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유현과 은채는 매우 친밀한 동작을 보이고 있었다. 한결은 미간을 찌푸리며 더 이상 식사할 기분이 없었다. 은채는 팔을 빼냈다. 유현은 손이 공중에 멈추자 아무렇지 않게 손을 다시 내렸다. 식당에 들어간 후, 1층에는 자리가 없었기에 은채와 유현은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다. “혹시 가리는 음식이 있나요?” 은채가 물었다. 유현은 짧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없습니다.” “맛은 담백한 게 좋나요, 아니면 매운 거나 달콤한 거...” “담백한 것.” 유현은 매우 간결하고 다소 차가운 방식으로 대답했다. 은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가 이렇게 차가운 성격이라면, 그의 아내나 여자친구는 어떤 기분일까?‘서 변호사님 같은 사람과 같이 살면 분명 엄청 지루하겠지?’ 은채는 자신이 좋아하는 담백한 요리를 몇 가지 주문했다. 이 집의 탕수육은 맛있지만, 다소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은채는 탕수육을 하나 주문했다. 또한, 감자탕을 하나 더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분위기는 꽤 어색했다. 은채는 일부러 대화를 시도했다. “혹시, 하준석 교수님과 잘 아는 사이에요?” 유현은 짧게 대답했다. “네.” 은채는 잠시 놀랐다. 하준석에게서 유현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님은 이미 결혼하셨죠?” 은채는 묻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좀 사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어색해졌다. 은채는 머리를 긁적였다. “왜 제가 결혼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유현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운 듯 물었다. 은채는 조심스럽게 그를 쳐다봤다. “그 결혼할 나이신 것 같아서요.” 유현의 눈썹을 찡긋거렸다. “제가 나이가 들어 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에요.” 은채는 급히 해명했다. “서 변호사님은 아직 젊지만, 보통 남자들이
은채는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주한결?” 은채는 한결이 자신에게 연락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조금 놀랐다. “무슨 일이야?” 한결은 길가에 서서 은채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내일 내 생일인데, 올 거야?] 은채가 고개를 돌리면, 바로 뒤에 있는 한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은채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간다면, 분명 서태윤을 만나게 될 것이다.그러나 은채는 한결과 매우 친한 사이였다.은채, 태윤과 한결은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었고, 사실 은채는 한결과 더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 “그래.” 결국 은채는 동의했다. [그럼, 늘 만나던 곳에서 만나.] 한결이 말했다. “응.” ...퇴근 후, 은채는 선물을 고르고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택시를 타고 매번 친구들이 생일마다 가던 춘화원으로 갔다. 방 문 앞에 도착하고 문을 열려던 순간, 안에서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소이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윤아, 너 형수님과의 결혼 3주년 날에 세아와 몸을 섞었던 거지? 그날 형수님이 취했을 때, 세아랑 함께 지하 주차장...” “하하, 나도 기억나. 세아는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다리를 떨었는데. 형수님이 하도 취해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지. 참, 세아는 그날 처음이었던 거야?”임경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채는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태윤이 바람 핀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듣게 되자 정말 역겨울 뿐이었다. 그녀는 서태윤이 자기 눈앞에서 이렇게 추악한 일을 했을 줄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태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당연히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다.7년, 7년 동안 쌓아온 감정이 한순간에 헛된 것처럼 느껴졌다. 7년간의 사랑과 헌신은 개에게 밥을 주는 것만도 못했다. 개에게 7년간 밥을 주면 적어도 주인을 알아보며 꼬리를 흔들겠지만 서태윤은? 은채는 가슴이 아팠다. 그건 서태윤이 신경 쓰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눈이 멀었던 것에
은채는 망설임 없이 떠났다. 태윤은 갑자기 한결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 “왜 날 막은 거야?”쨍그랑! 한결은 뒤로 비틀거리면서 넘어졌고, 테이블을 붙잡으며 주위의 그릇과 술잔들을 깨뜨렸다. 경수와 이훈은 급히 나서서 태윤을 말렸다. “태윤아, 한결이도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 둘 다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싸우면 결국 모두 상처받게 될 거야.” 한결은 서둘러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너희 둘 다 놔둬. 날 때리고 싶다면 어디 한번 때려봐.” 태윤은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 정말 고은채를 좋아하나 보네.” 한결은 은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한 번 기회를 놓쳤으니 이번에는 더 이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결이가 일부러 은채를 초대한 이유는 바로 태윤과 결판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래, 나는 은채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너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좋아했었지.” 한결은 마음속에 숨겨놓았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마치 오랜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경수와 이훈은 충격을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태윤도 잠시 놀랐다. 한결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하게 됐어. 그때는 너무 겁이 나서 고백도 못 했고, 나중에 용기를 내려고 했을 때, 은채는 이미 너랑 사귀고 있었어. 나는 너희 둘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어. 너희가 결혼할 때도 진심으로 축복했었어. 나는 친구로서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한 거라고 생각했어.” 태윤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한결은 비웃으며 말했다. “은채는 너랑 결혼한 뒤, 너를 위해 자신의 사업을 포기하고 온전히 네 삶을 돌보며, 네 일을 지원해 주었어. 반면 넌 성공하고 나니까 다른 여자랑 만나기 시작했잖아?” 태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경수와 이훈을
