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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Penulis: 목련청
회사로 돌아온 강연찬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강하게 배건 그룹을 차지하면서도 배서준을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서진영은 그가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짜증 난 듯 책상을 쾅 내리쳤다.

“형, 내가 업무 보고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요? 딴생각 중이죠?”

“아니야, 듣고 있어.”

강연찬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서진영을 향해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니 딱 봐도 대충 얼버무리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진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한 달 안에 이 두 가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형은 요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만 하고 도대체 해결책은 생각해 본 거예요?”

“사실 난 설아한테 한 번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걔가 더 잘할걸?”

강연찬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남설아의 능력을 인정하는 서진영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형, 우리 배건 그룹이랑 경쟁 관계라는 걸 잊은 거예요? 내가 알기로 위화 그룹이 배건 그룹이랑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해요. 이미 첫 번째 소프트웨어 샘플까지 넘겼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랑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지금 우리 핵심 기술 문제를 남설아한테 넘긴다는 건 우리 손으로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난 절대 반대예요.”

기술 분야는 자그마한 차이가 큰 결과를 불러오는 곳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 위험했다.

강연찬은 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난 설아를 믿어. 걘 절대 우리 정보를 넘기지 않을 거야.”

“형은 남설아를 믿는 거예요? 아니면 부부 관계를 믿는 거예요? 둘 사이에 감정이 어떻든 간에 법적으로는 부부고 여전히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우리 회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고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할 여유는 없어요.”

