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강현우는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떠났다.박소희는 그가 그렇게 가버리는 걸 보더니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강현우!”목소리에는 미세하게 울음이 섞여 있었다.아마도 박소희는 평생 이런 냉랭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한 게 분명했다.강현우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옮겨 그대로 레스토랑을 나섰다.윤하경은 그가 나오는 걸 보고 얼른 시선을 피하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행동했다.강현우가 차 문을 열자, 윤하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현우 씨, 일 다 보셨습니까?”“이제 어디로 갈까요?”“헤븐으로 가.”윤하경은 짧게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순간, 박소희가 갑자기 뛰쳐나와 강현우의 차 문을 붙잡았다.“강현우, 네가 이렇게 가버리면, 난 돌아가서 뭐라고 해야 해?”윤하경은 그녀가 따라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리고 곧바로 강현우를 돌아보았다.이 상황에서 차를 계속 몰아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었다.윤하경은 박소희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경성 사람이 아닌 해성 출신, 집안 사업도 꽤 크게 하는 인물이다. 연예 뉴스나 경제 뉴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사람이다.그녀는 이 상황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는데 강현우가 곁눈질하자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멍하니 뭐 해? 운전 안 하고.”강현우의 말에 윤하경은 난처한 표정으로 박소희가 잡고 있는 차 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저기 강소희 씨, 잠깐 손 좀 떼주실래요?”“소희 씨, 그러다가 다치실 수 있으세요.”이는 단순 호의에서 비롯된 말투였다. 이런 자세로 차 문을 붙잡고 있는 건 위험하기도 했고, 박소희 같은 부잣집 아가씨가 진짜 다치기라도 하면 골치 아픈 일이기 일쑤였다.강현우야 원래 저런 성격이니 그렇다 쳐도, 윤하경은 가진 것 하나 없으니 몸 사리는 게 당연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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