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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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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배서준은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 숙취에 피로까지 겹쳐서인지 그의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그런 뜻이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을 보자마자 바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었다.“서준아,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이렇게 하면 좀 나아? 이 상태로 출근하는 건 무리야. 어차피 회사에 큰일도 없는데 그냥 집에서 푹 쉬어. 내가 해장국 끓여줄게, 응?”서유라는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배서준의 가슴에 기대었다. 꼭 다정하고 온순한 고양이 같아서 쉽게 거절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녀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배서준이 느끼던 답답함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서유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유라야, 나한테 이렇게 신경 써주는 건 너뿐이야. 너만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유라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에게 이런 모습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배서준 곁에 머물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그동안 많이 참아 왔다. 원래는 그 아이가 죽기만 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그 아이는 사라졌지만, 남설아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것이다.이제는 배서준의 환심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남설아를 경계해야 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이를 잃고 나서 남설아는 오히려 더 빛나 보였다. 그게 너무도 거슬렸다.배서준은 잠시 쉬고 나서야 기운을 되찾고 말했다.“준비해. 같이 출근하자.”한편, 남설아는 오늘 회사에 휴가를 냈다. 코코를 데려온 이상, 책임을 져야 했다.애지중지 품에 안고 나서서 혹시나 몸에 이상이 있을까 싶어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집을 나서자마자 강연찬의 차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남설아는 조금 놀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코코를 안고 다가갔다.강연찬은 차에서 내리며 환하게 웃었지만, 그녀 품속의 코코를 보자마자 표정이 살짝 어색하게 굳었다.“너 출근하면서도 얘를 데리고 다니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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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남설아는 웃음을 거두고 코코를 가볍게 고쳐 안으며 불쾌한 기색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이 시간에 회사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야?”“서준이가 어젯밤에 과음했거든. 내가 밤새 간호했더니 나 힘들다고 오늘 하루 쉬라고 했어.”서유라는 일부러 옷깃을 잡아당기며 피부에 남아 있는 애매한 흔적을 드러냈다.아이를 낳아 본 남설아가 이런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걸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겠지만, 지금은 그냥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어젯밤에 그렇게 소리치느라 피곤했으면 조용히 쉬지, 여기에는 왜 온 거야? 설마 이 대낮에 여기서도 소리치고 싶다는 건 아니겠지? 아쉽겠지만 난 그런 취미 없어.”남설아는 서유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에서 쉴 새 없이 독설을 내뱉었다.어차피 저 두 사람은 더한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인데, 자신이 이 정도 말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서유라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자기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던 여자가 지금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너... 대낮부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서유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더 이상 침착한 척할 수 없었다.남설아는 거의 반사적으로 코코의 귀를 손으로 가린 채 서유라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의 남편이 몸에 남긴 흔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나보고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요즘은 불륜녀들이 이렇게 당당한 세상이 됐나 보네?”“사랑에서는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진짜 불륜녀야.”서유라는 이를 악물며 한 걸음 다가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노려보았다.“당신이 우리를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어? 당신도 다른 남자랑 놀고 있잖아.”남설아는 한 발짝 물러나 강연찬 옆에 섰다.그리고 일부러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며 장난스러운 눈짓을 보냈다.“맞아. 우리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뭐? 불만 있어? 네 남자인 배서준도 아직 나한테 뭐라 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왜 난리야? 너야말로 여기서 난리 피울 시간 있으면 네 남자한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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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강연찬은 남설아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조금 전 그녀가 자신을 지키는 모습은 마치 당당한 여전사 같았다.강연찬의 진지한 눈빛을 보자 남설아는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망설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내가 행패 부리는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그게 어떻게 행패를 부리는 여자가 돼? 사람이 문 앞까지 찾아와서 모욕을 주는데 가만히 있는 건 온순한 게 아니라 무능한 거야.”강연찬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우아함이니 품격이니 하는 건 다 헛소리였다. 서유라 같은 뻔뻔한 인간들 앞에서는 강하게 맞서는 게 정답이었다.강연찬의 말에 남설아는 왠지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녀는 과거에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배서준에게 끝없이 꾸중을 들었다. 