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전장이 욕실에서 침대로 옮겨졌을 때 윤하경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처음에는 그럭저럭 응해주던 그녀였지만 나중엔 완전히 힘이 풀려버려서 강현우가 어떻게 하든 그냥 이불처럼 축 늘어져 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았다.사실 언제 끝났는지도 잘 몰랐다.다만 기억나는 건 뜨겁고 묵직한 몸이 밤새도록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렇게 지독하게 휘둘린 밤이었지만 오히려 그날 밤 윤하경은 유난히 편안하게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강현우보다 먼저 눈을 떴다.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를 돌아보려는 순간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남자의 팔이 다시 허리를 감아 그녀를 끌어당겼다.강현우의 몸은 여전히 뜨겁고 묵직했다.딱히 움직인 것도 아닌데 그녀는 허리 뒤쪽에서 단단하게 눌려오는 감촉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곧이어, 강현우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움직이지 마.”그러자 윤하경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이 상태에서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젯밤의 2차전이 벌어질지도 몰랐다.그럴 기력은커녕 이미 온몸이 뻐근해서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벅찼다.결국 그녀는 얌전히 강현우 품 안으로 몸을 더 말아 넣었다.꼼짝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안기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하지만 속으로는 살짝 불안했다.‘진짜 화가 풀린 걸까?’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강현우가 드디어 깨어났다.몸을 움직이진 않았지만 윤하경은 그가 눈을 떴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자 윤하경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윤하경의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하게 빛났다.그런 그녀를 본 강현우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또 무슨 꿍꿍이야?”윤하경은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대표님, 이제는... 화 안 나신 거죠?”그러자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윤하경의 턱을 잡았다. 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턱선을 따라 닿았고 그녀는 조금 아픈 듯 눈을 찌푸렸다.“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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