이에 한결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남자는 서로의 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한결은 힘겹게 소리쳤다. “서태윤, 그거 알아? 네가 오세아와 썸 타기 시작한 그날부터, 나는 네가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 나는 그저 은채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 처음부터 나는 은채가 불법 물품에 손을 대리라고는 믿지 않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네가 정말로 은채가 아니라 오세아를 믿을 정도로 어리석은지 보고 싶었어. 결과적으로, 너는 정말 어리석게도 오세아를 믿었지.”“나는 네가 은채를 감옥에 보낸 후, 은채가 너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게 되면 직접 구해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너랑 내가 모두 은채를 과소평가한 거지. 은채가 법정에서 반격을 시작한 순간부터, 네게 마음을 완전히 닫은 거야. 네가 은채의 사랑을 조금씩 짓밟아 버린 거야...” “X발, 네가 은채를 몰래 좋아했으니 네가 세아에 대해 모두 말해준 거 아니야?” “정신 좀 차려!”한결이 화를 내며 외쳤다. “난 네가 생각하는 만큼 비열하지 않아. 은채가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너와 오세아가 바람핀 걸 몰랐을 리가 없잖아! 내가 너더러 오세아랑 만나라고 강요한 거야? 네가 스스로 그 여자와 몸을 섞었던 거잖아!”한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내가 강요했다고 치자. 그럼 내가 네 것을 강제로 오세아한테 밀어넣기까지 했겠어? 모두 네가 혼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벌인 짓이잖아!”태윤의 이마에 핏줄이 부풀어 오르며 마치 터질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한결을 죽여버리려 했다. 경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이를 꽉 깨물고 술병을 들어 태윤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태윤은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경수는 한결을 향해 소리쳤다. “너 왜 이렇게 서태윤을 자극한 거야! 정말 죽기라도 할 생각이야?” “이훈아, 얼른 와서 도와줘!” 경수가 급히 외쳤다. “그, 그래!” 이훈은 그제
영지는 슬쩍 다가가 태윤의 상태를 확인했다. 의사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외상이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영지는 매우 실망스러운 듯 혀를 찼다.“아쉽네.”그리고 은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가 봤는데 죽진 않았어.]은채는 메시지를 보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지막 술잔을 비운 후, 계산을 하고 바를 나섰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바 안에서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은채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예쁜 데다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은채를 보자 그들은 앙심을 품었다. 은채가 바를 나선 뒤, 그들은 은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은채는 길가에 서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9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길거리의 가로등 아래서 그녀는 둥글게 퍼져 나가는 빛에 휩싸였다. 그녀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었다.아직 시간이 이른 편이었지만, 은채가 서 있는 곳은 바 뒤편의 골목이라 매우 한적했다. 마침 택시도 쉽게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은채는 어쩌면 스스로 집에 돌아가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지야, 나 좀 취했어, 와서 나 좀 데려가...” 은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은채야? 은채야!” 영지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급히 은채의 이름을 불렀다. 은채는 눈을 크게 뜨며 당황했다. 그 순간, 그녀는 유현의 말이 떠올랐다. 유현은 그녀에게 언제나 침착하라고 했었다. ‘그래, 당황하면 안 돼. 당황할수록 일이 더 뒤틀릴 거야.’‘법정에서도, 위험에 처했을 때도...’ 은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빠르게 생각했다. 그녀는 뒤에서 접근한 남자의 발을 밟았다.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손을 놓자 은채는 팔꿈치로 힘껏 밀쳐서 남자를 완전히 떼어놓고 재빨리 거리로 달려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젠장.”은채의 입을 막고
은채는 영지가 그렇게 빨리 와줘서 정말 감동되었다. 마치 죽을 뻔한 위기에서 살아난 기분이었다. “영지야, 고마워.” “우리 사이에 당연한걸.”영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앞을 쳐다보며 덧붙였다. “근데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않아?”은채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결국 남자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니, 조금 창피한 기분이었다. 은채는 앞을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피하며 말했다. “기 변호사님, 고마워요.” “별말씀을요.”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고 담담했다. 차는 얼마간 달린 후 호텔에 도착했다. 영지와 은채는 차에서 내렸다. 영지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요.” 