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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91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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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남설아는 강연찬이 이런 비꼬는 말투를 쓸 줄은 정말 몰랐다.그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어 피식 웃으며 말했다.“선배, 내가 기억하기로는 예전에 이렇게 독설적인 스타일 아니었는데?”“새로 생긴 버릇이야. 왜? 불법이라도 돼?”강연찬은 태연하게 받아쳤다.하지만 남설아는 뭔가 이상했다. 강연찬이 자기한테 말할 때마다 은근한 불만과 분노가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선배, 내가 기억하기론 선배한테 무슨 잘못한 일 없을 텐데? 근데 왜 나한테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거야?”“넌 배서준의 와이프잖아. 설령 나한테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흥!”강연찬은 말할수록 기분이 상하는 듯했고 심지어 억울해 보이기까지 했다.그는 원래 남설아가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고 그녀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속으로 몰래 기뻐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다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을 줄 몰랐다.‘이게 무슨 일이래!’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남설아는 대충 짐작이 가서 웃으며 말했다.“우리 둘은 원래 그냥 쇼였잖아. 그렇게까지 열받을 일은 아니지? 난 내 걸 다 찾아오면 그 인간을 가차 없이 차버릴 거야.”“좋아, 그럼 내가 네 걸 되찾아 주지, 어때?”강연찬은 재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그의 눈빛은 너무도 또렷하고 진지했다. 그대로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왠지 모르게 당황스러웠다. 남설아는 거의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강연찬, 제발 이런 얘기하지 마.”“싫어. 꼭 해야겠어. 사실은 진작 했어야 했어. 남설아, 설아야, 나 너 좋아해.”강연찬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둘 사이에는 오랫동안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 존재했다. 학창 시절 내내 가벼운 불씨처럼 은근한 감정이 있었지만 끝내 서로에게 확실한 고백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강연찬이 유학을 떠났고 그 기회는 사라졌다.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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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남설아의 말을 들은 강연찬은 조용히 손을 거두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그럼 널 기다릴게.”이것이 배서준과 강연찬의 차이였다. 배서준은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했고 남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연찬은 존중했고 기다려 주었다.그런 그를 바라보며 남설아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선배, 돌아가. 앞으로의 일은 내가 잘 처리할게요.”“응.”강연찬은 억지로 머물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남설아의 뺨을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설아는 팔로 스스로를 꼭 감싸 안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다음 날 아침 배서준이 다시금 히아신스를 들고 찾아와서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은 어떤 것 같아?”그의 얼굴에는 한없이 다정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마치 남설아가 그의 세상 전부라도 되는 것처럼.예전 같았으면 남설아는 이런 그의 태도에 마음이 설렜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그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이상 이런 가식적인 모습이 우스울 뿐이었다.늦어버린 사랑과 관심은 하찮기 짝이 없었다. 하물며 그마저도 가짜라면 아무 가치도 없는 법이었다.남설아는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네가 아이를 원하는 거 알아.”“임신하게 해 줄게.”그는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고 마치 그녀에게 크나큰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그 오만한 모습이 역겨워 견딜 수 없었다!남설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를 악물었다.“난 지금 몸 상태가 안 좋아요. 아이 가질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도 아이 싫어하잖아요. 굳이 억지로 만들 필요 있겠어요?"“남설아, 대체 뭘 바라는 거야?”배서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남설아가 전혀 기쁘지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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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배서준이 떠난 후 남설아는 책상 위의 히아신스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울 따름이었다!하지만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그녀도 꽤 능숙했기에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 서유라의 방으로 향했다.지금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은 강연찬이 미리 손을 써 둔 상태였으니 서유라를 만나는 것도 문제없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남설아는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서유라를 비웃듯 바라보았다.“배서준의 운명적 사랑이 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어?”“남설아, 이 천박한 년아! 넌 천하의 개자식이야! 잔인하고 간교한 악녀라고!”서유라는 남설아를 보자마자 치를 떨며 이를 갈았고 욕설도 모자라 그녀를 저주하기까지 했다.예전 같았으면 남설아는 묵묵히 참거나 애써 못 들은 척했을지도 있었다. 하지민 지금은 가만히 당하기만 할 남설아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한 걸음 성큼 다가가 그대로 서유라의 뺨을 후려쳤다.“천박해? 대체 누가 천박한 년인데? 배서준은 가정이 있고 와이프도 자식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달라붙은 건 너야. 