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Bab 61 - Bab 70

200 Bab

제61화 자는 척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우지 못하듯이

사실 역겹다고 느끼는 건 민여진이었다.아침부터 느껴지는 박진성의 숨결과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에 민여진은 자신도 몰래 결혼 초기를 떠올리게 되었다.그때가 너무 황홀했어서 지금의 민여진은 더욱더 화가 났다.모든 걸 멈춘 당사자이면서 늘 이러한 야비한 수법으로 자신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는 박진성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다행히도 이번에는 그가 별말 없이 침대에서 내려가 줘 한시름 놓으려던 찰나, 박진성이 갑자기 이불을 들추더니 민여진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몸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깜짝 놀란 민여진은 황급히 가슴을 가리며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이미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왜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건지, 갈비뼈라도 한 번 더 부러져줘야 그만둘 건지 민여진은 이 상황이 괴롭기만 했다.“그만해! 내 몸에 손대지 마!”창백해진 얼굴로 박진성을 밀어내려 손을 휘젓던 민여진은 느껴지는 고통에 금세 눈시울이 빨개졌다.아파서 몸부림치는 민여진을 보자마자 박진성은 그녀의 두 팔을 잡아 주며 소리쳤다.“너 미쳤어?!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그리고 누가 널 만진다고 그래? 그냥 네 몸 좀 닦아주려는 것뿐이야.”자신의 몸을 가려주던 옷이 사라지자 눈은 안 보이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짐작은 갔기에 민여진은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필요 없어! 간병인 놔두고 왜 당신이 그런 일을 해? 정 안되면 간호사한테 부탁해도 되잖아. 당신이 해주는 건 죽어도 싫어!”“이제야 간병인을 찾는 거야? 그리고 간호사들은 바쁘거든.”사실 박진성이 굳이 직접 민여진의 몸을 닦아주려는 이유는 그녀의 몸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그게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나는 뭐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내 손은 억 단위 계약서만 작성하는 손이야. 그런 내가 직접 해준다는 데 왜 싫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난 이미 네 몸 다 봤어. 네 몸에 내 손이 안 닿은 곳은 없다고.”치욕스러움에 입술을 떨던 민여진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박진성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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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다시 찾은 희생양

박진성의 모든 말이 어이없게 느껴진 민여진은 정말 포기한 듯 말했다.“내가 문채연을 몰아간다고 느꼈으면 그냥 그런 거니까 이만 나가줘. 나 피곤해.”또 이러는 민여진에 박진성도 화가 났다.아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문채연을 따로 불러 묻기까지 하며 그녀를 의심했는데 민여진은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걸까.“민여진, 선 넘지 마. 네가 목소리를 잃을 뻔한 건 내 불찰이야. 그러니까 그냥 내 탓만 해. 괜히 채연이한테 화살 돌리지 말고.”그 말에 민여진은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다.눈이 멀어버린 민여진은 이제 그 누구도 원망할 수가 없었다.박진성을 상대하는 게 귀찮았던 그녀는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매번 자신만 전전긍긍하는 것 같아 화가 난 박진성도 그 길로 병실을 나가버렸고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상사를 보며 서원은 한 번 더 당황했다.민여진이 나타난 이후로 박진성의 심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그 뒤로 한동안 박진성은 민여진의 병실을 찾지 않았고 그저 간병인만 붙여줬다.시답잖은 가십거리를 얘기하며 말동무를 해주던 간병인은 박진성의 근황도 종종 전하고 있었다.그가 문채연과 함께 자선 파티에 참석한 것부터 출장 간 것까지, 모든 상황에 문채연을 달고 다닌다고 알려주었다.별로 궁금하지 않은 근황이 자꾸만 들리자 민여진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그 사람 일은 굳이 안 알려줘도 돼요.”민여진의 차가운 태도에 언짢아진 간병인은 물을 뜨러 간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아마도 눈먼 민여진이 성격도 굽힐 줄 모르니 화가 난 모양이었다.피곤함에 눈은 감았지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잠에 들지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민여진의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울리자 입구 쪽을 바라보던 민여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문채연?”제법 잘 맞추는 민여진에 문채연도 숨기지 않고 웃음을 흘렸다.“그래, 나야. 진성 씨가 두 달 동안 너를 신경도 안 쓰니까 하도 불쌍해서 내가 한 번 보러 와봤어. 좀 지낼만해?”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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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우리 엄마가 왜?

