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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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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남설아는 일부러 조성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 말을 꺼냈다.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조성우의 얼굴에서는 긴장이나 놀람 같은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걸 보니 둘이 미리 짠 게 틀림없었다.‘하나같이 다 못돼먹은 인간들이란 말이지.’하지만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강연찬이 혼자서는 버겁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이렇게 강력한 동료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안심이 된 것이다.조성우는 곧장 남설아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게 다름 아닌 식당이라는 사실에 남설아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조성우를 바라봤다.“여긴 왜 온 거예요?”“그 믿을 수 없는 남편이 밥도 안 챙겨줄 것 같아서 내가 사주려는 거예요.”조성우는 전혀 머뭇거림 없이 내뱉었다. 둘은 원래부터 대학 동문이었기 때문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었다.가게 안으로 들어선 뒤, 남설아도 마찬가지로 아무 거리낌 없이 메뉴판을 펼치고는 가장 비싼 요리를 골랐다.그리고 메뉴판을 내려놓은 뒤, 살짝 찡그린 얼굴로 조성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저 불러낸 거 진짜 그냥 밥 사주려고 그런 거예요? 다른 얘기 있는 거 아니고요?”“다른 건 없고 그냥 어떤 사람 덕분에 밥 한 끼 사는 거예요.”조성우는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어떤 사람’이 바로 다가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남설아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웃으며 말했다.“원래 저래, 입이 좀 싸거든. 너무 신경 쓰지 마. 진짜 화내면 안 돼.”강연찬이 갑자기 곁에 나타나자 남설아는 잠깐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강연찬의 뺨을 꼬집어봤고 진짜라는 감각이 전해지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었다.“회사에서 회의 중 아니었어? 어떻게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야?”“혹시라도 너 혼자서 곤란한 일 겪을까 봐 힘 좀 실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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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남설아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하여 입에 머금고 있던 와인을 뿜을 뻔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성우를 바라봤다.“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니에요?”“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돌려 말해요? 설아 씨도 배건 그룹이 쫄딱 망하길 바라고 있잖아요. 우린 그 뒤에 나눠 가질 생각이고요.”조성우는 눈빛에 흥분이 서린 채 웃으면서 말했다.그 모습에 남설아는 거의 반사적으로 강연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빛엔 의문이 가득했다.그걸 본 강연찬은 괜히 민망해져서 조성우를 한 대 딱 때리며 투덜거렸다.“말 좀 조심해서 해요, 네?”“내 말이 틀렸어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건 초대형 케이크라고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잖아요?”사무실에 있을 때만 해도 조성우가 이렇게 직설적인 성격인 줄은 정말 몰랐다.남설아는 피식 웃고는 이마를 살짝 두드리듯 하며 말했다.“맞는 말이긴 하네요. 배건 그룹은 지금 확실히 군침 도는 먹잇감이긴 해요. 근데 아시죠? 사업이라는 건 전쟁이에요. 우리가 탐내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노리고 있다는 뜻이죠?”이 말을 듣고 조성우는 상황을 곧장 이해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보니까 우리가 설아 씨를 너무 얕잡아봤던 것 같은데요?”“그쵸. 그렇게 쉽게 다 들키면 재미없잖아요.”이렇게 말하며 남설아는 가방에서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난 지금 배건 그룹 지분 51% 가지고 있어요. 아직은 이 회사 좀 값어치가 있죠. 내가 두 사람한테 각각 15%씩 넘길게요. 대신 현금으로 주세요. 어때요?”강연찬은 그 주식 계약서를 보는 순간 멍해지더니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갑자기 왜 현금화하려는 거야? 무슨 일 있어?”“아무 일도 없어. 그냥 돈이 필요해서.”“지금은 배건 그룹이 값어치가 있으니까 이 주식도 돈이 되지만 나중에 회사가 무너지면 이 종이 쪼가리들도 다 쓸모없어지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그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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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어두운 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이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찍어냈고 곧 서유라는 해당 영상을 전달받았다. 영상은 매우 선명했고 편집이 가해진 티가 분명했다.서유라는 그 영상을 바로 배서준에게 가져갔다.“서준아, 봐. 설아 씨가 배건 그룹 지분을 팔아넘기려고 하고 있어!”영상은 교묘하게 앞뒤 내용이 잘려 있었다.서유라는 알고 있었다. 앞부분 내용 따윈 배서준이 신경 쓰지 않을 거란 걸.하지만 ‘배건 그룹’이라는 단어만큼은 그의 심장을 건드릴 것이 분명했다.배서준은 영상을 본 순간 눈빛이 확 바뀌었고 두 손을 꼭 쥔 채 핏대가 설 정도로 분노를 억누르다 못해 결국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힘껏 던져버렸다. 깨진 조각이 바닥으로 튀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며 그 자리를 떠났다.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의 뒷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산산조각 난 핸드폰을 흘끗 보고는 냉소를 흘렸다.애정 같은 건 그저 흐릿한 감정에 불과하다. 이 남자에게 진짜 치명적인 건 ‘이익’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번엔 남설아가 제대로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었다.