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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Penulis: 수박빙수
“너희 중 누구라도 날 속인 게 밝혀지면 그 대가, 반드시 치르게 될 거야.”

주미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아오며 익힌 우아함 뒤에는 결코 적지 않은 더러운 수단들이 감춰져 있었다.

그 위압감에 윤하연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만 푹 숙였다.

잠시 후, 주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오두막을 나섰고 멀리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윤하경, 넌 진짜 사람 인생 망치는 재주 하나는 타고났어.”

발을 쾅 내디딘 윤하연이 돌아서며 이를 갈았다.

“왜! 왜 지호 오빠가 너 때문에 다쳤다는 걸 인정 안 해?”

윤하경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좀 꺼져줄래? 네 목소리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리니까.”

쌓인 감정이 고개를 들었고 윤하경은 더 이상 받아줄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 네가 처한 상황, 진짜 모르고 그러는 거야?”

윤하연이 몸을 숙여 윤하경의 턱을 잡아 올렸다.

“넌 지금 납치된 거라고.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하지만 윤하경은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쓸데없는 말 다 했으면 좀 꺼져. 나, 자야 되니까.”

그 무심한 말투에 윤하연의 분노가 폭발했다.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내려치려던 순간, 윤하경의 눈빛이 칼처럼 날카로워졌다.

“쳐. 마음껏 쳐보라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든, 그 대가는 네 엄마한테 열 배로 돌아갈 거니까.”

“뭐?”

윤하연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그녀는 낮게 으르렁댔다.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 한 거야?”

윤하경은 희미하게 웃었다.

“다 말해줄게. 대신 이거 풀어줘. 그럼 너희 엄마가 지금 어딨는지 알려줄게.”

윤하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또 날 속이려는 거지? 이젠 안 속아, 윤하경.”

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럼 말든가. 어차피 난 피곤하니까, 말 걸지 마.”

그 말에 윤하연은 치를 떨며 돌아섰고 쾅 소리를 내며 문을 세게 닫았다.

오두막 안.

정적 속에 홀로 남겨진 윤하경은 천천히 눈을 떴다.

‘강현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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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경은 찌푸린 이마로 휴대폰을 들어 백정연의 전화를 확인했다.“여보세요?”그 순간 본인의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어젯밤 강현우가 너무 거칠게 굴었고 그녀는 분명 울면서 몇 번이나 그만하라고 애원했었다.결국 이 목소리도 전부 강현우 탓이었다.사정을 모르는 백정연은 깜짝 놀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윤하경은 민망하게 코끝을 만졌다. 전화라서 다행이지 대면이었다면 얼굴이 벌게진 걸 들킬 뻔했다.헛기침을 한 번 하곤 자연스럽게 둘러댔다.“어젯밤에 좀 쌀쌀했나 봐요.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요.”“병원은 다녀오셔야죠. 괜히 더 심해지기 전에요.”“오늘 회의 있잖아요. 그거 끝나고 갈게요. 대신 단체 채팅방에 공지 올려줘요. 오늘도 늦는 사람은 전부 사직서 각오하라고.”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막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백정연의 말투가 어딘가 머뭇거렸다.“대표님... 그게... 오늘 회의는 아마 못 열 것 같아요.”“왜요?”윤하경의 목소리가 딱딱해졌다.“윤 이사님께서 오늘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휴가를 내렸어요. 회사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고요.”순간 윤하경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설마 했는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이 사람이... 진짜 제정신이야?”회사 일에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짓을 오로지 자신의 분노를 누르기 위해서 하는 짓이었다.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머릿속엔 뭐가 들었는지.”백정연도 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도 답답하죠. 하지만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다들 난처해요. 아직 이사회 의장은 윤 이사님이니까요.”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낮게 웃었다.“그래. 아주 잘들 하시네.”그녀가 쉽게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았기에 곧바로 말했다.“지금 당장 회의 참석자 전원에게 알려줘요. 오늘 회의 회사 앞 카페에서 진행할 거라고. 난 한 시간 후에 갈게요.”백정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7화

