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췄다.일부러 못 들은 척하려 했지만, 박소희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윤하경은 귀찮아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일을 더 크게 벌이기 싫어 박소희에게 애써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소희 씨.”박소희는 비록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눈길은 윤하경의 목에 고정되어 있었다.목에는 눈에 띄도록 선명한 빨간 자국이 있었는데 조금 전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강소희는 강현우를 흘끔 쳐다봤다.하지만 강현우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읽어낼 수가 없었다.윤하경은 박소희가 아무 말 없이 계속 자기 목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것을 보고, 아까 강현우가 미친 듯이 자신을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랐다.목에 빨간 자국은 강현우가 남긴 것이 분명하다.박소희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강현우에게 물었다.“현우야, 아까 하경 씨랑 어디 갔었어?”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마치 웃긴 얘기를 들은 듯한 눈빛으로 박소희를 쳐다보았다.강현우가 대꾸하지 않자, 눈길을 윤하경에게로 돌렸다.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라는 듯이 윤하경을 빤히 쳐다보았다.그녀는 바짝 마른 입술을 깨물며 박소희에게 대답했다.“소희 씨, 괜한 걱정을 하시네요. 저 방금 화장실 다녀왔어요.”“현우 씨는 방금 어디에 계셨나요?”윤하경은 강현우를 힐끗 쳐다봤다.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나도 모르지.”박소희는 윤하경과 강현우를 번갈아 가며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그녀는 윤하경의 말을 믿지 않는 듯 보였다.윤하경은 이제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강현우에게 홀랑 당해버린 그녀는 빨리 이 이상한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소희 씨, 할 얘기 다 하셨으면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이렇게 가시면 안 되죠.” 박소희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하경 씨, 현우 씨랑 꽤 친하지 않아요?”“사실 저 경성에서 사귄 친구가 별로 없어요. 오늘은 현우 씨의 파트너로 왔지만, 경환 씨도 결국 남자잖아요. 우리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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