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채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유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은채는 코트를 고쳐 입었다. 아마 지하 주차장이 너무 넓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던 것 같다. 은채는 머리를 움츠리며 출구로 걸어갔다. 위로 올라가니 더 추워졌다. 은채는 다시 로펌으로 돌아갔다. 1층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절판된 좋은 책들이라고 했다. 은채는 그 책들을 보러 가기로 했다. 책을 읽자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사무실의 불이 자동으로 켜졌다. 따르릉-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은채는 영지가 걸어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와, 밥 사줄게.] “왜 이렇게 패기가 넘치는 거야?”[응, 재벌들은 다 이렇게 말하지 않나?] 은채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소는?” [충청로 32번지.]“알겠어.” 은채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30분만 기다려.” “오케이.” 은채는 전화를 끊은 뒤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닫았고 불은 자동으로 꺼졌다. 이곳에는 감지 센서 불이 설치되어 있었다. 은채는 택시를 타고 충청로로 향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영지 옆에 한결이 앉아 있었다. 은채는 발걸음을 멈췄다. 영지는 은채를 발견하고, 바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며 웃었다.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 모르는 사이는 아니잖아?”은채는 눈살을 찌푸리며 영지를 옆으로 끌고 갔다. “왜 미리 말 안 했어?”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왜 굳이 미리 말해야 돼?” 영지는 은채를 자리에 안내했다.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번 은채가 급히 떠났을 때, 그는 은채가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만약 그가 직접 은채를 초대했다면, 은채는 아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지에게 부탁해 은채를 불러냈다. 은채는 거부감을 느꼈다. 영지는 은채의 귀에 속삭이며 조용히
한결은 영지가 이런 말을 꺼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한결을 도와주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태윤을 화나게 만들고 싶었다. 사실 한결은 영지의 목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오직 은채의 마음이었다.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은채를 쳐다보며 말했다. “은채야, 나한테 제발 기회를 줘. 나는 서태윤처럼 네 마음을 아프기 하지 않을 거야. 널 위해서라면 목숨도 줄 수 있어.”예전의 은채라면 이런 말을 들으면 아마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한 번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에, 이제 다시는 남자를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결의 마음에 상처를 주겠지만 은채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결아, 나는 이제 이혼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어. 내가 왜 이혼했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나는 아직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없어. 미안해.”한결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서두른 걸 수도 있어. 기회를 잡고 싶어서 네 마음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진 말아줘. 네 마음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한 번만 기회를 줘.” 영지는 은채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군가는 이혼하자마자 소개팅을 하는데, 뭘 그렇게 머뭇거리는 거야?” 은채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놈은 인간도 아닌데, 내가 왜 같은 짓을 하겠어?” 영지는 말문이 막혔다. 한결도 말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편, 태윤은 기수연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전혀 입맛이 없었다. 그는 가끔 은채 쪽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참았다. 그러자 수연이 은채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아는 사이에요?” 태윤은 조용히 수연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수연은 태윤보다 한 살 어렸지만, 귀여운 얼굴 덕분에 나이보다 훨씬 어
‘왜 이용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지?”한결은 은채의 생각을 알아챈 듯 말했다. “이용당한 건 나야.” 은채는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 “한결아...” “이용당했다 해도 상관없어.” 한결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밝혔다. 은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는 언제나 내 좋은 친구야.” 이 말은 그의 마음을 거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한결의 눈빛은 어두워지더니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태윤은 길가에 서서 은채가 한결의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지는 길가에 서서 그에게 중지를 내밀었다. 태윤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수연을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서윤은 허리를 굽혀 차에 올라탔다. 태윤은 한결의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태윤의 표정은 차갑고 침울했다. 운전대를 쥐고 있던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돋아났다. 수연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태윤은 표정을 고치며 대답했다. 그는 최대한 운전에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은채의 모습이 가득했다.‘진짜 주한결의 차에 오르다니.’기씨 저택은 J시의 산장에 위치해 있었다. 산장 전체는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앞에는 물이 둘러싸고 있었고, 뒤에는 산이 막고 있어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이 집은 기씨 가문의 선조가 큰 공을 들여 만든 집이라고 한다. 산장 자체가 기씨 가문의 소유로, 산 위에는 그들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에 100년 이상 자리를 잡고 살았다. 기씨 가문이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풍수지리가 실제로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일지도 모른다. 차로 산에 오르자, 도로는 넓고 잘 정비되어 있었고 양옆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산장은 매우 넓었다. 중앙의 본관과 서쪽의 별채가 연결된 구조로, 뒤쪽에는 전통적인 건물이 삼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삼각형 안에는