“당연히 네가 거슬려서지. 네가 우리 사랑에 자꾸만 훼방을 놓잖아.”“하지만 진성 씨가 아끼는 건 나야. 내가 싫다니까 너 혼자만 여기 남겨두고 나랑 같이 여행도 가주잖아. 매일 밤 진성 씨랑 한방에서 잘 수 있어서 난 너무 좋아.”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웃는 문채연에 민여진은 가슴이 찢기듯 아파왔다.박진성 대한 마음은 진작에 내려놓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감정도 다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박진성의 무정함은 갈수록 더해졌고 그럴 때마다 민여진의 가슴도 아파왔다.“너랑 박진성이 서로 사랑한다는 걸 자랑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당연히 아니지. 나랑 진성 씨가 서로 사랑하는 걸 굳이 너한테 자랑할 이유는 없잖아? 내가 여기에 온 건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너 아직 진성 씨랑 이혼 안 했다며? 그때는 감옥 들어가느라 시간 끌었지만 2달 전에 진성 씨가 이미 나한테 약속했어. 너 퇴원하는 날 바로 이혼할 거라고. 그리고 나랑 다시 결혼할 거라고.”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이불을 꽉 잡아 쥐었지만 얼굴에는 큰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래? 축하해. 그럼 앞으로 남편 관리 좀 잘해줘. 이상한 소유욕 나한테 안 쏟게.”민여진의 말이 끝나자 문채연은 얼굴에 있던 웃음기를 싹 거두며 표독스러운 눈을 하고 말했다.“그렇게 우쭐거릴 필요 없어. 진성 씨가 널 통제하려 드는 건 그저 네가 개 같아서야. 오랫동안 키우던 개를 다시 찾았으니 그동안 참아왔던 게 터질 수 있지. 진성 씨가 너를 질려 하면 그땐 네 인생이 더욱더 비참해질 거야.”민여진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비참할 리가, 박진성이 자신을 질려 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건데.그게 지금보다는 백배, 천 배 더 나을 것 같았다.“만약 평생 안 질리면 어쩔 거야? 그럼 네 남편이 나까지 챙기는 걸 지켜봐야겠네?”“너!”민여진은 도발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문채연은 정말 거기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기에 더 화가 났다.민여진을 다른 곳으로 보내자는 말만 꺼내면 자꾸만 회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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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내가 직접 봐야겠어

“쟤는 신경 쓰지 마, 잘해줘봤자 고마운 줄도 모르니까. 그냥 너만 짜증 날 뿐이야.”“저녁에 집 갈 거니까 넌 먼저 가 있어.”문채연이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민여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박진성, 나 퇴원하는 날에 맞춰서 이혼하려 했다는 거 사실이야?”그 말을 들은 박진성은 바로 표정을 굳히고 문채연을 바라보았다.“그냥 언질만 해주려던 거였어요. 정말 다른 뜻은 없어요.”그녀의 말에 답을 하지 않은 박진성은 민여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사실이면 뭐? 어차피 난 너 안 사랑해. 그런데도 우리가 법적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2년 전에 들었다면 민여진을 한참 동안 눈물짓게 했을 말이지만 지금의 민여진은 저런 말을 들어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이미 박진성한테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아 마음이 재투성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그럴 이유는 없지. 당연히 이혼할 거야. 단 조건이 하나 있어.”안 본 사이에 간이 더 부어올랐는지 고개를 들며 당당히 말하는 민여진에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아니, 민여진이 조건을 들먹이면서 이혼을 막으려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조건? 민여진, 네가 뭐라고 감히 조건을 내걸어? 뭐 위자료라도 부르려고? 네가 얼마를 불러도 난 이혼할 거야.”하지만 박진성은 그런 마음을 티 내지 않고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채연이를 위해서라도 난 너랑 이혼해야 돼.”그 말에 문채연은 눈에 띄게 기뻐했지만 민여진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문채연 씨를 위하든 안 위하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고 내가 원하는 건 하나뿐이야. 엄마를 직접 만나야겠어. 그렇게만 해주면 바로 이혼할게.”“뭐?”당황하는 박진성에 민여진은 두 주먹을 말아쥐고 아까 문채연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물었다.“아까 채연 씨가 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그러더라. 안 그러면 우리 엄마처럼 만들어주겠다고. 그런데 우리 엄마는 당신이 해외로 보내서 치료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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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평생 떳떳하지 못할 관계

