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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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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천기준은 지금 어떤 말도 다 부질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남설아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배서준 앞에 내밀었다.“대표님,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사무적인 어조였다. 그런 천기준의 태도에 배서준은 괜히 마음이 상했다. 그는 자료를 들여다보자 본능적으로 거부감부터 들었다.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떻게 저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능력까지 있다는 거지?’“그 정도로 유능하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날 꼭 잡으려고 했던 거야!”“할아버지한테까지 그렇게 열심히 공들여서 결국 그 많은 걸 다 받아냈잖아!”배서준은 서류 위로 주먹을 세게 내려치며 계속해서 혼잣말처럼 불평을 쏟아냈다.요즘 들어 그가 받은 충격은 말 그대로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좌절을 겪어본 적 없는 그였기에 버티기가 힘들 정도였다.그런 배서준의 모습을 보며 천기준은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걸 직감했다.그래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방을 나섰다.이제 넓은 사무실에는 배서준 혼자만 남았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고 그것을 들었다.서류 안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되어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 같았다.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대가 없이 얻으려는 여자’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눈에 띄는 존재였던 것이다.자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배서준은 남설아와 자신 사이에 뭔가 커다란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는 곧장 천기준을 다시 불러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대체 어떻게 해서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왜 그렇게 정신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까지 생기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천기준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이 와중에 과거 일은 왜 또 들쑤시는 건데?’“대표님, 서유라 씨가 계속 울고 계십니다. 혹시 가서 보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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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남설아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엔 결재를 받아야 할 서류가 들려 있었고 서로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속으로는 우스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살짝 흔들었다.“대표님, 사인하시죠.”지극히 공적인 말투와 차가운 태도는 결국 배서준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남설아, 이 못된 것아! 유라 피 흘리는 거 안 보여?”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남설아를 노려봤다.“너만 아니었으면 유라 우울증 다시 도질 일도 없었어! 일부러 괴롭히고 밀어붙인 거잖아! 결국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설아는 배서준 품에 파묻혀 덜덜 떨고 있는 서유라를 보며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자신은 단 한 번도 배서준에게서 저런 눈빛을 받은 적이 없었다.다정함도, 걱정도, 오직 돌아온 건 늘 차가운 비난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수년을 사랑했던 자신이 한심할 따름이었다.예전 같았으면 배서준의 이런 비난에 말없이 참았겠지만 지금의 남설아는 손찌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참은 셈이었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위아래로 서유라를 훑어봤다. 손목에 상처가 조금 있긴 했지만 연기는 너무 서툴렀다.“서준 씨, 얼른 애인 안고 병원이나 가요. 이러다가 상처 아물겠어요.”“사내 규정집 다 읽어봤어요.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배건 그룹에 근무할 수 없어요. 대표란 사람이 앞장서서 규정 위반이라니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남설아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빛을 던졌다.“죽고 싶으면 조용히 멀리 가서 죽어. 괜히 여기서 죽어 건물에 흉한 기운 돌게 하지 말고. 피해 주지 말자고, 응?”그렇게 말한 뒤 남설아는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하이힐을 또각이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서준아, 놓아줘. 그냥 죽게 해줘...”“설아 씨는 진짜 나를 싫어해.”서유라는 두 손으로 배서준의 셔츠를 꼭 붙잡고 있었다.맞춤 제작된 고급 셔츠는 그녀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피가 물든 그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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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병원.응급처치 끝에 서유라는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주치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환자 상태가 이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자살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배서준은 짧게 대답한 뒤,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유라의 손을 꼭 잡았다.최근 남설아가 계속 일을 벌인 탓에 자신이 그녀를 너무 등한시했다는 걸 그는 인정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라가 천천히 눈을 떴고 말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서준아, 미안해.”그녀가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본 배서준은 더욱 미안해졌다.하여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살며시 감싸 쥐며 부드럽게 말했다.“바보야,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미안해할 일도 아니야.”