한결은 마치 승인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술 살게.” “안 가.” 한결은 거절했다. 태윤은 계속 말했다. “어차피 난 고은채랑 이혼했으니까, 좋아하면 얼마든지 노력해 봐. 다만, 네가 고은채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마지막 말에는 꽤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은채가 한결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태윤의 불쾌한 기분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날은 내가 좀 심했어.” 태윤이 먼저 화해를 하려 했다. 한결은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었고 태윤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형제 같은 관계였다. “네가 말했어. 노력해도 된다고.” 그도 줄곧 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한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날의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한결은 태윤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래.” 태윤이 대답했다. 한결은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그날 일은 없었던 일로 해. 술 마시러 가자.”한결은 태윤의 차에 올라탔다.두 사람은 자주 가던 스타코스트로 갔다. 가는 동안, 한결은 경수와 이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경수와 이훈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한결은 웃으며 말했다. “빠르기도 하네.” 경수는 미소를 지었다. 태윤이 함께 있는 것을 본 두 사람은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들은 태윤과 한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 또 싸우려는 건 아니지?”“좋은 술 두 병 가져와, 계산은 서태윤이 할 거야. 지난번엔 내가 배상을 했었거든.” 한결이 말했다. 태윤은 외투를 벗고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수는 이훈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두 사람 화해한 건가?” 이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내가 가서 술 가져올게.” 경수가 말했다. 이훈가 덧붙였다. “가
은채가 법정에 서게 된 날 눈이 많이 내렸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총 7년의 시간 동안 은채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오세아의 한 마디에 은채는 법정에 서게 되었다. 판사는 은채의 금지품 소지 혐의 사건에 대해 진술했다. “이번 달 23일, 서문대로에서의 음주 단속 중 고은채 씨가 운전한 차량에서 불법물품이 발견되어 오늘 피의자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원고 측, 진술하십시오.” 태윤이 일어섰다. 그는 키가 크고 검은 정장을 입은 모습이 단정하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실망과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11월 23일, 고은채 씨는 차량 번호 88더 8610의 흰색 차량을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고은채 씨가 운전한 차량에서 5그램의 불법물품이 발견되었습니다. 고은채 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세아 씨가 전화를 걸어 스타코스트에서 취한 채로 있는 남편, 서태윤 씨를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오세아 씨는 고은채 씨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은채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혐오하는 감정이 들어있었다. “11월 23일, 고은채 씨의 남편인 전 스타코스트에 가지 않았고, 오세아 씨도 당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 왜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이건 명확한 증거가 있는 범죄 사실입니다. 피고는 유죄를 인정하십니까?” ‘유죄를 인정하십니까?’는 마치 벼락처럼 은채를 강타하여 정신이 혼미해졌다. 은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태윤을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확인하자 남아 있던 마지막 힘마저 빠져나갔고 목에서는 핏빛의 단내가 올라왔다. 서태윤이 국내 최상위 로펌 소속의 톱 변호사가 된 이후, 이렇게 자신에게 칼을 겨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은채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눈물은 끊임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6년 전, 은채와 태윤은 모두 로스쿨의 수재였다. 그들은 사귄 지 1년이 되
은채는 고개를 돌려 태윤을 바라보았다. 이혼을 제기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넌 내가 이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 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변호사니까 잘 알고 있겠지. 만약 유죄를 선고받으면 난 감옥에 가야 해...” “증거가 있었으니 난 법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 “아니, 너는 오세아 말만 믿고 나를 믿지 않았어.” 은채는 그가 자신을 믿지 않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어쩌면 세아가 더 중요했기에, 태오는 차라리 은채를 감옥에 보내려 했을지도 모른다. “집에 가자.” 태윤은 계단을 내려가며 걸음을 옮겼다. 은채는 큰 외투를 움켜잡고 차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마치 칼로 베는 듯했다. 차에 타고 난 후,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차분히 앉아 있었다.집에 도착했지만, 태윤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은채가 내린 후 그는 차를 다시 돌려 떠났다. 