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81 - Chapter 90

206 Chapters

제81화 걔한테 진 빚이 있어요

박진성은 회피하지 않고 이정화 앞에 마주 앉았다.“그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세요?”“누가 민여진한테 약을 먹여서 강간까지 당할뻔했어요. 몸에 치명적인 해가 되는 그 약 때문에 방금 죽다 살아났다고요. 좀 전에 수술실에서 나왔고 아직도 의식을 못 찾는 상태예요.”“뭐라고?!”박진성이 애써 화를 참으며 사실을 서술하자 이정화도 깜짝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어!”“어머니가 모르신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에요.”날이 선 박진성의 말투에 이정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 내 탓이라고 나한테 화내는 거야? 걔는 너랑 채연이 사이를 갈라놓고 또 채연이 다리도 다치게 한 애야. 도대체 왜 걔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뭐 그럼 내가 내쫓기 전에 집도 해주고 간병인도 붙여줬어야 하는 거니?”“어머니, 민여진이 사실은...”“진성 씨!”모든 걸 다 털어놓으려는 듯한 박진성의 말에 문채연은 다급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여기서 사실을 말하면 문채연의 처지가 곤란해지기에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도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다.가까스로 진정한 그녀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탓하지 말이요. 그냥 다 내 탓 해요. 여진 씨 안 잡은 내 잘못이죠. 여진 씨랑 당신 사이 방해한 내가 잘못한 거예요.”“채연아, 무슨 그럴 말을 해.”문채연의 말에 가슴이 아파 난 이정화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민여진 씨가 그런 일을 당한 건 내 잘못 맞아. 그런데 너는, 정말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거야?”“채연이가 널 구해준 뒤로 나는 보상만 해주려고 했어. 네가 2년 동안 채연이를 집에 데려오면서 날 감동시킨 거잖아. 그렇게 받아낸 허락인데, 내가 어떻게 인정한 며느리인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도 처자식 버리는 네 아빠 닮아서 다른 여자랑 살림 차리겠다는 거야?”안 좋은 일을 꺼내자 이정화도 더는 우아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말에 기운이 빠진 박진성은 한숨을 앞세우며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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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여진 씨가 직접 나가겠다고 한 거예요

“걔는 나 못 떠나요.”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의 말에는 확신이 없었다.예전에는 민여진이 박진성을 떠나지 못했던 게 맞았다.매일 저녁 박진성만을 기다리며 전화도 몇 통씩하고 박진성이 귀찮아할 때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던 민여진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나가라는 말 한마디에 미련 없이 떠나고 그러다가 누가 약을 먹여도 민여진은 박진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고 있었다.둘 사이에 일어난 그 변화들이 박진성을 불안하게 했다.“정신 차려 박진성!”머리가 어지러웠던 이정화가 소리를 치자 잠시 당황하던 문채연이 다급히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어머니, 괜찮으세요?”“진성 씨, 그만하고 나가요. 어머니 몸도 안 좋으신데 이러다가 입원까지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말을 하고 난 문채연도 불안감에 휩싸였다.평소에는 누구보다 이정화의 건강을 걱정하던 박진성이 민여진을 위해 그녀에게 반기까지 드니 민여진이라는 존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전 이만 나갈게요. 어머니 화나게 한 건 제 잘못 맞으니까 해 뜰 때까지 밖에 서 있을 게요. 하지만 제 대답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희 일에 그만 신경 쓰시고 엄마 몸부터 챙기세요.”말을 마친 박진성이 밖으로 나가자 문채연은 이정화를 방으로 모셨다.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아래를 보니 정말 박진성이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 오직 민여진을 위해 그렇게 서 있었다.민여진을 박진성의 인생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정화를 끌어들인 건데 오히려 박진성의 결심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 두려웠던 문채연은 다급히 옷을 가지고 내려갔다.“밖에 추우니까 옷이라도 걸치고 있어요. 진성 씨까지 아프면 나 진짜 마음 아플 것 같아서 그래요.”박진성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문채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민여진 때문에 다리 다친 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네가 말한 거야?”갑자기 들어온 남자의 질문에 문채연은 당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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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게 그렇게 큰 충격인가