“아니야. 전부 내 잘못이야. 설아 씨가 날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 내가 설아 씨의 것을 빼앗았으니까.”서유라의 눈물은 더욱 거세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흐느꼈다.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배서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널 좋아하고, 널 사랑한 건 나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울지 마. 내가 사과하게 할게, 알겠지?”배서준은 옆에 놓인 티슈를 집어 들고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눈빛에는 한없이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다정한 태도 속에서도 서유라는 느낄 수 있었다.이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서유라는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나직하게 물었다.“서준아, 너 앞으로도 영원히 이렇게 날 아껴줄 수 있어?”“그래. 난 언제까지나 너한테 잘해줄 거야. 영원히.”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약속했다.그 말에 서유라는 조금 안심한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서준아, 나한테 도현이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야. 제발, 제발 나 좀 도와줘. 내 동생 좀 살려줘. 응?”“그래.”이미 결심은 서 있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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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그때까지는 몰랐다. 배나은의 죽음이 배서준과 관련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배건 그룹의 모든 것도 그녀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단 한 푼도 양보할 수 없었다.“헛된 망상하지 마.”배서준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그대로 남설아의 어깨를 밀쳐 소파에 내동댕이쳤다.그 뒤를 잇는 건, 그녀 얼굴을 향해 내던져진 한 장의 서류였다.“서명해. 네가 그렇게 원하는 프로젝트 팀장 자리야.”날카로운 종이 끝이 남설아의 뺨을 살짝 그었다. 깊진 않았지만 피가 맺혔다.남설아는 ‘쓰읍’ 소리를 내며 잠시 숨을 삼켰고 이내 서류를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내용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펜을 꺼내 이름을 꾹 눌러 썼다.그러고는 서랍을 열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용서 각서를 꺼내 배서준에게 내밀었다.“현금과 물건, 서로 주고받았으니 끝났어요.”말은 짧았지만 모든 의미가 담긴 거래였다.배서준은 그 종이를 받아들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볼 때 이것은 너무 철저히 계산된 태도였다.“넌 진짜 내가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 확신한 거야?”“그만 좀 그런 찌질하고 역겨운 얼굴로 말해요. 내가 당신 위해서 그랬다는 표정 짓지 말라고요. 연기하려면 당신 팬들 앞에서나 해요. 난 서준 씨한테 박수 쳐줄 생각 없으니까. 나갈 때, 문 잘 잠그고 나가요.”남설아는 이렇게 말하며 용서 각서를 배서준 얼굴에 던졌다.마치 방금 그가 했던 것처럼 얼굴을 향해 힘껏.그녀는 배서준을 지나쳐 단호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남설아! 너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두고 보자고! 네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배서준은 바닥에 떨어진 용서 각서를 주워들고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계속 이렇게 분풀이만 할 거면 서준 씨는 그냥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일 뿐이에요.”남설아는 돌아서서 싸늘하게 받아쳤다.배서준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이 당돌하고 차가운 여자가, 예전의 그 말 잘 듣던 여자가 맞다는 사실이.‘정말 여자는 아이를 잃고 나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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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배서준은 남설아에게 밀려 연달아 뒷걸음질 쳤지만 그의 눈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저 광기 어린 남설아를 무표정하게 지켜볼 뿐이었다.문밖으로 밀려난 뒤, 배서준은 냉소를 머금은 채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진짜 미쳤구나.”한때는 매일같이 이런 배서준의 비웃음과 조롱, 정신적인 폭력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나날이 있었다.남설아는 그 모든 것을 참아냈고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그 시절의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었다.남설아는 바닥에 벗어놓은 하이힐을 움켜쥐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배서준의 얼굴을 향해 힘껏 던졌다.이제는 말로 감정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이렇게 물리적인 방식으로 내던지는 게 오히려 속에 쌓인 분노와 울분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방법이었다.배서준은 그제야 얼굴을 찌푸리며 더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고 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가던 길에도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남설아, 너 진짜 미친년이야! 지금 그냥 히스테리 부리는 거라고!”“꺼져, 이 개자식아!”남설아는 있는 힘껏 하이힐을 그의 등에 던졌다. 그러고는 쾅 소리 나게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그녀는 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듯 미끄러져 내려갔다.이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는 두 손으로 뺨을 감싼 채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소리 내지 않아도 그 분노와 억울함은 온몸으로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숙자는 가슴이 미어져 급히 남설아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와 그녀를 부축했다.“설아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남설아는 이 집에 따로 나와 살게 된 뒤부터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거부했다.모두가 자신을 ‘설아 씨’라고 부르길 바랐다.남설아는 눈물을 대충 훔치더니 갑자기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저 속상하지 않아요. 