남설아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아침에 자기 방을 청소했던 객실 청소 아주머니를 신고했고 바로 증거 영상까지 함께 제출했다. 그녀가 호텔에서 해고되자마자 남설아는 그 여자가 훔쳐 갔던 USB를 되찾았다.우는 아주머니를 마주하고서도 남설아의 눈빛엔 단 1도 흔들림이 없었다.그녀는 감정에 휘둘리는 성인군자 따위가 아니었다. 누구든 어떤 행동을 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USB를 손에 든 채 방으로 들어서자 문을 열자마자 무거운 기류가 밀려왔다. 소파에 앉아 있는 배서준을 보자 남설아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어떻게 들어왔어요?”“남설아, 이 나쁜년!”배서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듯이 다가와 남설아의 목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현관문에 내리찍듯 밀쳤다.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말 그대로 이를 갈고 있었다.숨이 턱 막히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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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설아야’라는 말 한마디에 남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닭살이 다 돋을 정도였다. 믿기 힘든 눈빛으로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어떻게 저토록 혐오스러운 말이 저 입에서 나올 수가 있지?’남설아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싸늘하게 말했다.“내 딸은 죽었어요. 그런데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그냥 치기 어린 짓이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죠? 배서준 씨, 그렇게 돈이 많으면 거울부터 좀 사서 보세요.”“알아. 그 아이 일은 네가 마음속에 못 놓는 매듭이란 것도. 근데 아이를 좋아한다면 우리 다시 낳으면 되잖아.”배서준은 애써 침착한 척 말했지만 지금은 이미 남설아의 가치를 알아봤기 때문에 어떻게든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당연하다는 듯 굴고 있는 배서준을 보며 남설아는 그저 우스워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사실 그녀는 배서준을 원망하지 않았다. 원망하는 건 오히려 과거의 자신이었다.예전에는 배서준이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결국 그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녀의 ‘사랑’이 그에게 후광을 씌운 것뿐이었다.하지만 이제 그 사랑이 사라졌고 후광도 함께 꺼졌다. 남은 건 그저 허세만 가득한 한 명의 인간이었다.“서준 씨, 지금 당장 나랑 이혼해요. 줘야 할 거 주고 우리 깔끔하게 끝내요.”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난 남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똑바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부어오른 눈 때문에 그녀의 얼굴조차 흐릿하게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눈빛 속에 담긴 뿌리 깊은 혐오감만큼은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이혼 못 해.”배서준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 여자를 어떻게든 떼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고 오히려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요즘의 남설아는 정말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으니까.배씨 가문의 아내로 이런 여자가 있다는 건 어디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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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바닥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남설아는 다리에 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저릿저릿해진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일어서려던 그 순간 문이 갑자기 바깥에서 세게 걷어차이더니 쾅 소리와 함께 열려버렸다.그 충격에 남설아는 한참이나 밀려 나가며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고통에 찬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자 건장한 남자 넷이 방 안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당신들 누구예요? 뭐 하자는 거예요?!”남설아는 본능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려 했지만 조금 전의 충격에 스프레이는 이미 멀리 튕겨 나가 있었다. 결국 주변에 떨어져 있던 나무 조각 하나를 움켜쥐며 그녀는 저항하려 했다.하지만 그 네 명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다가왔고 남설아가 쥔 나무 조각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더니 곧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머리카락이 뽑힐 듯 당겨지며 남설아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떻게든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분명 이곳은 5성급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반응하지 않았다. 하늘도 땅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놔요!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불법인 거 몰라요?!”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그러자 남자 중 한 명이 성가시다는 듯 남설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기 직전 남설아는 그들 중 한 명이 내뱉은 거친 욕설을 희미하게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땐, 손과 발이 모두 꽁꽁 묶인 상태였다.한참이나 지나서야 흐릿하던 시야가 조금씩 밝아졌고 주변을 둘러본 그녀는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을 납치한 자들이 누구인지, 목적이 뭔지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저 온몸이 아팠고 뼛속까지 피로했다.깊게 숨을 들이쉰 남설아는 비틀거리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어떻게든 좀 편한 자세를 찾아내고 묵묵히 기다리기로 했다.이렇게 대놓고 들이닥친 걸 보니 분명히 배경이 있는 놈들일 테고 당장 죽이지 않았다는 건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었다.