배씨 가문의 사람답지 않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정작 배씨 가문의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배씨 가문이 어떤지 그녀와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동물 병원에 도착하자 수의사는 코코의 작은 몸집을 보고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세심한 진찰 끝에 그는 설명했다. 코코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작았고 태어나서도 형제들 사이에서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해서 작은 거지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잘 돌봐준다면 앞으로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수의사의 말을 듣자 남설아는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그녀는 바로 코코가 쓸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고 심지어 분유도 최고급 제품으로 선택했다.그 와중에 강연찬은 가만히 서서 코코와 눈을 마주치고 서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동물을 무서워했지만, 이상하게도 코코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포감이 많이 사라졌다.“야옹!”“으악!”코코가 울자 강연찬도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남설아는 깜짝 놀라 돌아와 코코를 품에 안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강연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좀 조용히 해요. 코코가 놀라요.”“남설아, 너 사람이야? 날 사람 취급은 하긴 해? 코코가 놀라면 안 되는데 나는 놀라도 되는 거야?”강연찬은 억울한 표정으로 외쳤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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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남설아는 서유라가 오늘 배서준을 데리고 온 건, 오로지 자신에게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남설아는 그저 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녀와 서유라는 더 이상 같은 경기장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서유라의 시선은 여전히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남설아는 이제 오직 돈만을 원했다. 그리고 배서준이 차라리 죽지 못해 살기를 바랐다.“너! 남설아, 네가 이렇게 나온다고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아? 이번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면 네가 어떻게 배건 그룹에서 쫓겨나는지 두고 볼 거야.”배서준은 이를 악물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어두운 면을 숨기지 못했다.평소에는 냉정하고 점잖은 모습을 유지했던 그가 지금은 분노로 이를 갈고 핏줄까지 서 있었다.그러나 그가 여기서 분노하다가 당장 숨이 끊어진다고 해도 남설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녀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덤덤하게 말했다.“서준 씨,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본인부터 돌아보시죠.”그렇게 말한 뒤, 코코를 품에 안고 거침없이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떠나자, 병원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동물 미용사조차 숨소리를 죽이며 혹시나 자신이 괜히 말려들까 봐 조심스러워했다.배서준의 감정이 격변하는 걸 느낀 서유라는 속으로 놀랐다.그녀는 배서준이 남설아 때문에 이런 감정 변화를 보일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서준아, 서준아... 괜찮아? 다 내 잘못이야. 내가 굳이 토리 사료 사러 오자고 하지 않았으면 설아 씨가 화를 내지 않았을 텐데.”서유라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사과했다.“그 여자가 화를 내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배서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짜증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곧 서유라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미세하게 몸을 떨었고 품에 안겨 있던 치와와마저 주인의 감정을 따라 조용히 흐느꼈다.그제야 배서준은 자신이 너무 심하게 말했음을 깨닫고 황급히 그녀를 다독였다.“미안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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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남설아를 지금까지 버티게 만든 것은 애정 같은 게 아니었다. 그녀를 지탱한 것은 증오였고 원망이었으며 끝없는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그녀는 자기 딸을 죽게 만든 사람이 멀쩡하게 잘 살아가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들이 서로 애정 어린 눈빛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건 그녀에게는 지옥과도 같았다.만약 그들이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면 나은이는 대체 뭐가 되는 건가. 그리고 그녀 자신은 대체 뭐란 말인가.남설아는 단호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오빠, 도와줄 거죠?”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강연찬뿐이었다. 남설아 또한 그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혼자 버티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도와줄게. 하지만 난 네가 잘 지내길 더 바랄 뿐이야.”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그가 그녀를 돕겠다는 건 진심이었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그녀가 이 증오와 집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복수에 몰두하다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걸 그는 원하지 않았다.“나 잘 지낼 거예요. 나은이에게 약속했거든요. 난 잘 살아갈 거라고요.”남설아는 살며시 웃으며 품속의 코코를 어루만졌다.그 모습을 본 강연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차를 몰아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러다 문득 말을 꺼냈다.“남도일이 널 보고 싶어 해. 벌써 안에서 몇 번이나 자살 소동을 벌였어. 만날 거야?”“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품속의 코코를 내려다보면서 확실히 그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고 느꼈다.남설아가 그렇게 쉽게 대답할 줄 몰랐던 강연찬은 잠시 멈칫했다가 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 널 만나도 별로 좋은 말은 안 할 텐데. 마음 단단히 먹어.”“우리 사이는 어차피 끝을 내야 해요. 