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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Penulis: 수박빙수
“저기... 어제 말했던 그... 누가 현우 씨를 암살하려 했다는 건 어떻게 됐어요?”

민진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하경 씨, 그 일은... 안 묻는 게 좋습니다.”

“네...”

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서였을까.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아홉 시 반이나 되었다.

입구에서 우지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왔다.

“윤 대표님, 지금 오세요? 회장님께서 찾고 계세요.”

“아버지가요?”

윤하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이유도 모른 채 짜증부터 치밀었다.

“왜요?”

우지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경의 시야에 윤수철이 들어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얼굴에는 마치 온 세상을 빚졌다는 듯한 불만이 가득했다.

윤하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얘기든 사무실에서 하시죠. 여긴 일하는 곳이에요.”

윤하경은 윤수철에게 겁이 나서가 아니라 이런 모습을 직원들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가정사로 사람들 뒷얘기거리 되는 건 질색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윤하경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윤수철도 뒤따라 회장실로 들어왔고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앉아 무표정하게 물었다.

“뭐 때문에 부르셨어요?”

“뭐 때문에 부른 것 같아?”

윤수철은 쏘아붙이듯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네가 한빛 그룹에 들어온 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했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한 걸 보면 회사에 해가 되는 짓밖에 안 했어.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

윤하경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소파 팔걸이에 손가락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서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녀의 얼굴엔 전투태세를 갖춘 고슴도치 같은 기운이 번졌다.

“그래서 말인데...”

윤수철은 말끝을 흐리며 손짓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브랜드 슈트에 번듯한 외모를 가진 멀쩡해 보이는 남자였다.

하지만 사내에서 강현우를 오래 마주친 윤하경 입장에선 그 남자는 마치 양가죽을 뒤집어쓴 늑대가 아닌 그냥 하이에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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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경은 강현우 품에 꼭 안긴 채 병원으로 들어갔다.얼굴은 끝까지 그의 가슴팍에 파묻은 채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 하는 듯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한 번 훑어보더니 살짝 비웃듯 말했다.“왜, 내가 안고 있는 게 그렇게 창피해?”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작게 중얼거렸다.“그런 건 아니고... 혹시 폐 끼칠까 봐. 누가 사진이라도 찍으면 내일 당장 기사 나겠죠. 이런 모습 찍히면 나중에 여동생이라고 해명이라도 하셔야 할지도 몰라서요.”나름 배려심 가득한 말투였지만 강현우의 반응은 딱히 호의적이지 않았다.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현우의 턱선이 딱 굳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이런 말 하는 걸 보니 입은 아직 덜 다친 모양이지.”말투는 가볍지만 묘하게 날카로웠다.윤하경은 그제야 입을 닫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굳이 그와 말싸움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몇 분 뒤 강현우는 그녀를 진료실 앞에 조심히 내려놓았고 의사가 간단히 살펴본 후 말했다.“다른 데는 문제 없고 발목이 삐었네요. 며칠은 푹 쉬셔야겠습니다.”그리고 곁에 있던 강현우를 돌아보며 웃었다.“여자 친구분 잘 챙기셔야겠어요.”윤하경은 순간 손을 들어 해명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강현우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의할 점은요?”의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둘을 한 번씩 보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간은 격한 활동은 삼가셔야 해요. 잠자리도 포함해서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요.”윤하경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으나 강현우는 여전히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근데... 못 참으면?”“...”그 순간 윤하경은 진심으로 땅속에 숨고 싶었다.‘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이야.’의사 역시 말을 잃고 안경을 고쳐 썼다.“참으셔야죠. 반드시요.”강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윤하경을 돌아보았다.“들었지? 못 참아도 참으래.”의사의 이상한 시선이 곧장 윤하경에게로 향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5화