그제야 강연찬은 남설아가 왜 자기 회사로 오길 꺼렸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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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라는 단지 그 사람의 마음에 딱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곁에 머물 수 있었던 거고 그마저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위치였다.“알겠어. 앞으로는 함부로 말하지 않을게.”“서준아, 나한테 화내지 마. 난 이제 아무것도 없어. 가진 거라고는 너 하나뿐이라고.”서유라는 배서준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뚝뚝 떨어졌고 눈빛엔 온통 집착과 의존하는 듯한 태도만 가득했다.그런 모습을 보자 배서준의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그는 서유라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준 뒤,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나섰다.기술팀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원준은 커피 한 잔을 남설아에게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우린 다 알고 있어요. 이 소프트웨어의 창시자가 누군지. 이 공로는 누구도 가로챌 수 없어요.”“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날부터 영광과 박수, 조명과 환호는 우리 것이 아니었죠, 그쵸?”그러자 남설아가 잔잔하게 웃었다.“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그랬어요. 기술하는 사람은 너무 나서면 안 된다고. 뒤에 있는 건 뒤에 있는 거라고. 억지로 앞에 나서다간 발밑이 절벽일 수도 있다고요.”한원준은 서유라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도발했는데도 이토록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근데 팀장님은 그냥 기술자도 아니잖아요. 사모님이잖아요! 진짜 저 여자가 저렇게 날뛰는 거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그럼 어떡할까요? 뛰쳐나가서 뺨이라도 두 대 때리고 머리채 잡고 끌어낼까요?”남설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그건 너무 아깝지 않아요? 어디 내놓기도 민망한 첩일 뿐인데 그런 애한테 왜 굳이 장면을 만들어줘야 해요?”이 말에 한원준은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수준이 달라요. 진짜 고수예요, 고수!”“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일해요. 우리 아직 1차 관문만 통과한 거예요.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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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라는 조성우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한 듯 배서준을 힐끔 바라보며 한발 물러섰고 조용히 말했다.“죄송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하지만 배서준은 평소처럼 그녀를 감싸주지도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대신 조성우를 향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희 기술자가 지금 야근까지 하면서 작업 중이라 당장은 시간이 안 나네요. 하지만 조 대표님께서 정말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해서 오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나는 기술 담당자랑만 얘기합니다. 이 프로젝트 창업자랑만요.”조성우는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 태도를 보자 배서준도 바로 눈치챘다. 이 프로젝트는 남설아가 직접 오지 않으면 시작도 어려울 거라는 걸.그동안 사업하면서 이런 식으로 무시당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배서준은 이 순간에서야 깨달았다.배건 그룹이 아무리 국내에서 이름값 있는 회사라 해도 천주에서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작은 기업일 뿐이라는 걸.하지만 배서준은 알았다. 사업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라는 걸.그는 이 기회가 너무 절실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연결해보겠습니다.”그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가더니 ‘통화 중입니다’라는 안내음이 계속 흘러나왔다.몇 번이나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고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어졌다.그 모습을 본 서유라는 슬쩍 배서준의 소매를 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대표님을 차단한 거 아닐까요?”‘뭐? 차단? 기술자가 자기 대표님을 차단했다고?’옆에서 듣고 있던 조성우도 약간 얼이 빠졌다.‘이 사람... 성격 꽤 있는걸?’배서준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한원준한테 전화해!”“네.”서유라는 바로 한원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배서준이 전화를 낚아채듯 빼앗았다.“남설아 바꿔!”그때 남설아는 자료를 보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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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남설아는 짐을 챙겨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천주로 출장 가야 돼. 집에 들러서 고양이 밥 좀 챙겨줘!”“내가?”전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강연찬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머릿속에 복슬복슬한 고양이 한 마리가 떠오르자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너희 집에 사람 있잖아.”“다른 사람한테 맡기긴 좀 불안해서 그래. 선배, 부탁이야, 응? 제발.”남설아는 바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들이댔다.집에 장숙자가 있긴 했지만 24시간 붙어 있는 건 아니었고 마침 밥 시간에 없으면 고양이가 굶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여러모로 생각해도 강연찬에게 맡기는 게 훨씬 확실했다.그 말을 들은 강연찬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순간적으로 밀려왔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걱정 마. 내가 절대 코코 서운하지 않게 챙길게!”그 말에 남설아는 한시름 놓인 듯 해맑게 웃었다.“고마워, 선배. 진짜 최고야! 다녀오면 내가 꼭 맛있는 거 사줄게!”이렇게 말하고는 강연찬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남설아는 캐리어를 끌고 최대한 빠르게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매해 그날 저녁 무렵 천주에 도착했다.하지만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마중을 나와 있는게 보였다. 설마 했는데 배서준이 보낸 사람이 서유라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다. 특히 남설아는 도무지 배서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본처를 부르면서 내연녀를 보내 마중을 시키는 거지?’“남 팀장, 오느라 고생 많았어. 지금 서준이는 조 대표님이랑 미팅 중이라 나더러 호텔까지 데려다 주라 하더라고.”서유라는 다가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겉보기엔 친절한 말투였지만 뻔히 보이는 형식적인 태도였다.그런 모습에 남설아는 조금의 사양도 없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서유라의 손에 쥐어주었다.“그럼 서 비서, 수고 좀 해줘. 우리 빨리 호텔 가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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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라 씨가 저보고 개래요. 대표님은 말리지도 않고 오히려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천기준은 말할수록 억울함이 북받쳤다.명문대 출신에 수년간 배서준을 따라 일해 왔건만 돌아오는 건 모욕뿐이라니, 그것도 제대로 된 사과나 공정한 대우조차 받을 수 없다니.‘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하는 사람도 사람인데, 감정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데!’“뭐요?”남설아는 그 말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설마 이런 이유였단 말이야? 진짜로 이 일 때문이었어?’배서준은 지금 서유라한테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다.이젠 이성이 마비됐는지 자기 옆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을 모욕하는 걸 그냥 두고 보질 않나?진짜 머리에 뭐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아니, 분명 어딘가 고장이 난 게 틀림없었다.“걱정 마요. 이번 일은 내가 기억해둘게요. 언젠가 꼭 되갚아줄 겁니다.”“지금 당장 회사 최근 5년간의 핵심 자료가 필요해요. 구할 수 있어요?”이미 서로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남설아는 더는 멋쩍게 굴 필요가 없었다.이젠 파트너이니 필요한 건 당연히 요구할 수 있었다.천기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구할 수 있어요. 시간이 조금 필요하긴 한데 내일 밤까지 드릴게요.”이렇게 말하고 일어선 천기준은 망설이다가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 이제부터 설아 씨 편이에요. 그 말은 곧 배 대표님을 배신하겠단 뜻이죠. 모두가 배신자를 어떻게 보는지 저도 잘 알아요. 그리고 설아 씨도 목적 달성하면 절 옆에 두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 돈이 필요해요. 멀리 떠나서 새 인생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요.”사실 남설아는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 좋았다.뒤에서 어정쩡하게 기회만 노리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았다.결국 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200억. 일 끝나면 200억 줄게요. 멀리 떠나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감사합니다, 남 대표님!”천기준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솔직히 처음엔 남설아 성격상 많아야 몇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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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도 아닌데 서유라가 천기준의 말에 담긴 냉소와 비아냥을 못 알아챌 리 없었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천 비서님은 그냥 서준이 옆에 붙어 다니는 개일 뿐이잖아요! 근데 감히 나한테 이빨을 드러내요? 일하기 싫어진 모양이죠?”그러자 천기준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대꾸했다.“죄송합니다, 서유라 씨. 저는 배 대표님의 개가 아니라 비서거든요. 개가 좋으시면 대표님께 새로 한 마리 사달라고 하시죠.”서유라는 천기준이 이렇게까지 대들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라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뺨을 올려쳤다.하지만 천기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번에 붙잡고 차갑게 말했다.“서유라 씨, 선은 지키시죠.”그 순간 병실에 들어선 배서준이 이 장면을 보자마자 성큼 다가와 천기준을 가로막았다.그러고는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대표님, 서유라 씨가 제 뺨을 때리려 했습니다.”천기준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곧 그녀의 손목을 놓으며 덧붙였다.“전 단지 제 몸을 방어했을 뿐입니다. 공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서유라는 억울함과 분노에 눈이 뒤집힌 채로 배서준에게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서준아, 난 진짜 때리려던 게 아니었어... 하지만 저 사람이 계속 날 모욕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왜 모두가 나한테 이래?”천기준은 이런 ‘울고 떼쓰고 매달리는’ 전형적인 서유라의 방식에 익숙했기에 담담하게 받아치듯 말했다.“병원 CCTV는 음성까지 녹음됩니다. 정말 억울하시다면 언제든지 확인하시면 됩니다.”이 말에 서유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저 배서준 품에 안긴 채 흐느끼는 것 외엔 더 할 말이 없었다.배서준도 바보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한 명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여자, 한 명은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비서.두 사람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배서준은 천기준의 이마를 살짝 손가락으로