은채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윤은 아마도 세아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집에 돌아온 은채는 먼저 이혼 서류를 작성한 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태윤이 새로 구매한 400평이 되는 저택이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물건이 많지 않아 큰 캐리어 하나면 충분했다. 태윤은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에 은채는 늘 집을 깔끔하게 정리했었다. 그녀의 물건을 모두 치우자 집에는 거의 그녀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고, 4년 동안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던 결혼반지를 손끝으로 쓸어내며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반지를 빼낸 후 서류와 함께 태윤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은채는 집에서 나온 일을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이 알게 되면, 걱정과 잔소리가 끊이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하영지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었기에, 친구에게 갈 수는 없었기에 결국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따르릉-
주방에 은채의 바쁜 뒷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방 안에도 아무도 없었다.태윤은 핸드폰을 꺼내 은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화면을 열자 카드 사용 내역이 가득 차 있었다. 평소에 핸드폰을 항상 무음 모드로 해 놓는 태윤은 하나하나 내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신현은행]11/29 15:17 일시불 6,100,000원 결제 11/29 15:39 일시불 12,000,000원 결제 11/29 16:10 일시불 4,250,000원 결제 11/29 16:21 일시불 16,540,000원 결제 11/29 16:42 일시불 9,280,000원 결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소비 내역에 태윤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은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태윤은 이마를 더욱 세게 찌푸렸다.돈이 아까운 건 아니었다. 은채가 지금 옆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속을 허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태윤은 답답함에 넥타이를 풀어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여전히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을 하려고 했다. 서재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놓인 이혼 서류와 결혼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반지는 은채가 4년 동안 한 번도 빼지 않았던 것이었다.태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다시 은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은채는 영지와 함께 바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기에 전화 벨소리를 못 들었다.다음 날,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걸 발견했다.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숙취에 두통을 느꼈다.이쯤 되면 태윤은 이미 이혼 서류를 봤을 터였다. 그래서 은채는 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윤이 바로 전화를 받자 은채는 조금 놀랐다. 예전의 태윤은 너무 바빠서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가끔은 아예 받지 않곤 했었다. ‘이번엔 빨리 받네.’“어제 어디 갔냐?” 태윤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추궁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과거의 은채는 그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빠졌다면 항상 달래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금
은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아요.” “이건 고은채 씨에게 배송된 퀵입니다.” 퀵 서비스 기사가 서명지를 건넸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은채는 서명지를 받아서 서명하고 다시 기사에게 돌려줬다. 기사는 그녀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은채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문을 닫았다. 서류 봉투를 열어보니, 그녀가 작성한 이혼 서류에 태윤이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찡긋거린 뒤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켰다. 태윤이 서명한 것은, 재산 분할에 동의했다는 뜻이었다. 재산 분할은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은채의 주민등록증이 필요했고, 그녀는 이미 복사본을 준비해 놓았다. 또한 은행 카드 정보와 펀드 계좌를 열었고, 위임장을 작성했다. 위임장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개인적으로 출석하기 불편해서 태윤을 그녀의 이혼 변호사로 위임하여 이혼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은채는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해 서류 봉투에 담고, 퀵 서비스 기사를 불러 태윤의 로펌에 배송했다. ... 태윤은 로펌에 도착해 사무실에 앉았다. 그때 로펌의 유선호 변호사가 퀵 서비스 기사를 데리고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현재 세아가 체포되어 있었기에 태윤에게는 잠시 비서가 없었다. “고은채 씨께서 보낸 퀵 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기사가 말했다. 태윤은 서명한 뒤 서류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서류를 펼쳐 보았다.‘정말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가?’ 그런데 위임장을 보자 태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날 이혼 변호사로 위임해? 직접 출석하기 불편하다고?’‘정말 웃기네.’‘그래!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태윤은 여전히 은채가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태윤은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은채가 늘 너무 사랑해준 탓에, 태윤은 은채의 사랑을 끝없이 매몰아쳐도 된다고 착각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랑은 정말 사라질 수 있었다.태윤은 사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