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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굿바이 쓰레기: Kabanata 191 - Kabanata 200

206 Kabanata

제191화

비록 아주 약한 슬픔이었지만 그 감정은 남설아가 가까스로 쌓아 올린 단단한 마음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남설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더 이상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곳을 떠나려 돌아섰다. 하지만 막 고개를 돌린 순간 두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둘은 술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렸고 얼굴에는 탐욕스럽고 음흉한 웃음이 가득했다.남설아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가방 안에 있던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냈다.“당신들, 뭐 하자는 거예요?”“뭐 하긴? 하하, 남자가 여자를 봤는데 뭘 하겠어?”“아가씨, 꽤 예쁘네.”두 남자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낄낄 웃었다. 그 웃음은 듣는 이의 소름을 돋게 만들 만큼 야비하고 불쾌했다.남설아는 이들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자 강한 혐오감이 올라왔다. 하여 주저하지 않고 스프레이를 꺼내 정면으로 뿌려버리고는 반응을 볼 틈도 없이 등을 돌려 전속력으로 달렸다.하지만 몇 발자국 채 뛰지 못해 누군가의 단단한 가슴팍에 세게 부딪쳤다. 그런데 상대는 밀쳐내는 대신 오히려 그녀를 품 안에 안아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뒤따라오던 남자 하나를 발로 거세게 걷어찼다.“꺼져.”그 목소리 남설아는 꿈에서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선명했다.고개를 들자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그 음침한 눈빛이 마주했다.남설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송우민의 품에서 벗어나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우민 씨 덕분이에요.”“내가 너보다 한 살 어리거든? 굳이 우민 씨라고 안 불러도 돼.”송우민이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잘생긴 얼굴인데 눈빛이 지나치게 날카롭고 음울해서 원래의 부드러운 인상이 깨져버렸다. 오히려 보는 사람의 속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그런 그를 바라보며 남설아는 다소 민망하게 말했다.“근데 우민이라고 부르면 좀 이상하잖아요...”“그냥 송우민이라고 불러.”송우민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낮에는 간신히 목숨 부지하더니 밤엔 이런 데까지 나올 여유가 생겼네? 멘탈이 내 생각보다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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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호텔에 돌아온 후, 강연찬은 망설임 없이 곧장 남설아의 방으로 들어왔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남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그 사람 누구야?”“송우민이야.”“오늘 나 그 사람한테 납치당했어. 그러다 협력하게 된 거고 그게 다야.”남설아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말하는 남설아의 모습에 강연찬은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송우민은 정말 위험한 인물이야. 될 수 있으면 멀리해야 해.”“그건 당연히 나도 알아. 근데 지금은 멀어지려 해도 이미 늦은 것 같아. 그 사람은 절대 날 놓아주지 않을 거야.”“선배가 나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거 알아. 우리 목표도 같다는 것도 알아. 근데 우리는 가는 길이 달라.”남설아는 예전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연찬의 맞은편에 서서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선배, 미안해. 앞으로 우린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아.”그 말에 강연찬은 심장이 쿡쿡 쑤시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 내 잘못인 거 알아. 그때 내가 다시 선택할 수 있었다면 너 혼자 두고 떠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야.”그 시절의 기억은 사실 남설아에게도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하지만 다시 만나고 나니 그 시절의 감정들이 마치 파도처럼 마음속을 뒤덮었다.그렇지만 파도는 결국엔 밀려 나간다. 언제나처럼 잠시뿐인 감정이었다.그녀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의 한 시절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남설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선배, 그때 선배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잘못된 사람을 선택한 건 나였지. 근데 걱정 마, 이제는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할 거야.”그녀는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더니 고개를 돌려 강연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나는 여전히 배씨 가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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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천주 쪽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고 남설아는 아직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았다.배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남설아는 신경 쓰지 않았고 바로 항공권을 예매해 돌아갈 준비를 했다.한편, 배서준은 몇 장의 사진을 전달받았다.사진 속에는 남설아와 강연찬이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남설아가 강연찬을 배웅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손에 들린 사진을 꽉 움켜쥔 채 배서준은 이를 악물었다.지금껏 남설아를 마음에 둔 적도, 눈에 넣은 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지금 법적으로 배씨 가문 사모님이었다. 이런 행동은 명백히 부적절했다.게다가 이건 그를 정면으로 모욕하는 짓이었다.“서준아, 왜 그래?”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의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 그의 소매를 살며시 당겼다.“이제 우리도 짐 싸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우연히 배서준 손에 들린 사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이, 이게 뭐야? 