별장을 나설 때 민여진이 얼마나 기뻐했을까, 분명 드디어 자신에게서 벗어나 방현수를 찾을 수 있다고 좋아했을 것이다.하지만 재수 없게도 방현수에게 연락도 하기 전에 이상한 사람들에게 잡혔을 뿐이지.가슴이 이렇게나 먹먹한데도 박진성은 웃음이 나왔다.칼바람과 함께 전해지는 추위도 차가워진 심장보다는 덜한 것 같았다.온몸에 뿌리를 내린 한기에 박진성은 입술을 덜덜 떨었다.끓어오르는 분노를 눈에 가득 담은 박진성은 당장이라도 큰일을 저지를 사람 같아 보였다.“진성 씨, 괜찮아요?”민여진이 떠나길 원했다는 말을 듣고 이런 표정을 짓는 박진성에 문채연 또한 화가 치밀어올랐다.“괜찮아.”파르르 떨리는 눈을 감던 박진성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냥 전처럼 차갑고 매정한 눈빛이 전부였다.“얼른 들어가. 너 몸도 안 좋은데 추운 데 있다가 더 아파.”“같이 들어갈 거죠?”문채연은 박진성의 마음에 정말 자신이 있는지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그를 시험해보려 했다.“민여진 씨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 데 왜 안 놔주는 거예요? 당신이 빚진 건 두 눈뿐이잖아요. 그런데 민여진 씨가 보상을 바라지 않는데 왜 굳이 옆에 두냐고요. 당신한텐 내가 있잖아요. 난 항상 당신 옆에 있을 거예요.”문채연은 이내 박진성의 손을 잡으며 발그스레한 얼굴로 말했다.“난 영원히 당신 안 떠날 거예요.”바람을 너무 오래 맞아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가, 고백하는 건 문채연인데 박진성의 머릿속에는 민여진뿐이었다.똑같은 말을 민여진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오늘날의 민여진은 방현수를 위해서, 고작 방현수 따위를 위해서 박진성을 버리려 하고 있다.“들어가.”“엄마한테 이미 한 말은 지켜야지.”“진성 씨...”“들어가 얼른.”정면적인 대답은 회피했지만 박진성이 전하려는 의도는 명백했다.그 말을 듣는 문채연도 표정이 얼어버렸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럼... 난 들어가서 어머니 좀 말려볼 테니까 몸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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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나 열 받게 하지 마

“저 좀 더 쉬고 싶어요.”민여진이 대답을 피한다는 걸 알아챈 서원은 몇 마디 당부만을 남기고는 병실을 빠져나갔다.그가 병실 문을 닫고 나올 때 박진성이 온몸으로 한기를 뿜어내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었다.어제 옷차림 그대로 다시 나타난 박진성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고 눈도 빨간 것이 꼭 어디 아픈 사람 같았다.“대표님.”“민여진은 깨어났어?”“네, 방금요.”오자마자 민여진의 안부부터 묻는 박진성이었지만 그런 그가 걱정되었던 서원은 한마디 더 할 수밖에 없었다.“혹시 어제 못 주무셨어요? 어디 아프신 분 같아요. 진료 예약 잡을까요?”“괜찮아. 난 민여진 좀 보고 올게.”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들어가던 박진성은 눈을 감고 있는 민여진을 보고는 바로 문을 닫아주었다.“자?”민여진이 안 잔다는 걸 알고 물은 거지만 그녀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도 박진성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틀 밤을 지새운 채로 가을밤의 바람까지 고스란히 맞고 나니 몸살이 난 것만 같았던 그는 겉옷을 벗고 민여진의 침대 위로 올라갔다.좁은 1인용 침대에 굳이 올라가 민여진을 품에 안자 박진성은 그제야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리에 남자의 가슴팍에 머리를 대게 된 민여진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그녀의 심장도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코끝으로 전해지는 박진성과 문채연의 향기에 민여진은 몸을 떨었다.문채연과 한번 하고 나서 또 자신에게로 오는 박진성의 저의를 몰라서, 도대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어서 모든 게 역겨워 났던 민여진은 더는 자는 척을 할 수가 없어 박진성을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곧이어 눈을 번쩍 뜬 박진성이 화난 듯한 얼굴로 민여진을 바라보았다.“민여진, 나 지금 많이 참고 있으니까 나 열 받게 하지 마.”차가운 음성에는 협박의 의미가 다분히 담겨있었다.그에 민여진도 하는 수 없이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하지만 그녀는 박진성이 화난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분명 죽다 살아난 건 민여진인데 왜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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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괜한 힘 빼지 마세요

