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Bab 71 - Bab 80

200 Bab

제71화 후회하지 마

예전 같았으면 평생 책임지겠다는 저 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겠지만 지금은 그저 헛소리 같아 우스울 뿐이었다.그러고 보니 정말 그동안 많은 게 바뀐 것 같았다.민여진의 대답에 박진성의 눈길도 서늘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민여진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다만 아까의 그 온정은 온데간데없었다.“민영미 못 보면 네가 뭐 죽기라도 해?”비웃으려고 건넨 말이었겠지만 민여진은 확신에 찬 답을 했다.“응, 엄마 못 보면 난 죽어.”기분이 잡친 박진성은 화가 가득한 손길로 민여진을 일으켜 세웠다.아니, 그냥 떨궈버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갑작스러운 충격에 민여진은 카펫 위로 넘어졌지만 박진성은 원래 기분이 오락가락한 사람이라 그녀는 이런 일이 당황스럽지도 않았다.그저 그가 떠나가면 엄마를 만나지 못할까 봐 다급히 외칠 뿐이었다.“박진성! 엄마는 언제 만나게 해줄 거야! 약속했잖아.”“엄마엄마엄마! 넌 어떻게 말끝마다 엄마야! 방현수랑 민영미 빼면 다른 할 말은 없는 거야?”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박진성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건을 모조리 쓸어버렸다.“나한테 전화한 것도 그것 때문이야? 술 마시고 채연이 방에 가려고 했더니.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그딴 소리나 듣고 있어야겠어?”왜 이렇게 화가 났나 했더니 아마도 문채연과의 좋은 시간을 방해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민여진은 그의 화가 두려워 얼굴이 창백해졌지만서도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엄마 보고 싶다고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잘못은 아니지. 그냥 후회하지 말라고.”화가 극에 달한 박진성은 그 길로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얼마나 세게 찼는지 온 거실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나자 민여진은 또 파르르 떨어댔다.혼자 남은 민여진은 아까 박진성이 남긴 말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후회라니, 민여진이 후회할 리는 없었다.하지만 아까의 후폭풍 때문에 오늘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할 것 같았다.그녀와 마찬가지로 문채연도 잠을 이룰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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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숨겨둔 내연녀

“그럴 리가요... 그게 아니라 사실...”문채연은 눈물을 머금으며 가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진성 씨가 어제 저랑 나가고 나서 어떤 여자 전화를 받더니 바로 나가버리더라고요. 그게 누군지 너무 궁금해서 진성 씨 측근한테 물어보니까...”“뭐라는데?”“별장에 다른 여자가 있대요.”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이정화에 문채연은 이제 와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전 당연히 진성 씨 믿어요! 진성 씨는 그럴 사람 아니잖아요. 그 여자가 그냥 친구일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냥 잠깐의 쾌락을 느끼려고... 아무튼 전 상관없는데 그냥 마음이 좀 그러네요. 제가 친정도 없어서 어머니를 여태껏 친정엄마로 생각하고 따랐잖아요. 그래서 어디 말할 데가 없어서 털어놓는 거니까 어머니도 신경 쓰지 마세요.”“네 말이 사실이면 난 두고만 볼 수는 없어. 진성이가 밖에 여자를 두는 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박씨 집안 조상들이 용납 못 해!”말을 마친 이정화는 바로 문채연을 데리고 별장으로 향했고 문 앞에서 아까부터 통화를 하고 있던 서원은 차에서 내리는 이정화를 보고서야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사모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대표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실 겁니다. 귀가 전이십니다.”“알아, 들어가서 기다릴게.”서원은 별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이정화를 다급히 막아섰다.“사모님, 그... 그건 좀 곤란합니다. 대표님께서 최근 소장품 몇 개를 구매하셔서 거실에 먼지가 좀 많아요. 옷도 더러워질 텐데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시면 제가 빨리 정리하겠습니다.”“비켜!”이정화가 서원의 말을 무시한 채 안으로 들어가서 당황한 서원은 그 뒤를 따르면서 박진성에게 연락하려 했는데 그때 문채연이 그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분명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 어딘가 섬뜩한 그 얼굴로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성 씨 바쁜데 이런 일로 연락할 필요는 없어요. 프로젝트 틀어지면 괜히 서원 씨 탓할까 봐 그래요.”이정화의 손을 빌려 민여진을 혼쭐내려는 문채연의 속셈이 너무나도 훤해서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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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춤 못 추게 된 것도 얘가 한 짓이야