    윤하경은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 겨우 떠오른 사람처럼 붙잡은 나무토막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현우를 꼭 껴안았다.강현우는 잔뜩 찌푸린 눈썹 아래로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를 꽉 깨물고는 윤하경을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뒤쪽을 돌아보니 민진혁이 그녀를 덮치려 했던 남자의 목을 발로 밟고 있었다.“사장님, 놈은 제압했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남자를 노려봤다.그 눈빛에 담긴 살기는 말없이도 민진혁이 단번에 이해할 정도로 깊었다.“숨은 붙여놔. 그리고 경찰서로 넘겨.”“예. 일단 헤븐으로 데려가죠.”헤븐에 한 번 끌려간 자 중 멀쩡히 돌아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구지호 같은 인물도 예외는 아니었으니 이따위 놈이 무사히 나올 리가 없었다.민진혁은 어이없다는 듯 남자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고 바로 우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건 들어왔어. 바로 처리해.”한편 강현우는 더 이상의 말도 없이 윤하경을 조심스레 차량 뒷좌석에 앉혔다.몸은 이미 안정을 되찾은 듯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떨고 있었고 그의 손끝에도 그녀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강현우도 따라 뒷좌석으로 올라탔고 갑자기 윤하경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예요?”놀란 윤하경이 가슴을 감싸안으며 뒤로 물러났다. 강현우는 짧게 숨을 내쉬었으나 불쾌한 눈빛은 없었다.“다친 데 없나 보려고.”그제야 윤하경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손을 내렸고 긴장이 풀리자 금방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강현우는 그녀의 몸을 살폈고 무심코 발목을 건드렸다.“으악!”윤하경은 날카로운 통증에 숨을 들이켰고 강현우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녀의 오른쪽 발목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하얗고 곱던 발이 그만큼 부어오른 걸 보자 그의 이마에 또 주름이 졌다.강현우는 조심스레 샌들을 벗기고 손끝으로 부은 부위를 살짝 눌렀다.그러자 윤하경이 움찔하며 물러났다.“아파요.”그녀의 여린 목소리가 귀에 닿자 강현우는 순간 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4화

    이런 부류의 인간한테는 말로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아예 대꾸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저열한 욕망에 눈이 먼 남자가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그녀가 무시하자 남자는 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꺼져. 지금이라도 안 놔주면 바로 경찰 부를 거야!”윤하경이 단호하게 소리쳤지만 상대에게는 아무 효과도 없었고 남자는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비죽 웃으며 말했다.“에이, 왜 그래. 다 처음엔 부끄럽지. 좀 놀아보면 괜찮아진다니까.”그 말을 듣자마자 윤하경은 더는 참지 않고 소리쳤다.“사람 살려요. 도와주세요!”제발 누군가라도 듣기를 바라며 그녀는 있는 힘껏 외쳤다.‘차라리 아까 강현우 차에서 버티고 안 내리는 건데...’윤하경은 후회가 밀려왔다.“닥쳐. 소리 지르지 마!”남자가 당황해하며 목소리를 낮췄고 순식간에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골목 한쪽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갔다.윤하경은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상대는 덩치도 크고 힘도 셌기에 그녀의 발버둥은 그저 허공에 흩날리는 먼지 같았다.벽에 밀쳐진 채 벗어날 수 없게 된 그녀 앞에서 남자는 잔인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돈 안 주는 것도 아니고 네 옷차림 보면 딱 답이 나오잖아. 화장 떡칠에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와선 뭐... 그냥 산책하는 거야?”남자는 그러면서 바지를 내리려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그 입에서는 숨 막히는 악취가 풍겼고 윤하경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세게 물었다.“악!”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손을 빼는 동시에 뺨을 올려 그녀를 세게 후려쳤다.그 순간 윤하경은 머릿속이 울릴 정도로 강한 타격에 정신이 멍해졌다.간신히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곧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챘고 쓰러진 그녀 앞에 이미 바지를 내린 채 서 있었다.속옷까지 드러난 그의 모습에 윤하경은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건드리지 마. 넌 진짜 죽게 될 거야.”하지만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죽는다고? 너 같은 여자랑 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3화

    윤하경은 잠시 머뭇이다가 조용히 강현우의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 앉자마자 그 특유의 짙은 담배 냄새와 강현우 몸에서 나는 차가운 향이 뒤섞여 코를 찔렀다.고개를 살짝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려던 찰나 그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어휴. 내 앞에서는 그렇게 잘도 날뛰더니 조금 전엔 주미나 앞에서 말 한마디 못 하더라?”윤하경은 입을 열려다 그대로 멈췄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등장에 조금이나마 감동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는데 그 감정은 그의 말 한마디에 금세 사라졌다.강현우는 그녀를 흘겨보다가 억지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얼굴을 붙잡아 억지로 자기 쪽을 보게 만들었다.“다음부터 누가 건드리면 그냥 받아 쳐. 내가 책임질게.”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고 눈빛도 말투도 진심이었다.하지만 윤하경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었다.누군가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걸 이미 너무 많이 배웠다.‘친아버지도 믿을 수 없는데 강현우가 다 뭐겠어.’그녀는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입술을 거의 다문 채 조심스레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도와주시려고 그랬던 거 알겠어요. 괜히 제가 착각하지 않게 말해주셔서 감사하고요.”이 말을 전하며 오히려 강현우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속내였으나 그런데도 강현우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참...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네.”그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내려.”“네?”윤하경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강현우가 이렇게 갑자기 차가워지는 순간들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정하던 그가 이제는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그러자 민진혁이 말없이 차를 세웠고 백미러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엔 어딘가 연민 같은 감정이 깔려 있었다.이게 처음도 아닌지라 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강현우는 차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차가운 한숨을 내쉬고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2화