이건... 남 팀장이랑 강 대표님? 왜 저 사람들이 같이 호텔에 간 거야?”“닥쳐.”배서준은 사진을 전부 걷어 들이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서유라를 노려봤다.배서준에게 있어 이 일은 말 그대로 치욕이었다.절대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되는 일이었고 그 대상이 서유라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서유라는 놀란 얼굴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연신 사과했다.“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그녀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뺨을 세게 내리쳤다.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배서준은 얼른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됐어, 됐어. 너한테 뭐라 한 거 아니야. 잘못한 거 없어. 넌 아무 잘못 없어, 알았지?”“서준아... 나 뭐든 다 할게. 제발... 날 버리지 마. 부탁이야.”서유라는 울먹이며 배서준의 팔에 매달렸고 이내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배서준이 가장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이렇게 절대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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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지금 뭐 하는 거예요?”남설아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이를 꽉 물고 배서준을 날카롭게 노려봤다.“남설아, 넌 아직도 배씨 가문 사모님이야. 그런데 밖에서 저렇게 질질 웃으며 남자들한테 들러붙어? 창피한 줄은 알아야지!”배서준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그가 이렇게까지 격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본 한원준은 곧바로 앞으로 나섰다.“대표님, 그런 게 아닙니다. 저희가 남 팀장님께 드리려고 깜짝 이벤트 준비한 거였어요. 남 팀장님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어요.”“닥쳐.”배서준은 낮고 깊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한원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날카롭고 사나웠다.그 기세에 눌린 한원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남설아를 염려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남설아는 그의 손을 확 뿌리치고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이건 그냥 회사 동료들하고의 정상적인 인사일 뿐이야. 당신 말처럼 들러붙는다느니 뻔뻔하다느니, 그런 말 나올 일이 아니라고요.”여기는 회사였다.남설아는 이곳에서 더 이상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창피한 꼴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오늘 배서준은 완전히 이성을 놓은 사람처럼 체면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았다.“남설아, 넌 역시 수를 잘 쓴다니까. 봐, 기술팀 전체가 네 발밑에 꿇고 있잖아. 인정할 수밖에 없지, 대단하긴 해.”“서준 씨, 정신에 문제 있으면 병원 가요. 혹시 돈 없어서 못 가는 거예요?”남설아는 고개를 돌리고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그때 서유라가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난처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남 팀장, 이제 그만하지. 서준이 이미 다 알아. 남 팀장이랑 강 대표님 사이 일, 더는 숨길 수 없어.”‘강 대표님? 연찬 선배?’그 말을 들은 남설아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나랑 연찬 선배는 서로 깨끗해. 당신들이랑은 다르다고. 두 사람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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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남설아는 눈앞에서 분노로 가득 찬 배서준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처음 기술팀으로 보내겠다고 한 건 당신이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여기서 이 난리에요? 안 창피해요? 우리 문제를 회사에서 해결하겠다는 거예요?”“남 팀장, 밖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서준이 앞에서 이렇게 떳떳하게 굴 수 있어?”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마치 타이르듯이 덧붙였다.“사실 서준이는 그렇게 따지는 사람 아니야. 그냥 사과 한마디면... 용서해줄 수 있어, 그치? 서준아?”남설아는 도무지 이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앞에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기에 차가운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여기서 제일 입 다물어야 할 사람은 바로 그쪽이야.”“너...!”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남설아를 노려봤다.남편 앞에서, 그것도 정면에서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이 더 통하지 않겠다 판단한 서유라는 곧바로 배서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럼 두 사람 얘기해. 난 나갈게. 서준아, 너무 흥분하지 마. 남 팀장도 그냥 기분 좀 상해서 그러는 거니까 천천히 얘기해.”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마치 모든 걸 이해하고 감싸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남설아를 보고 조용히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이런 연극을 남설아는 지난 몇 년간 수도 없이 봐왔다.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이 뒤집혔지만 지금은 그냥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처음엔 괴로웠으나 이제는 우스웠다.“남설아, 이쯤 됐으면 그만해도 되지 않겠어? 언제까지 이딴 식으로 굴 건데?”“혹시 네가 이러면 내가 너한테 관심이나 줄 거라고 생각해? 사랑이라도 하게 될 것 같아?”배서준은 팔짱을 낀 채 위압적인 자세로 남설아를 내려다봤다.그의 눈엔 여전히 과거 자신에게 집착하던 그 못난 여자가 보일 뿐이었다.그저 눈치 빠르고 집요한 여자,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독기까지 더해졌다고 생각했다.그 말에 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결국 ‘하하하’ 하고 세 번이나 웃어버렸다.