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희미한 불빛 아래, 남자들의 눈빛이 들짐승처럼 번뜩였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그때, 왜 윤하연까지 같이 끝장내지 않았을까. 임수연 그 여자랑 같이 잡아들였어야 했는데.’하지만 이 세상에 후회 약 따윈 없었다.“윤하경 씨, 그럼 재미를 좀 보자고.”비릿한 웃음과 함께 누군가의 더러운 손길이 그녀의 몸 위를 더듬었고,피부에 닿는 그 촉감은 마치 수천 마리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소름 끼쳤다.탕!그 순간, 묵직한 총성이 바깥에서 울려 퍼졌다.윤하경 위로 올라타려던 남자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다.“누구야?”쿵, 쿵, 쿵.답 대신, 문이 거칠게 열리며 몇몇 남자들이 쏜살같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들 앞에는 짧고 검은 권총을 들고 선 사내가 있었다. 강현우의 오른팔, 우지원이었다.건달들은 아직도 욕망에 취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고 순간, 우지원이 쏜 총알이 한 건달의 허벅지를 정통으로 꿰뚫었다.“악!”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당신들 누구야!”절박한 외침에, 문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되받아쳤다.“누구냐고? 네 주제에 감히, 나한테 그 질문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냐?”목소리는 낮고 서늘했으며 단어 하나하나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익숙한 목소리에 그녀는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문가에 선 그 사람을 보자마자 참고 있던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내렸다.강현우였다.그는 조용히, 그러나 모든 것을 압도하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묵직한 존재감이 공기를 흔들었다. 그의 시선이 윤하경을 스치고 그 뒤로 웅크린 남자들을 향했다.“이거 재밌네?”건달들도 강현우를 알아보고 혼비백산해 땅에 머리를 박았다.“아닙니다! 저희는 대표님의 사람인 줄 모르고...”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그 세력이 어떤지 건달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윤하경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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