러 갈까?”

은채가 영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영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이혼 수속은 하지 않았지? 그럼 그놈의 카드를 확 긁어버려! 지금부터는 전부 널 위한 것들을 사는 거야!”

“그래!”

“그럼 가자.”

영지가 은채의 손을 잡고 호텔을 나섰다.

모두 오늘 재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결과가 이미 정해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임경수와 몇몇 친구들은 태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만나기로 했다.

태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정확히 알아본 결과, 경찰은 이미 사건을 접수했고 세아가 저지른 것은 명확히 범죄였다.

“어쩌면 형수님께서 늘 집에 있어서 심심했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경수가 위로하려 했다.

방 안에는 답답한 공기가 감돌았다.

소이훈이 분위기를 봐가며 말했다.

“참, 세아는 어디 있어?”

이훈은 태윤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태윤아, 너무 우울해하진 마. 그래도 작은 형수님이 옆에 있잖아...”

펑!

‘작은 형수님’이라는 말이 태윤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갑자기 던져버렸다.

순간, 방 안은 조용해졌다.

경수는 은채의 일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태윤을 위로하려 했다.

“태윤아, 형수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 다 이해해. 그 불법 물품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잖아? 어차피 처벌을 받아도 몇 년밖에 되지 않을 거고, 네 곁엔 세아도 있잖아...”

“그만 말해!”

태윤은 안 그래도 답답하고 화가 난 상태였다. 그들이 계속해서 세아를 이야기하자,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했다.

세아는 그를 속였고, 그건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거였다.

은채는 이 문제로 그에게 이혼을 제안했기에 태윤의 기분은 엉망이었다.

태윤은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는 거야?”

경수가 깜짝 놀라 물었다.

태윤은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친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내 앞에서 오세아 이름조차 꺼내지 마. 안 그러면 가만 안 둘 거야.”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남아 있던 친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주위에 앉아 있던 주한결이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경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알 게 뭐야.”

태윤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엔 그가 집 문을 열면 은채는 항상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그를 맞이하며, 신발을 챙기고 옷을 벗겨주며 세심하게 돌봐주었다.

그러나 오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안은 너무도 고요했고, 은채는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하지 않았다.

태윤은 어색함을 느끼며 외투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피곤한 듯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은채야, 나 피곤해.”

태윤이 이렇게 한마디만 하면, 은채는 항상 그의 옆에 앉아 전문적인 손길로 안마를 해주며 피로를 풀어주었다.

그러나 은채는 나타나지 않았고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고은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태윤은 방 안을 돌아다니며 은채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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