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그동안 고분고분한 모습에 익숙해진 정현수는 말대꾸하는 민아리를 보자 심기가 불편했다.

“착하던 아리는 어디 갔지? 설마 그동안 연기한 거야?”

민아리는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나는 그렇다 쳐도 오빠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유부남 주제에 몸종이라도 바라는 건가? 꿈 깨요.”

정현수는 대뜸 그녀의 뺨을 갈겼다.

“내 돈을 신나서 쓸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유부남 소리를 운운해? 즐길 만큼 즐기고 나니 고상한 척이라도 하는 거야? 남자에게 놀아나서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년이 남편에게 찬밥 신세 당하니까 다시 날 찾아온 거잖아. 옛날에 연애할 때 일찌감치 맛보았더라면 지금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텐데.”

민아리는 따귀를 맞아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고 증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설령 아내의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궁상맞은 건 여전하네요. 돈만 아니었다면 오빠 같은 남자를 취급할 생각도 없었죠. 이제 새로운 쩐주가 생겼으니까 이참에 관계를 끊어요.”

말을 마치고 나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

정현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벽에 밀쳤다.

“천한 년 따위가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나한테 농락당하면 몰라도 골탕 먹이려는 순간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설마 사람을 죽이고 우리 집 뒷마당에 묻은 걸 까먹은 거야? 만약 내가 신고라도 한다면 넌 끝장이라고.”

안면박대하는 정현수를 보자 민아리도 질세라 대들었다.

“물론 내가 살인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오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소지혜는 나무상자에 갇혔을 때 이미 죽었죠. 심지어 시체는 제가 대신 치워줬거든요? 뒷마당 큰 나무 밑에 묻어두었는데 설마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나도 오빠의 약점을 잡고 있으니까 앞으로 깍듯하게 모셔요.”

그러고 나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찰나의 당황함을 끝으로 정현수는 그녀를 묶어두고 심신 양면으로 모욕감을 줬다.

게다가 동영상까지 찍어 옴짝달싹 못하게 발목을 붙잡았다.

“감히 날 신고하면 같이 망할 줄 알아.”

나는 옆에서 손뼉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