진짜 뻔뻔한 건 너라고!”“잔인하다고? 감히 그런 말이 네 입에서 나와? 네가 뭘 했는지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나은이가 떠난 날 일부러 배서준을 붙잡아 둔 거 다 알아!”남설아는 그 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분노로 터질 듯했다.서유라는 평소에도 늘 약한 척 가련한 척하며 동정을 샀지만 남설아는 그녀가 겉으로만 착한 척할 뿐 속은 시커먼 위선자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 모든 연약함은 고작해야 거짓된 가면일 뿐이었다.서유라는 눈앞의 남설아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언제나 비굴하게 당하기만 하던 남설아가 이렇게까지 날카로운 칼날을 세울 줄이야.서유라는 분을 참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남설아, 배서준의 마음속엔 오직 나뿐이야. 그런데 네가 감히 나한테 이런 수모를 주겠다고? 좋아, 두고 봐.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직접 배서준에게 이혼하라고 시킬 거야!”“내가 이혼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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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문 앞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서유라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남설아는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배서준도 똑같이 당해봐야 마땅했다.자신의 병실로 돌아오자 네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모두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고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저는 인성훈입니다. 오늘 스타일링을 맡게 되었습니다.”“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드레스와 액세서리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걸로 고르시면 됩니다.”인성훈이 뒤에 준비된 물품들을 가리켰는데 모두 최고급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었고 보석들은 국보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값비싼 것들이었다.그것들을 바라보며 남설아는 이번 기자회견과 저녁 연회가 꽤 중요한 행사라는 걸 직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배서준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 리가 없었다.그는 철저한 사업가라 이익이 보장될 때만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가장 비싼 걸로 할게요.”이미 차려진 밥상이라면 기꺼이 누릴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배서준을 어떻게 할 수는 없어도 엿 정도는 먹일 수 있으니까.인성훈은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전까지 남설아는 언제나 소극적이었고 선택하는 것도 최대한 보수적이며 저렴한 것들이었다. 그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도 그녀가 촌스럽고 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종종 오갔다. 배서준의 와이프로서의 품격이 부족하다는 수군거림까지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렬했다.그런 변화가 반갑기라도 하듯 인성훈은 망설이지 않고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를 꺼냈다.이 드레스는 착용자의 몸매를 완벽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이었다. 노출이 상당한 편이었으며 특히 등이 거의 전부 드러나는 과감한 스타일이었다. 입어보지 않았는데도 남설아는 이 드레스가 얼마나 대담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드레스를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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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가볍게 화장을 마치자 더욱 완벽하고 세련된 얼굴이 드러났다. 인성훈은 자신의 작품을 보며 몹시 흡족해했다.그들은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진 스타일리스트였지만 그래도 타고난 외모가 좋은 사람을 손보는 게 더 즐거웠다. 없는 걸 창조하는 것보다 있는 걸 살리는 게 훨씬 쉬웠고 효과도 확실했으니까.마치 화장을 안 한 듯하면서도 완벽한 변화를 주는 것, 그게 바로 최고의 경지였다.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던 남설아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녀는 원래는 이렇게 눈에 띄는 색감을 좋아했었는데 배서준과 함께한 후부터 그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점점 자신의 색을 지워나갔다. 그가 저속하다고 평가한 후 무의식적으로 그의 눈치를 보며 칙칙한 색의 옷들만 골라 입게 됐다. 이제 와 돌아보니 그때는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했다.“이거 아주 마음에 드네요, 계산은 배서준한테 하라고 하세요.”남설아는 당당하게 말했다.이 정도 돈은 배서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 이상의 가치를 돌려줄 터였고 배서준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으니까.거울 속 자신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던 남설아는 문득 자신이 상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배건 그룹.배서준은 곧바로 도착한 4억의 명세서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이게?”“사모님께서 오늘 저녁 파티에 입을 드레스와 주얼리입니다.”천기준이 담담하게 보고했다.그는 오랫동안 배서준을 보좌해 왔지만 사모님이 이렇게 큰돈을 쓴 건 처음이었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급의 사모님들은 매달 이 정도는 기본으로 지출하고 있었다.남설아가 배서준의 와이프로 살면서 감정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배서준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불쾌하게 중얼거렸다.“이제 돈 쓰는 재미라도 붙인 건가?”솔직히 그녀가 이 정도를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면 자기한테도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 마지못해 결제 서명을 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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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그래요? 