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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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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배서준이 서유라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기술팀 이번에 수고 많았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절대 사람들 실망시키는 일 없도록 하세요.”“위화 그룹은 우리 회사 올해 최대 고객입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방문해서 협의할 거고 서 비서가 동행할 겁니다.”배서준은 서유라의 의도를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를 동행자 명단에 넣은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봤다.조성우 쪽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창시자를 만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싶다고 분명하게 말했었다. 그런데 기술을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간다니?이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그 순간 모든 시선이 남설아에게 쏠렸다. 다들 남설아를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누구 눈에도 분명해 보였다. 서유라는 지금 수확의 순간에 가로채려는, 말 그대로 ‘공을 가로채려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남설아는 주위의 시선을 느낀 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가 그래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계약 조항 논의 같은 건 제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대표님과 서 비서님이 고생 좀 해주셔야겠네요.”“자, 축하는 이쯤 하고 다들 일로 돌아갑시다.”남설아는 손뼉을 한 번 치며 사람들의 정신을 돌려놓았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밖으로 걸어 나갔다.남설아야 본인이 원하면 그냥 가면 되는 일이었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은 애매한 상황에 끼어버렸다.“대표님, 남 팀장 대체 왜 저러는 거예요? 아직 대표님이 회의 끝내자고 말씀도 안 하셨는데 혼자 먼저 나가버리면... 혹시 업무 지시에 불만이라도 있는 걸까요?”“설령 불만이 있어도 직접 말로 얘기해야죠. 그냥 나가버리면 이건 팀 분위기를 흐리고 줄 나누는 거 아닌가요?”서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기양양하게 남설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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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서유라는 단지 그 사람의 마음에 딱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곁에 머물 수 있었던 거고 그마저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위치였다.“알겠어. 앞으로는 함부로 말하지 않을게.”“서준아, 나한테 화내지 마. 난 이제 아무것도 없어. 가진 거라고는 너 하나뿐이라고.”서유라는 배서준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뚝뚝 떨어졌고 눈빛엔 온통 집착과 의존하는 듯한 태도만 가득했다.그런 모습을 보자 배서준의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그는 서유라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준 뒤,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나섰다.기술팀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원준은 커피 한 잔을 남설아에게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우린 다 알고 있어요. 이 소프트웨어의 창시자가 누군지. 이 공로는 누구도 가로챌 수 없어요.”“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날부터 영광과 박수, 조명과 환호는 우리 것이 아니었죠, 그쵸?”그러자 남설아가 잔잔하게 웃었다.“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그랬어요. 기술하는 사람은 너무 나서면 안 된다고. 뒤에 있는 건 뒤에 있는 거라고. 억지로 앞에 나서다간 발밑이 절벽일 수도 있다고요.”한원준은 서유라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도발했는데도 이토록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근데 팀장님은 그냥 기술자도 아니잖아요. 사모님이잖아요! 진짜 저 여자가 저렇게 날뛰는 거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그럼 어떡할까요? 뛰쳐나가서 뺨이라도 두 대 때리고 머리채 잡고 끌어낼까요?”남설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그건 너무 아깝지 않아요? 어디 내놓기도 민망한 첩일 뿐인데 그런 애한테 왜 굳이 장면을 만들어줘야 해요?”이 말에 한원준은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수준이 달라요. 진짜 고수예요, 고수!”“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고 일해요. 우리 아직 1차 관문만 통과한 거예요.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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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서유라는 조성우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한 듯 배서준을 힐끔 바라보며 한발 물러섰고 조용히 말했다.“죄송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하지만 배서준은 평소처럼 그녀를 감싸주지도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대신 조성우를 향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희 기술자가 지금 야근까지 하면서 작업 중이라 당장은 시간이 안 나네요. 하지만 조 대표님께서 정말 진심으로 협력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해서 오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나는 기술 담당자랑만 얘기합니다. 이 프로젝트 창업자랑만요.”조성우는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 태도를 보자 배서준도 바로 눈치챘다. 이 프로젝트는 남설아가 직접 오지 않으면 시작도 어려울 거라는 걸.그동안 사업하면서 이런 식으로 무시당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배서준은 이 순간에서야 깨달았다.배건 그룹이 아무리 국내에서 이름값 있는 회사라 해도 천주에서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작은 기업일 뿐이라는 걸.하지만 배서준은 알았다. 사업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라는 걸.