  • 굿바이 쓰레기   제234화

    “비켜!”배서준은 고함을 내질렀고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돌아서 있었다.하지만 간병인 안경희는 배서준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이봐요, 전 제 환자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아주머니, 괜찮아요. 나가 계세요. 이 사람 제 남편이에요.”‘남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 남설아의 말투에선 명백한 비웃음이 묻어났다.그 말을 들은 안경희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남설아를 돌보며 봐왔던 남자는 언제나 강연찬이었고 이 무서운 얼굴의 남자가 남편이었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이렇게 험악하게 구는 남편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설아에게 물었다.“정말 경찰 안 불러도 괜찮아요?”“괜찮아요, 나가 계세요.”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안경희의 손등을 살며시 눌렀다. 진정시키려는 듯한 동작이었다.안경희는 코웃음을 치고 배서준을 노려보았다.“나 문 앞에 서 있을 거니까 손끝 하나라도 대 봐요, 바로 신고할 테니까! 멀쩡하게 생겨선 아내 때리는 놈이라니, 에잇!”그러고는 어깨로 배서준을 밀치며 씩씩하게 병실 밖으로 나갔다.안경희에게 호되게 당한 배서준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며 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배서준 같은 사람한테 저런 대접은 평생 처음일 게 분명했다.“서준 씨, 지금 당신 꼴 좀 봐요. 진짜 미친 사람 같아요.”남설아는 몸을 조금 옆으로 틀어 가능한 한 그와 거리를 뒀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딱 하나만 묻겠어. 송우민이랑 아는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남설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표정 하나하나를 다 읽어내려는 듯 의심과 긴장이 얽혀 있는 눈빛이었다.결혼 후 이렇게까지 그녀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선 안에서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남설아는 그 눈빛을 마주하며 역겨움을 느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모르는