“아니라니, 나 눈 안 멀었어. 네 목에 있는 흔적 아주 잘 보인다고.”화를 내자 갑자기 아파오는 머리에 이정화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내 아들 문제라는 거 아니까 아들 관리 똑바로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당장 여기서 나가! 오늘 이후로는 우리 진성이랑 연락도 하지 말고!”“여자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내연녀인 걸 알면서 어쩜 그렇게 떳떳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 네 행동이 우리 채연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는 생각 안 해본 거야?”이정화는 민여진이 엄마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서 저런 모진 말을 들으니 민여진의 눈시울도 점차 빨개졌다.왜 다들 문채연만 감싸고 도는지, 민여진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그리고 박진성과는 아직까지 법적인 부부인데 내연녀라니, 민여진은 자신이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사모님, 오해예요. 저는 내연녀가 아니라 진성 씨랑은 법적인...”“어머니!”그때 문채연이 당황한 듯 갑자기 이정화를 부르며 말했다.“저는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하세요. 진성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잖아요. 저 여자는 그냥 잠깐 심심해서 만난 사람이니까 다시 저한테 돌아올 거에요. 이제 얼른 가요. 진성 씨가 알게 되면 저한테 뭐라고 할 것 같아요...”자꾸만 자신을 낮추는 문채연에 다시 화가 치밀어오른 이정화가 입을 열었다.“안돼! 남자가 돼서 이정도 책임감도 없는 건 말이 안 되지. 집에 여자를 숨기다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웃겠어. 우리 집안에 그런 치욕은 없어야 해.”다시금 민여진을 향한 이정화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진성이는 채연이 남편이야, 나도 채연이만 며느리로 받아들일 거고. 그러니까 다른 생각 말고 뺏을 생각도 말고 떠나. 뺏는다고 네가 가질 수도 없는 자리야. 말해, 얼마 주면 떠날 건지.”이정화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민여진은 누군가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온몸이 차가워졌다.마치 자신의 뺨을 한 대 한 대 내리치며 이제 그만 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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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민여진 어디에 숨겼어요

그에 문채연은 말실수라도 한 사람처럼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아니에요... 여진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진성 씨를 너무 좋아해서... 전 용서하기로 했어요.”“저 여자 때문에 다리를 잃을 뻔했는데 용서라니, 어쩜 이렇게 착해.”이정화는 문채연을 감싸며 번뜩이는 눈으로 민여진을 쳐다보았다.“젊은 나이에 남의 가정을 파탄 내고 사람까지 다치게 해? 처음 봤을 때 너를 아주 좋아했는데, 네가 이런 애일 줄 몰랐네.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예전엔 유일한 민여진의 편이 되어주던 이정화가 자신을 내치자 민여진은 고개를 푹 떨군 채 손을 떨었다.“죄송해요...”이렇게 싫어하는 존재가 되어버려서 죄송하다는 의미의 사과였다.민여진은 이 와중에도 얼굴이 망가져 버려서, 이정화가 자신이 2년 동안 함께 하던 문채연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다 끝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어차피 이렇게 될 거 그런 일은 왜 저질렀어!”눈시울을 붉힌 민여진은 한마디 해명도 없이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하필 그때 민여진에게 핸드폰을 빌려준 서원이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하는 바람에 민여진이 나가는 건 아무도 보지 못했다.서원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박진성의 차도 별장 앞으로 오고 있었다.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이정화가 그녀에게 물을 따라주고 있는 문채연이 보였다.문채연은 돌아온 박진성을 보자마자 또 불쌍한 척을 하며 말했다.“진성 씨...”하지만 박진성은 그런 문채연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민여진의 행방부터 물었다.“민여진은 어디 있어?”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인영에 조급해진 박진성이 2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이정화가 그를 말렸다.“거기 없으니까 올라갈 필요 없어!”숨을 고르던 이정화가 박진성을 올려다보며 말했다.“회사에서 이렇게 급히 온 게 숨겨두던 여자 하나 때문이니? 너는 우리 집안을, 채연이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한 거야! 항상 이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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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미 모든 걸 잃은 사람