그는 이 기회가 너무 절실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연결해보겠습니다.”그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가더니 ‘통화 중입니다’라는 안내음이 계속 흘러나왔다.몇 번이나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고 순간 사무실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어졌다.그 모습을 본 서유라는 슬쩍 배서준의 소매를 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대표님을 차단한 거 아닐까요?”‘뭐? 차단? 기술자가 자기 대표님을 차단했다고?’옆에서 듣고 있던 조성우도 약간 얼이 빠졌다.‘이 사람... 성격 꽤 있는걸?’배서준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한원준한테 전화해!”“네.”서유라는 바로 한원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배서준이 전화를 낚아채듯 빼앗았다.“남설아 바꿔!”그때 남설아는 자료를 보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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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말을 마친 남설아는 짐을 챙겨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천주로 출장 가야 돼. 집에 들러서 고양이 밥 좀 챙겨줘!”“내가?”전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강연찬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머릿속에 복슬복슬한 고양이 한 마리가 떠오르자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너희 집에 사람 있잖아.”“다른 사람한테 맡기긴 좀 불안해서 그래. 선배, 부탁이야, 응? 제발.”남설아는 바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들이댔다.집에 장숙자가 있긴 했지만 24시간 붙어 있는 건 아니었고 마침 밥 시간에 없으면 고양이가 굶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여러모로 생각해도 강연찬에게 맡기는 게 훨씬 확실했다.그 말을 들은 강연찬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순간적으로 밀려왔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걱정 마. 내가 절대 코코 서운하지 않게 챙길게!”그 말에 남설아는 한시름 놓인 듯 해맑게 웃었다.“고마워, 선배. 진짜 최고야! 다녀오면 내가 꼭 맛있는 거 사줄게!”이렇게 말하고는 강연찬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남설아는 캐리어를 끌고 최대한 빠르게 가장 빠른 항공편을 예매해 그날 저녁 무렵 천주에 도착했다.하지만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마중을 나와 있는게 보였다. 설마 했는데 배서준이 보낸 사람이 서유라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다. 특히 남설아는 도무지 배서준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본처를 부르면서 내연녀를 보내 마중을 시키는 거지?’“남 팀장, 오느라 고생 많았어. 지금 서준이는 조 대표님이랑 미팅 중이라 나더러 호텔까지 데려다 주라 하더라고.”서유라는 다가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겉보기엔 친절한 말투였지만 뻔히 보이는 형식적인 태도였다.그런 모습에 남설아는 조금의 사양도 없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서유라의 손에 쥐어주었다.“그럼 서 비서, 수고 좀 해줘. 우리 빨리 호텔 가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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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감히 나한테 지금 뭐라 한 거야? 미쳤어?”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로 앞에 선 남설아를 바라봤다.이토록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이 예전엔 눈치만 보던 그 여자에게서 나왔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설마 아이를 잃고 나면 여자는 다 이렇게 달라지는 건가?’“왜? 내가 감히 못 할 이유라도 있어?”남설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수했다.“서유라 씨, 분명하게 말해둘게. 이번 프로젝트는 배건 그룹한테도 배서준 씨한테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유라 씨 그 잔머리 굴리는 거, 지금 당장 멈추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도 모른 채 끝날 수도 있어.”남설아는 힘껏 서유라를 떨쳐내고 캐리어를 다시 손에 들고는 빠르게 걸어 나갔다.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는데 겨우 잡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지금 남설아의 머릿속엔 오직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시킬지 그것밖엔 없었고 다른 잡음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서유라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표정이 복잡하게 뒤섞인 채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호텔에 도착한 뒤, 남설아는 얼굴을 찌푸렸다.“여기야? 이거 그냥 비즈니스 모텔 같은데? 혹시 두 사람도 여기 묵어?”“우린 당연히 여기 안 묵지. 근데 설아 씨가 공과 사 구분해야 한다고 했잖아?”서유라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기술 담당자 출장은 딱 이 정도면 됐지. 설아 씨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배씨 가문 사모님 타이틀 떼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서유라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지도 않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발악을 한다. 그걸 지키려는 모습이 진짜 가소롭기까지 했다.그렇게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서유라를 바라보는 남설아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습고 어이없고 불쌍하기까지 했다.남설아는 말없이 캐리어를 다시 들고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거기 서! 어디 가는데!”서유라는 그녀가 그냥 가버리는 걸 보고 급히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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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배서준은 접대가 끝난 뒤 서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건 간호사였다. 그는 놀란 마음에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술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채였다.