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배경빈의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경 씨, 강현우 씨가 데려갔다고 들었어요. 괜찮아요?” 윤하경은 입을 열어 ‘괜찮다’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그 순간, 강현우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그것도 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으로 이미 멈췄던 동작을 다시 시작했다.“아!” 그녀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놀란 시선으로 강현우를 노려보자, 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하경은 분노에 찬 눈빛을 보냈지만 그런 반응마저도 강현우는 꽤 즐기는 듯했다. 그는 오히려 더 거칠어졌고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겨우 참아냈지만 전화기 너머의 배경빈은 이미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하경 씨, 정말 괜찮아요?” 윤하경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방금 실수로 발을 삐끗해서요.” ‘제발, 이 서투른 변명이 통하기를. 제발, 배경빈이 더 이상 물어보지 말기를.’그녀는 속으로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그렇군요.” 다행히도, 배경빈은 쉽게 믿는 듯했다. “하지만 강현우 씨 성격이 워낙 예측하기 어렵잖아요. 혹시라도 도움 필요하면 말하세요.” 그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했다. 당연히, 그 말을 강현우도 듣지 못할 리 없었다. 강현우는 낮게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어두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강현우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에요, 강 대표님은 잘해 주세요. 지금은 바빠서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으면 강현우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전화를 끊자마자, 강현우가 비웃듯 낮게 웃었다. “왜? 배경빈이 우리가 뭐 하고 있는지 아는 게 그렇게 두려워?”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두려웠지만 상대가 강현우인 만큼, 그렇게 대놓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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