    “사과할 거면 최소한 진심은 보여야지. 안 그래?”윤하경은 강현우가 이번엔 정말 화가 났다는 걸 알았고 그는 일부러 저러는 거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집요할 땐 뭔가로 분풀이해야만 풀리는 성격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그게... 다른 방법은... 안 될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우의 비웃음이 돌아왔다.“안 되진 않아. 내 앞에서 입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입든가.”윤하경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전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이 뇌리를 스치며 본능적으로 판단이 섰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종이봉투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그가 건넨 옷을 입고 나서 거울 앞에 선 윤하경은 얼굴이 금세 토마토처럼 빨개졌다.워낙 체격이 좋았던 터라 뭘 입어도 잘 어울렸지만 이런 종류의 옷은 평생 처음이었다. 지난번 헤븐 클럽에서 입었던 의상이 순진한 교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이건 뭐라 말할 수 없는 수위였다. 딱히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도 않았고 머릿속에는 부끄러워서 사람 앞에 못 나가겠다는 딱 하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윤하경은 욕실 안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 쪽 거울에 비친 강현우의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깜짝 놀란 윤하경은 뒤돌아보다가 머뭇거렸다.“그... 그냥 이거 벗을게요...”그녀가 욕실 문을 닫으려던 찰나 강현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벽에 몰리게 된 윤하경은 당황해 두 팔로 본능적으로 앞을 가리려 했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손을 제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모르는 척하긴. 네가 내 침대로 기어들어 왔을 땐 이러지 않았잖아.”그의 말엔 조롱이 묻어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지만 그 내용은 귀에 거슬렸다.아무리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되뇌었지만 그 말에 윤하경은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눈을 들고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그가 그녀의 턱을 틀어잡았다.“그러니까 우리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6화

    여전히 어젯밤과 같은 방이었다. 윤하경이 들어섰을 때 방 안은 천장의 메인 조명이 꺼져 있었고 침대 옆에 놓인 노란빛 스탠드 두 개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덕분에 넓은 방 안은 흐릿하고도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침대가 정갈하게 정리된 걸 본 순간 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어젯밤 강현우의 광기를 떠올렸다.‘이 남자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끝인지...’허리를 슬쩍 짚는 그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생각은 좀 정리됐어?”놀라 돌아본 그녀의 눈앞엔 막 샤워를 마친 강현우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허리엔 흰색 타월 하나만 간신히 두른 채였다. 그 모습은 어딘가 일부러 유혹하려는 듯했다.윤하경은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레 말했다.“그게... 어제는 제가 좀 예민했던 것 같아요. 괜한 말한 거였어요. 화내지 마세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하...”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윤하경의 턱을 집고 낮게 쏘아붙였다.“네가 거짓말할 땐 너무 티 나거든? 적어도 내 앞에선 제대로 연기라도 해.”윤하경은 억지로 웃으며 그의 허리에 팔을 살며시 감았다.“그래도 현우 씨 눈은 못 속이죠. 제가 뭘 꾸미겠어요.”강현우는 그녀의 아양에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 눈빛에 마음이 불안해진 윤하경은 결국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그게... 오건우 씨가 그러는데 어젯밤에 다른 여자랑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현우 씨가 부정도 안 하시길래 저도 그냥 그렇게 믿었고...”끝까지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올려 강현우를 똑바로 보며 덧붙였다.“그런데 진짜로 질투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좀 껄끄럽고 기분이 그랬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강현우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껄끄러워?”차가운 말투에 윤하경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 아니에요. 이제 안 그래요.”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수습하려 했지만 강현우는 말도 없이 그녀를 들어 침대 위에 던졌고 몸을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5화

    윤하경은 잠시 말이 막혔으나 곧이어 살짝 웃으며 강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조심스러운 애교가 섞였다.“강 대표님, 혹시 저... 당분간만 여기서 지내도 될까요?”강현우는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컵라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말해.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여기까지 온 거야?”그의 말은 까칠했지만 이미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넥타이를 느슨히 푸는 모습은 어지간히 피곤해 보였다.윤하경은 손에 든 컵라면을 들고 주방으로 가 남은 것들을 정리했고 다시 돌아왔을 때 강현우는 이미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단지 머물 자리를 구하러 온 건 아니었고 지금 그녀에게는 강현우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의 사람 중 몇 명만 빌릴 수 있다면 해야 할 일을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윤하경은 조용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설프게 마사지를 시작했다. 손에 힘은 별로 없었지만 강현우는 뜻밖에 그걸 즐기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봐선 일이 꽤 복잡하겠네.”“강 대표님한테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일이잖아요.”윤하경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혹시 사람 몇 명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강현우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사람?”윤하경은 소파 뒤로 돌아가 강현우 앞에 앉았다.“요즘 좀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요. 위험한 건 아니고 그냥 좀 분위기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강현우는 와인을 천천히 마시며 말을 아꼈고 표정만으로는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윤하경은 점점 불안해졌다. 사실 외부에서 사람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강현우 쪽이 훨씬 믿을 수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부탁하고 있는 거였다.“뭔 일인지 말해봐. 들어보고 결정할게.”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강의 상황을 말해주었다.“지난번 구씨 가문의 일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에요. 이번엔 주미나 씨랑 얘기를 좀 해보려고요.”“주미나랑 얘기하겠다고 이사까지 오냐?”강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놓고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고 윤하경은 딱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4화