  • 굿바이 쓰레기   제233화

    “설아가 서도현이 한 짓이라고 했지. 너랑은 무슨 상관이야? 네 동생은 원래 하는 일 없이 빈둥대던 애였잖아. 엇나간 짓 좀 했다고 이상할 것도 없지.”배서준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옆에 있던 서유라는 그 말만으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이젠 자신이 배서준 마음속에서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걸.예전이라면 자신과 관련된 일에 이성이니 판단이니 그런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언제나 감정대로 움직였던 사람인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차분하다고? 이제는 날 신경도 안 쓰는구나.’“서준아, 설마... 날 사랑하지 않게 된 거야?”서유라는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렸고 눈물이 뚝 떨어졌다.“나도 내가 요즘 어떤지 알아. 진짜 미안해. 그런데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너무 사랑해서 그래. 너 없이는 안 돼. 진짜 난 너 없으면 안 돼.”말을 하면서 그녀는 조수석에 몸을 웅크렸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그런 서유라의 모습에 한순간 마음이 약해진 배서준은 말투도 한결 누그러졌다.“너한테 화내려는 건 아니었어. 그리고 너 떠날 생각도 없어. 걱정하지 마.”“정말... 정말 믿어도 돼? 정말 날 떠나지 않을 거야?”서유라는 눈가가 촉촉히 젖은 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눈을 마주한 순간, 배서준은 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려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바보야. 내가 어떻게 널 떠나.”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해온 사이였고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그녀를 품어온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끊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둘은 말없이 차를 타고 해변가 별장까지 도착했다.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서유라는 비명을 지르더니 바로 배서준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배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에 매달린 서도현을 바라봤다. 피범벅이 된 몸을 본 순간,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당장 내려!”그의 명령에 별장 안의 도우미가 덜덜 떨며 서도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사람이 바닥에 닿는 순간, 서유라는 비로소 그게 자기

  • 굿바이 쓰레기   제232화

    고통이 클수록 남설아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배서준은 병실을 나서자마자 서유라의 팔을 거칠게 붙잡더니 그대로 그녀를 끌고 자신의 차까지 갔다. 그러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서도현한테 전화해.”“서준아?”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서준을 바라봤다.“너 정말 설아 씨 말 믿는 거야? 진짜 도현이가 그랬다고 생각해?”“전화하라고.”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엔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이었다.서유라는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억울함에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지만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서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서도현은 손이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모진 매질을 당하고 있었다.“아아아아악!!”비명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 멱따는 소리처럼 이어졌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울려 퍼진 핸드폰 벨소리는 그에게 마치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다.“형님! 형님! 저 돈 있어요! 전화 좀 받게 해주세요, 제발요!”서도현은 연신 울먹이며 애원했다. 이제는 정말 더는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었다.전기태는 매질하느라 저린 손을 털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남자라는 놈이 여자나 패고 다니더니 이제 와선 우리한테 사정이나 하고 있어? 퉤! 네 그 몇 푼 더러운 돈 누가 신경이나 쓴대?”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힘껏 채찍을 내리쳤다.이제 진짜로 더 못 견딜 것 같았던 서도현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형님, 진짜 돈 있어요! 제발요! 제 몸에 260억짜리 수표 있어요! 다 드릴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발요!”그 말에 전기태는 순간 멍해졌다.‘이런 놈이 260억짜리 수표를 들고 있었다고?’전기태는 곧장 그의 몸을 샅샅이 뒤졌고 정말로 그 수표를 꺼냈다. 한참을 확인한 뒤, 그는 곧바로 자기 부하에게 넘겼다.“야, 내가 널 완전 우습게 봤구나. 너 좀 있네?”“보아하니 그 여자한테서 꽤 많이도 뜯어냈구먼. 진짜 찌질함의 끝판왕이네.