박진성의 따가운 눈초리에 문채연은 억지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해외에 있는 엄마를 어떻게 만나냐는 뜻이었어요. 그렇게 빨리 오갈 순 없으니까요.”“그래?”마침내 안도한 민여진은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제야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음을 알아챘다.하지만 불안감이 해소됐으니 그걸로 충분했다.“아무튼 난 우리 엄마만 보면 이혼할 거야. 박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는 관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자신의 가정을 풍비박산 낸 박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 더 이상 남은 미련이 있을 리가 없어서 민여진은 말하면서도 우스웠는지 입꼬리를 올렸다.“엄마만 만나게 해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법원 가서 이혼서류 제출할 거야.”“나중에 얘기하자. 채연아, 넌 내가 데려다줄게.”박진성이 짜증 난다는 듯 문을 열었고 나가자 문채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진성 씨...”“설명해.”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박진성이 풍기는 위압감에 문채연은 눈시울을 붉힌 채 말했다.“설마 민여진 씨 말 믿는 거예요? 여진 씨를 여진 씨 엄마처럼 만들겠다니,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어요? 여진 씨는 지금 날 모함하고 있는 거라고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박진성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그럼 얘기가 어떻게 흘러갔길래 민영미까지 언급한 거야?”“그건! 그건...”빠르게 변명거리를 찾아낸 문채연이 눈에 눈물을 매달았다.“여진 씨가 당신이랑 이혼하면 더 이상 남은 가족도 없으니까 그게 안타까워서 한마디 한 거죠. 반응이 저렇게 클 줄은 나도 몰랐어요.”“민영미 씨 죽은 지가 언젠데 설마 진짜 몰랐겠어요? 딱 봐도 당신이랑 이혼하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거죠...”문채연이 나지막하게 투정을 부렸지만 민여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진성은 그녀가 정말 몰랐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만약 민영미의 죽음을 진작 알았다면 혼자 속으로 삼켜낼 사람이지 이렇게 입 밖으로까지 꺼내며 오바할 사람이 아니었다.민영미의 죽음을 이미 다 알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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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여자

서원을 시켜 문채연을 데려다주게 한 박진성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민여진은 넋이 나간 채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었다.인기척을 느낀 건지 가만히 있던 그녀가 갑자기 조급해하며 물었다.“우리 엄마는 언제 만날 수 있는 거야? 진짜... 보고 싶어.”민여진 역시 이런 모습으로는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전에는 잘 참아왔었는데 문채연의 말을 들은 뒤로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져 엄마를 실제로 만나야만 진정될 것 같았다.“말했잖아, 해외에서 치료 중이라 보려면 시간 조절도 해야 한다고. 해외에서 사람 데려오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았어?”자신의 마음과 다른 말을 하느라 박진성의 말투도 자연스레 퉁명스러워졌다.그의 언짢음을 느낀 민여진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층 더 부드러워진 눈을 하고 말했다.“당신이랑 이혼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야. 그냥 당신이 나랑 우리 엄마 못 만나게 하는 걸까 봐 그래. 엄마만 보면 바로 이혼할 거야. 사모님 자리 욕심도 안 나.”박진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 엄마를 하루라도 더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지 민여진의 말투는 나긋나긋했지만 말의 내용은 박진성의 화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가자.”하지만 그는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만 쥘 뿐 그 화를 표출하지는 않았다.3개월 동안 쉬면서 몸을 많이 회복한 민여진은 별 어려움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그리고도 박진성에게 도움을 청하기 싫어 혼자 더듬거리며 입구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게 또 짜증 난 박진성은 민여진의 손을 낚아채고 당황스러워하는 그녀를 또 한 번 비아냥거렸다.“너한테 무슨 감정이 남은 게 아니라 그냥 눈먼 애 때문에 괜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알아.”말끝마다 비웃는 사람에게 감정 따위가 있을 리 없음을 민여진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들이 엘리베이터 올라타자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을 보내왔다.아마도 포지션이 뒤바뀐 미녀와 야수를 보니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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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원하는 건 오직 도망

