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381 - Chapter 390

422 Chapters

제381화

“알겠어요.” 윤하경은 짧게 대답한 뒤 지친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지금 모든 게 엉망이었다. 임수연, 윤하연 그리고 주미나까지. 그녀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주미나였다. 윤하연은 어제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 아마도 겁에 질려 당분간은 숨어 지낼 가능성이 컸다. 윤하경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머릿속에서 이름 몇 개를 되뇌었다. ‘주미나.’‘구정수.’ ‘구지호...’그리고 순간 번쩍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주미나의 가장 큰 약점, 구성 그룹과 구지호. 그 부분을 제대로 찔러넣기만 하면 그녀가 아무리 증오심을 품고 있어도 함부로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윤하경은 주저 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 만나죠.”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스토랑 안.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비위를 맞추듯 싱글거리며 말했다. “윤하경 씨는 저희한테 정말 귀한 고객이세요.” 하지만 윤하경은 불필요한 말장난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남자 앞에 내밀었다. “여기 적힌 내용 조사해 주세요. 3일 안에 결과가 필요해요.” 남자는 종이를 받아 들여 대충 훑어보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믿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윤하경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뒤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을 나섰다. 그런데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하려 했지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하경, 너 맞지?” 윤하경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발을 떼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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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날 밤, 당신이 차로 현우를 데려간 거 맞죠?” 그 말에 윤하경은 잠시 할 말을 잃고 곧이어 침착하게 정정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강 대표님의 기사입니다. 그분이 가자고 하시면 저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죠.” “기사?” 안현주는 비웃으며 말했다. “웃기고 있네. 침대에서의 기사일 거 아냐.”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냥 그 얼굴 하나 믿고 강 대표님을 유혹한 거잖아.” 윤하경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네 얼굴로는 강 대표님을 유혹하지 못해 아쉽다는 거야?” 안현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 “그만해.” 그때 옆에 있던 박소희가 안현주를 가로막으며 윤하경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하경 씨, 제 친구는 성격이 급해서 화를 자주 내요.”그리고는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 강현우 앞에서의 박소희는 전혀 지금의 모습과 달랐다.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혀 없는 차갑고 냉정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현주가 옆에서 아무리 신경을 건드려도 이렇게 얌전하게 말을 하는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박소희가 무슨 생각을 하든 윤하경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저는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윤하경은 짧게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 순간, 박소희가 한 발짝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윤하경 씨, 이렇게 마주쳤으니 조금 더 얘기하지 않겠어요? 커피 한잔 어때요?”박소희의 손목에 묵직한 힘이 들어갔고 윤하경은 그 압박감에 잠시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거절하려던 찰나 박소희의 뒤에서 경호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박소희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윤하경 씨, 혼자 가시겠어요? 아니면 제 사람들이 도와드릴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협박이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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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윤하경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그녀의 대답은 너무나 담담하고 자연스러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안현주와 박소희는 잠시 눈을 마주치며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안현주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윤하경을 응시했다. “정말이에요?” 윤하경은 잠시도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윤하경, 또 무슨 속셈이야?” 안현주는 윤하경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윤하경이 강현우와의 관계를 이렇게 쉽게 끊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듯했다. 그 남자는 강현우였다. 모든 여자가 꿈꾸는 이상형, 놓칠 수 없는 남자. ‘어떤 여자가 강현우와의 관계를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있겠어?’ ‘윤하경이 겨우 강현우와 가까워졌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한다고?’‘말도 안 돼.’ 그때 커피가 테이블에 놓였다. 윤하경은 가늘고 하얀 손끝으로 커피를 천천히 저으며 마주 앉은 두 여자의 질문을 받는 내내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녀는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박소희 씨가 저를 찾아온 걸 강 대표님은 알고 계신가요?”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박소희를 바라보며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 있었다. “강현우를 이용해 나를 압박하려는 건가요?” 박소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쏘아봤다. 윤하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소희 씨, 오해하셨네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만약 박소희 씨가 강 대표님이 저를 만나시는 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저를 찾아오시는 대신 강 대표님에게 직접 가셔야 한다는 거죠.”“그렇지 않나요?” 박소희는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리며 생각했다. ‘강현우가 내 말을 들으면 내가 여기서 너랑 이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겠어?’‘내 말을 들었으면 벌써 너를 내쫓으라고 했어.’ 그때 윤하경은 안현주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띠었다. “안현주, 다른 사람 신경 쓰는 전에 네 일이나 잘 챙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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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윤하경은 차에 앉아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오는 걸 느꼈다. 하나하나의 일이 하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머리가 점점 더 아파지며 마치 누군가 안에서 찢어놓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힘겹게 머리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머리를 짚었다. “열이 나나?”그녀는 그제야 몸이 이상하다는 걸 실감했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지고 있었고 이제는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기사님, 약국으로 가 주세요.” 택시 기사님은 룸미러로 윤하경을 흘깃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아가씨, 약국보다는 병원에 가는 게 낫지 않겠어요?”윤하경은 흐릿한 정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병원으로 가 주세요. 