이게 바로 방금 국제 슈퍼모델이 런웨이에서 입은 신상인데 뭐가 가볍다는 거죠?”“정말 고지식하다니까요.”남설아는 대놓고 눈을 굴리며 그의 가스라이팅을 단칼에 거절하고 한 마디로 맞받아쳤다.이건 정말 전례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배서준이 뭐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했고 그는 온갖 방식으로 남설아를 깎아내렸지만 그녀는 감히 반박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신이 정말 잘못한 게 아닌지 반성하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남설아는 더 이상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 그저 사람이 잘못됐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아까 스타일리스트들조차 예쁘다고 감탄했는데 유독 이 남자만 혼자 시커먼 얼굴을 하고 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정말이지 감도 없고 분위기나 망치는 수준이었다.배서준도 자신이 단 두 마디 던졌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은 말을 되돌려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남설아, 이게 네 새로운 수법이야? 이렇게 해서 내 관심이라도 끌어보겠다고? 헛꿈 꾸지 마.”“대체 누가 꿈을 꾸는 건지 모르겠네요. 갈 거예요 말 거예요?”남설아는 완전히 인내심이 바닥났다.오늘 화장이 너무 잘 돼서 이미지 망가질까 봐 참는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배서준의 대가리에 하이힐을 내리꽂았을 것이었다.‘보는 눈 하고는? 안과나 좀 가보시지? 대표라는 사람이 병 보일 돈은 없는 거야?’돈은 그렇게 많으면서 병원 갈 생각은 안 하나?속으로 배서준을 온갖 욕설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후 그녀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그대로 지나쳤다.‘지금 여기 기자들도 없는데 쇼를 할 필요가 없잖아?’솔직히 남설아는 이제 배서준이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혐오로 변해버렸다!이 남자와 닿기만 해도 역겨울 지경이었지만 배건 그룹의 핵심 자료를 손에 넣고 원래 자기 것이었던 걸 되찾기 전까지는 참아야 했다!남설아는 배서준 따위를 마음에서 지워버리기만 하면 인생이 이렇게도 평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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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이게 바로 남설아가 원하던 결과였다. 서유라가 이제 와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설아와 배나은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게 만들었으니 이제는 그 고통을 똑같이 돌려받을 차례였다. 이제는 서유라가 밤잠 한 번 제대로 못 이루는 게 어떤 기분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남설아는 여유롭고 품위 있는 태도로 대응했다. 그 덕분에 그녀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한층 더 올라갔다. 이 기회를 틈타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자신이 단순히 배서준의 와이프가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남설아에게 이번 일은 절호의 기회였다. 그녀는 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더 이상 배서준의 와이프 따위로 불리고 싶지 않았다!행사장은 그녀의 주도 아래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배서준은 그런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남설아가 그저 슈퍼에서 채소와 과일 가격이나 따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토록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어쩐지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서준은 지금의 남설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전의 그녀는 자아도 개성도 없었고 아이와 남편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야말로 영혼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배나은이 떠난 후 그녀는 마치 껍질을 깨고 나온 듯 눈부시게 변해버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 또 너무도 빛났다.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보호하며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함께 차에 올랐다.차가 한참을 달린 후에야 남설아는 배서준이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하며 즉시 손을 빼냈다.“대표님, 이 뉴스가 곧 인터넷을 도배하겠네요. 당신 애인이 보고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만약 그녀가 질투라도 해서 난리를 치면 난 두 번 다시 도와줄 생각 없어요.”그녀는 차 안에서 자세를 바꿔 의도적으로 그와 거리를 벌렸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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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카메라 앞에서 남설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 사적인 문제를 들킨 당혹스러움 따위는 전혀 없어 보였고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했다.원래 배서준은 이렇게 분별 있고 프로페셔널한 태도의 남설아를 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생기 없는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부터 어딘가 불쾌한 감정이 피어올랐다.예전엔 그녀가 모든 관심을 자신에게 쏟는 게 가장 싫었는데 이제는 아예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상황이 되자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사모님, 서유라 씨와 대표님의 관계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서유라 씨는 서유라 씨일 뿐이지만 저는 사모님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서준 씨는 제 곁에 있죠. 이보다 더 명확한 답이 있을까요?”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배서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열 손가락을 깍지 끼고 커다란 제스처로 결혼반지를 과시했다.사실 그녀의 반지는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기에 지금 손에 낀 건 그냥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저가형 짝퉁일 뿐이었고 그야말로 한 푼의 가치도 없는 물건이었다.