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슬기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점심이었다. 머리를 문지르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자,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보지 않아도 김현정이 국을 끓이고 있을 거란 걸 알 수 있었다.임슬기는 세면대로 걸어가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거울 속 창백한 자신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다,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죽음의 문턱까지 와서도 복수는커녕 살인 누명까지 쓰게 생겼으니, 삶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세수를 마치고 나오자, 마침 주방에서 나오던 김현정이 그녀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언니, 얼굴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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