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준은 위화 그룹 건물 입구에 서서 손목시계를 한번 힐끗 봤다.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 상태였다.막 전화를 걸어 재촉하려던 찰나 택시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남설아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배서준 얼굴에 스친 짜증 섞인 표정은 남설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시계만 한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늦지 않았고 정확히 제시간이었다.“대표님, 이제 들어가시죠.”남설아는 다가오며 단호하게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배서준은 고개만 끄덕이더니 남설아를 지나쳐 곧장 그녀 뒤편에 멈춰 선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 문을 열자 서유라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남설아는 뱃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역겨움을 느꼈다. 그녀는 그 둘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어차피 오늘은 배서준과 다정한 부부 흉내 따윈 낼 필요도 없었고 중요한 건 기술 협업이었다.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배서준은 곧 서유라의 손을 다정히 잡았다.“몸이 이런데 굳이 따라올 필요까진 없었잖아.”“이 프로젝트가 배건 그룹한테도, 너한테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어. 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서유라는 순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말에 배서준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서유라의 코끝을 살며시 집으며 웃었다.“넌 늘 이렇게 속 깊고 착하지. 자, 우리도 들어가자.”조성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남설아를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말을 꺼냈다.“혹시... 혹시 과학기술대 다니던 남설아 씨 아니에요? 남천재?”“에이, 전 그냥 남설아예요, 무슨 천재까지야.”남설아는 멋쩍게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대학 시절 별명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니 예상도 못 한 일이었다.바로 다음 순간 조성우는 마치 팬을 만난 듯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설아 씨랑 같은 기수였던 학생이에요. 조성우라고 합니다. 조 교수님이 우리 엄마시거든요.”‘뭐? 이 잘생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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