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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정현수와 민아리만 커다란 룸 안에 남아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오빠, 지혜 언니가 진짜 죽은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한테 화가 난 듯싶은데...”

민아리는 하얀 벽에 쓰인 ‘핏빛’ 글씨를 보며 제 발 저린 얼굴로 말했다.

나는 냉소를 지었다.

“내 생사에 대해 너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시체까지 직접 묻고 어디서 모른척하는 거지?”

그러나 정현수는 귀신 따위 믿지 않았다.

이내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쓰인 글씨를 손으로 만지더니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런 눈속임에 넘어갈 것 같아? 피가 아니라 생크림이야. 나쁜 년 같으니라고, 네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사람을 매수한 게 틀림없어. 차라리 죽어서 다행이야. 어차피 살아 있어봤자 우리한테 방해가 될 뿐이니까.”

정현수가 노발대발하며 허공에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곧바로 그의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형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고 나중에는 바들바들 떨기까지 했다.

이를 본 민아리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자의 품에 안기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만약 언니가 정말 죽었다면 두렵지는 않아요?”

정현수는 센 척하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어. 똥은 무서워서 피하나 더워서 피하지.”

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남편으로서 정말 가관이었다. 아내의 돈으로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모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

그리고 다시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자 그는 소름이 돋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민아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남자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오빠,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

정현수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아니야. 누가 입김이라도 부는지 갑자기 목이 시린 느낌이 들어서...”

민아리는 아연실색하며 그의 품에 안긴 채 몸을 웅크리더니 비명을 질렀다.

“지금 겁주는 거죠? 무섭게 그러지 마요.”

그제야 무서운 건가?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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