계단을 더듬으며 올라간 민여진이 박진성 방문을 열자 큰 손 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순식간에 그녀를 푹신한 침대에 눕혔다.강한 입맞춤을 하며 자신의 옷을 벗기는 남자의 손길에 처음에는 당황하고만 있던 민여진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싫어! 만지지 마!”“만지지 말라고?”하지만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린 박진성은 민여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내가 왜 만지지 말아야 하는데? 이유라도 하나 말해봐. 나랑 이혼 안 하면 부부로서의 의무는 이행해야지.”“이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엄마를 보고 싶다는 거야. 엄마만 보면 바로 이혼해줄게. 진짜야.”“그 입 다물어.”민여진의 해명에도 박진성의 화는 풀릴 줄을 몰랐다.당장이라도 이혼하겠다는 그녀의 말이 오히려 더 귀에 거슬렸다.“똑같은 핑계를 뭐 두 번씩이나 대. 네가 뭘 원하는 지는 내가 더 잘 알아.”민여진이 원하는 건 언제나 도망이었다.그녀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다가오던 박진성이 입술을 가져다 대자 민여진은 발작 버튼이 눌린 사람마냥 치를 떨었다.“저녁에 문채연 보러 간다고 약속한 거 아니었어? 걔랑 자 그냥. 부부의 의무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 다들 둘이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걔가 아닌 나한테 와서 이러는 거야!”진심을 다해 자신을 밀어내는 민여진에 박진성은 자연스레 아까 병원 앞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다른 남자 옆에 앉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곁엔 절대 앉지 않으려 하는 모습.자신이 문채연과 자는 것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은 민여진의 모습에 박진성은 점점 가슴이 답답해졌다.“우리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내가 채연이랑 자면 다들 걔한테 뭐라고 하겠어? 걔한테 그런 오명이라도 씌우고 싶은 거야? 난 그렇게는 안 놔둬. 너 같은 애랑 자는 건 채연이도 별로 신경 안 쓸걸.”얼마 뒤, 문채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서야 박진성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진성 씨, 언제 와요? 당신이 좋아하는 와인도 사 오라고 했는데, 음식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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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임신시키려는 걸까

“말하지 마요! 그냥 말 안 하고 사다주기만 하면 돼요.”낯빛이 창백해진 채 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민여진을 거절하기가 힘들어 일단 알겠다고는 했지만 서원은 결국 박진성에게 이 일을 보고했다.“대표님, 사드릴까요?”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박진성이 분노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사, 대신 피임과 관련된 건 일절 사지 말고 그냥 같은 크기의 영양제만 사다 줘.”전화를 끊은 서원은 박진성이 설마 민여진을 임신시키려는가 싶어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렇다고 확신한 그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사의 말대로 민여진에게 영양제만 사다 주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민여진은 고맙다며 그걸 받아먹고는 그제야 안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잠이 든 민여진은 꿈속에서 해외에서 돌아온 엄마를 보았다.정상적인 사람처럼 말도 잘하는 엄마를 꿈에서라도 보니 기분이 좋은지 민여진은 오랜만에 웃으며 잠에서 깼다.마치 어둠 속에 한줄기 찬란한 햇살이 깃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그 뒤로 며칠이 지나도록 박진성은 별장을 찾지 않았다.자신은 그저 도구일 뿐이니 당연히 문채연이랑 함께 있겠지만 박진성이 오지 않으니 엄마의 소식을 알려줄 사람도 없어 민여진은 답답한 마음에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그러다 참다못한 어느 날, 그녀는 또 서원에게 부탁했다.“혹시 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진성 씨한테 전화하려고요.”“네.”서원은 친절하게 다이얼까지 눌러준 핸드폰을 민여진 귓가에 가져다 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통했고 수화기 너머로 문채연의 웃음소리와 박진성에게 나쁘다며 투정을 부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왔다.“왜 말을 안 해?”한참이 지나서야 들리는 박진성의 목소리에 민여진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나야.”“네가 왜 서원이 핸드폰으로 전화해?”자신의 핸드폰을 뺏어간 장본인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게 어이가 없었던 민여진은 언짢은 듯한 그의 말투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오늘 시간 있어? 한번 와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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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성인의 대가