나 봤죠? 방금 그 얼굴에 하이힐 제대로 한 방 먹였잖아요. 지금 속이 다 시원해요.”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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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배서준을 한 대 후려친 후, 남설아는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케이크까지 먹고 나서는 바로 노트북을 꺼내 프로젝트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배서준이 조건을 받아들였으니 이제부터는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내야 할 차례였다.위화 그룹의 기본 정보는 사실 강연찬이 이미 예전에 건네준 적이 있었기에 남설아는 지금 위화 그룹이 뭘 원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목표가 분명해지면 그에 맞게 방향을 잡는 건 훨씬 수월해지는 법이다.조금만 생각을 정리하곤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두 손은 쉴 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내일은 기술팀 사람들과 첫 대면이 있는 날이었다. 이런 개발자 쪽 사람들은 대체로 단순한 편이고 실력으로 승부 보는 분위기라서 누가 실력이 있느냐에 따라 말발도 달라지는 세계였다.그러니 첫 만남부터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했다. 남설아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밤새 프로그램을 붙잡은 끝에 대략적인 모델이 완성됐다.남설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집에서 전업주부 생활을 하며 먹고 자고만 반복할 땐 늘 무기력했는데 일하느라 밤을 새운 지금이 훨씬 정신이 맑았다.확실히 배서준은 사람 기운 빠지게 만드는 재수 없는 인간이었다.‘다 그 인간 탓이야.’남설아는 블랙커피를 가득 따라 마신 뒤, 잠이 확 깨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라 회사로 향했다.배건 그룹은 아직 전환기 초입에 있었지만 기술팀의 구성은 상당히 고급이었다. 그만큼 배건 그룹이 이번 전환에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그리고 동시에 배서준이 지난번에 계약을 빼앗겼을 때 얼마나 분통 터졌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 분노에 자기도 한몫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사무실 문을 열고 남설아는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오늘부로 기술팀의 새로운 팀장을 맡게 된 남설아입니다.”이름이 나오자마자 한원준이 거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남설아? 혹시.. 제일대 남설아 선배님?”“왜요? 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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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고마워요.”남설아는 가볍게 웃고는 손뼉을 쳤다.“자, 이제 우리 본격적으로 일해봐요. 다들 이리로 모여봐요. 우선 회의부터 시작하죠!”말을 마치자마자 옆에 있던 한원준에게 USB를 건넸다.“이거 좀 도와줘요, 부탁해요.”“네. 금방 할게요!”한원준은 말 끝나기 무섭게 강아지처럼 바로 USB를 들고 세팅을 시작했다.곧 대형 화면에 USB 안의 자료가 띄워졌다.“제가 기술팀에 온 건 얼마 안 됐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위화 그룹과의 협업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이건 어젯밤에 제가 만든 초기 모델이에요. 한번 자세히 봐주세요. 각자 의견도 말해주시고요. 오늘 이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좀 더 구체화시켜 봅시다.”남설아는 주저 없이 바로 업무에 돌입했다.여기 있는 이과 남자들은 인간관계나 눈치 보는 건 형편 없었지만 수치로 소통하는 건 아주 능했다.처음엔 다들 남설아를 그냥 도식 몇 개만 만들어놓은 낙하산쯤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그녀가 보여준 결과물을 보고는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프로젝트는 이미 한 주 넘게 이들 손에 있었지만 아무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던 상황.그런데 남설아는 단 하루 만에 뚜렷한 로직과 모델까지 짜서 들고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충격이었다.그들은 정말 믿기 힘들었다. 젊은 여성이, 그것도 이런 분야에서 이렇게까지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말이다.“왜 다들 나만 쳐다봐요? 화면 보세요.”남설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원준 씨, 먼저 얘기해볼래요? 어떤 생각 들어요?”그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그 시각, 사무실 밖.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문 앞에 서 있는 배서준은 방 안에서 열정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남설아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은 어딘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 옆에 서 있던 서유라는 배서준의 표정을 살피며 얼굴빛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결국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서준아, 우리 동생... 정말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거지?”“응, 변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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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남설아는 알고 있었다.자신이 더 잘 해낼수록 배건 그룹도 더 잘될 거라는 걸.그리고 배건 그룹이 잘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들 역시 훨씬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명확한 목표가 생긴 이후로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체계적으로 변해갔다.주원 그룹.“강 대표님, 지금 설아 씨가 기술팀에 들어갔다는 거 아세요?”서진영은 다급한 표정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강연찬은 그런 서진영의 표정이 우습기까지 해 눈을 깜빡이며 웃듯 말했다.“왜 그래? 전엔 그렇게 싫다더니 몰래몰래 사람 소식 챙기고 있었나 보네?”그 말에 서진영은 바로 발끈했다.“난 그 사람 자체는 신경 안 써요. 하지만 기술팀에 들어가서 배서준이랑 안팎으로 손잡기라도 하면 우린 정말 속수무책이에요!”남설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그런 서진영을 보며 강연찬은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듯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했다.“그야 당연하지. 내가 좋아한 여자가 아무나겠어? 