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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굿바이 쓰레기: Kabanata 111 - Kabanata 120

236 Kabanata

제111화

욕실에서 남설아는 자동차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이 이 남자의 손길을 두려워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원래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도 이렇게까지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남설아는 마음 한구석이 어쩐지 씁쓸했다. 남설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몸을 깨끗이 씻고 난 후, 남설아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녀는 잘 먹고, 잘 자고, 몸을 회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야만 나은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고 나은이가 죽기 전에 했던 말처럼 살 수 있었다.나은이, 나은이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남설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특히 나은이와 함께 지낸 소중한 공간인 이곳에는 그녀가 떠나기 전 모든 흔적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눕자마자 온 방 안에서 나은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나은이가 떠난 후, 그녀는 단 한 번도 숙면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에 돌아왔기 때문인지, 나은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금세 잠이 들었다.한편, 서유라는 병원 침대에 단단히 결박된 채 두 눈이 빨개져서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당장 날 풀어줘!”“풀어줄 때가 되면 당연히 풀어줄 거야. 근데 지금은 당연히 못 풀어줘. 너도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대가를 치러야지. 이제 알겠어? 배서준의 마음속에서는 너도 별거 아니야.”최두식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비웃듯이 말했다.지금 그녀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어 가여운 사람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지금 이 처지가 된 게 모두 인과응보이다.그 말을 들은 서유라는 충격을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너 남설아의 사람이었어? 네가 그 더러운 년의 사람이라니!”짝하고 거친 마찰음이 방 안을 울리고 서유라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최두식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남의 가정을 깨뜨린 너야말로 더러운 년이지! 불륜녀 주제에 감히 누굴 욕해? 뻔뻔한 년.”서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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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지금 남설아에게는 어제 입었던 드레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때, 집 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남설아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는 서진영을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옷을 가져다주러 왔어요. 강 대표가 전해주라고 한 것입니다.”서진영은 조용히 가방을 내밀었다. 남설아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복잡했다. 심지어 원망과 경계하는 감정까지 느껴졌다.“만약 그런 뜻이 없다면 괜한 희망을 주지 마세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쉽게 빠졌다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에요.”서진영은 강연찬과 동창이었다. 같이 해외에서 유학할 때도 늘 함께였기에, 강연찬이 남설아를 얼마나 애타게 그리워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결혼했을 때, 그가 얼마나 슬퍼했는지도 똑똑히 봤다.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강연찬이 아직도 그녀를 놓지 못하는 걸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더는 자신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그는 강연찬의 친구였기 때문에 당연히 친구의 생각과 감정을 챙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말에 남설아는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요. 그 말 명심할게요. 앞으로는 신중할 거고 다시는 그 사람이 상처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가 자신의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건 강연찬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친구라는 의미였다.그렇다면 화가 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강연찬에게는 좋은 일이니 기뻐해야 했다.서진영은 그녀가 반박하거나 날카롭게 받아칠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태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역시 보통이 아니군요.”“맘대로 생각해요.”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나은이가 떠나기 전에는 이런 것들을 무척 신경 썼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나쁜 여자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전혀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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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남설아는 마음에 드는 차 한 대를 골라 탑승했다. 운전석에 올라타니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감각이 들어 남설아는 이를 갈았다.“망할, 내가 대체 그동안 무슨 고생을 하며 살았던 거야?”빠르게 운전해 도착한 곳은 배건 그룹 본사 앞이었다. 예전이라면 감히 발도 들이지 못했을 곳이지만 지금은 배서준의 차를 타고 왔기에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갈 때 보안요원들조차 예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그 순간, 남설아는 진정한 자존심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에게 기대어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그리고 또 하나, 과거에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을 보였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착하게 굴었기에 그 업보였다. 