“유라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어쩌다 이렇게 엉망이 된 거야?”지저분하고 구겨진 옷차림의 서유라를 바라보는 배서준의 눈엔 짙은 안쓰러움이 깃들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고 부어오른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누가 그런 짓을 한 거야? 누가 널 괴롭힌 거야?”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서유라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요즘 들어 두 사람 사이엔 이런저런 일이 많았고 서유라는 늘 배서준의 마음이 예전만큼 깊지 않은 것 같아 불안했다.그런데 지금 그의 눈에 다시 뜨거운 감정이 비치는 걸 보고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들 사이엔 아직 감정이 남아 있구나 싶었다.“정말 괜찮아, 서준아. 나 진짜 괜찮아. 그냥... 남 팀장이 좀 화가 나 있었을 뿐이야. 분풀이만 끝나면 일은 다시 잘할 거야.”“이 프로젝트가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알아. 내가 좀 맞은 건 아무 일도 아니야.”말을 하다 말고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남설아가 너한테 손을 댔다고?”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순간 요즘 남설아의 행동들이 떠올랐다.예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서유라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거리낌 없이 손찌검에 막말까지, 도무지 체면 같은 건 없었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좀 부주의했어. 회사 규정대로 빠른 체크인이 가능한 비즈니스 호텔을 예약해줬는데...설아 씨 원래 부잣집 사모님처럼 자란 사람이잖아. 불편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서유라는 고개를 숙인 채 눈빛에 죄책감을 가득 담았다.“결국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세심하지 못했어. 서준아, 미안해.”그녀가 이렇게 미안해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배서준은 그녀를 안아주며 조용히 달랬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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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배서준은 위화 그룹 건물 입구에 서서 손목시계를 한번 힐끗 봤다.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 상태였다.막 전화를 걸어 재촉하려던 찰나 택시 한 대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남설아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배서준 얼굴에 스친 짜증 섞인 표정은 남설아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그녀는 시계만 한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늦지 않았고 정확히 제시간이었다.“대표님, 이제 들어가시죠.”남설아는 다가오며 단호하게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배서준은 고개만 끄덕이더니 남설아를 지나쳐 곧장 그녀 뒤편에 멈춰 선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 문을 열자 서유라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남설아는 뱃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역겨움을 느꼈다. 그녀는 그 둘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어차피 오늘은 배서준과 다정한 부부 흉내 따윈 낼 필요도 없었고 중요한 건 기술 협업이었다.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배서준은 곧 서유라의 손을 다정히 잡았다.“몸이 이런데 굳이 따라올 필요까진 없었잖아.”“이 프로젝트가 배건 그룹한테도, 너한테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어. 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서유라는 순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말에 배서준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서유라의 코끝을 살며시 집으며 웃었다.“넌 늘 이렇게 속 깊고 착하지. 자, 우리도 들어가자.”조성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남설아를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말을 꺼냈다.“혹시... 혹시 과학기술대 다니던 남설아 씨 아니에요? 남천재?”“에이, 전 그냥 남설아예요, 무슨 천재까지야.”남설아는 멋쩍게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대학 시절 별명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니 예상도 못 한 일이었다.바로 다음 순간 조성우는 마치 팬을 만난 듯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설아 씨랑 같은 기수였던 학생이에요. 조성우라고 합니다. 조 교수님이 우리 엄마시거든요.”‘뭐? 이 잘생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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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남설아는 거의 반사적으로 배서준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고 오히려 서유라의 얼굴빛만 살짝 달라져 있었다.“남 팀장, 무슨 일 있어?”서유라는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순진한 얼굴로 남설아를 바라봤다.역시, 맞았다.‘아침에 들어온 그 객실 청소 아주머니, 아마 이쪽에서 심어놓은 사람이었겠지.’남설아는 조용히 손을 거두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박또박 말했다.“제 USB가 사라졌네요.”“남설아!”참다못한 배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마에 주름이 깊이 패이고 눈빛은 매섭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지금 이게 얼마나 초보적인 실수인지 알기나 해? 너 같은 사람이 기술직이라니 말도 안 돼!”배서준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걸 보니 이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남설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컴퓨터 쪽으로 다가가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이메일을 열었다.“요즘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저는 기술자다 보니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도 믿어요.”“모든 자료는 이미 클라우드에 백업해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요.”말이 끝나자 화면에 모든 자료가 대형 스크린에 공유되었다.남설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이번 프로젝트는 20대 여성의 실질적인 니즈를 기반으로 기획됐어요. 