우린 꽃 한 송이만 보는 게 아니라 꽃밭을 만드는 거야. 나랑 잡담할 시간에 너도 실력부터 키워. 괜히 어린 애 하나 붙잡고 질투하지 말고.”“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질투한다는 거예요? 근데 대표님 원래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는 스타일이었어요? 몰랐네요.”이쯤 되자 서진영은 정말로 열이 올랐다.‘분명하게 말해줬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태연하게 넘기다니. 이게 말이 되나? 이게 맞는 건가?’“일해.”강연찬은 바로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그의 태도는 단호했다.남설아에 대한 문제라면 그 어떤 계산도 방어선도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였다.사전에 막는다거나 견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하지만 서진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강 대표님, 설령 회사 생각만 하더라도 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그 애한테 손대면, 나랑 끝이야.”눈빛이 매서워진 채로 강연찬은 서진영을 정면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남설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절대 양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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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배서준과 결혼한 이후, 남설아가 받아온 건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뿐이었다.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남설아를 아래로 보는 건 기본이었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그들 상류층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게 공공연한 분위기였다.시간이 지나면서 남설아 자신조차 정말로 자신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었다.하지만 지금 한원준의 존경 어린 눈빛과 마주한 순간 남설아는 문득 깨달았다.그녀는 늘 빛나고 있었지 단 한 번도 모자란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다.그저 배서준과 그 주변인들이 눈이 멀어 보지 못했던 것뿐이었다.“열심히 해봐요. 다 끝나면 내가 한 번 더 정리해서 마무리해줄게요. 괜찮죠?”남설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오전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남설아는 이미 업무 전반을 정리해 놓았다.단지 앞으로의 방향만 설정한 게 아니라 각자 맡아야 할 영역까지 세세하게 나눠서 정리했다.이제는 누구나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움직일 수 있었다.그야말로 이상적인 팀장이었고 혼란스러웠던 기술팀은 단숨에 체계적인 조직으로 바뀌었다.한편, 천기준은 기술팀 상황을 그대로 배서준에게 보고했다.그 안엔 남설아에 대한 칭찬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그 여자, 정말 능력 있네.”배서준은 냉소적으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 남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천기준은 진심을 담아 답했다.배서준이 비꼬는 걸 모를 정도로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칭찬을 해줘야 마땅한 거 아니야? 근데 왜 회사에 빚이라도 진 것처럼 말하시지?’서유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정말 대단하네, 남 팀장님.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너도 이렇게 정신없이 고생 안 했을 텐데.”그 말에 배서준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기분이 상한 듯 투덜거렸다.“내가 보기엔 일부러 튕기는 거야. 능력 있으면 왜 진작 말 안 했겠어? 사람 바짝 엎드리게 만들고 싶었던 거지.”그 순간 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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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대표라는 사람이 제대로 못 하면 당연히 욕 좀 먹는 게 맞죠. 천 비서님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욕하는 거야 당연한 권리예요. 솔직히 나도 욕하고 싶다니까요?”남설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근데 욕만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괜히 말 잘못했다가 자기만 손해니까요.마음 좀 가라앉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생각해봐요.”“아, 맞다. 아까 보니까 보너스 깎였다고 했죠? 걱정 마요. 그건 내가 챙겨줄게요. 직원이 실망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남설아는 조용히 걸어와 물티슈를 뽑아 들더니 책상 위에 쏟아진 커피 자국을 말끔히 닦아냈다.‘어차피 어디 가든 일하는 건 마찬가지지. 누구 밑에서 일하든.’천기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겼다.사무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남설아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오히려 천기준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남설아는 알고 있었다.자신이 기술팀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 보너스는 문제없이 나갔을 거라는 걸.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자신이 기술팀에 있고 서유라는 배서준의 곁에 있다.그러니 배서준이 마음이 있어도 서유라가 어떻게든 막으려 들것이었다.직장인들의 공통된 목표는 결국 ‘돈’이다.보너스가 날아간다면 팀원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밖에 없다.그렇게 판단한 남설아는 아예 자기 돈을 털어 보너스를 지급했다.“선배님, 이제 막 오셨는데 보너스를 먼저 챙겨주시다니... 진짜 감동이에요!”한원준은 두툼한 봉투를 받아 들고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다른 직원들 역시 함박웃음을 지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예전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오늘이 제가 입사 첫날인데 마침 보너스 지급 시기랑 겹쳐서요. 두 가지를 한 번에 축하해야죠. 오늘 저녁, 다 같이 샤브샤브 먹으러 가요! 제가 쏩니다.”남설아가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와아아!”기술팀은 다시 한번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남 팀장님 만세!”“남 팀장님, 저희 진짜 사랑합니다!”기술팀은 어느 때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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