    30분쯤 뒤에 윤하경은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고 기분이 좋지 않아 달콤한 카푸치노를 시켰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자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잠시 후, 한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하경 씨는 여전히 시간 잘 지키시네요.”“이번엔 뭘 찾으셨어요?”윤하경은 바로 본론부터 꺼냈고 사설탐정인 노강훈은 모자를 벗으며 자리에 앉았다.“이번 의뢰는 정말 죽는 줄 알았네요. 그래도 원하셨던 자료를 찾았습니다.”그는 그녀 앞으로 서류봉투 하나를 던졌고 윤하경은 조용히 받아들여 펼쳐보았다. 예상한 만큼 특별히 놀랄 건 없었고 구씨 일가를 조사했더니 역시 쉽게 드러날 만한 허점은 거의 없었다. 구정수라는 인물은 겉으로는 점잖지만 뒤에서는 수단이 꽤 거칠었다.만약 구지호가 무심코 흘린 말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정보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이건 지금 자신의 유일한 방패였기에 그녀는 서류를 잘 챙겨 가방에 넣었다.“잔금은 오늘 저녁 여섯 시 전에 송금할게요.”“감사합니다.”노강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말끝을 망설이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우린 오래 협력했잖아요. 돈은 충분히 받았고 그래서 한 가지 정보를 더 드리려고요. 공짜로요.”그가 말을 마치고는 몸을 살짝 숙여 윤하경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주변을 살피듯 낮은 목소리로 꽤 오랫동안 무언가를 속삭였다.윤하경의 눈빛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말이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다.노강훈은 그녀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는 걸 보고 마침내 한숨을 내쉬었다.“하경 씨, 마음 이해합니다. 이게 가족 얘기다 보니 원래는 말씀드릴 생각도 없었어요. 하지만... 못 믿겠다면 그냥 제가 괜한 말 했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그 말만 남기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커피숍을 떠났다.남겨진 윤하경은 긴 시간 동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딱히 어떤 행동도 없이, 말없이 앉아만 있던 그녀는 한참 후에야 커피잔을 들었지만 그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윤수철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3화

    하지만 그 표정은 기쁨이 아닌 놀람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믿기지 않는다는 놀람 그 자체였다.“이게 한빛 그룹이랑 오건우 씨의 계약서라고?”“네가 이걸 따냈다고?”윤하경은 그를 스윽 쳐다봤다.“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제 나가도 되겠네요.”윤수철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고 기쁨은커녕 흐린 눈동자엔 의심이 가득했다.한참 말없이 그녀를 뚫어지게 보던 윤수철은 낮게 물었다.“그래서 이게 네가 밤새 안 들어온 이유라는 거냐?”윤하경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윤수철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악의적으로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계약을 따낸 딸에게 던진 첫마디가 딸이 잠자리를 해서 따온 거냐는 식의 비아냥이라니...이미 실망은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엔 아예 달랐고 심장이 꽉 막힌 듯 아팠다.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를 삼킨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천천히 일어나 윤수철 앞으로 걸어가면서 비웃듯 말했다.“제가 어떻게 따냈는지 그건 상관없잖아요. 중요한 건 계약서가 제 손에 있다는 거고요. 필요하면 제가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윤 회장님, 저한테 괜히 성질내지 마세요. 저도 성질내면 다 같이 골치 아플 수 있거든요.”그 말에 담긴 조소와 경고는 너무도 분명했기에 자기 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윤수철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윤수철은 눈가를 떨며 손을 치켜 올렸지만 이번엔 윤하경이 먼저 손을 들어 그의 손목을 막았다.“회장님, 제발 현실을 좀 직시하세요. 제가 계약서를 따낸 방식이 궁금해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임수연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나 생각해 보시죠.”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사무실을 나섰다.그가 들여온 신임 부대표 앞에서 잠시 멈춰 선 그녀는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한 시간 안에 아직도 여기에 있으면 제가 직접 내던질 겁니다.”그러자 남자는 움찔하며 얼굴이 굳었다.“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잖아요.”윤하경은 냉소를 터뜨리며 그 말은 무시하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등이 곧게 펴진 그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2화