아무 소득 없이 끝난 전화에 밥 생각도 사라진 민여진은 그저 침대에 몸을 뉘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비몽사몽 한 채로 눈을 뜨는데 침대 머리맡이 푹 꺼져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누구세요?”당황한 민여진은 더듬거리다가 뼈가 도드라진 큰 손을 만지게 되었다.놀란 마음에 그 손을 꽉 잡아버리자 박진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정도로 내가 보고 싶었어? 난 그냥 앉아있었던 것뿐인데, 이렇게 제 발로 안기는 거야?”익숙한 목소리에 멈칫하던 민여진은 다급히 손을 빼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박진성... 당신이 왜 여기 있어?”“왜라니.”미간을 찌푸리던 박진성은 손을 들어 민여진의 턱을 쥐더니 눈을 반쯤 감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내가 아니면 누가 여길 오겠어? 아니면 뭐 나 몰래 다른 남자라도 들인 거야?”민여진은 아픈 듯 표정을 구기며 물었다.“문채연... 이랑 같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왜 갑자기 온 거야?”오늘은 안 올 줄 알았는데.“술 마셨어?”게다가 진동하는 술 냄새에 박진성 본연의 체취가 전부 가려져 있었다.그래서 민여진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손을 가져다 댄 것이다.“술 안 마시고 내가 어떻게 여길 오겠어. 술을 마셔야 네가 좀 덜 싫어지지.”“빨리 끝내자. 나 채연이한테 가봐야 해.”코웃음을 치던 박진성이 겉옷을 벗고 올라오자 민여진은 손을 달달 떨며 다급히 소리쳤다.“안돼! 오지 마!”그 말에 멈칫하던 박진성은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말했다.“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 왜 전화를 걸어서 날 여기까지 불러. 뭐 나랑 밀당이라도 하고 싶은가 본데 난 너한테 맞춰줄 생각 없어.”“나랑 같이 있어 달라고 부른 게 아니라 엄마는 언제 만나게 해줄 거냐고 물으려고 부른 거야.”민여진의 해명에 흥미가 싹 가신 박진성은 침대맡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고작 그것 때문에 전화 한 거야?”담배 연기에 기침하던 민여진은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박진성의 분노에 입술을 앙다물었다.고작이라니.“너도 문채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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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내가 너 평생 책임질 거야

잠자리가 끝난 뒤 민여진은 기다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남자의 호흡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침내 침대를 내려왔다.이미 준비해뒀던 약병에서 약을 한 알 꺼내어 손안에 감춘 그녀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자신의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애쓰는 민여진의 모습을 박진성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었다.왜소한 몸으로 피임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음인데 어떻게 매번 빼놓지도 않는지.2년 전에는 약을 숨겨서라도 아이를 지키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주제 파악을 너무 잘하는 것 같았다.만약 자신이 방현수라면 진작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니 박진성은 또 마음이 아리면서 답답해졌다....물도 없이 약을 삼켜낸 민여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갔을 때, 박진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문을 열어보니 들리는 잔 부딪치는 소리에 민여진은 바로 1층으로 내려갔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안 자?”중요한 자리 아니면 기분이 나쁠 때만 집에서 술을 마시는 박진성이라 민여진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2년 동안 그가 집에서 술을 마신 건 딱 한 번이었다.문채연의 건강이 많이 나빠졌을 때.“앉아.”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고 말투도 명령조였지만 그가 왜 술을 마시는지 궁금했던 민여진은 군말 없이 다가갔다.그러자 박진성이 그녀의 팔을 잡아채더니 민여진을 무릎 위에 앉혔다.그의 숨결을 곧이곧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자세가 너무 낯부끄러웠던 민여진은 좀처럼 몸을 가만두지 못하고 있었는데 박진성은 그럴수록 민여진을 꼭 안으며 말했다.“가만히 있어.”그의 말에 더 움직일 수도 없어진 민여진은 그저 궁금했던 걸 물었다.“기분 안 좋아?”“마실래?”하지만 박진성은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고 도리어 질문을 했다.취한 듯한 목소리에 어떤 답을 해야 할 지 몰라 민여진이 망설이고 있자 박진성은 아무 말 없이 남은 술을 모두 비워내고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왜 이렇게 말랐어? 밥 잘 먹지.”아무리 만져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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