박진성의 태도에 멈칫하던 이정화가 또 화를 내기 시작했다.“이미 떠났어. 여긴 너랑 채연이의 별장이야! 이런 곳에 다른 여자를 들이는 게 애초에 말이 안되지 않니? 진작 나가버렸어.”“갔다고요? 보이지도 않는 애한테 어떻게 나가라는 말을 하세요!”정처 없이 흔들리는 박진성의 동공에 이정화도 너무했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녀는 태연한 척 말을 이어나갔다.“보이지 않으면 뭐 어때? 바보도 아니고 다 성인인데 전화할 줄은 알겠지. 다른 사람 핸드폰 빌릴 수도 있고, 뭐 걔는 친구나 가족도 없대?”이정화의 말에 박진성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심장이 떨려왔다.친구나 가족이라니, 민여진에게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유일한 가족인 엄마는 이미 죽었고 그나마 기대던 이정화까지 그녀를 버렸으며 방현수와는 박진성 때문에 억지로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그러니 그 성격에 밖에서 얼어 죽는다 해도 방현수에게는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이미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눈까지 먼 그녀가 밖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먼저 집에 가세요. 전 일단 민여진부터 찾고 나중에 집으로 갈게요.”마음속에 두려움을 안은 채로 급하게 밖으로 나가는 박진성을 문채연이 또 불러세웠다.“진성 씨!”낯빛이 창백해진 문채연은 바로 박진성에게로 다가갔는데 잔뜩 긴장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그깟 민여진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인지.“미안해요! 진성 씨가 내 탓이라고 할 거 알아요. 나는 막았는데 어머니가 꼭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어머니 몸도 안 좋으셔서 일단은 그냥 보내고 나중에 당신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이렇게 온 거예요. 그러니까 화내지 말아요.”이내 눈물을 터뜨리는 그녀를 보며 서원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다정하고 너그러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연기에 도가 튼 사람인 것 같았다.“네 탓한 거 아니야.”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날에 민여진이 얇은 옷차림으로 바깥을 떠돌 생각에 한시가 급했던 박진성은 문채연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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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팔려간 민여진

누군가 얼굴에 찬물을 끼얹자 민여진은 힘겹게 눈을 떴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밧줄로 묶여있어 움직일 수는 없었다.그때 물을 끼얹던 여자가 민여진을 아래 우로 훑어보며 말했다.“어디서 이런 애를 데려왔어, 얼굴도 저 모양인데 몸도 바싹 말랐잖아. 이런 걸 좋아하는 손님이 어딨다고, 박 대표님도 너무하시네.”“누님, 이번에 대표님 도와드리면 대표님도 절대 안 잊으실 거에요.”“나도 돕고 싶지. 그런데 저 몰골을 봐, 돼지우리에 넣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얼굴이잖아.”한 손엔 담배를 든 채로 민여진 앞으로 다가간 홍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눈까지 멀었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여진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박 대표님이라는 걸 보니 박진성이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것 같았는데 놔줄 때도 그냥 놔주는 법 없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하는 것 같았다.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싫으면 이런 방법을 생각해낼까 싶어 민여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자세를 낮춘 홍연이 민여진의 옷을 벗기자 그녀는 당황하게 몸을 비틀었다.“뭐 하는 거야!”“아!”하지만 두 팔이 다 묶여있어 몸이 자유롭지 못했던 민여진은 실수로 홍연을 차버리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치마가 더럽혀진 홍연은 화가 치밀어올라 옆에 있던 남자들에게 눈짓을 했다.남자들이 민여진의 머리채를 잡자 홍연은 그녀가 기절할 때까지 뺨을 때렸다.“됐어. 또 기절하면 돈만 더 깎이지.”그제야 화가 풀린 홍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래도 목소리는 좋으니까 옷 갈아입히고 가면 씌워서 내보내자. 돈은 얼마 없으면서 밝히기만 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테니까. 이 일은 내가 맡을 테니까 대표님한테 앞으로 우리 일 좀 잘 봐달라고 말해줘.”“당연하죠!”“얘 옷부터 갈아입혀.”민여진은 쓰러지기 직전까지 뺨을 맞았지만 의식은 남아있어 그들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른 눈물이 상처에 닿자 안 그래도 아픈 얼굴이 더 아려왔다.옷을 갈아입힌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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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난 너 싫어