유현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은채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진정되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 유현의 눈빛이 조금 깊어지더니 그저 간단히 인사를 마친 뒤 떠났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유현이 떠난 것을 본 영지는 은채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너, 기유현이 누군지 알아?”“알지.” 은채가 대답했다. “국내 8대 로펌 중 선두인 JD로펌 소속의 톱 변호사잖아.”“아니, 아니, 아니, 변호사는 가장 눈에 평범한 신분일 뿐이야.” 영지는 은채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신비롭게 말했다. “사실은 J시...” “영지야.” 은채는 몸을 살짝 떼며 영지의 입을 막았다. 유현의 배경에 대해 더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채는 유현의 가족사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눈앞의 일들을 잘 처리하고 싶을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서 하준석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자신이 어려울 때, 이렇게 유현이라는 엄청난 변호사를 소개해주며 길잡이가 되어준 것에 대해 하루빨리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만약 은채가 여전히 7년 전처럼 고마운 줄 모른 채 막무가내로 나섰다면 그녀의 인생은 끝났을 것이다. 영지는 은채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아차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방에 들
한결은 은채를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은채는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 그녀는 재빨리 입을 막았다. “주한결, 너 머리가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은채는 믿을 수 없었다. 한결이가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들은 항상 좋은 친구였는데,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앞으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것만 같았다. “내가 서태윤과 결혼해서 억울함을 많이 당했다는 걸 알아주는 마음은 알지만, 이런 방식으로 나를 위로해줄 필요는 없어.” 은채는 일부러 한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말했다. 그녀는 남녀 관계로 인한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은채는 그저 한결과는 친구로만 지낼 생각이었다. 그녀는 태윤과 방금 이혼한 상태였기에, 다시 빠르게 다른 감정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남자를 믿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은채는 더 이상 사랑은커녕 결혼조차도 믿을 수 없다. “나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은채는 한결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식당을 빠르게 나갔다. 로펌에 들어서자, 은채는 유현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은채는 걸음을 늦추며 유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아직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지 않았다.“집 구했어요?” 유현이 묻자 은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로펌 근처의 집을 구했어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유현이 먼저 걸어 들어갔고, 은채는 그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은채는 구석에 서서 유현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유현은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의 빛을 대부분 가리고 있었다. 그는 하얀 셔츠를 바지에 넣고, 검은색 벨트를 차고 탄탄한 엉덩이와 길고 탄력 있는 다리가 그의 남성적인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따르릉-은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녀는 급히 머리를 숙여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머니, 이제 좀 그만 말하세요. 전 지금 환자이니 휴식이 필요해요. 그리고 제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은채는 이미 태윤에게 아이를 가지자고 여러 번 말했었다. 그러나 태윤은 아직 젊으니 벌써 부모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은채는 분명 강여정에게 적지 않게 시달렸을 것이다.“그렇게 잘해주다가는 언젠가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날뛸지도 몰라. 너는 도대체 왜 고은채를 좋아하는 거야? 집안이 가난한 데다가, 부모는 그냥 평범한 노동자야. 그래, 학력은 괜찮지만, 그게 너한테 뭐 도움이 돼?” “어차피 집에서 네 옷이나 빨고, 밥이나 해주는 것 빼고 뭘 할 수 있어? 어차피 애 하나도 못 낳잖아. 그때 기씨 가문의 아가씨가 널 마음에 들어 했을 때 엄마 말 듣고 결혼했으면 너한테도 엄청 도움이 되었을 거야.” “기씨 가문은 모두가 알다시피 엄청 부유한 데다가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네가 그때 기씨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했다면, 네 아버지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됐을 거야. 우리 서씨 가문이 잘 나가긴 히지만, 기씨 가문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나와 네 아빠는 아들이 너 하나뿐이야. 넌 언젠가 가문의 기업들을 물려받아야 할 거고, 네 아내는 반드시 좋은 집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해. 모든 분야에서의 좋은 인맥을 가진 여자만이 진짜 훌륭한 내조야. 알겠어?” 강여정은 은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태윤은 은채가 결혼한 후로, 부모와 점점 멀어졌다. 결혼하고 나서 두 사람은 부모와 따로 살았기에, 강여정은 은채가 일부러 그녀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태윤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강여정을 무례하게 대할 수도 없었기에 애써 참으면서 말했다. “어머니, 전 휴식이 필요해요. 그러니 이만 가주세요.” 강여정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그래, 어차피 네 쓸모없는 아내가 돌봐줄 테니까, 내가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