감사합니다.” 차는 곧바로 속도를 높였고 10분 만에 병원 앞에 도착했다. 윤하경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기사에게 건넨 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굽 높은 힐이 아스팔트를 밟을 때마다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이를 악물고 병원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결국 균형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 강력한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 덕분에 바닥에 그대로 넘어지는 건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요.”희미해진 의식 속에서 그녀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힘겹게 눈을 뜨지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얼굴. “배경빈 씨?” “왜... 당신이죠?” 윤하경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빠져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자주 아프지 않는 사람은 한 번 병이 나면 더 심하게 앓는다고 했다. 그 순간, 몸이 휘청이고 머릿속이 흐려졌다. 배경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나 보기 싫다는 뜻인가요?”“지난번 이후로 연락해도 답장 한 통 없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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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배경빈은 윤하경이 기침하는 소리에 곧장 몸을 일으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왔다.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컵을 내밀었다. “조금이라도 마셔요.” 윤하경은 그가 내민 컵을 받아 천천히 한 모금 삼켰다. 뜨거운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배경빈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하네요?”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묘하게 신경 쓰이는 느낌이 들었다. 윤하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이내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죠?”배경빈은 흥미롭다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바로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앉는 모습이 제법 추궁하는 분위기였다. “그보다 왜 내 연락 씹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묘하게 압박감이 느껴졌다. 윤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혀 시선을 피했다. “그동안 좀 바빴어요.” 그 말 자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빴던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강현우. 그는 생각보다 속이 좁았다. 혹여 자신이 배경빈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면 강현우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윤하경은 아직까지도 강현우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경빈은 그녀의 대답이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 “흥! 거짓말이잖아요.” 단정 짓듯 내뱉는 말투에 윤하경은 순간 당황해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순간 병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배지훈.어둡게 드리운 눈빛이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먼저 배경빈을 훑어보더니 이내 병상에 누워 있는 윤하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미묘하게 표정이 굳었다. 마치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마주한 듯했다. 배경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네가 여긴 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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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그 시각, 강현우는 재무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을 울리며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화면을 확인하거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여자친구?’배지훈이 이런 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윤하경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내리며 메시지를 읽기 시작했다.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감도는 듯 그의 표정은 점마 굳어갔다. 그때 민진혁이 문을 열고 들어와 강현우를 한 번 흘낏 쳐다보았다. “대표님, 헤븐 쪽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강현우는 잠시 말없이 화면을 응시한 뒤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옆에 있던 우지원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누군가 손을 댄 것 같아요. 경찰이 이미 출동해서 조사 중입니다.” 강현우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거친 손끝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시간이 지나고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알겠다. 나가자.” 민진혁은 당연히 강현우가 헤븐 쪽으로 향할 거라 생각하고 바로 차를 몰고 차고로 내려갔다. 하지만 차가 차고를 빠져나가자 뒤좌석에서 강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세레니티 병원으로 가.” 민진혁은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미러를 보며 말했다. “병원요?” “혹시 몸이 안 좋으신가요?” 그는 뒷미러를 통해 강현우를 살짝 쳐다보았고 그 순간 강현우의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이 그대로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민진혁은 곧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쥐고 차를 급히 몰았다. 한편, 세레니티 병원에서. 윤하경은 흐릿하게 잠에 빠져 있었다. 열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그녀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주미나는 칼을 들고 자신을 쫓아왔다. 구지호를 대신해 복수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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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윤하경은 문득 자신이 한 질문이 어리섞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지훈이 이미 왔으니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 강현우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강현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네 표정 보니까 내가 오지 않기를 바란 거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정말?” 강현우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방금 그토록 연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떠오르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병실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꾸르륵...” 윤하경은 갑자기 자신의 배에서 나는 소리에 멈치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점심 이후로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지금은 한밤중이니 배고픈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강현우 앞에서 이렇게 배가 고픈 소리를 내다니 마음 한 구석이 꺼림척했다. 그때 강현우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병실에는 윤하경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침대 옆에 있는 불을 켜고 핸드폰을 꺼내 배달 음식을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만사가 꼬였다.