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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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목숨이 걸린 일에 비하면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처음 보는 사이에 굳이 형식 따질 것도 없잖아요.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역시 똑똑하네. 내 이름은 송우민이야. 누가 내게 이 억대 돈을 주면서 네 목숨을 원했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까 널 죽이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이 말을 하며 송우민은 주머니에서 수표 한 다발을 꺼내더니 남설아 얼굴 쪽으로 그대로 던졌다.하얀 수표들이 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몇 장은 남설아 눈앞에 닿았다.남설아는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봤다. 수표 하단에 적힌 이름을 보자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인연이라는 게 끊으려 해도 지저분하게 엮여 있네요. 감방에 들어가면서도 날 끌어들이는 거 보니 진짜 내 좋은 외삼촌 맞다니까.”남설아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눈빛 속에 담긴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여자의 이런 반응이 이상하다고 느낀 송우민은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강제로 얼굴을 들게 했다.“대체 누가 네 목숨을 노리는지 궁금하지도 않아?”“혹시 알고 있어요?”남설아는 짜증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진짜로 알고 있다면 그 사람 꽤 멍청한 인간이겠네요.”송우민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잠깐 멈칫했다. 이 여자가 이런 수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는 손을 거둬들이며 무표정하게 옆에 서 있는 건장한 남자를 바라봤다.그러자 ‘기태’라 불리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남설아의 몸에 묶여 있던 줄을 풀어주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순순히 협조해. 안 그러면 진짜로 죽는다?”“믿어요. 한 방이면 제 머리통을 돌아가게 할 힘은 있으시잖아요.”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그의 힘을 인정해줬다.전기태는 그간 수많은 인질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유쾌한 인질은 처음이었다.그는 피식 웃으며 송우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다 나가 있어. 이 여자랑 단둘이 얘기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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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뭐? 그 자식이 널 안 좋아한다고?”송우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남설아를 바라보며 이 사람을 상대로 한 게 실수였던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아요.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여자가 있어요. 난 그냥 가문에서 정해준 결혼 상대였을 뿐이에요. 원래는 그냥저냥 살려고 했죠. 하지만 내 딸을 죽게 만든 그 일 때문에 더는 용서할 수 없고 절대 가만두지도 않을 거예요!”남설아는 두 주먹을 꽉 쥐며 단호히 말했다.“송씨 가문을 다시 되찾고 싶다면서요? 그럼 우리 손 잡는 게 어때요?”“손을 잡자고? 그럴 이유가 뭐가 있어?”송우민은 코웃음을 치며 얼굴에 대놓고 경멸을 드러냈다.바보도 아니고 이 여자가 지금 일부러 말을 끌고 시간을 벌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나 배건 그룹 지분 51% 가지고 있어요. 원하면 다 줄게요.”남설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그녀 입장에서 이건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았다.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내줄 각오가 돼 있었다.그 말을 들은 송우민은 예상치 못한 정보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결정까지 딱 15분 남았어요.”“곧 누군가 이곳을 포위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나랑 손잡자는 말은 없던 일로 할 거예요.”남설아는 환하게 웃으며 손목에 찬 시계를 송우민에게 흔들어 보였다.“다음에 납치할 때는 신원조사 꼭 하고 해요. 나 기술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거든요. 온몸에 장비 장착하고 다녀요.”“이 시계 안에는 내가 만든 GPS 프로그램이 들어 있어요. 특수 기능도 하나 있죠. 자동 신고.”이제 놀 만큼 놀았다고 생각한 남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싱긋 웃었다.자신의 마지막 패를 스스럼없이 공개한 것이었다.그 당당한 표정에 송우민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15분이라... 과연 내가 먼저 포위당할까, 아니면 네가 먼저 내 손에 죽을까?”그 말에도 남설아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내 생각엔 그쪽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죽고 싶진 않을 거예요. 나같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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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노트북 하나 줘요.”남설아는 울다가 웃은 얼굴로 말했다.사실 처음에 이 프로그램 만들 때는 중간에 해제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설정해 둔 거라 지금 와서 해제하려니 꽤나 번거로웠다.송우민은 별말 없이 부하에게 눈짓해 노트북을 가져오게 했다.남설아는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프로그램을 조작했고 결국 5분 안에 경보 시스템을 해제해냈다.그런 다음 송우민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실 이 경보 시스템, 꽤 비싸요.”“죽고 싶어?”송우민은 더는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렸다.남설아는 입만 열면 꼭 사람 속을 긁는 말만 골라서 했다. 거슬리고 짜증 나고 아주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송우민이 진심으로 화난 걸 느낀 남설아는 한숨을 쉬며 작게 말했다.“그럼 우리 이제 자리 좀 옮겨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여긴 좀... 애매해서요. 편하지도 않고.”“그래, 따라와.”