사진은 배건 그룹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의 무게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결혼한 몇 년 동안, 이곳에 온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배서준을 마음에서 지운 후에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니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녀를 씁쓸하게 만들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을 겪으면서 한 가지 확실해진 사실이 있다. 바로 배서준을 사랑하면 결국 불행해진다는 것이었다.그날의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살벌한 분위기였다. 거의 모든 이들이 배서준을 향해 날을 세웠다.그동안 공들여 온 배건 그룹의 이미지가 그의 사생활 문제 하나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주주들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그를 몰아세웠다.그런데도 배서준은 무표정하게 앉아 그들의 불만을 듣고 있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남설아 씨와 부부인 이상, 배건 그룹은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죠?”그는 대표로 취임한 후 배건 그룹의 매출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렇기에 주주들도 그의 능력을 부정할 수 없었다.사생활 문제야 어찌 됐든 기업을 경영하는 핵심은 사생활이 아니라 결국 숫자와 실적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보도된 내용만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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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안녕하세요, 저는 남설아입니다. 오늘이 주주총회인 만큼 배건 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직접 참석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굳이 앞자리로 나아가지 않고 회의실 구석 자리를 선택해 앉았다.그런데도 그녀의 존재감은 단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가 풍기는 강렬한 아우라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 덕분이었다.배서준마저도 이전과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그리고 이런 그녀가 자신의 법적 배우자인 게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다.“배 대표님, 회의를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남설아는 배서준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속으로는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철저히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그제야 배서준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녀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였다.그가 혼자 회의에 참석했다면 가족의 대표로서 의견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남설아가 직접 나타난 이상, 회사의 주도권이 그녀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남설아, 여기엔 왜 온 거야? 전에 얘기했었잖아. 집안일은 네가, 바깥일은 내가 맡기로. 약속된 거 아니었어?”배서준은 불만스럽게 남설아를 쳐다보며 타박했다.이전 같았으면 남설아는 그의 타박에 주눅 들어 고개를 숙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은한 미소를 띠며 담담하게 말했다.“맞아요. 이전엔 아이를 키우느라 그랬죠. 하지만 이제 아이도 없고 저도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하겠어요. 집에만 머물면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잖아요?”“너 같이 평범한 가정주부가 무슨 직장 복귀야? 네 직장은 집이고 네 전쟁터는 주방이야. 그러니까 얼른 집으로 돌아가.”그의 말투에는 진한 경멸과 혐오가 담겨 있었다.배서준은 정말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꾀는 많았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몸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저는 명문대 졸업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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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남설아는 배건 그룹의 최대 주주였다. 그녀가 회사에 복귀하는 데 있어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는 배서준의 의견을 고려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배서준의 의견 따위 그녀에게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뭐?처음에 주주들은 배서준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남설아의 발언을 듣고 순식간에 타깃이 그녀로 바뀌었다. 그들은 회사 일은 전혀 모르는 그녀가 직장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설령 말단 직원이라도 허락할 수 없었다.“사모님께서는 그냥 집에서 빨래나 하고 요리나 하시는 게 좋겠어요.”“회사 운영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시잖아요. 지금 회사 사정도 어려운데 괜히 더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마세요.”주주들의 비아냥과 비판이 쏟아졌지만, 남설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더 힘든 일들을 버텨왔다. 고작 이런 말 몇 마디에 흔들릴 리가 없다.“다시 한번 강조하죠. 저는 배건 그룹의 최대 주주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통보하는 것이지, 허락을 구하려는 게 아닙니다. 만약 제가 회사 일에 참여하는 걸 반대하신다면 제 손에 있는 40%의 지분을 매각하겠습니다. 그러니 잘 생각해보세요.”남설아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주주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겉으로 충성하는 척하지만 사실 속은 이기적인 사람들이라 돈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만약 정말 40%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올 것이고 이는 배건 그룹의 모든 업무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가족 경영의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이런 순간에 드러났다. 가족 내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회사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그들은 항상 위축되어 있던 소심한 사모님이 이런 배짱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다.주주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는 해명이 필요했고 해결책이 필요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그는 빠르게 걸어가 남설아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었다.