해야 할 말이 있고 밝혀야 할 일도 있어. 직접 마주 보고 확실히 끝내야죠.”남설아는 조용히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오빠, 고마워요.”그녀가 지금 강연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맙다는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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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회사로 돌아온 강연찬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어떻게 하면 빠르고 강하게 배건 그룹을 차지하면서도 배서준을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서진영은 그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짜증 난 듯 책상을 쾅 내리쳤다.“형, 내가 업무 보고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요? 딴생각 중이죠?”“아니야, 듣고 있어.”강연찬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서진영을 향해 웃어 보였다.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니 딱 봐도 대충 얼버무리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한 달 안에 이 두 가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형은 요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하고 도대체 해결책은 생각해 본 거예요?”“사실 난 설아한테 한 번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걔가 더 잘할걸?”강연찬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남설아의 능력을 인정하는 서진영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그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형, 우리 배건 그룹이랑 경쟁 관계라는 걸 잊은 거예요? 내가 알기로 위화 그룹이 배건 그룹이랑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해요. 이미 첫 번째 소프트웨어 샘플까지 넘겼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랑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 핵심 기술 문제를 남설아한테 넘긴다는 건 우리 손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난 절대 반대예요.”기술 분야는 자그마한 차이가 큰 결과를 불러오는 곳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 위험했다.강연찬은 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난 설아를 믿어. 걘 절대 우리 정보를 넘기지 않을 거야.”“형은 남설아를 믿는 거예요? 아니면 부부 관계를 믿는 거예요? 둘 사이에 감정이 어떻든 간에 법적으로는 부부고 여전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우리 회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고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할 여유는 없어요.”그제야 강연찬은 남설아가 왜 자기 회사로 오길 꺼렸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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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장숙자는 남설아가 나은이를 떠올리는 걸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설아 씨, 나은이는 이제 없어요. 부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나은이에게 약속했어요. 잘 살아가겠다고. 난 그 약속을 지킬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나은이의 사진을 바라보았다.“나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잘 살아갈 거예요.”남설아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장숙자는 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해봤자 그녀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결국 장숙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설아 씨, 전 정말 설아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때 배서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남설아 품에 안긴 작은 생명체를 보곤 얼굴을 찡그리며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더러워 죽겠네.”남설아는 반사적으로 코코를 꼭 끌어안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배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남자는 도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걸까, 예전에는 그렇게 집에 돌아오라는 부탁에도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요즘은 왜 이렇게 뻔뻔하게 찾아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자기는 이미 이 집을 나왔는데 대체 왜 이토록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건지, 정말 지긋지긋했다.“서준 씨, 왜 또 왔어요?”남설아는 코코를 안고 일어서며 불쾌하다는 듯 물었다.“나는 네 남편이야. 내가 여기 안 오고 어디 있어야 하는데?”배서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치며 짜증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는 남설아가 품 안의 작은 고양이를 보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더욱 기분이 상했다.“회사에 출근한다고 한 게 다 빈말이었나 보네. 이제 보니까 역시 네 성격은 절대 안 변하는구나. 고작 고양이 한 마리에 정신이 팔려서는, 네가 말하던 꿈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결국 다 허울뿐이었네.”배서준은 의자에 털썩 앉아 남설아를 내려다보며 비꼬았다.사실 이런 말다툼은 지난 몇 년 동안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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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남설아는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마치 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네요? 배서준 씨, 솔직히 말해줄게요. 우리 부부 관계는 이미 끝났어요. 우리가 왜 아직 이혼하지 않고 있는지는 서준 씨도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정말 끝장을 보게 될 거예요.”그녀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나한테 어떻게 하겠다고? 네가 나한테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날 어떻게 할 수나 있어?”인제 와서 보니 어차피 자신에게 남은 건 목숨 하나뿐이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너, 네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 역시 유라가 말한 대로였어. 너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구나.”