그래서 이 앱의 핵심 기능은...”조성우는 비록 젊지만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이었다.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고 서유라를 바라보는 눈빛에선 알 수 없는 경멸이 스쳤다.이내 그는 남설아의 설명에 깊이 빠져들었다.한참이 지나 설명이 끝나자 조성우는 눈썹을 바짝 찌푸렸다.“지금 이 아이디어대로 진행하면 초기 작업량이 엄청날 텐데요? 기술적으로도 전례 없이 까다로울 거고요. 일부러 이렇게 힘들게 가는 이유가 뭐예요?”“지금 이 바닥이 얼마나 치열한데요. 노력 안 하면 굶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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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배서준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조성우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죄송합니다. 상황이 급해서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없었습니다.”“배 대표님은 자신의 핵심 기술 인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시는 건가요?”조성우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배서준을 바라봤다. 이 세 사람 사이엔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배서준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희 팀과는 충분히 호흡이 잘 맞습니다.”사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팀과는 정말 잘 맞았지만 단지 남설아와는 팀워크가 없을 뿐이었다.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쓴웃음을 지었다.“그렇다면 배 대표님은 먼저 돌아가셔서 내부적으로 비용을 정리하신 후, 정확한 견적서를 제출해 주세요.”“프로젝트와 이 소프트웨어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조성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의 반응은 진심에서 우러난 만족이었다.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배서준은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빨리 계약이 성사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옆에 있던 서유라는 이게 기뻐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도 혼란스러웠다.배서준은 남설아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같이 나갈래?”“아직 기술적인 디테일 중에 상의할 부분이 있어서요. 걱정 마세요. 논의 끝나면 안전하게 모셔다드릴게요.”조성우는 웃는 얼굴로 말했지만 그 속뜻은 분명했다. 나가달라, 즉 자리를 정리하라는 뜻이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서유라는 조성우 앞으로 다가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조 대표님, 위화 그룹이 대단한 건 알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는 충분한 성의를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 이건 무슨 태도죠?”“제 말뜻이 이해하기 부족했나요?”조성우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서유라를 바라봤다.“왜요? 배 대표님도, 사모님도 가만히 있는데 한낱 비서 주제에 나서서 뭐 어쩌겠다고요? 그쪽이 말 꺼낼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이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심지어 배서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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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조성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냈지만 남설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조금 전까지의 존경심은 사라지고 대신 어딘가 의아함이 묻어났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여자가 왜 저런 남자에게 묶여 있는 건지 말이다.정말 이해 불가였다.게다가 오랜 시간 남설아만 바라본 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더더욱 어이없고 안타깝다는 생각뿐이었다. 도무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다.건물 밖으로 나오자 남설아는 그대로 배서준의 손을 뿌리치고 날을 세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진짜 대체 머리가 나쁜 거예요, 아님 어디가 고장 난 거예요? 첫인상 완전히 말아먹었어요.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워요?”“그 사람이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배서준은 고개를 떨군 채 스스로도 후회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처음으로 자신에게 뭔가 진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남설아는 그대로 눈을 굴렸다.“그렇게 큰 기업이 사전 조사도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랑 당신 소꿉친구가 아무 흔적도 안 남겼다고 믿었냐고요. 서준 씨, 이 프로젝트는 내 전부예요. 그러니까 제발 방해 좀 하지 마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다.지금 이 사람을 1초라도 더 보면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그런 남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서준은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한편, 차 안에 앉아 있던 서유라는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전부 지켜봤다.배서준의 표정을 보며 얼굴빛이 조금 바뀌었지만 이내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서준아, 미안해. 혹시 나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진 건 아닐까?”“아냐. 타.”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차로 향했다.오늘 좀 실수한 건 맞지만 배서준은 결코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기는 성격이 아니었다.게다가 서유라는 그가 아끼는 사람이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상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그는 조성우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사업이라는 건 결국 이익이 핵심이다. 이익만 충분하다면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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