그러나 남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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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만약 지금 배건 그룹이라는 간판마저 사라진다면 그의 모든 것도 모조리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역시 넌 꾀가 많아.”“그래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뭐요? 불만 있어요?”남설아는 전혀 물러설 생각 없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가 어쩌겠는가? 감히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예전에 남설아는 이 사람의 입에서 꾀가 많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마치 자신에게 향하는 칭찬처럼 들렸다.“좋아, 그 제안 받아들일게.”배서준은 순식간에 타협했다.그 역시 계산이 확실했다. 눈앞의 이 여자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봐야 결국 마케팅팀에 책상 하나 늘어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거절한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게다가 배서준은 남설아가 조용히 자리에서 업무만 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단순한 핑계일 뿐 결국은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와 유혹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여자의 속마음 따위를 배서준이 모를 리 없었다.그는 자신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전 같았으면 절대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이 여자가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오히려 묘한 우월감을 자극했다. 심지어 앞으로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기대되기까지 했다.“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해요.”남설아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치 방금까지의 언쟁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다.사람들은 모두 이곳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로 생각했지만 배서준이 이렇게 쉽게 물러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묘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어쩌면 배건 그룹이 정말로 변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인지도 모른다.회의가 끝난 후, 남설아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 했다.“잠깐.”배서준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남설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회사에서는 일 제대로 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내 체면을 깎지 말라고.”배서준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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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서유라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녀의 어머니는 이 딸에게 관심조차 없었다.그녀는 오직 아들만 소중했다.서유라의 모습이 못마땅했던 어머니는 짜증 난 듯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결국엔 네가 한심한 탓이야. 애초에 배서준을 네가 먼저 알았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그 더러운 년한테 그냥 빼앗기다니. 너는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동생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면서 네가 누나 노릇을 할 자격이나 있어?”서유라는 요즘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철저히 숨길 수 있는 곳만 노려서 폭력을 행사했고 배서준은 이익을 위해 점점 더 남설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던 서유라는 이제 억울함이 가슴에 가득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래도 오늘은 어머니가 찾아왔으니 그동안의 서러움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하지만 어머니의 첫마디는 위로가 아닌 비난이었다. 마치 자신이 어떤 용서를 받지 못할 죄를 지은 것처럼 몰아붙였다.“정말 내 친엄마 맞아요? 내가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거예요? 엄마의 귀한 아들, 하는 일이라고는 나한테 짐을 떠넘기고 사고 치는 것뿐인데 그걸 내가 다 감당해야 해요? 나 혼자 버티기도 벅찬데 왜 자꾸 더 힘들게 하냐고요?”서유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제껏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그녀는 요즘 매일같이 고통받고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었고 배서준과의 관계를 더 깊이 쌓기는커녕 이제는 그를 만나는 것조차 어려웠다.예전에는 배서준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향해 있어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하며 애정을 나눴다. 그러나 이제 서유라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배서준은 절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서유라의 가슴은 차갑게 식었다.한편, 어머니는 자신에게 순종적이기만 했던 딸이 이렇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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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서유라의 어머니는 당황한 듯 급히 일어나더니 어색하게 손을 비비며 더듬거렸다.“배 대표님.”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유라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히고 손수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물었다.“안 아파?”“서준아,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서유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네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도 회사를 위해서라는 걸 알아. 설아 씨는 날 미워해. 나 때문에 나은이를 잃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난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설아 씨가 날 미워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도 다 감수할 테니 널 힘들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그녀는 점점 흐느끼다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배서준을 꼭 끌어안았다.그러나 곧바로 마치 전기가 통한 듯 화들짝 몸을 떼어내더니 가슴을 감싸 안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에 배서준은 깜짝 놀라 아직 서유라의 어머니가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들쳤다.