  • 굿바이 쓰레기   제231화

    “남설아, 나 정말 너랑 싸우기 싫어.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그냥 솔직히 말해.”배서준은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 지금 회사는 전환의 중요한 시점에 있었고 하필이면 집안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앞뒤가 다 막혀 있는 상황에 그는 정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그런 배서준의 지친 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설아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게 말했다.“서준 씨, 나 당신이랑 이혼하고 싶어요. 공평하게, 내가 받아야 할 건 전부 다 받는 조건으로요.”“뭐라고?”배서준은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심지어 다시 아이를 가지는 것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바라던 게 결국 돈 챙겨서 떠나는 거였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그 순간 지금껏 참고 있던 인내심과 온화함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배서준은 성큼성큼 다가가 남설아의 목을 움켜잡았다.“이렇게까지 이혼을 서두르는 이유가 내 재산 나눠 가져서 결국 강씨 가문 그놈 도와주려는 거였어? 나쁜년... 대체 두 사람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야!”분노로 가득 찬 남자의 얼굴이 코앞에 다가오자 남설아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결혼을 우습게 여긴 쪽은 당신이잖아요. 그런데도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고요?”“남설아,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배서준의 손이 점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숨이 막히기 시작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설아는 몸부림치다 상처가 당겨지는 고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 눈물이 배서준의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분명 차가운 물방울인데 배서준은 마치 데인 듯한 느낌이 들어 손을 홱 빼버렸다.그는 천천히 몸을 세우고 눈물에 엉망이 된 여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복잡했다.오랜 세월 부부로 지내면서 온갖 모습을 봤다.교활하고 눈치 빠르고 요령 있게 사람을 다루는 모습들을 말이다.그가 제일 싫어하던 모습들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이렇게 무너진 모습은 처음이었다.왜인지 모르게 남설아의 눈물이 똑 떨어질 때마다 마음 한구

  • 굿바이 쓰레기   제230화

    남설아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그 모습이 어찌나 억울하고 안쓰러운지 배서준의 마음이 한순간 흔들렸다.서유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제 대놓고 유혹하는 작전까지 쓰네?’배서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지는 걸 보자 서유라의 머릿속엔 경고등이 켜졌다.“서준아, 도현이는 절대 그런 짓 안 했어. 남 팀장이 거짓말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맞아, 맞아, 다 내 잘못이야. 유라 씨 말이 다 맞지.”남설아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동의했다.그 말투, 그 표정에 또다시 화가 치밀어오른 서유라는 씩씩대며 성큼 다가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아 씨가 서준이 때문에 예전부터 나 싫어한 거 알아. 근데 날 싫어하면 날 미워하면 되지, 왜 하필 우리 동생이야?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고! 설아 씨가 그렇게 대할 이유 없어!”“내가 걔한테 뭘 했다고 그래? 내가 때렸어? 욕이라도 했어?”남설아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리고 갈비뼈 쪽을 손으로 짚으며 배서준을 바라봤다.“당신은 당신 와이프한테 다른 여자가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 세상에 이런 남편이 또 있을까?”그가 ‘남편’이라는 신분으로 자기를 구속하려는 거라면 자신도 그대로 받아치면 되는 일이었다.‘남편’이라는 자리를 원한다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닐까?“유라야, 진정해. 나 혼자 얘기 좀 할게. 잠깐 나가 있어.”배서준은 서유라의 팔을 살짝 잡아끌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서유라는 여전히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이를 갈며 남설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병실을 나섰다.서유라가 나가고 나자 병실엔 남설아와 배서준, 단둘만 남았다. 공기는 잠시 얼어붙은 듯 무거웠다.“치료비는 회사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배서준이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비록 법적으로는 부부고 아이도 있지만 이 둘은 서로를 잘 모른다. 대화도, 감정도, 공통의 언어도 거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남설