배서준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지금 당장 금고 열쇠 내놔. 네가 가질 자격 없는 것들이야.”남설아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배서준의 손바닥을 세게 내려쳤다. 그 충격에 그녀의 손도 저렸지만 개의치 않았다.“그건 할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유산이에요. 서준 씨 것이 아니라고요. 내가 가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내가 안 주겠다면 어쩔 건데요? 그렇게 화가 나면 어디 한번 죽여봐요.”이를 악문 그녀는 머리를 성큼 배서준 앞에 들이밀었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배서준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발이 엉켜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당황한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믿을 수 없었다. 늘 자기 말에 고분고분하던 그 여자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여자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배서준의 난감한 모습에 남설아는 속이 다 시원했다.“서준 씨, 내 거는 내 거예요. 내가 죽더라도 서준 씨한테는 절대 내놓는 일 없어요. 필요하면 직접 금고나 따 보시지 그래요? 할아버지께서 내게 남긴 것들, 난 하나도 포기 안 해요. 그리고 두 번 다시 나 건드리지 말아요. 괜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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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아니. 남설아가 반성할 시간을 줘야지.”배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넥타이를 매고는 콧방귀를 뀌며 건방지게 말했다.마치 자신이 남설아를 냉대하는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정작 남설아는 그에게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장숙자는 묵묵히 현관문을 열며 공손하게 말했다.“안녕히 가십시오, 대표님.”이 정도면 대놓고 쫓아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배서준이 이걸 모를 리 없었다.그는 장숙자의 모습을 보며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남설아는 대단한 여자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완전히 바꿔놓았으니 말이다.배서준은 코웃음을 치며 성큼성큼 집을 나섰다. 원래는 자신의 분노가 장숙자를 두렵게 만들 줄 알았는데 돌아온 건 그녀의 공포가 아니라 문을 쾅 닫아버리는 소리였다.“어디서 감히! 완전히 날 무시하는구나!”그는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지만 정작 아무도 그의 분노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자서 난리를 치는 꼴이었다.창가에 서 있던 남설아는 코코를 품에 안은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배서준이 혼자 허공에 대고 소리치다가 결국 차를 타고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어찌나 유치하고 우스운지 헛웃음이 나왔다.그 순간, 남설아는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문득 깨달았다.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왜 저런 사람을 좋아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도대체 저 남자가 뭐가 좋았던 걸까?'겉으로만 강한 척할 뿐, 속은 텅 비어 있는 미성숙한 남자였다. 평생을 오만하게 살아가고, 평생을 유치하게 굴며, 평생을 철들지 못하는 남자다.그녀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나은이의 아빠로 이런 사람을 선택하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다.코코를 침대에 올려놓은 뒤, 그녀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첫 번째 시안은 이미 보내 놓았지만, 아직 피드백이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기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이제 남은 건, 최대한 빨리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뿐이었다.[데이터 분석은 어디까지 됐어요?]남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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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역시,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완벽해.”조성우는 유심히 USB를 살펴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제대로 된 실력자를 데려왔네. 이 샘플 제작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그는 안혁수를 향해 지시했다.“이 샘플을 만든 사람을 불러.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논의해야겠어.”안혁수는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그럼 배건 그룹과 협력하실 생각이신가요?”“그래. 이 프로젝트는 오직 저 사람만이 해낼 수 있어.”조성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누가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이익을 주고받든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기만 하면 됐다.이 소식은 곧바로 배건 그룹에도 전해졌다.천기준은 신이 나서 대표실로 뛰어 들어갔다.“배 대표님, 좋은 소식입니다. 기술팀에서 보낸 샘플에 긍정적인 반응이 왔습니다. 조 대표님이 굉장히 만족하셨고 샘플 제작자를 직접 만나서 앞으로의 진행을 논의하고 싶다고 하네요. 이 프로젝트, 우리가 따낸 겁니다.”“정말이야?”배서준은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좋아, 당장 기술팀을 소집해서 회의하자.”이건 정말 엄청난 기회였다.이번 사업 전환이 성공만 한다면 배건 그룹은 이제껏 그를 옭아매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할아버지의 유언장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그때가 되면 남설아와의 이 지긋지긋한 결혼도 끝낼 수 있고 드디어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기술팀 역시 이 소식을 듣자마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한원준은 너무 기뻐서 펄쩍 뛰어오를 기세였다.“대박이에요! 진짜 대박! 팀장님, 완전 대단하세요.”“그러니까요. 역시 우리 팀장님 최고예요.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잡으셨잖아요.”“맞아요, 이번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연말 보너스도 두 배로 받을 수 있을 거예요.”직장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월급과 복지였다. 이것이 그들이 열심히 일하는 가장 큰 동기였다.남설아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직장에 복귀한 후, 이렇게 확실한 성과와 인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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