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은채가 법정에 서게 된 날 눈이 많이 내렸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총 7년의 시간 동안 은채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오세아의 한 마디에 은채는 법정에 서게 되었다.

판사는 은채의 금지품 소지 혐의 사건에 대해 진술했다.

“이번 달 23일, 서문대로에서의 음주 단속 중 고은채 씨가 운전한 차량에서 불법물품이 발견되어 오늘 피의자 소환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원고 측, 진술하십시오.”

태윤이 일어섰다. 그는 키가 크고 검은 정장을 입은 모습이 단정하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실망과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11월 23일, 고은채 씨는 차량 번호 88더 8610의 흰색 차량을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고은채 씨가 운전한 차량에서 5그램의 불법물품이 발견되었습니다. 고은채 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세아 씨가 전화를 걸어 스타코스트에서 취한 채로 있는 남편, 서태윤 씨를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오세아 씨는 고은채 씨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태윤은 차가운 표정으로 은채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혐오하는 감정이 들어있었다.

“11월 23일, 고은채 씨의 남편인 전 스타코스트에 가지 않았고, 오세아 씨도 당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는데 왜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이건 명확한 증거가 있는 범죄 사실입니다. 피고는 유죄를 인정하십니까?”

‘유죄를 인정하십니까?’는 마치 벼락처럼 은채를 강타하여 정신이 혼미해졌다.

은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태윤을 쳐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확인하자 남아 있던 마지막 힘마저 빠져나갔고 목에서는 핏빛의 단내가 올라왔다.

서태윤이 국내 최상위 로펌 소속의 톱 변호사가 된 이후, 이렇게 자신에게 칼을 겨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은채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눈물은 끊임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6년 전, 은채와 태윤은 모두 로스쿨의 수재였다. 그들은 사귄 지 1년이 되었고 감정이 매우 깊었다. 때마침 지도교수가 두 사람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안했다.

은채와 태윤은 모두 이 기회를 잡을 만큼 훌륭했으나 자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은채는 태윤이가 그 기회를 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경쟁에서 물러났다. 지금까지 태윤은 은채가 경쟁 날 일부러 아프다고 꾀를 부렸던 것을 모르고 있다.

태윤이 합격한 후 기뻐하는 모습에 은채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2년 후, 태윤은 학업을 마치고 은채에게 청혼했다. 그때 은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캠퍼스에서 결혼식까지 그들의 사랑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결혼 후, 은채는 자신의 변호사 꿈을 포기하고, 태윤의 훌륭한 내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태윤이가 일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함께 해결책을 찾아 주었고, 그가 힘들고 지친 날에는 맛있는 반찬들을 준비해 주었다.

결혼 1년 후, 태윤의 사업이 안정되고 명성이 높아지자 그의 곁에 비서가 생겼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오세아는 젊고 예쁘며 순수한 소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태윤은 일 외에도 세아를 자주 데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모임에서 은채는 태윤의 친구들이 세아를 ‘작은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순간, 은채는 배신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겉으로 사실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여전히 태윤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태윤은 국내 최상위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었고, 업계의 톱 변호사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세아와 더욱 가까워지며 자주 함께 다녔고,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반면 본처인 은채는 모두의 놀림거리가 되었지만, 은채는 그에게 반박할 용기조차 잃어버렸다. 왜냐하면 은채는 그저 가정 주부일 뿐이라 태윤을 둘러싸고 도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채의 세계에는 오직 태윤 한 사람밖에 없었다.

은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7년간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경멸과 불신은 은채를 끝내 무너뜨렸다.

그녀는 태윤의 눈에서 마치 광대처럼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은채의 마음은 완전히 짓밟히고 말았다. 그녀는 일어서며 힘차게 말했다.

“아니요. 전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판사가 말했다.

“피고는 무죄 사실을 증명할 새로운 증거라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은채는 스마트워치를 꺼냈다.

세아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는 스마트워치로 세아와 대화하고 있었다.

은채의 스마트워치에는 자동 녹음 기능이 있었다.

따라서 은채의 핸드폰이 ‘우연히’ 잃어버린 후, 이것이 세아가 23일 밤 9시경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음을 증명할 유일한 증거였다. 대화의 녹음도 명확히 녹음되었다.

[은채 언니, 서 변이 술에 취했는데 오셔서 좀 데려가 주세요. 지금 스타코스트에 있어요.]

“별관에 가려면 서문대로를 지나야 하는데, 그날 마침 음주 단속이 있었어요. 그러니 오세아 씨가 저를 일부러 그곳으로 유인한 것 아닌가요?”

은채는 차분하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흔들림 없이 말했다.

“게다가 누군가 일부로 제 차에 불법물품을 넣은 증거가 있습니다.”

은채는 10월에 태윤을 찾으러 갔을 때 차를 로펌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했었다. 그날, 한 여자가 그녀의 차 문을 열어 안에 무언가를 넣었다.

주차장의 CCTV는 은채의 차에 불법물품을 넣은 사람이 세아라는 것을 똑똑히 찍었다.

은채는 태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더 이상 사랑이 담긴 눈빛이 아닌,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서 변호사님, 제 차 키는 총 두 개입니다. 하나는 여기 있고, 하나는 당신이 가지고 계신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제 차 키를 다른 사람에게 주신 적이 있습니까?”

태윤은 관중석에 있는 세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아는 당황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하려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때 판사가 외쳤다.

“정숙 하십시오.”

세아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야 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태윤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정말 제가 그런게...”

냉철하고 공격력이 강한 걸로 유명한 서태윤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그는 세아처럼 순수한 소녀가 거짓말을 하고, 그의 곁에 있는 기회를 이용해 그의 차 키를 빼앗을 줄은 몰랐다.

태윤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은채를 쳐다보았다.

“제가 제공한 이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세아 씨가 왜 거짓말을 했고, 왜 몰래 제 차 문을 열었는지, 그 물법물품은 어디서 온건지 모두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은채가 힘차게 말했다. 명확한 증거를 제공했기에, 결국 은채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고, 세아는 구속되어 조사받게 되었다.

법원을 나서자, 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모든 것이 은백색으로 덮여 있었다.

고개를 들자 은채는 눈송이가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증거가 있었으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태윤이 어느새 은채의 곁에 다가와 서 있었다.

은채의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고, 눈송이가 손바닥에 떨어지자 곧 물방울로 변해버렸다.

“내가 말하면, 믿어줄 거야?”

은채는 수없이 억울하다고 설명했지만, 태윤의 태도는 늘 한결같았다.

“세아 씨가 거짓말을 하겠어?”

태윤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은채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인 은채보다 남을 더 믿고 있었다.

은채가 증거를 미리 꺼내지 않은 이유는 태윤을 아직 조금이나마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그가 자신을 벼랑끝으로 몰아내지 않을 거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결국 은채의 예상과 반대였다.

태윤은 정말로 세아의 말을 믿고 그녀를 감옥으로 보내려 했다.

“서태윤, 우리 이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