마음속에서 화가 끓어오를수록 민여진의 얼굴을 잡고 있는 손에도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가고 싶다는 말을 어쩜 저리도 당당하게 하는지.“너 미쳤어?”턱을 조여오는 손길이 아팠던 민여진이 몸부림을 치자 박진성은 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두 손을 고정시키고 마음껏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미쳤냐고? 민여진, 호텔에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을 때 거기서 널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그 남자가 이미 네 몸을 손도 댔었다고! 나가란다고 어떻게 진짜 나가! 죽어서 내 손아귀를 벗어나면 아주 더 좋아하겠네?”“미친놈...”이번 일도 자신을 탓하는 박진성이 너무도 야속해 민여진은 그에 대한 증오를 점점 더 키워가고 있었다.“네 엄마가 나한테 나가라고 한 거야! 나보고 내연녀라고 하면서 내가 너랑 문채연 사이를 훼방 놓았다는 데 내가 그 말을 듣고도 거기 있었어야 했어?”“그런다고 그냥 가? 내 말은 언제 한번 제대로 들은 적도 없으면서,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직도 분간을 못 하는 거야?”“넌 나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고!”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흥분하는 박진성을 더 이상 상대하기 싫었던 민여진이 소리쳤다.“이거 놔!”“왜, 놓으면 그거 핑계 삼아 또 나가게? 그 사람들이 너 납치 안 했으면, 내가 너 바로 못 찾았으면 넌 지금쯤 다 벗고 방현수 품에 안겨있겠지.”점점 도를 넘어가는 폭언에 민여진은 박진성의 뺨을 내리쳤다.“꺼져 당장!”그냥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 건데 그걸 두 번 세 번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방현수까지 끌어들이니 민여진도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때린 뺨에 박진성은 정말 정신줄을 놓아버린 사람마냥 서늘한 눈으로 민여진을 노려보았다.“꺼지라고?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그딴 소릴 해.”“그만해! 박진성, 너 진짜 미친 거야?!”“네가 누구 여잔지 내가 오늘 똑똑히 알려줄게.”입술까지 떨며 반항도 못 하고 누워있는 민여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박진성은 또 강압적인 관계를 맺었다.하룻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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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임신했으면 낳아

박진성이 결정권자라면 그에게 진심으로 부탁하면 될 일이지만 민여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임신 여부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자신이 마치 도구가 돼버린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깬 박진성은 잠들기 전보다 더 아파진 머리와 전혀 내리지 않는 열어 몸이 더 무거워진 것만 같았다.머리가 깨지는 고통에 힘겹게 눈을 떠보니 비어있는 옆자리에 심장이 내려앉았던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내 소파에 앉아있는 민여진을 발견하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 소파에 멍하니 앉아 창밖을 주시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작고 왜소한 체구가 한눈에 들어와 민여진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그에 마음이 약해진 박진성은 수술실에서 갓 나온 사람한테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굴었다는 걸 인지하고는 협탁에 놓인 자신의 외투를 민여진에게 걸쳐주었다.“안 추워? 나랑 같이 자기 싫으면 담요라고 덮지 그랬어?”만져보니 더 얼음장 같은 손에 박진성의 미간이 자동으로 찌푸려졌고 머리도 더 아파왔다.그런데 그때, 민여진이 놓으려던 박진성의 손을 갑자기 꽉 잡아 왔다.“서원 씨한테 피임약 사달라고 하면 안 돼?”잠시 느려졌던 심장박동이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고 가슴에 잠시 자리했던 따스함과 설렘, 기쁨이라는 감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차디찬 실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높은 곳까지 날아올랐다가 한순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박진성은 화를 참으며 물었다.“이 말 하려고 아까부터 여기 앉아서 나 깨기만을 기다린 거야?”박진성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 민여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원 씨한테 말 한마디만 해줘. 제발 부탁이야. 조금만 더 늦으면 진짜 안 된단 말이야.”“잘됐네 그럼.”민여진의 손을 뿌리친 박진성은 어두운 얼굴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피임약 몸에도 안 좋잖아. 임신 안 되면 마는 거지만 임신 된다면 그냥 낳는 것도 나쁘지 않지.”아이를 낳으라는 저 말이 박진성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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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네 아이를 낳을 일은 없어, 평생