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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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예전 같았으면 배서준이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하면 남설아는 며칠이고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의 남설아는 이런 다정함이 그저 역겹기만 했다.가볍게 웃은 남설아는 조용히 손을 뻗어 배서준의 목을 감쌌다.배서준은 그 동작이 자신에게 순순히 응한 것이라 착각해 흐뭇하게 웃었다. 눈빛에도 여유와 자만이 가득했다.“남설아, 넌 역시 똑똑하네. 적당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지.”그 순간 남설아는 그의 목을 세차게 물어버렸다. 거의 온몸의 힘을 다 실은 듯 입 안 가득 쇠 맛이 번졌다.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 배서준은 남설아를 거칠게 밀쳐냈다.그런데 남설아의 등 뒤는 기술팀 출입문이었고 그 충격에 유리문이 산산이 부서지며 남설아는 그 조각들 위로 쓰러졌다. 등이 유리에 찔려 피가 흘러내렸다.“남 팀장님!”한원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피 웅덩이에 쓰러진 남설아에게 달려왔다.“괜찮으세요? 대표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기술팀 직원들도 놀라 달려왔고 이내 누군가가 급히 구급차를 불렀다.남설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 등에선 피가 멈추지 않았고 옷은 이미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배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고 얼굴엔 싸늘한 웃음이 있었다.남설아가 실려 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배서준은 무의식적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마음속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꿈틀거렸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서준아, 목이 왜 그래? 피나잖아!”“어디 좀 봐!”서유라는 남설아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했다. 대신 배서준의 목에서 피가 나는 걸 보고는 다급히 달려왔다.“설아 씨가 너무 심했어!”“서준아, 우리도 병원 가자!”서유라는 배서준의 팔을 잡고 병원으로 가자며 서둘렀다.두 사람이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배서준은 처음으로 뭔가 몹시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예전엔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그런 관계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요즘 들어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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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지금 강연찬의 마음속은 죄책감과 긴장, 자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혹시라도 남설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남설아는 살짝 강연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 사람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고 그 순간 가슴 한쪽이 찢어질 듯 아팠다. 억울하고 서러움이 복받쳤다.혼자서 고통과 위험을 감내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강해져야만 했다.하지만 누군가 다가와 걱정해 주고 안아주는 순간, 간신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이런 감정의 격차에 남설아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하지만 강연찬을 끌어안고 있자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배나은이 떠나던 날, 남설아는 이미 배서준에 대한 모든 사랑과 기대를 내려놨다.그리고 지금, 어린 시절 좋아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온 이 순간 자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여전히 헤어날 수 없이 사랑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 마음을 제어할 수 없었다.“울지 마.”강연찬의 마음은 더더욱 찢어졌다.남설아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설아야, 이혼하자. 그 사람은 네가 붙잡을 가치도 없어.”남설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배서준은 붙잡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하지만 아직 돌려받아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기에 여기서 멈출 수 없었고 끝까지 가야만 했다.“선배, 나 지금은 갈 수 없어.”“내 걸 다 찾아와야 해. 나은이가 그냥 허무하게 죽은 게 되면 안 돼.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남설아는 눈가가 붉게 물든 채 꼭 참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상처 입은 토끼처럼 가엾고 순한 눈빛이었다.강연찬은 원래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모든 결심이 흐트러졌다.답답한 듯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너 진짜 왜 이렇게 고집이 세니. 이제 애까지 있는 사람이 예전보다 더 고집불통이 됐어.”“원래 난 이런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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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설아 씨, 주원 그룹은 우리 경쟁사야. 그런 경쟁사 사람이랑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건 아무래도 좀 곤란하지 않을까?”서유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면서도 마치 다 남설아를 위해서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런 서유라의 모습에 남설아는 씁쓸하게 웃고는 강연찬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럼 유라 씨는 내 남편이랑 그렇게 가까이 지내는 거 괜찮다고 생각해?”‘남편’이라는 단어에 강연찬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남설아를 바라봤다.눈빛엔 분명한 서운함이 스쳤다.남설아는 그 눈빛을 보며 장난스럽게 윙크를 한번 해 보였다.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강 대표님, 저런 여자 하나 붙잡고 노는 게 재밌어요?”배서준은 냉소를 띤 채 강연찬을 노려보다가 곧 남설아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날을 세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설마 진짜로 강 대표님이 너한테 관심 있는 줄 아는 거야? 네가 나 배서준의 아내가 아니었으면 강 대표님이 너한테 눈길이나 줬을 것 같아?”