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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복수는 얼음처럼 차갑게
작가: 고슴도치

제1화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방에 여전히 시체 냄새가 진동했다.

내가 죽은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방문이 열렸다.

갑작스럽게 풍겨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민아리는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틀어막았다.

“냄새가 왜 이렇게 고약하죠?”

술에 취한 정현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소지혜 그년한테 꼭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게.”

민아리의 눈빛이 의기양양했지만 겉으로는 거절하는 척했다.

“오빠, 괜찮아요. 지혜 언니도 일부러 날 차에 가둬두려고 한 게 아니었잖아요. 아마도 깜빡하고 문을 잠가서 그런 사달이 났나 봐요. 지금은 멀쩡하니까 굳이 나 때문에 언니랑 싸우지 마세요.”

정현수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아니야, 소지혜라면 일부러 그랬을 가능성이 커. 너한테만 신경 쓰니까 질투한 거지. 만약 내가 제때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죽었을 지도 몰라.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으니 괜히 포장해주려고 하지 마.”

민아리는 입을 틀어막고 연신 헛구역질했다.

방에 악취가 너무 심해 입구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 오빠가 알아서 해요. 아니면 가볍게 언질만 좀 주든가. 전 일단 거실로 돌아갈 테니까 둘이서 잘 얘기해 봐요.”

말을 마치고 나서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정현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기다리고 있어. 소지혜를 데리고 가서 너한테 사과시킬게.”

나는 냉소를 지었고 며칠 동안 갇혀 있던 영혼이 갑자기 상자 밖으로 튀어나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미 목숨까지 잃은 사람인데 설마 시체라도 끌고 가서 사과시킬 셈인가?

나무 상자의 못을 뜯어낸 그는 뚜껑을 열고 확인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단지 발로 상자를 세게 걷어찼을 뿐이다.

“반성 좀 했어? 잘못한 거 알았으면 얼른 나와서 아리한테 사과해. 30분 줄 테니까 냄새 안 나게 깨끗이 씻고 옷 갈아입어. 1초라도 늦으면 계속 안에 갇혀 있을 줄 알아. 다시 못으로 상자를 박아놓을 거야!”

말을 마치고 홀연히 방을 나서더니 다시 사랑하는 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갔다.

30분 후, 민아리는 뾰로통한 얼굴로 정현수에게 애교를 부렸다.

“지혜 언니 왜 이렇게 늦어요? 아직도 우리한테 화가 났나? 오늘은 다름 아닌 내 생일인데 지혜 언니가 진심으로 축복해줬으면 좋겠어요.”

손목시계를 흘긋 쳐다본 정현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옆에 있던 비서한테 말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고 와.”

비서는 황급히 대답하고 지하실로 뛰어갔다.

이내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자 비참하게 죽은 내 모습을 목격하더니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공포에 질린 채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정현수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왜? 꼴에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 거야? 우리 아리의 시간만 낭비하는 거잖아.”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목격한 장면을 설명해주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방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시체도 부패하기 시작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은 민아리의 생일이고, 정현수는 축하 파티를 열어 그녀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마치 그녀가 이 집의 안주인처럼 말이다.

반면, 나는 지하실에서 질식사했다.

민아리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서둘러 해명했다.

“비서님이 술에 취해 장난으로 겁을 준 거야.”

“농담치고는 재미가 없는데?”

비록 그녀의 변명에도 사람들은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어두운 안색으로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식겁하는 비서의 모습은 도무지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현수는 민아리의 생일에 내가 분위기를 망쳤다고 생각하는지 버럭 화를 냈다.

“질투심 많은 여자가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자기 목숨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 사람인데, 지난번에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멀쩡했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오줌도 마시고 피까지 빨아먹는 독한 년이야. 이번에 며칠 가둬놨으니 아마도 똑같은 수법으로 본인이 싼 똥까지 먹었을 테니까 악취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비서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니면 대표님께서 직접 가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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