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니, 나 눈 안 멀었어. 네 목에 있는 흔적 아주 잘 보인다고.”화를 내자 갑자기 아파오는 머리에 이정화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내 아들 문제라는 거 아니까 아들 관리 똑바로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당장 여기서 나가! 오늘 이후로는 우리 진성이랑 연락도 하지 말고!”“여자면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내연녀인 걸 알면서 어쩜 그렇게 떳떳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 네 행동이 우리 채연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는 생각 안 해본 거야?”이정화는 민여진이 엄마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서 저런 모진 말을 들으니 민여진의 눈시울도 점차 빨개졌다.왜 다들 문채연만 감싸고 도는지, 민여진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그리고 박진성과는 아직까지 법적인 부부인데 내연녀라니, 민여진은 자신이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사모님, 오해예요. 저는 내연녀가 아니라 진성 씨랑은 법적인...”“어머니!”그때 문채연이 당황한 듯 갑자기 이정화를 부르며 말했다.“저는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하세요. 진성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잖아요. 저 여자는 그냥 잠깐 심심해서 만난 사람이니까 다시 저한테 돌아올 거에요. 이제 얼른 가요. 진성 씨가 알게 되면 저한테 뭐라고 할 것 같아요...”자꾸만 자신을 낮추는 문채연에 다시 화가 치밀어오른 이정화가 입을 열었다.“안돼! 남자가 돼서 이정도 책임감도 없는 건 말이 안 되지. 집에 여자를 숨기다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웃겠어. 우리 집안에 그런 치욕은 없어야 해.”다시금 민여진을 향한 이정화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진성이는 채연이 남편이야, 나도 채연이만 며느리로 받아들일 거고. 그러니까 다른 생각 말고 뺏을 생각도 말고 떠나. 뺏는다고 네가 가질 수도 없는 자리야. 말해, 얼마 주면 떠날 건지.”이정화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민여진은 누군가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온몸이 차가워졌다.마치 자신의 뺨을 한 대 한 대 내리치며 이제 그만 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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