    “남모르게 하려면 애초에 그런 짓도 말았어야죠.”윤하경의 말에 주미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처음에는 분노로 가득하던 그 시선이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주미나는 솔직히 무서웠다.윤하경 혼자라면 어찌 해보겠지만 지금 그녀 뒤엔 강현우가 있었다.그 강현우가 대놓고 윤하경을 감싸고 있다는 것도 분명했고 이 상황에서 정면으로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그렇다고 그냥 물러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주미나는 이를 악물고 결국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확 찢어버렸다.그러자 윤하경의 눈에 가벼운 비웃음이 스쳤다.“찢으셔도 돼요. 어차피 이런 자료 제가 마음만 먹으면 수백 장도 다시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우리가 말이 안 통하고 끝까지 싸우시겠다면 이 자료들이 어디로 갈지 한번 맞혀보시죠?”윤하경은 천천히 주미나에게 다가가서는 맑고도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분명 얼굴만 보면 예쁘장하고 순한 인상이었는데도 지금 이 순간 주미나는 괜히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예를 들면... 당신들 집안과 적대적인 기업 손에 들어갈 수도 있고요. 아니면 법원, 경찰서에 제출될 수도 있고요.”그 말은 단순한 위협처럼 들리지 않았다.주미나는 윤하경이 한번 마음먹으면 정말 그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순간 병실 안이 숨 막히는 침묵에 잠겼고 그때 침대 위에 누워 있던 구지호가 신음처럼 이상한 소리를 냈고 그제야 주미나는 움직였다.윤하경은 주미나를 지나쳐 구지호를 내려다보았다.“적어도... 지호 오빠 생각은 좀 하셔야죠.”주미나는 씹어 삼킬 듯 어금니를 꽉 물었다.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윤하경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결국 그녀는 낮고 거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좋아. 알겠어. 네 말대로 하자.”윤하경은 마치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해주세요. 윤 회장님한테 더 이상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고. 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자료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1화

    강현우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윤하경의 콧날을 가볍게 건드렸고 그 눈길은 여전히 장난기 섞인 다정함으로 가득했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운 구지호를 바라봤다.지금의 구지호 상태가 누구 덕분인지는 말 안 해도 명확했다.그런데도 강현우는 전혀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여유롭게 웃으며 구지호를 향해 손까지 흔들었다.그 모습은 구지호 눈엔 그야말로 저승사자를 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구지호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강현우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고 침대 위에서 그가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주미나는 깜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한 걸음 다가서서 강현우의 시야를 막아섰다.그제야 강현우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구 여사님, 하나만 정정하죠. 저랑 윤하경 씨는 결혼한 적도 없고 애인이라 하기엔 좀... 억울하네요.”주미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가 올 줄은 정말 예상 못 한 일이었다.“그럼 무슨 사이죠?”강현우는 가볍게 웃었다. 평소보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눈매가 인상적이었다.“좋아하는 사이라면 충분하지 않나요?”주미나의 눈이 가늘어졌고 잠시 시선을 세운 채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설마 지금 하경이가 현우 씨 여자 친구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그녀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사실 강현우가 그렇게 말할 리 없다고 단정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사가에서는 이미 강현우가 박씨 집안과의 정략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입꼬리를 올렸다.“적어도 구 여사님 눈은 아직 멀진 않은 것 같네요.”“너!”주미나가 소리치려다 문득 멈칫했다.‘이 말인즉 설마 진짜 윤하경이 여자 친구라는 걸 인정한 거야?’애인과 여자 친구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전자는 숨겨야 하는 존재고 후자는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자리다.그제야 윤하경도 눈을 크게 뜨며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설마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여자 친구라고? 심지어 주미나 앞에서?’이건 사실상 강현우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30화

