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의 모든 말이 어이없게 느껴진 민여진은 정말 포기한 듯 말했다.“내가 문채연을 몰아간다고 느꼈으면 그냥 그런 거니까 이만 나가줘. 나 피곤해.”또 이러는 민여진에 박진성도 화가 났다.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문채연을 따로 불러 묻기까지 하며 그녀를 의심했는데 민여진은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걸까.“민여진, 선 넘지 마. 네가 목소리를 잃을 뻔한 건 내 불찰이야. 그러니까 그냥 내 탓만 해. 괜히 채연이한테 화살 돌리지 말고.”그 말에 민여진은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눈이 멀어버린 민여진은 이제 그 누구도 원망할 수가 없었다.박진성을 상대하는 게 귀찮았던 그녀는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매번 자신만 전전긍긍하는 것 같아 화가 난 박진성도 그 길로 병실을 나가버렸고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상사를 보며 서원은 한 번 더 당황했다.민여진이 나타난 이후로 박진성의 심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그 뒤로 한동안 박진성은 민여진의 병실을 찾지 않았고 그저 간병인만 붙여줬다.시답잖은 가십거리를 얘기하며 말동무를 해주던 간병인은 박진성의 근황도 종종 전하고 있었다.그가 문채연과 함께 자선 파티에 참석한 것부터 출장 간 것까지, 모든 상황에 문채연을 달고 다닌다고 알려주었다.별로 궁금하지 않은 근황이 자꾸만 들리자 민여진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그 사람 일은 굳이 안 알려줘도 돼요.”민여진의 차가운 태도에 언짢아진 간병인은 물을 뜨러 간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아마도 눈먼 민여진이 성격도 굽힐 줄 모르니 화가 난 모양이었다.피곤함에 눈은 감았지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잠에 들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민여진의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울리자 입구 쪽을 바라보던 민여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문채연?”제법 잘 맞추는 민여진에 문채연도 숨기지 않고 웃음을 흘렸다.“그래, 나야. 진성 씨가 두 달 동안 너를 신경도 안 쓰니까 하도 불쌍해서 내가 한 번 보러 와봤어. 좀 지낼만해?”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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