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436 챕터

제411화

민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았고 눈엔 눈물까지 맺혀 있었으며 목소리는 애처로웠다.“저... 정말 몰라요. 강 대표님을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이 반지도 그냥 예뻐서 샀을 뿐이에요. 그런 용도인지도 몰랐어요...”강현우는 반지를 바라보던 시선을 천천히 그녀 얼굴로 옮겼다. 그러고는 날카롭게 웃으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래? 뭐, 굳이 말하기 싫다면... 괜찮아. 말하게 만드는 방법은 많거든.”그는 손뼉을 칠 듯 손을 들었다.하지만 그 순간, 민하경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죽어버려!”그녀는 이성을 잃은 듯 그대로 강현우를 향해 달려들었고 하지만 그 순간 강현우는 한 발 옆으로 피하더니 힘 있게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퍽!민하경은 허공을 날아가듯 그대로 튕겨져 나가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강현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들어와.”그가 명령하자, 곧 우지원이 다급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 민하경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형님.”강현우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말했다.“제대로 혼내 줘. 누가 보낸 건지 입을 안 열면...”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낮고 무겁게 덧붙였다.“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어.”우지원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강현우 곁에서 함께해온 사람에게 그 정도 암시는 충분했다.“네, 알겠습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사람들을 불러 민하경을 끌어냈다.“강현우... 너 같은 인간, 절대 가만 안 둬!”민하경은 이를 갈며 소리쳤고 우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입 막아.”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그제야 우지원은 강현우의 손에 들린 은색 반지를 힐끗 보며 혀를 찼다.“형님, 원수 진 사람 참 많으신 거 아시죠? 오늘은 운 좋게 살아남으신 겁니다. 전 오늘 밤이 형님의 로맨스인 줄 알았거든요.”그는 멋쩍게 웃었지만 강현우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그 웃음은
더 보기

제412화

그곳은 고급 사설 클럽, ‘빌리’였다.휴식과 오락이 결합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강현우의 ‘헤븐’이 회색 지대라면 이곳은 세상에 대놓고 고급스러움을 팔고 있었다.승마, 사격, 골프 등 없는 게 없고 규모도 엄청났다. 여기서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 많고 배경 있는 사람들뿐이었다.윤하경은 차를 세우고 막 내리려던 찰나, 핸드폰에 ‘돈줄’ 이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어디야?]이 밝은 대낮에 강현우가 자길 찾다니. 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솔직하게 답장을 보냈다.[빌리에 있어요. 오건우 대표가 계약 이야기하자고 불러서.]문자를 보낸 뒤로 한참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넣고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고객님, 예약하셨나요?”“아니요. 오건우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직원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내를 시작했다.좌우로 복잡하게 꺾인 복도를 지나, 조용한 프라이빗 룸 앞에 멈췄다.윤하경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엔 오건우가 VIP석에 앉아 트랙 너머 경마를 바라보고 있었다.차가운 분위기의 남자는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고 어제 감싸고 있던 붕대는 이미 사라졌으며 대신 이마에는 옅은 멍 자국만 남아 있었다.그걸 본 윤하경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어제 일부러 다친 척하고 자기한테 덮어씌우려던 거였던 건가?입술을 한 번 꾹 눌러 누르고 나서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오 대표님.”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반갑지도 무뚝뚝하지도 않게 말했다.“하경 씨, 또 보네요.” 그는 옆자리를 가리켰다.“앉으시죠.”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조용히 다가갔다.하지만 오건우가 가리킨 자리에는 앉지 않고 중간에 일부러 한 자리를 비워둔 채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왠지 모르게, 이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이 싫었다. 첫 만남도, 두 번째도 기분 나빴고 오늘 역시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오건우는 그녀가 그렇게 거리를 두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비웃듯 말했다.“설마 제가
더 보기