“설아가 당신 아내 되기도 전에 난 매일 설아를 봤어요. 아무리 봐도 모자랄 만큼.”강연찬은 망설임 없이 즉시 받아쳤다.애초에 남설아를 먼저 알게 된 건 자기였고 그저 유학을 떠나면서 기회를 놓친 것뿐이다.귀한 사람 데려다 놓고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상처만 주는 배서준 같은 인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부터 내 아내랑 이야기 좀 하려고요. 나가요.”배서준은 문을 열고 노골적으로 쫓아냈다.차가운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무서울 정도였다.하지만 강연찬은 그런 분위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오히려 배서준 앞에서 태연하게 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 먼저 갈게. 맛있는 거 해 올게, 이따가 다시 올게.”“고마워, 선배.”남설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였다.그 둘 사이의 자연스럽고도 다정한 분위기를 보며 배서준은 속이 뒤틀릴 만큼 질투심이 솟구쳤다.강연찬은 마지막으로 배서준을 향해 손을 한 번 들어 인사했다.“배 대표님, 그럼 아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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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남설아는 눈앞에 서 있는 배서준을 멍하니 바라봤다.지금 왜 저렇게 어정쩡하게 굴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흉터 안 남게, 제일 좋은 의사 붙여줄게.”마침내 배서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남설아는 비웃음만 나왔고 차갑게 말했다.“그 얘기하려고 미안하단 말 꺼낸 거면 정말 안 해도 돼요.”“너...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배서준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남설아를 바라봤다.예전의 뭐든 순순히 따르던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알 수 없었다.왜 지금의 남설아는 온몸에 가시만 가득한 사람처럼 변해버린 걸까?남설아를 바라보던 배서준의 눈에 불현듯 옛날 모습이 떠올랐다.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던 그 순한 눈동자도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그냥 할아버지가 준 유산 챙겨서 이혼하고 너랑 끝내고 싶을 뿐이에요. 멀리멀리 떠나고 싶은데 그 말 못 알아들어요?”남설아는 조소를 머금은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사실 처음부터 그녀가 원하는 건 명확했다.문제는 배서준이 그걸 내놓기 싫어했던 것뿐이었다.그 말에 배서준은 차갑게 받아쳤다.“그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돈은 줄게. 딸 잃은 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그 정도면 됐지?”“너...!”남설아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악랄할 줄은 몰랐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설아는 배서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지금 그게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이에요? 내 딸? 나은이는 그럼 당신한텐 딸도 아니에요? 당신 같은 인간은... 짐승보다도 못해요!”“내 딸을 죽인 게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 같은 인간이 무슨 아빠예요? 자격도 없어요! 아빠 자격도, 사람 자격도 없다고요!”남설아는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소리쳤다.감정을 완전히 터뜨린 것이다.사실 이런 말을 그녀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다.하지만 꾹꾹 눌러 참아왔고 꺼낼 기회조차 없었다.그런데 오늘 배서준의 말은 그 모든 인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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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꺼져!”남설아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배서준이 자기 딸을 ‘불량품’이라고 말한 걸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가 배나은을, 자기 딸을 하나의 ‘제품’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미치게 했다.배서준은 뭔가 더 말하려다 남설아의 등에서 피가 번져 나오는 걸 보게 됐다.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졌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남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란 걸.”그 말을 끝으로 그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가버렸다.“이 개자식아!”남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병실 안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졌다.그 소리에 배서준의 발걸음이 문밖에서 잠시 멈췄고 얼굴엔 불쾌한 기색이 짙게 드리워졌다.그는 이내 찡그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진짜, 말이 안 통하는 여자야.”배서준에게 있어 세상에서 중요한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다른 사람은 그저 배경일 뿐이었고 심지어 딸이라는 존재조차도 그러했다.게다가 배나은은 애초에 자신이 원해서 생긴 아이도 아니었다.잠시 후, 강연찬이 도시락을 들고 병실에 들어섰다.그러나 안에 펼쳐진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병실은 난장판이었고 남설아는 방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몸을 잔뜩 말고 있었다.강연찬은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도시락을 내려두고는 서둘러 그녀에게 달려갔다.“설아야, 괜찮아?”그녀를 조심스럽게 일으키려던 순간 강연찬의 손에 뭔가 축축한 게 느껴졌다.내려다본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피였다.“설아야, 너... 왜 그래?”강연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급히 방의 조명을 켜자 남설아의 등에 피가 번지고 있는 게 보였다.“괜찮아. 그냥 상처가 조금 벌어진 거야.”남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눈빛엔 깊은 절망이 담겨 있었다.강연찬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는 사이, 남설아는 갑자기 그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흐느끼며 말했다.“그 사람... 나은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어. 죄책감조차 없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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