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남설아입니다. 오늘이 주주총회인 만큼 배건 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직접 참석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굳이 앞자리로 나아가지 않고 회의실 구석 자리를 선택해 앉았다.그런데도 그녀의 존재감은 단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가 풍기는 강렬한 아우라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 덕분이었다.배서준마저도 이전과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그리고 이런 그녀가 자신의 법적 배우자인 게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다.“배 대표님, 회의를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남설아는 배서준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속으로는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철저히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그제야 배서준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녀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큰 문제였다.그가 혼자 회의에 참석했다면 가족의 대표로서 의견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남설아가 직접 나타난 이상, 회사의 주도권이 그녀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남설아, 여기엔 왜 온 거야? 전에 얘기했었잖아. 집안일은 네가, 바깥일은 내가 맡기로. 약속된 거 아니었어?”배서준은 불만스럽게 남설아를 쳐다보며 타박했다.이전 같았으면 남설아는 그의 타박에 주눅 들어 고개를 숙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은한 미소를 띠며 담담하게 말했다.“맞아요. 이전엔 아이를 키우느라 그랬죠. 하지만 이제 아이도 없고 저도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하겠어요. 집에만 머물면서 시간을 허비할 순 없잖아요?”“너 같이 평범한 가정주부가 무슨 직장 복귀야? 네 직장은 집이고 네 전쟁터는 주방이야. 그러니까 얼른 집으로 돌아가.”그의 말투에는 진한 경멸과 혐오가 담겨 있었다.배서준은 정말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꾀는 많았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몸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저는 명문대 졸업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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