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그렇게 좋은 자원을 손에 쥐고도 써먹을 줄 몰랐고 오히려 저런 도우미들한테 무시당하고 있었다니, 차라리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자기 따귀를 몇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역시 임신하면 바보 된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이제는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뭐라 해도 어쨌든 한 집안 식구고 진짜로 남설아가 판을 뒤엎기라도 하면 결국 제일 손해 보는 건 저들 같은 하층 노동자들일 테니 말이다.속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었지만 다들 하나둘 짐 챙겨서 조용히 물러났다.겨우 집이 조용해졌으니 오늘 밤은 좀 쉴 수 있겠지 싶었는데 웬걸, 이번엔 또 불청객이 찾아왔다.‘이래서야 편히 살 수는 있는 거야?’남설아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날들이었다는 걸.‘그때의 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던 걸까?’과거의 자신이었지만, 공감할 수 없었다. 남설아는 그 낯선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었다.“남설아! 이 못된 년! 당장 안 나와?”“시부모님 몸 안 좋은 거 몰라? 시아버진 누워계시는데 넌 어때? 코빼기도 안 비치잖아! 네가 며느리야? 에휴, 부모 없는 게 티가 나지. 그따위로 자랐으니 인성도 저 모양이지!”윤화진이 허리에 손을 얹고 거실 한가운데서 고래고래 악을 썼다.남설아는 이마를 문질렀다. 그러고는 장숙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걱정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뒤이어 그녀는 혼자서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와 일말의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찬물 한 바가지를 들고 윤화진의 머리 위에 그대로 끼얹었다.“꺄악!”온몸이 흠뻑 젖은 채 윤화진은 비명을 질렀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명품이었건만 순식간에 다 망가졌고 꼴은 딱 물벼락 맞은 생쥐 꼴이었다.“남설아, 이 미친년이, 네가 감히!”윤화진은 망설임도 없이 손바닥을 들어 남설아를 때리려 들었다.하지만 남설아가 먼저 손목을 낚아채더니 힘껏 꺾어 바닥에 그대로 내던졌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봤다.“여긴 내 집이에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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