배서준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눈빛도 어느새 부드러워졌고 남설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은근한 온기와 묘한 감탄이 서려 있었다.애초에 사람들은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하지만 이 장면이 생방송으로 송출되자 배서준의 눈빛을 따로 편집한 짧은 영상들이 각종 SNS를 뒤덮었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를 활용해 2차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이윽고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그 결과 전 국민이 배서준의 가짜 정체성과 가식적인 다정함에 현혹되어 버렸다. 일부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부러워하며 감싸기까지 했다.온라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홍보팀에서 올린 피드백을 확인한 천기준은 이번 이미지 세탁이 꽤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직감했다. 배건 그룹이 직면한 명예 실추 위기도 일단락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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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원래는 긴급한 일이었지만 배서준은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다지 급해 보이지 않았다.그는 잠시 멈춰 서서 남설아를 힐끗 바라봤다. 그녀가 왜 갑자기 더 이상 자기에게 휘둘리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시선을 느낀 남설아도 똑같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결국 손을 휘휘 내저었다.“살펴 가세요. 배웅은 못하겠네요.”“올 때까지 기다려.”배서준은 단호하게 말을 던지고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남설아는 코웃음을 치며 옆에 서 있던 천기준에게 시선을 돌렸다.“뭘 멍하니 서 있어요? 당장 차 준비해요. 우리 늦으면 안 돼요.”“하지만 사모님, 대표님이 기다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천기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언제부터 사모님이 이렇게 자기주장이 강했지?’남설아는 그런 천기준의 반응이 우습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그쪽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돌아올 것 같아요?”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 약속의 대상이 배나은이었을 뿐.하지만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처음엔 나은이가 순진하게 기다리곤 했지만 몇 번을 겪고 나니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그러나 어린이들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기에 남설아는 나은이가 매번 기다림과 실망에 지쳐 나중에는 울지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연이 생각이 들자 남설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녀는 단숨에 치맛자락을 손으로 쥐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천기준은 방금 전까지 온화하던 사모님이 한순간에 날카로워진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 급히 따라붙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모님이 택시를 타고 행사장에 가게 둘 순 없었다.그럼 사람들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행사장 입구에 도착한 남설아는 핸드폰을 조용히 집어넣고 곧장 미소를 띠며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순간 천기준은 절망했다.‘대체 누가 기자들을 부른 거야?!’‘방금까지만 해도 대표님과 사모님이 금슬 좋은 부부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한 사람만 덩그러니 등장하다니. 이건 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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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유라는 반쯤 배서준에게 몸을 기대며 마치 자신들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배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안으로 걸어가다가 마침 문 앞에서 막 들어가려던 남설아와 눈이 마주쳤다.남설아의 묘한 미소를 띤 눈빛이 그대로 박혀드는 순간 배서준의 가슴 한쪽이 찔린 듯 아릿해졌다. 손에 쥔 서유라의 손마저 까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설아 씨, 제발 화내지 마. 내가 이런 파티에 처음 와보는 거라, 서준이한테 간절히 부탁해서 같이 온 거야.”“병원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서 그냥 기분 전환 좀 하고 싶었어.”“난... 설아 씨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서유라는 말하는 도중 눈가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예전 같았으면 남설아가 당장 이 판을 엎어버렸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서유라 씨, 병원에서 요양하느라 힘들었겠어. 왔으니 안에서 실컷 즐기다 가.”“서준 씨, 서유라 씨 잘 챙겨줘요. 혹시 마음에 드는 거라도 있으면 꼭 사서 선물해 주고요.”그 말을 남긴 채 남설아는 치맛자락을 가볍게 잡고 몸을 돌렸는데 발걸음은 거침없고 우아했다.배서준은 거의 본능적으로 그녀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기자들이 뭔가 흥미진진한 냄새를 맡고 흥분해서는 카메라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며 광란의 촬영이 시작됐다.이번엔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으나 기자들의 시선에는 뚜렷한 조롱과 탐욕적인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대체 이 기자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어떻게 알고 온 거야?’배서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서유라의 손을 놓으려 했지만 이미 차에서 내릴 때부터 둘이 얼마나 다정하게 행동했는지 모두가 지켜본 상황이었기에 지금 와서 거리를 두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방금 서유라의 눈물의 연기를 안 들은 사람도 없었을 터였다.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이런 여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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