    “저기... 어제 말했던 그... 누가 현우 씨를 암살하려 했다는 건 어떻게 됐어요?”민진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윤하경 씨, 그 일은... 안 묻는 게 좋습니다.”“네...”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머릿속이 복잡해서였을까.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아홉 시 반이나 되었다.입구에서 우지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왔다.“윤 대표님, 지금 오세요? 회장님께서 찾고 계세요.”“아버지가요?”윤하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이유도 모른 채 짜증부터 치밀었다.“왜요?”우지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경의 시야에 윤수철이 들어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얼굴에는 마치 온 세상을 빚졌다는 듯한 불만이 가득했다.윤하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든 사무실에서 하시죠. 여긴 일하는 곳이에요.”윤하경은 윤수철에게 겁이 나서가 아니라 이런 모습을 직원들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다.가정사로 사람들 뒷얘기거리 되는 건 질색이었다.그렇게 말하고 윤하경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윤수철도 뒤따라 회장실로 들어왔고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앉아 무표정하게 물었다.“뭐 때문에 부르셨어요?”“뭐 때문에 부른 것 같아?”윤수철은 쏘아붙이듯 말했다.“내가 기억하기론 네가 한빛 그룹에 들어온 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했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한 걸 보면 회사에 해가 되는 짓밖에 안 했어.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윤하경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소파 팔걸이에 손가락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그래서요?”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녀의 얼굴엔 전투태세를 갖춘 고슴도치 같은 기운이 번졌다.“그래서 말인데...”윤수철은 말끝을 흐리며 손짓했다.그러자 한 남자가 들어왔다.브랜드 슈트에 번듯한 외모를 가진 멀쩡해 보이는 남자였다.하지만 사내에서 강현우를 오래 마주친 윤하경 입장에선 그 남자는 마치 양가죽을 뒤집어쓴 늑대가 아닌 그냥 하이에나처럼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1화

    욕망의 전장이 욕실에서 침대로 옮겨졌을 때 윤하경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처음에는 그럭저럭 응해주던 그녀였지만 나중엔 완전히 힘이 풀려버려서 강현우가 어떻게 하든 그냥 이불처럼 축 늘어져 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았다.사실 언제 끝났는지도 잘 몰랐다.다만 기억나는 건 뜨겁고 묵직한 몸이 밤새도록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렇게 지독하게 휘둘린 밤이었지만 오히려 그날 밤 윤하경은 유난히 편안하게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강현우보다 먼저 눈을 떴다.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를 돌아보려는 순간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남자의 팔이 다시 허리를 감아 그녀를 끌어당겼다.강현우의 몸은 여전히 뜨겁고 묵직했다.딱히 움직인 것도 아닌데 그녀는 허리 뒤쪽에서 단단하게 눌려오는 감촉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곧이어, 강현우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움직이지 마.”그러자 윤하경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이 상태에서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젯밤의 2차전이 벌어질지도 몰랐다.그럴 기력은커녕 이미 온몸이 뻐근해서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벅찼다.결국 그녀는 얌전히 강현우 품 안으로 몸을 더 말아 넣었다.꼼짝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안기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하지만 속으로는 살짝 불안했다.‘진짜 화가 풀린 걸까?’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강현우가 드디어 깨어났다.몸을 움직이진 않았지만 윤하경은 그가 눈을 떴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자 윤하경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윤하경의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하게 빛났다.그런 그녀를 본 강현우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또 무슨 꿍꿍이야?”윤하경은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대표님, 이제는... 화 안 나신 거죠?”그러자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윤하경의 턱을 잡았다. 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턱선을 따라 닿았고 그녀는 조금 아픈 듯 눈을 찌푸렸다.“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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