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철이 그런 식으로 말을 내뱉은 건, 결국 자기 얼굴을 보기 싫어서라는 걸 윤하경은 뻔히 알고 있었다.‘하긴, 외도 현장까지 아버지를 끌고 간 게 나였으니까. 그 앞에서 여자한테 배신당한 꼴을 딸에게 들켜버렸으니, 남성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아버지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었겠지.’‘그러니 눈앞에서 없애고 싶었을 거야. 안 보이면 마음도 편하겠지.’하지만 윤하경은 절대 이 집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자신을 볼 때마다 윤수철이 얼굴을 찌푸리면 오히려 좋았다.그동안 자신이 견뎌온, 토할 것 같은 기억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윤수철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윤하경은 신경 쓰지 않았다.“아줌마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그 말에 윤수철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그리고 윤하연은요? 회사에서 바로 자르실 건가요, 아님 또 대충 눈감아줄 건가요?”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그딴 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네 일이나 잘해.”윤하경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런데요, 제가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이었어요?”“제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아줌마한테 홀려서 뭣이 진짜인지 몰랐겠죠.”그녀는 윤수철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윤수철은 결국 들고 있던 수저를 식탁에 내던지듯 놓고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2층으로 올라갔다.윤하경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국 좀 주세요.”곁에 서 있던 유 집사가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아가씨, 지금이야말로 기회예요. 이럴 때 조금씩 아버님과 관계를 회복하셔야지, 왜 계속 부딪히시기만 해요.”윤하경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유 집사의 말을 끊었다.“빨리요. 저 지금 배고파요.”물론 그녀도 유 집사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내가 그렇게 순하게 말 잘 듣는 성격이었으면 아버지랑 이렇게까지 틀어지지도 않았겠지.’식사를 마치자마자 윤하경은 회사로 향했다.요즘 윤수철은 회사 일에는 눈길도 주지 못하고 있었기에 지금이야말로,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