  • 굿바이 쓰레기   제229화

    배서준은 콧방귀를 뀌며 자기 정체부터 내세웠다. 아무리 봐도 이 상황에서 화낼 자격은 자신 쪽이 더 있다는 태도였다.그런 그의 모습에 강연찬은 더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걸 직감했고 입꼬리만 살짝 비웃듯 올리며 말했다.“자기 위치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더 이상 자리만 차지하고 일도 안 하는 짓은 하지 마세요.”“강연찬 씨. 남의 가정 사이에 끼어들어 놓고 그렇게 떳떳합니까? 우리 집안 어른들이 알면 그쪽은 끝이에요.”배서준은 비웃듯 말하며 경고를 날렸다.“배건 그룹 대표란 인간이 고작 하는 짓이 어른한테 일러바치는 거라고요? 진짜 웃기네요. 유치하게.”강연찬은 한마디 남기고 남설아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남설아는 조용히 앉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몸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을 들자마자 마주친 건 배서준의 날선 눈빛이었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넌 내 아내야.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고! 남자들이랑 밖에서 얽히지 말라고 했잖아! 창피하게 굴지 마!”“너랑 강연찬,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꽉 물고 남설아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덮쳐 물어뜯을 기세였다.“맞아, 남 팀장.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아침부터 사람 기죽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설마 남편인 서준이를 이 정도로 무시할 줄은 몰랐네.”서유라까지 거들고 나섰는데 말끝엔 마치 남설아가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통증도 심한 데다 두 사람의 짜증 나는 공세까지 들으니 남설아의 얼굴빛이 더 창백해졌다.그녀는 갈비뼈 부근을 감싸 쥐고 차분하지만 날이 선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봤다.“어젯밤에 왜 안 왔어요? 나 한참 기다렸다고요. 거기서 진짜 죽을 뻔했고요. 그건 알고 있어요?”“난...”배서준은 본능적으로 변명을 꺼내려 했지만 곧 그녀의 말뜻을 눈치채고는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소리야?”“당신이 준 주소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거기엔 서

  • 굿바이 쓰레기   제228화

    송우민은 강연찬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자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늘 신사적인 인상만 남아 있었는데 이런 야성적인 기운은 처음 느껴졌다.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은 송우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강연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난 남의 아내한테 관심 없어.”배건 그룹 며느리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사람이다.강연찬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선배 왔구나. 밥은?”병실에서 남설아는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눈만 감으면 온몸이 욱신거리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유일한 위안은 강연찬의 도시락이었다.그녀의 먹을 것만 밝히는 모습에 강연찬은 부드럽게 웃으며 도시락을 테이블에 놓았다.“넌 참, 오직 먹을 생각뿐이지? 다 네가 좋아하는 거로 해왔어. 옥수수 수프도 끓였고.”“선배는 진짜 너무 좋아! 나 선배 사랑해!”“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선배 내가 책임질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매일 밥만 해줘. 그럼 돼.”남설아는 신난 얼굴로 젓가락을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런 천진한 모습에 잠시 말을 망설이던 강연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송우민, 그 사람 너 보러 온 거야? 두 사람... 친한 거야?”“친하진 않아. 전에 나 납치했던 사람이야. 나중엔 살기 위해 서로 손잡은 거고.”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하고 나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근데 왜 다들 그 사람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꺼리더라? 그냥 애 같기만 하구만.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주변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를 모두 두려워하는 게 느껴졌다.그 말에 강연찬은 조급해졌다.“너 제발 그 사람 얼굴만 보고 착한 척하는 거에 속지 마. 겉보기엔 순둥이처럼 생겼지만 속은 냉혈한이야. 완전 미친놈이라고!”“미친놈이든 바보든 날 도와주면 내 친구야.”남설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그 사람은 내 목숨 구해준 은인이야. 그 사람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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