여자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빛내던 남자는 이내 고민하며 말했다.“홍연이가 가면은 벗기지 말랬어.”“... 괜찮으니까 벗기고... 키스해줘요...”입안에 가득한 피 때문에 목소리가 더욱더 떨려오자 그게 더 애교 같아 보였다.목소리가 이렇게 좋은데 얼굴은 또 얼마나 예쁠까 싶어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남자는 가면 아래에 감춰진 모습이 너무나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가면을 벗겨버렸다.“그럼 이쁜이 얼굴 한 번 볼까?”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벗긴 가면이었건만 그 아래 드러난 얼굴이 흉측하기 그지없어서 남자는 깜짝 놀라며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X발! 저 더러운 건 뭐야!”모든 흥분이 싹 가신 남자는 벌벌 떨며 민여진을 향해 손가락질했다.“지금 나랑 장난해? 나한테 저런 흉측한 걸 갖다 줘? 안 만지길 잘했지, 평생 잠도 못 잘뻔했잖아. 나 너 바로 신고할 거니까 각오해!”화가 난 남자가 베란다로 나가 홍연과 말다툼을 할 때 침대 협탁에서 뾰족한 물건 하나를 집어 든 민여진은 빠르게 그걸 손안에 감췄다.예리한 물건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민여진은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와 한 발 한 발 입구로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문을 열어젖히고 달려나갔다.하지만 강력한 약효가 고통을 점차 뒤덮고 있어 달려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민여진은 한 남자의 품으로 고꾸라졌다.그에 당황한 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여진 씨... 잠깐만...”한편 민여진에게 안겨버린 서원은 옆에서 느껴지는 박진성의 따가운 눈초리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호텔 방에서 나오더니 그대로 서원에게 안겨 도와달라 울먹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게 달가울 리 없었다.온종일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하여 잠도 못 자고 민여진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실명한 상태로 무슨 변이라도 당했을까 봐 폭우도 뚫고 달려왔는데.잠깐 옷 갈아입으러 들어간 새에 저런 야한 옷을 입고 서원에게 안겨있는 민여진을 보고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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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다른 사람 다 되도 넌 안돼

민여진의 말에 이성이 끊겨버린 박진성은 옆에 놓인 양동이를 들어 그녀에게 물을 퍼부었다.온몸을 뒤덮는 한기에 민여진이 정신을 차리려 하자 박진성은 다시 그를 잡고 물었다.“정신 안 차려?! 내가 네 남잔데 나 말고 누굴 원하는 거야! 너 이렇게 천박한 애였어? 다른 사람 손이 닿아도 상관없는 거야?”‘네 남자’라는 말에 민여진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2년 동안 몸과 마음 다 바쳐 사랑한 결과가 이거라고 몸소 보여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박진성에게 남은 건 이제 두려움뿐이라 민여진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악에 받쳐 말했다.“그래, 너 말고 다른 남자는 다 괜찮아. 그게 누가 됐든 상관없어. 박진성 너만 아니면 돼.”몸이 나른해지는 데도 민여진은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말을 끝마쳤다.“너!”말이 끝나자마자 손이 들리는 게 느껴져 민여진은 뺨을 맞을 줄 알고 눈을 감았는데 오래도록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미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 거야. 똑바로 대답 안 하면 평생 다른 남자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야.”민여진의 낯빛이 점차 창백해질 때 방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남자가 아랫도리만 입은 채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그러다 민여진을 발견한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이 년이 언제 여기까지 나왔어? 도망간 줄 알았잖아! 얼른 들어와!”민여진의 팔을 낚아챈 남자는 자신이 손해라도 본다는 투로 말했다.“생긴 건 별론데 그래도 할 수만 있으면 됐지 뭐. 싸니까 내가 받아주는 거야.”남자가 힘을 주기도 전에 박진성이 그의 손을 뿌리치자 술김에 고개를 들어본 남자는 상대방도 남자인 것에 놀라며 물었다.“설마 이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어쩌나, 내가 만 원 주고 산 거라서 오늘 밤은 내 건데. 원하면 줄 서서...”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한 파열음이 들려왔다.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두 눈이 빨개진 박진성이 먼저 주먹을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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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손 안 댔잖아