그녀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박진성이 죽기만을 바랐다.“진성 씨가 전에 했던 말 다 잊었어? 나보고 헛된 망상 따위 버리라며? 진성 씨 아이를 갖는 건 꿈도 꾸지 말랬잖아! 내가 임신만 하면 그 즉시 목 졸라 죽이겠다더니 지금 이러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박진성은 표정이 싸늘해지고 눈가에 복잡한 심경이 스쳤다.전에 그는 확실히 민여진이 주제 파악 못하고 헛된 망상에 빠진 게 싫었다. 하루빨리 눈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랐다.하지만 그녀가 떠난 후 2년 동안 자꾸만 꿈속에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다.딱히 왜 그런지는 알 수가 없었다. 죄책감과 연민의 감정이 뒤섞인 것인지 아무튼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고 둘만의 아이도 갖고 싶었다.“전에 네가 헛된 망상에 빠진 건 맞지만 지금은 너무 가여워 보여. 이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히 내가 마련해줘야지. 아이 한 명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너랑 함께해줄 수도 있고... 일종의 보상이지.”‘네 엄마의 죽음에 대한 보상, 그리고 너의 두 눈에 대한 보상이야...’“보상?”민여진은 피식 웃더니 그의 말을 자르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걱정 마. 내가 임신하거든 아이랑 함께 죽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넌 꿈 깨. 평생 네 아이를 낳을 일은 없어! 헛된 망상에 빠진 건 너라고!”박진성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민여진, 다시 한번 말해봐!”“약 내놔.”그에 비해 민여진은 아주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약 안 줘도 돼. 임신하면 바로 죽어버릴 거야.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든가.”“너 미쳤어?”민여진에게 이보다 더 큰 혜택은 없을 것이다.이때 박진성이 별안간 무언가 생각난 듯 목이 확 메고 가슴을 쿡쿡 찌르듯 아팠다.“하긴! 우리 첫 아이도 그렇게 무참하게 죽였으니 당연히 내 핏줄을 원치 않겠지. X발, 그래서 방현수 애만 달갑게 낳아준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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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몸져누운 박진성

‘또?’민여진은 순간 눈을 깜빡였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얼굴에 혼란이 스쳤다.이정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진성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정말 몰라?”민여진은 정말 모르고 있었기에 고개를 저었다.“내 탓이기도 하지. 하지만 네 책임도 있지 않겠니?”이정화는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나이 들어서 그런가,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가 안 돼. 어젯밤 진성이 본가에 와서 널 용납해달라고 나한테 애원했다.”민여진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박진성이 어젯밤 본가에 갔다고? 문채연이랑 있었던 게 아니라?’이정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쉽게 허락할 수 없었어. 그랬더니 진성이 현관 앞에서 밤새 부탁을 들어주기를 기다렸어. 바람 불고 추운 날이었던 터라 설마 끝까지 버티겠냐 싶었는데... 결국 아침까지 꼼짝도 안 했더라고...”“뭐... 뭐라고요?”‘박진성이 본가 문 앞에서 밤새 서 있었다고?’민여진은 믿기지 않는 듯, 문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대요?”“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이정화의 목소리에 피곤함이 스며들었다.“진성이는 어릴 때부터 내 말 한마디면 토 달지 않고 움직이던 애였어. 그런데 어젯밤은 처음으로 내 말을 거역하더라. 병이 날 때까지 버텨가면서까지... 널 위해서... 내가 그만 이 일에 손을 떼길 바라며. 그리고 네게 빚진 게 있다고 했어.”민여진의 손끝이 움츠러들었고 이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숨 막히게 아팠다.‘박진성이 나한테 진 빚이라면 한 두 가지가 아니지... 그 빚은 평생 갚아도 모자랄 거야. 그런데 정말 단순히 나 때문에 밤새 버틴 거라고? 대체 무슨 생각일까? 박진성...’머릿속이 엉망이 됐다. 미운 건 여전했지만 박진성이 이렇게까지 달라진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때, 복도에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순간, 문채연이 성큼 들어오며 민여진을 세게 밀쳤다. 그녀는 몸이 휘청이며 문틀에 부딪혔다.“어머니, 진성 씨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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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문채연을 위한 복수