제413화

이번 경기는 원래 윤하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런데 오건우가 괜한 말을 꺼낸 바람에, 본인도 모르게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그녀의 눈동자는 경마장 트랙 위에 고정됐고 자신이 고른 말이 정말로 1등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오건우란 사람, 인성은 글렀을지 몰라도 적어도 대놓고 한 말을 뒤집을 만큼 치졸하진 않겠지. 적어도 체면은 차릴 사람이니까.’긴장 탓인지,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그 모습을 흘끗 본 오건우가 입을 열었다.“긴장하신 겁니까?”그 말에 윤하경은 깜짝 놀라 손을 풀며 무심한 척 말했다.“아니요, 전혀요.”오건우는 별다른 말 없이 웃음을 흘리며 담배를 꺼내 피웠다.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의 표정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차분하기만 했다.윤하경은 자신이 괜히 예민했나 싶어 어깨를 살짝 풀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말이죠, 오 대표님.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신 거예요?”오건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눈가에 스치는 미소 덕분에, 순간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진 듯도 했다.“진짜 이유를 듣고 싶어요 아니면 대충...?”윤하경은 이런 말 돌리는 화법을 제일 싫어했다.“말씀 안 하셔도 괜찮아요.”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기는 이미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그저 숫자만 보고 고른 말이, 놀랍게도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기대는커녕 아무런 감정도 없던 윤하경조차 눈이 커졌다.“이거 보니까 오늘 계약은 꼭 하셔야겠네요?”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엔 진심도 있었다. 그리고 정말, 08번 말이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빨간 리본을 가르는 순간, 윤하경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지만 겉으론 무표정하게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오건우에게 내밀었다.“오 대표님, 계약서입니다.”그녀의 입가엔 은근한 승리감이 묻어 있었다. 오건우는 피식 웃더니 계약서를 흘깃 보고는 벌떡 일어나 걸어 나갔다
더 보기

제414화

오건우의 말은 의도가 너무도 분명했다. 그러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왜요, 오 대표님도 한번 해보고 싶으신가요?”순간 윤하경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어젯밤? 아가씨? 그럼 어젯밤, 강현우가 다른 여자랑 있었다는 말인가?’숨이 턱 막혔지만 곧 윤하경은 정신을 다잡았다. 애초에 그와 자신은 명확하게 서로 필요해서 얽힌 사이였을 뿐인데 자기가 이런 감정을 느낄 자격이 있긴 한가?윤하경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으며 애써 웃음을 되찾았지만 그 미소는 더 이상 진심이 담긴 웃음은 아니었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오건우를 바라봤다.“두 분 다 이렇게 기분이 좋으신데... 제가 구경 좀 하면 안 될까요? 한번 붙어보시는 건 어때요?”오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죠. 강 대표님은 어떠신가요?”강현우도 짧게 웃었지만 그 눈빛은 싸늘하게 오건우를 꿰뚫고 있었다.“오 대표님의 제안이라면 응하지 않을 수 없죠.”두 남자의 눈빛 사이에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그 기운을 느낀 윤하경은 괜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럼 말을 고르시죠. 하경 씨도 같이 가시죠?”오건우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하경 씨의 안목이 남다르시던데 이번에도 도와주시면 제가 이기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운 좋게 한 번 맞힌 거예요. 이번엔 패스하겠습니다. 두 분 먼저 가세요. 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가볍게 입꼬리를 올린 뒤, 그녀는 조용히 돌아섰다.강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고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서 있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오건우가 익살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강현우는 눈빛이 차가워지며 피식 웃었다.“가시죠, 오 대표님.”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발을 옮겼다.윤하경은 혼자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 있었다. 애초에 강현우와 어떤 미래가 있을 거란 기대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도, 어젯밤 그가 다른 여자와 있었다는 걸 직접 들으니 가슴이 뻐
더 보기

제415화

“쳇, 누가 알아.”“내 생각엔 강현우 쪽일 듯.”“그럼 난 오건우에 건다. 2천만. 뱅커는 누구?”“내가 할게!”그렇게 불과 몇 분 만에 현장에서 즉석 내기가 시작됐다.윤하경은 흘깃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남자의 승부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장난처럼 시작된 말타기였지만 지금은 마치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오기처럼 느껴졌다.심지어 윤하경은 오건우의 말이 강현우 쪽으로 일부러 들이받으려는 걸 목격했다.그 순간, 심장이 목까지 뛰어올랐다.하지만 다행히도, 강현우는 노련하게 방향을 틀며 매끄럽게 피했고 오히려 더 빠르게 가속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강현우가 간신히 반 마신 정도 앞서고 있는 상황이고 결승선까진 이제 몇십 미터 남짓했다.윤하경의 손은 어느새 앞의 울타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10, 9, 8... 3, 2, 1!”“강현우가 이겼다!”“내가 이겼어!”강현우에게 걸었던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모두가 들떠 있었지만 윤하경은 오히려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강현우가 이기든 지든,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그녀가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강현우와 오건우가 말을 몰고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오건우가 먼저 말에서 내려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강 대표님, 말도 잘 타시네요. 사업뿐만 아니라 말솜씨도 대단하신데요?”강현우도 말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었고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여유로웠다.“오 대표님도 만만치 않으셨죠.”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강현우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축하한다고 짧게 말했다.그리고 시선을 돌려 오건우를 바라봤다.“오 대표님, 오늘 계약 얘기하신다더니... 서명은 하실 건가요?”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오건우는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듯 시계를 보며 말했다.“마침 점심시간이네요. 밥 먹으면서 얘기하죠.”당장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는 엄연히
더 보기