    구지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윤하경을 붉어진 눈으로 노려봤고 그 눈빛 속 분노는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았다.그런 시선에도 윤하경의 얼굴엔 단 한 줄기 미동도 없었다.‘봐봐. 결국 인간이란 게 이렇지 뭐.’구지호가 지금 저리도 분노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에 스스로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자가 원망을 엉뚱한 데 쏟는 셈이었다.애초에 윤하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구지호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걸 확인한 주미나는 뒤돌아서며 윤하경을 노려봤다.“너 대체 왜 온 거야? 지호를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모자라니?”윤하경은 조용히 웃었다.“그 말은 좀 틀린 것 같은데요. 지호 스스로가 만든 결과예요. 남 잘못되게 하려다 본인이 당한 거잖아요? 어머니, 귀도 밝고 판단도 빠르신 분이 어쩌다 그 말만 믿고 절 원망하세요.”주미나는 콧방귀를 뀌듯 웃었다.“어머니? 웃기지 마. 난 그런 말 들을 자격 없어.”흥분해서 날을 세우는 주미나와 달리 윤하경은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다.“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야 거의 죽을 뻔하긴 했지만 그래도 수년의 정이 있잖아요.”“정?”주미나가 이를 갈며 그녀를 바라봤다.“난 네가 죽는 것만 바라는데?”“하... 지금도 후회해. 그날 밤 널 확 죽여버릴걸. 괜히 한 번 마음 약해져선... 너 같은 게 지호를 이렇게 만들고도 네 죽은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그 말에 윤하경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다.조용히 있었던 그녀가 그 말을 들은 순간 확연하게 달라졌다.“닥치세요. 우리 엄마 입에 올리지 마세요.”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무너진 건 그 순간이었고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미나도 살짝 당황한 듯 움찔했다.그러고는 윤하경 뒤에 서 있는 건장한 남자들을 훑어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서 오늘 여기 온 이유가 뭐야? 강현우한테 기대기 시작했단 소리 하러?”주미나는 비웃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윤하경, 네 엄마가 무덤 속에서 네가 남자한테 몸 팔며 사는 꼴 보면 뭐라 할까? 기절할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9화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윤하경 씨? 저 우지원이에요.”윤하경은 약간 의외라는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우지원이 웃음을 섞어 말했다.“별건 아니고요. 대표님께서 윤하경 씨가 사람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사람 필요한지 조건이랑 인원수 알려달라고 하셔서요.”윤하경은 잠시 멈칫했다.설마 했는데, 강현우가 정말 신경 쓰고 있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꽤 큰 짐이 덜어진 느낌이었다.“수고 좀 해주세요. 좀 몸 쓰는 일에 능한 사람들로 열 명쯤? 딱 봐도 위압감 느껴지는 사람들로요.”우지원은 작게 탄성을 뱉었다.“오, 꽤 큰일인가 보네요? 사람은 언제쯤 필요하세요?”윤하경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한 시간 안에요.”“한 시간이요?”“네. 이번 일은 빨리 끝내야 해요. 하루라도 늦어지면 제 입장이 위험해지거든요.”우지원은 작게 중얼거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준비해 둘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그렇게 통화가 끝났고 윤하경은 강현우 쪽 사람들은 믿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주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주미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미 지난번 일을 겪은 뒤로 주미나와의 관계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락을 피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결국 윤하경은 더는 연락하지 않기로 했고 대신 우지원에게 문자를 보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는 카페를 나섰다.한 시간 뒤, 윤하경은 구지호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들어섰다.그리고 놀랍게도 구지호는 이미 깨어나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온몸에 의료기기를 단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움직일 수 있는 건 손뿐인 듯했다.예전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였던 만큼 그 몰락한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그래서였을까. 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진 않았다.구지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윤하경을 가리켰다. 표정엔 놀라움과 분노가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놀란 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체격 좋은 남자들 때문이었고 분노는 아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8화

    윤하경은 찌푸린 이마로 휴대폰을 들어 백정연의 전화를 확인했다.“여보세요?”그 순간 본인의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어젯밤 강현우가 너무 거칠게 굴었고 그녀는 분명 울면서 몇 번이나 그만하라고 애원했었다.결국 이 목소리도 전부 강현우 탓이었다.사정을 모르는 백정연은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윤하경은 민망하게 코끝을 만졌다. 전화라서 다행이지 대면이었다면 얼굴이 벌게진 걸 들킬 뻔했다.헛기침을 한 번 하곤 자연스럽게 둘러댔다.“어젯밤에 좀 쌀쌀했나 봐요.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요.”“병원은 다녀오셔야죠. 괜히 더 심해지기 전에요.”“오늘 회의 있잖아요. 그거 끝나고 갈게요. 대신 단체 채팅방에 공지 올려줘요. 오늘도 늦는 사람은 전부 사직서 각오하라고.”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막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백정연의 말투가 어딘가 머뭇거렸다.“대표님... 그게... 오늘 회의는 아마 못 열 것 같아요.”“왜요?”윤하경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윤 이사님께서 오늘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휴가를 내렸어요. 회사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고요.”순간 윤하경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설마 했는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이 사람이... 진짜 제정신이야?”회사 일에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짓을 오로지 자신의 분노를 누르기 위해서 하는 짓이었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지.”백정연도 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도 답답하죠. 하지만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다들 난처해요. 아직 이사회 의장은 윤 이사님이니까요.”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낮게 웃었다.“그래. 아주 잘들 하시네.”그녀가 쉽게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았기에 곧바로 말했다.“지금 당장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알려줘요. 오늘 회의 회사 앞 카페에서 진행할 거라고. 난 한 시간 후에 갈게요.”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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