송우민 역시 이 공간이 다음 대화를 나누기엔 부적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카페에 앉는 순간까지도 남설아는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자기를 납치한 범인과 이렇게 한자리에서 커피 마시며 대화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 웃긴 상황이었다.커피잔을 휘휘 저으며 한숨을 쉰 남설아는 송우민을 바라보며 물었다.“결국 돈이 목적이에요? 아니면 목숨이에요?”“둘 다.”송우민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송가는 배씨 가문 때문에 모든 걸 잃었다. 그러니 배씨 가문 역시 똑같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자본의 세계가 피 냄새 나는 법이라는 걸 남설아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 답변이 전혀 의외는 아니었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럼 확실히 말해두죠. 그 사람 죽이고 나서는 나 건드리면 안 돼요. 지금 우리는 부부라고는 하지만 껍데기뿐인 관계예요. 곧 남남이 될 거고 나까지 엮이면 안 돼요.”“진심이야?”송우민은 더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물었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말한 게 진심이라는 증거들을 하나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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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송우민은 남설아의 슬픔을 느끼고는 희미하게 웃으며 느릿느릿 말을 꺼냈다.그의 뜻밖의 너그러운 태도에 남설아는 더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지금 이 세상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에겐 상관없었다.단 하나, 자신의 계획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그뿐이었다.목숨이든, 자존심이든, 사실 남설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놨다.이 모든 걸 끝낼 수만 있다면 그 아이를 따라가 배나은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송우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빛이 살짝 달라지더니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올리고 가볍게 웃었다.“참, 묘한 여자네.”“형님, 이렇게 그냥 보내버리면... 의뢰인한텐 뭐라 말하죠?”전기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송우민을 바라봤다.그러자 송우민은 그를 보며 마치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대꾸했다.“우리가 어떤 사람들인데? 그 사람한테 무슨 설명을 해? 그리고 말이야, 저 여자가 벌인 일은 지금 가리고 숨기기에도 벅찰 판인데 뭐? 되레 우리가 책임지라고?”“형님, 그래도 이건 좀... 규칙을 어기는 거 아닌가요?”전기태는 여전히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처음 보는 여자 하나 때문에 평소의 원칙을 어기는 송우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돌아온 건 송우민의 싸늘한 시선과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든 커피잔뿐이었다.남설아는 카페에서 나온 순간까지도 이 모든 상황이 마치 꿈속 같았다.호텔에 돌아왔을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그녀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물속에 자신을 잠기게 했다.숨이 막힐 듯한 그 찰나의 순간을 지나 다시 물 위로 올라왔을 땐 감정이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몸을 닦지도 않은 채 그녀는 그대로 욕실 거울 앞에 섰다.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피멍이 든 자국들, 크고 작은 상처들이 온몸에 가득했다.“기억해. 오늘 이 모든 건... 다 서유라, 네가 만든 결과야.”남설아의 눈빛엔 차디찬 증오가 담겨 있었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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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아아악!!”서유라가 비명을 지르며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을 마구 집어 던지고 부수기 시작했다.거칠게 날뛰던 그녀는 급기야 자기 팔을 긋기 시작했고 여러 군데서 피가 철철 흘렀다.곧장 호텔 직원들이 옆방 투숙객의 항의 전화를 받고 달려왔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하나같이 혼비백산했다.직원들은 급히 배서준에게 연락을 시도했다.한편 배서준은 어렵게 시간을 내 천주에 와 있었고 여러 사람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잔이 오가며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마시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서유라 이름이 뜬 화면을 본 배서준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드디어 받으셨네요. 유라 씨가 지금 미쳐 날뛰고 있어요. 빨리 와서 처리 좀 해주세요!”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이 확 변했고 그는 결국 잔을 내려놓고 급히 자리를 떴다.조성우는 그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고 마음속으로는 남설아가 너무 안됐다 싶었다.배서준이 떠나자 조성우는 바로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연찬은 남설아를 데리고 그 자리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걸 본 조성우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남설아를 바라봤다.“설아 씨는 여기 웬일이에요?”그 말에 남설아는 이 자리가 자신에게 예정된 자리가 아니었단 걸 눈치챘고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어색한 침묵 끝에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억지로 끌려왔다고 하면... 믿을래요?”“친구들끼리 모여서 얘기 좀 하는 게 뭐 어때서요.”강연찬은 남설아의 손을 끌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그의 손을 조용히 뿌리치며 진지하게 말했다.“오빠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배서준과 어떤 사이든 간에 지금 난 법적으로 그 사람의 아내야. 밖에선 모두가 날 사모님이라 부른다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오빠랑 얽히는 건 나도 싫고 오빠에게도 민폐야.”그 말을 끝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남설아는 알고 있었다. 강연찬은 그녀의 앞날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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