“어디 다친 거야?”“아니야, 괜찮아. 설아 씨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서유라는 당황한 듯 몸을 피했지만 헐렁한 병원복 탓에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천이 흘러내려 그녀의 몸 곳곳에 새겨진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온몸에 퍼진 푸르고 붉은 멍, 촘촘한 주사 자국, 거기에 겁먹고 당황한 듯한 서유라의 표정이 더해지자 배서준의 가슴속 보호 본능이 폭발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세상에, 불쌍한 내 딸, 남설아 그 여자가 너무한 거 아니야? 배 대표님, 제발 우리 유라를 도와주세요. 이 아이도 어쩔 수 없이 한 일입니다.”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서유라의 손을 붙잡고 흐느꼈다. 그 눈물 연기는 완벽했다.정작 서유라의 마음은 공허했다.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자신과 입을 맞추는 이유는 단지 자신을 배서준의 여자로 만들고 동생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욱 아려왔고 어느새 진심이 담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배서준은 분노하여 주먹을 꽉 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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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배서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생각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설령 남설아가 지금 그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해도 그녀가 지나치게 날뛰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곧바로 마케팅 부서에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린 후, 다시 서유라 곁으로 돌아가 그녀를 열심히 챙겼다.젊은 연인들에게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아는 어머니는 아들이 별문제 없을 거라는 확신이 서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났다.한편, 남설아는 이 모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프로젝트에 깊이 몰두하고 있었다.오랜만에 다시 본업으로 복귀한 그녀는 회사 일에 집중하면서 가정주부로 사는 것보다 출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더군다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일의 능률도 더욱 높아졌다. 남설아는 빠르게 프로젝트의 허점을 찾아내 하나하나 보완하기 시작했다.그야말로 온 신경을 일에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에 배서준이 집에 들어온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배서준은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쾌해졌다.예전에는 자신이 집에 돌아오면 남설아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직접 그의 신발을 갈아 신겨주기까지 했다.그녀를 싫어했지만 한 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아내였다.하지만 이제 그 유일한 장점마저 사라져버렸고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의 신발을 갈아줄 사람이 없자 배서준은 심기가 불편해졌다.결국 신발을 신은 채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여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남설아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자 속에서 끓어오르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그제야 남설아도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향한 그의 격앙된 눈빛과 마주쳤다. 그녀는 의아했다.결혼 후 몇 년 동안 배서준이 집에 돌아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딸과 단둘이 지낸 시간조차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자주 집에 오는 거지?이 집에 오래 살지는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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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온몸에 퍼진 시퍼런 멍 자국과 촘촘한 주삿바늘 자국들, 분명 누군가가 심한 고문을 당한 흔적이었다.‘하지만 이게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이 사람이 누구예요?”남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배서준을 바라봤지만, 곧 그의 말속에서 실마리를 찾아냈다. 아까 분명 서유라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었다.그제야 사진 속 상처 입은 사람이 서유라라는 걸 깨닫고 남설아는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 이런 모습이 그녀에게는 그저 통쾌하게만 보였다.남설아의 표정 변화를 읽어낸 배서준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넌 학대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알기나 해?”“증거가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야죠. 이렇게 미친개처럼 내 앞에서 날뛰지 말고요. 나 바빠요. 할 말 끝났으면 내 앞에서 역겹게 굴지 말고 그 여자나 위로하러 가요.”남설아는 사진들을 다시 그에게 던졌다.이제야 알았다. 많은 말이 필요 없이 화를 내버리는 게 이렇게나 속이 시원한 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뻔뻔한 사람이 되고 나니 온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진작에 예의 따위 버리고 살았더라면 그렇게 답답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었을 텐데...’“너!”배서준은 눈앞의 남설아가 정말 자기 아내가 맞는지조차 믿을 수 없었다.소설 속 이야기처럼 혹시 자기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빙의라도 된 건 아니겠냐는 생각까지 들었다.하지만 곧 그는 이성을 되찾고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남설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게 네 새로운 수법이야? 남설아, 날 얻기 위해서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구나.”‘뭐라고?’남설아는 기가 막혔다. 이 상황에서도 이런 뻔뻔한 말을 당당하게 내뱉다니,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당신 마음대로 해요.”쓸데없는 말은 낭비일 뿐, 어리석은 자와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 설마 자기 인생에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줄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남설아가 돌아서서 방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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