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닳아 있었고 더 불운하게도 충전기도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보았지만 배고픔 때문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배고픔을 잊으려 애쓰던 찰나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몸을 움츠린 그녀는 그제서야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강현우라는 것을 확인했다. 강현우는 우아한 기운을 뿜어내며 병실에 들어섰고 그의 존재는 그 좁은 병실을 더 좁게 만들었다. 윤하경은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그때 민진혁이 여러 개의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까 현우 씨가 말없이 나갔던 건 나한테 먹을 걸 사다주려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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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윤하경은 손이 살짝 떨었다. 숟가락이 죽 그릇에 빠질 뻔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무표정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 서린 냉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등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이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맞설 때마다 결코 좋은 일이 없었으니까. 윤하경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말했다. “무슨 남자친구요? 그건 그냥 사람들이 오해한 거예요.” “오해?”강현우는 느긋하게 젓가락을 들어 연근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올려놓았다. 반찬은 분명 먹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윤하경은 쉽게 손을 뻗지 못했다. 그의 말투가 너무 묘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은근히 비꼬는 느낌이 섞여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이에요. 제가 오후에 병원에 왔을 때 마침 배경빈 씨를 만난 거예요. 제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분이 의사를 불러준 것뿐이에요. 아마 의사 선생님 우리 관계를 착각한 것 같아요.” “그래?” 강현우는 가볍게 한쪽 눈썹을 올리며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윤하경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정말이지, 이 남자는 너무 까다로웠다. ‘어떻게 해야 납득을 시킬 수 있을까?’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손을 들어 맹세하듯 말했다. “정말이에요. 거짓말이면 제가 벌을 받을게요.” 강현우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좁혀지던 눈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턱을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먹어.” 윤하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이 위기는 넘긴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이미 새벽 세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그런데 옆을 돌아보니 강현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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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윤하경은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눈을 떴을 때 강현우는 이미 병실을 떠난 뒤였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멀찍이 앉아 있던 민진혁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윤하경 씨, 깨어나셨군요.” “네...” 윤하경은 아직 멍한 머리를 가볍게 문지르며 물었다. “현우 씨는요?” “대표님께서 아침 일찍 회사에 회의가 있어 가셨습니다. 대신 제가 남아 윤하경 씨를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상태가 많이 좋아지셔서 오늘 퇴원하셔도 된다고 합니다. 퇴원 수속부터 밟을까요 아니면 아침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어젯밤 늦게 먹은 탓인지 윤하경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퇴원할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어제 하루 집을 비웠더니 어떤 상태일지 모르겠고 회사도 이틀이나 나가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병원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윤하경의 대답을 들은 민진혁은 즉시 병실을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 공손하게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직접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의 태도는 한없이 정중했고 말투 역시 지나칠 정도로 예의를 갖췄다. 윤하경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조용히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저 혼자 가도 괜찮아요.” “안 됩니다. 대표님께서 반드시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민진혁의 단호한 태도에 윤하경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괜히 신경 쓰느니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고마워요.”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윤하경은 옷만 갈아입고 곧장 회사로 가려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선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집이 엉망진창이었다. 가구며 장식품이 죄다 어지럽혀져 있었고 윤수철이 아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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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윤하경의 목소리는 제법 컸다. 덕분에 폭주하던 윤수철도 잠시나마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간 뿐 그는 다시금 분노에 휩싸여 윤하경을 노려봤다. “왜 왔어? 설마 나 비웃으러 온 거냐?” “꺼져!” 그는 또다시 손에 잡히는 것을 윤하경에게 집어 던졌다. 윤하경은 몸을 살짝 틀어 피했지만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한 걸음 윤수철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화가 풀리신다면 저한테 던지셔도 돼요.” “어차피 저는 죽어도 상관없잖아요.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니 다시 낳으면 그만이겠네요.” 윤하경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윤수철은 이를 악물었다.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는 분노에 찬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낮게 내뱉었다. “네가 감히... 내가 못 할 거 같아?” “아버지라면 할 수 있겠죠.” 윤하경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아끼던 윤하연은 사라졌고 이제 저까지 없어지면 아버지는 이 집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겠네요.”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면 조용하긴 하겠어요.” 윤수철은 콧방귀를 뀌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윤하경의 한마디가 그의 화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 듯했다. 그녀는 그가 더는 난동을 부리지 않는 걸 확인한 후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던 책을 치우고 털썩 앉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물었다. “이제 말해 보세요.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신 거예요?” 윤수철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 뻔뻔할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가 더 괘씸했다. “어디 감히 네가 어른들 일에 끼어들어?” “당장 꺼져!” 윤하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 잊으신 거 아니죠?” “제가 아니었으면 아버지는 아직도 자기 머리 위에 그럴듯한 장식이 얹힌 걸 몰랐을 텐데요.” 그녀는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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