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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내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민아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차피 나를 보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서둘러 뒷마당에서 내 시신을 묻을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민아리가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 밑에 묻어. 얼른 착수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삽을 꺼내더니 재빨리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도구까지 준비한 것을 보아하니 애초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싶었다.

만약 내가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민아리처럼 악독한 여자의 손에 생매장당했을지도 모른다.

30분도 채 안 되어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고, 남자들은 나를 들어 던져넣고 다시 흙으로 덮으려고 했다.

이때, 정현수의 비서가 갑자기 뛰어오더니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넋을 잃었다.

“지금 뭐 하는 거죠? 만약 대표님께서 아시면 분명 화를 내실 거예요.”

민아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미 죽었는데 어떡해요? 난 현수 오빠를 도와주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을 뿐이죠. 그렇다고 자수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현수 오빠가 감옥에 가면 당신도 끝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비서님도 참여한 셈인데 과연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서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려다보았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이내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 단지 대표님의 지시에 따라 도구를 구해줬는데 사모님이 돌아가신 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민아리는 그를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세뇌하기 시작했다.

“비서님은 현수 오빠 대신 도구를 구해주고, 게다가 사정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죠. 지하실에 사람을 가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뻔한데 모른 척 가담한 게 누구죠? 그런데도 경찰이 비서님의 결백을 믿어줄 거로 생각해요?”

비서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망연자실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민아리는 그 틈을 타서 협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괜히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기 싫으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지켜요. 고액 연봉 일자리를 잃고 나서 다시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일 테니까.”

결국 비서는 그녀에게 설득당했다.

“여기 나타나지 않았던 거로 할게요.”

그리고 떠나기 전에 한마디 보탰다.

“얼른 마무리해요. 대표님께서 찾으세요.”

민아리는 대충 둘러댔다.

“알았어요. 소지혜가 씻는 걸 도와주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라고 얘기해줘요.”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로 돌아가서 정현수에게 전달해주었다.

그의 말에 정현수는 버럭 화를 냈다.

“뭐? 질투심이 많은 것도 모자라 본인이 샤워하는데 감히 아리한테 시중까지 들라고 해?”

비서는 제 발 저린 나머지 식은땀을 연신 닦았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기 위해 애를 썼다.

“사모님께서 다치신 바람에 거동이 불편하셔서...”

정현수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지 커졌다.

“다치기는 무슨! 연기 아니야? 감금된 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다쳐? 어디 다쳤는데? 팔다리가 부러져서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야?”

나는 옆에서 냉소를 지었다.

“고작 팔다리뿐이겠어? 이미 목숨까지 잃었다고. 바보 같은 놈, 얼른 마당에 나가 봐. 아니면 내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말을 마치고 나서 정현수의 목덜미에 입김을 연신 불었다.

정현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내 손을 뻗어 목덜미를 만졌지만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었다.

결국 화만 더 돋우는 꼴이 되어 그는 분풀이 대상이 시급했다.

“대체 거동이 얼마나 불편하지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감히 아리에게 시중을 들게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그리고 욕실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비서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지금은 대표님을 뵙기 불편한 상황입니다!”

“뭐가 불편한데? 설마 소지혜 그년이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거야?”

말을 마치고 정현수는 발걸음을 재촉해 욕실로 뛰어가다시피 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안은 텅텅 비었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노발대발하며 비서에게 물었다.

“아무도 없잖아? 사실대로 얘기해. 아니면 큰코다칠 줄 알아.”

비서는 안절부절못하며 뒷마당을 힐끔거렸다.

나는 비서의 뒤에 서서 입김을 불며 발만 동동 굴렀다.

“빌어먹을 놈! 얼른 얘기하라고! 조금 있다가는 시체가 묻혀서 감쪽같이 사라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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