그 한 번의 도발에 제대로 긁힌 박진성은 민여진의 손목을 으스러질 정도로 꽉 쥐었다.이글거리는 두 눈만 보면 당장이라도 민여진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나 도발하려는 거면 성공했어 민여진.”민여진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박진성은 그녀를 끌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는 그녀를 딱딱한 욕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뼈마디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에 힘겹게 눈을 떠보니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박진성은 물을 최대로 틀어놓고 그걸 민여진을 향해 쏘아대고 있었다.한기가 감도는 몸에 민여진은 덜덜 떨며 그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그만... 그만해 박진성!”“그만?”민여진의 말에 코웃음을 친 박진성은 아예 그녀의 턱을 추켜올리고는 얼굴을 향해 물을 뿌렸다.“지금 네 더러운 몸 씻겨주고 있는 거잖아. 이래야 조금이라도 깨끗해지지. 다른 남자의 역겨운 냄새가 나한테도 옮으면 어떡해.”박진성의 손길이 닿았으니 더러워지긴 한 것 같아서 민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반항을 하지 않으니 그것대로 기분 나빴던 박진성은 민여진이 걸치고 있던 천 쪼가리마저 찢어버리려 했다.“그만 좀 해!”그제야 민여진이 소리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다른 남자들한테는 멋대로 몸 내주면서 왜 내 앞에서만 고고한 척이야! 넌 이미 더러워진 몸이야. 지금 이렇게 비싸게 굴어봤자 아무 쓸모도 없다고!”작은 몸이 발버둥 치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던 박진성은 그대로 민여진의 치마를 찢어버렸다.그런데 그의 눈앞에 드러난 건 아무런 흔적도 없는 깨끗하기 그지없는 몸이었다.그에 당황한 박진성은 손을 떨며 샤워기를 내려놓았다.남자의 손이 닿았다면 이럴 리가 없는데...“손... 안 댄 거야?”얼음장같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누워있던 민여진은 온몸을 뒤덮는 한기에 손으로 어떻게든 몸을 감쌌다.속눈썹까지 떨릴 정도의 추위에 그녀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에 기쁘면서도 화가 났던 박진성은 다시 민여진을 잡고 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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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천년도 넘을 재앙

서원의 뒤를 따라가던 두 명의 경호원은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있었다.“대표님 왜 저러셔? 눈먼 여자 하나 잃은 걸로 저렇게까지 화내시고 비 오는 데 찾기까지 하시다니. 저 여자 응급실 들어간 뒤로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만 계시잖아.”“설마 저 얼굴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걱정은 해도 좋아한다니, 그건 너무했지.”한 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다른 한 명이 답을 했다.“대표님이랑 저 여자는 하늘과 땅 차인데 아예 차원이 다르지. 저런 못생긴 여자한테는 땅이라는 말도 아까워. 그냥...”“말 다 했습니까!”그때 갑자기 입을 열며 소리치는 서원에 경호원 둘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조용해졌다.평소에 온화하기만 하던 서원이 화를 내니 그 위압감이 더한 것 같았다.한편 자리에 주저앉은 서원은 자꾸만 눈물을 흘리던 민여진이 떠올라서 괴로워졌다.처음에는 눈이 먼 여자가 얼굴까지 망가졌다는 말에 드는 연민이 전부였는데 이제 보니 모든 비극의 중심에 여자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 여자를 향한 박진성의 마음도 아주 복잡해 보였다.그렇게 걱정하면서도 못된 말로 상처를 주고 늘 이성적이던 분이 민여진의 도발은 분간하지 못하고 화를 내다가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낸 게 서원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던 그는 조용히 그들과 함께 수술실에 파란 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민여진이 병실로 옮겨지자 박진성은 다급히 달려가 물었다.“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몸에 아주 큰 해가 되는 약을 먹은 상태에서 찬물에 몸을 담갔어요. 저런 몸으로 그걸 버텨낼 수나 있었겠습니까? 가족이 죽을 뻔했는데 보호자가 돼서 도대체 뭘 한 겁니까!”“젊은 나이에 몸이 이렇게 약한 사람은 저도 처음 봐요. 한 번만 더 이런 일 생기면 그때는 수술로도 못 살려요.”미간을 찌푸리던 간호사가 자리를 뜨려 하자 박진성은 그 앞을 막아서며 물었다.“몸에 큰 해가 되는 약이란 게 뭔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호편주라고 기를 허하게 만드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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