제416화

오건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손에 들고 있던 펜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경 씨, 너무 마음에 담지 마세요. 저는 그저 파트너 입장에서 선의로 조언한 것뿐입니다.”그 말에 윤하경은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마치 본인이 대단한 호의라도 베푼 사람인 양 굴다니.윤하경도 계약서를 받아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써넣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 대표님. 일과 관련된 부분은 저희 한빛 그룹에서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겁니다.”그리고 살짝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조용히 덧붙였다.“하지만 그 외의 사적인 일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자신이 너무 나선 거 아니냐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이었지만 오건우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윤하경은 순간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마침 그때, 강현우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고 말없이 자리에 앉아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 시선엔 도무지 무슨 감정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었다.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 오건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계약 세부 조율은 다음에 우리 팀끼리 별도로 회의 잡죠.”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오건우가 나간 후, 윤하경도 자리를 뜨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가 손목을 확 낚아챘다.다음 순간, 그녀는 그대로 따뜻한 품에 안겨버렸고 그 품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강현우였다.“놔요.”윤하경은 불쾌한 얼굴로 강현우를 올려다보며 말했고 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물었다.“안 친하다고?”그제야 윤하경은, 아까 오건우와의 대화를 강현우가 문밖에서 들었단 걸 눈치챘다.그의 눈빛이 자신을 향해 매섭게 꽂히자, 괜히 눈길을 피하게 됐다.“그럼 말해봐. 내 몸 중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가 어디야? 좋은 기회니까, 다시 자세히 알아보자고.”“...”윤하경은 말이 막혔다.강현우는 늘 이런 식이었다.
더 보기

제417화

이곳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강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지만 윤하경은 미칠 듯이 창피했다.“놔요! 당장 내려놔요!”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이런 꼴을 남들이 보면 강현우는 바람기 많은 남자로 비칠 것이고 자신은 뭐가 될지 뻔했다.아무래도 아까 말이 너무 심했나 보다. 강현우는 얼굴이 새까맣게 굳어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가 거칠기 그지없었다.그녀를 차 뒷좌석에 던져 넣을 때는 문에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막 뭐라 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그대로 따라 타더니 굳은 얼굴로 운전석의 민진혁에게 출발해라고 냉정하게 명령했다.윤하경은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강현우를 쳐다봤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의 차가운 분위기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고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잠시 후, 강현우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차 안은 곧 연기로 가득 찼다. 윤하경은 아무 생각 없이 숨을 들이쉬다가 그대로 기침이 터졌다.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강현우는 뜻 모를 표정을 짓더니 느긋하게 웃었고 그 웃음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싫어?”그가 갑작스레 물었다.윤하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현우가 불쑥 몸을 기울였다. 남자의 향수 냄새와 담배 연기가 뒤섞여 윤하경의 코를 파고들었다.그녀는 당황해서 몸을 움찔했지만 강현우는 그녀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길고 날렵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은 채,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물고 들어왔다.입 안 가득 밀려드는 담배 연기에 윤하경은 숨이 막혔다.기침을 하려 했지만 강현우는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고 거칠게, 그녀의 입안을 훑었다.도저히 밀쳐낼 수도 없었고 그저 그가 원하는 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강현우는 원래 이런 쪽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번엔 분명 어딘가 달랐다. 입술 사이로 전해지는 그의 분노, 감춰지지 않았다.“으응... 그만... 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거절을 막듯 입을 더 세게 눌렀고 오히려 도발처럼 느껴졌는지 더 격해
더 보기

