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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비서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결국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아까만 해도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네요.”

정현수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동문서답과 마찬가지잖아. 당장 찾으러 가.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그 천한 년을 붙잡아 와.”

비서는 서둘러 대답하며 능청맞게 사람을 불러 함께 수색하러 나섰다.

나는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주먹으로 가슴만 내리쳤다.

이내 욕실에 있는 풍선을 창밖으로 내밀고 뒷마당 쪽으로 던졌다.

그리고 안간힘을 써서 입김을 불어 넣었다.

정현수는 민아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안 곳곳을 화려하게 꾸몄다.

따라서 욕실에 풍선이 있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하실과 뒷마당은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하실은 나를 감금하고 처벌하는 데 사용되었고, 뒷마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난삼아 했던 말도 있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뒷마당에 묻어줘. 항상 곁에서 묵묵히 지켜줄 테니까.”

결국 농담 한마디에 정현수는 뒷마당에 가기를 더더욱 꺼렸다.

게다가 사람을 시켜 울타리를 치게 하고 가끔 청소하러 다니는 가정부가 출입할 수 있도록 작은 문만 열어두었다.

오늘 마침 뒷마당 쪽으로 바람이 불었기에 풍선도 자연스럽게 날아갔다.

풍선을 바라보는 정현수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질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뒷마당을 좋아하더니 설마 외간 남자를 끌어들인 건 아니겠지?”

말을 마치고 나서 저벅저벅 걸어갔다.

나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목숨까지 잃은 사람한테 모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

정현수가 큰 나무 아래에 도착했을 때 민아리를 포함한 세 사람은 이미 내 시체를 감쪽같이 묻어버렸다.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는 황급히 도구를 챙겨 뒷문으로 도망쳤다.

민아리가 뒤돌아서서 본채로 돌아가려던 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정현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리야, 여긴 웬일이야?”

정현수는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채 방금 갈아엎은 듯한 구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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