“이 재수 없는 년아, 죽지도 않고 아직도 살아 있네? 진성 씨랑 내 앞에서 설치는 것도 모자라, 오늘은 진성 씨까지 몸져눕게 해? 내일 진성 씨가 깨어나지 않으면 너 진짜 가만 안 둬!”문채연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위협적이었지만, 속마음은 이미 뺨 한 대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어젯밤부터 참아왔던 분노가 이 순간 속시원하게 터져 나왔다.민여진은 뺨을 맞고 화끈거리는 통증에 뒤로 물러섰다.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차분하게 천천히 고개를 들고 문채연을 바라봤다.“문채연, 이제 박진성 앞에서도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박진성이 마침 깨어나서 너의 이런 꼴을 보면 아주 재미있겠다. 아니면...”그녀는 말끝을 길게 늘이며 비웃듯 미소 지었다.“지금 질투에 눈이 멀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분풀이부터 하는 건가?”문채연의 입꼬리에 걸렸던 자신만만한 미소가 순간 굳어졌고, 마치 마음속 깊은 곳을 들킨 듯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질투? 너 진짜 미쳤구나. 네까짓 게 뭐라고 내가 질투를 해? 그 못생긴 얼굴을 질투할까? 아니면 네 멀쩡치 못한 눈을 질투할까?”민여진은 담담히 응수했다.“박진성이 네가 아닌 나 때문에 본가 앞에서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서 있었던 거 그게 부러워 질투했을지도 모르지.”그 한마디에 문채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이 계집애가 진성 씨가 밤새 본가 문 앞에 서 있었던 걸 어떻게 알았지?’그녀는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리쳤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서 손찌검까지 한 건데, 민여진이 이렇게 뻔뻔하게 받아치니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나 본데, 네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어.”문채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였다. 목소리는 낮지만 비수처럼 날카로웠다.“설마 진성 씨가 너를 사랑해서 그런 줄 알아? 웃기지 마. 진성 씨는 널 더 확실하게 망가뜨리려고 그런 것일 뿐이야.”그리고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얄미운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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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개나 줘버릴걸!

민여진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서원이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입을 벌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더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을 것이다.“민여진 씨, 제발 그만하세요. 대표님 또 걱정하신단 말이에요.”‘걱정?’민여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젯밤 박진성이 본가 앞에서 밤을 새운 걸 알게 되었을 때 혹시 그가 조금이라도 변했을까 기대했었지만 역시나 착각이었다. 박진성의 모든 행동은 그녀를 더 괴롭히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박진성이 걱정? 그럴 리가 없지! 내 얼굴을 망가뜨리고 우리 아이까지 빼앗아 가고, 사람들이 날 짓밟는 걸 뻔히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한 사람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혈한 악마였어.’눈을 감자, 짙은 피로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처음으로 모든 게 캄캄하게 느껴졌다. 마치 어둠 속에서 희망이라고 믿었던 무언가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손에 묻은 것은 피투성이 칼날인 기분이었다.“나 좀 쉬게 병실 하나만 잡아줄래요?”민여진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이자, 서원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병원 복도의 구석에 있는 병실로 안내했다.다른 병실에서, 문채연은 거울을 보며 목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을 확인했다. 볼 때마다 오싹한 기분이 밀려왔다.‘민여진! 날 정말 죽일 생각이었어!’분이 풀리지 않은 그녀는 파운데이션으로 자국을 덮으려다 멈칫하더니 이내 더 강하게 스스로를 꼬집어 자국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진성 씨가 깨어나면 이 모습을 보고 더 걱정해 주겠지?’그녀는 병상에 다시 앉았다. 박진성의 날렵한 이목구비를 바라보며 눈빛은 집착으로 물들었다. 곤히 잠든 박진성의 얼굴은 그야말로 완벽했다.그때 박진성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불분명한 단어를 내뱉었다.“진성 씨? 뭐라고 하셨어요?”문채연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가 다시 중얼거렸다.이번에는 조금 더 뚜렷하게 들려왔다.“민... 민여진...”문채연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그대로 굳었고,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더 세게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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