제418화

차고 안은 휑하고 조용했다. 그런 공간 속에서 남자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윤하경의 귓가를 울렸다. 그녀는 별생각도 없이 울컥한 감정으로 강현우의 어깨를 있는 힘껏 깨물었지만 바로 후회했다.강현우의 어깨는 말도 안 되게 단단했고 그가 아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가 먼저 아팠다.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강현우는 전혀 조심성 없이 윤하경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침대 매트리스가 좋아서인지 다행히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도 괜히 억울한 감정이 올라와,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런 관계에서 자신과 강현우는 절대 평등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이 아팠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으며 비웃듯 말했다.“왜, 오건우한테 손 내밀고 나니까 이제 나랑 있는 게 서러워졌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속에 담긴 위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런 사이 아니에요.”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촉촉한 눈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목을 한번 꿀꺽 삼켰다.“그래? 근데 왜 걘 너 입에서 내가 낯선 사람처럼 들리냐. 오건우, 마음에 들어? 다음은 그쪽 라인에 서보려고?”비아냥거리는 눈빛, 그녀를 조롱하는 말투.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강현우를 노려봤다.“그런 적 없어요.”‘네가 다른 여자랑 밤을 보냈잖아. 왜 내가 비난을 받아야 해?’하지만 그건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이었다.이 불균형한 관계에서 강현우는 어떤 말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기껏해야 키우는 어장 속의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인 질투할 자격조차 없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의 턱을 더 세게 움켜쥐며 비꼬듯 말했다.“그래?”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그의 어조엔, 전혀 믿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리고 바로, 또다시 입술이 덮쳐졌다.윤하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지만 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를 쉽게 끌어당겨 거리를 없앴다.“하지 마...”그녀의 미약한 저항은,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고 참다못한
더 보기

제419화

강현우는 별다른 표정도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한번 흘겼다.“꺼져.”윤하경은 그의 차가운 눈빛에 숨이 턱 막혔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강현우는 벌써 성큼성큼 방을 나가버렸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갔지만 그녀가 본 건 이미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뿐이었다.아직 방을 나가지 않은 민진혁이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며 혀를 찼다.“하경 씨, 진짜 간이 크시네요.”그 말은 아마도 아까 강현우를 깨문 일에 대한 것이겠지.윤하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까 말한... 어젯밤 그 여자, 무슨 일이었어요?”민진혁은 걸음을 멈추다 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누가 사장님 암살하라고 여자를 보냈는데 대표님이 한눈에 간파했죠. 그나저나 난 이만 가봐야겠어요. 대표님 기분 더 상하기 전에.”민진혁은 말을 끝내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남겨진 윤하경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결국 자신이 오해했던 거였다. 어젯밤에 있었던 그 일은 여자 문제가 아니라 암살 함정이었던 거다.빌어먹을 오건우가 얼핏 흘린 그 애매한 말투 때문에, 괜히 오해했다.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강현우는 이미 화가 단단히 난 눈치였고 이 상태로 두면 일이 더 꼬일 수 있었다.윤하경은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자책하듯 중얼거렸다. 결국 마음이 심란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사과해야 하나...?’하지만 그 강한 자존심에 메시지 한 통으로는 통하지 않을 사람이다.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 있는 사이,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윤하경은 그냥 그대로 강현우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진짜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배달앱을 켜 이것저것 재료를 주문하고 영상을 보며 몇 가지 요리를 배워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하지만 저녁을 다 차려도 강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늦을 줄은 알았지만 너무 늦는 게 마음에 걸려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엔
더 보기

제420화

“그럼 말해보세요. 어떻게 해야 용서해 주실 건데요?”윤하경은 강현우라는 사람은 앙심 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일을 제대로 풀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몰랐다.그런데 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윤하경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이래도 아직 화 안 풀리셨어요? 그럼... 한 번 깨물어보시는 건 어때요?”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허, 역시 여자들은 변덕스럽다더니... 오늘 아주 제대로 봤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툭 던졌다.“가자. 나 올라가서 쉴 거니까.”강현우의 말투는 지나치게 차가웠다.윤하경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가 곧 스스로 이해했다.강현우 같은 자존심 강한 남자에게 그런 식으로 퇴짜를 놓았으니 지금쯤 쫓아내지 않는 게 다행일 수도 있었다.강현우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올라갔다.윤하경은 한참을 서 있다가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천천히 뒤따라 계단을 올랐다.그의 방문은 닫히지 않은 채 열려 있었고 침대는 비어 있었고 욕실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가 샤워 중인 것 같았다.윤하경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옷을 벗은 후 욕실 문을 열었다.욕실 안은 수증기로 가득했고 강현우는 샤워기 아래에서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물줄기는 조각상 같은 그의 몸을 따라 흘러내리며 은근히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는 윤하경이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물소리가 커서였고 또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윤하경의 작고 따뜻한 몸이 그를 뒤에서 살짝 안았을 때야 그는 눈을 떴고 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오빠, 이제 화 좀 푸세요... 네?”윤하경의 말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보통 남자라면 웬만해선 이겨내기 어려운 일부러 애교를 부리는 목소리였다.강현우가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그 앞으로 돌아와 그를 올려다봤다.그보다 어깨 하나는 작은 키로 인해 자
더 보기
이전
1
...
394041424344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