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261 - Chapter 270

319 Chapters

제261화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강현우는 조용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기현수는 한층 더 차가워진 강현우의 눈빛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눈치챘다. “대표님, 이번에도 강현석 놈 그냥 두실 겁니까? 매번 그냥 놔두시니까 점점 더 대담해지잖아요. 이렇게 가다간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겁니다.” 강현우는 말없이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 기현수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강현우의 손으로 향했고 그러자 방금 전까지 몰랐던 상처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등에 남은 자국이 점점 더 부어올라 상당히 아파 보였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누가 물었어요?” 그러자 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짧게 답했다. “작은 들고양이.” “근데 이거, 고양이한테 물린 흔적 같진 않은데요? 보통 야생 고양이에게 물리면 더 날카롭고 흐트러진 상처가 남을 텐데...”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우가 무심하게 그를 흘겨보았다. 기현수는 그제야 깨닫고 급히 태도를 바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확실히... 들고양이의 흔적이네요.”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강현우는 더 이상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 왔어?” 기현수는 재빨리 표정을 정리하고 보고했다.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곧 도착할 거라고 하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기현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현수는 전화를 받으며 평소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했지만 통화 내용이 들려오는 순간 그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현수가 곧바로 보고했다. “대표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었다. “주한석 대표님을 모셔 오던 우리 사람들이 연락이 왔는데 상대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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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이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윤하경도 조금은 어색해졌다. 하지만 법적으로 부부인 두 사람이니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보아하니 오늘 윤수철의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었다.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씩 웃었다. “월요일에 한빛 그룹에서 날 보면 그래도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녀는 속으로 비웃으며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아버렸다. 너무 강하게 닫힌 탓에, 아마 아래층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서재 안에서 몸을 움직이던 윤수철은 순간 움찔하며 멈췄고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임수연은 방금 문을 닫고 들어간 사람이 윤하경이라는 걸 알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윤수철의 목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 “여보, 이제 한빛 그룹 문제도 해결됐으니 전에 약속한 거 지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약속?“ 윤수철은 순간 무슨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고 흥이 다 식은 듯한 얼굴로 하나씩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임수연은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손을 다시 붙잡고 옷을 벗기려 들었다. “그거요!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그 집을 하경이 명의로 넘기고 하연이한테는 새집을 사주겠다고요. 하경이는 이미 집이 있는데 하연이는 없잖아요. 그렇게 불공평하면 안 되죠?“ 그녀는 마치 윤하연이가 윤하경과 같은 걸 가지지 못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연기를 윤수철은 너무나도 잘 먹혔다.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동안 너랑 하연이 고생 많았지.” 임수연은 곧바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에 달라붙어 뽀뽀를 퍼부었다. “그럼 집 사주는 거 맞죠?“ “그래, 사줄게.” 그 말이 떨어지자, 임수연은 입꼬리를 더욱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윤수철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며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말이에요, 하연이가 지금 그 자리에서 일한 지도 꽤 오래됐잖아요? 슬슬 자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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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하...” 임수연은 이를 살짝 깨물며 속이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눈빛에는 억울함과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한편, 윤하경은 방 안의 책상에 앉아 백정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회사 인사 자료랑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자료 보내줘요.]백정연의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고 메시지에는 연달아 놀란 이모티콘이 찍혀 있었다. [하경아, 드디어 회사에 나올 생각이야?] [월요일에 깜짝선물 하나 줄게요.] 그녀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지만 백정연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현재 한빛 그룹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백정연뿐이었으니 굳이 감출 필요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정연이 요청한 자료를 모두 보내왔다. 윤하경은 언제나 일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한 성격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한빛 그룹의 경영에 깊이 관여한 적은 없지만 사업의 기본 원리는 어디서든 통하는 법.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작은 회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회사로 들어가기 전에 현재 한빛 그룹의 내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해 두는 게 우선이었다. 백정연은 꼼꼼한 성격답게 단순히 자료만 보낸 게 아니라 각 인물들이 속한 계파까지 정리해 둔 덕분에 윤하경은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유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경 씨, 저녁 드세요.” “네.” 그녀는 목을 돌려 굳어 있던 근육을 풀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탁에는 이미 세 사람이 앉아 있었고 윤수철은 벌써 식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그녀가 내려오자 임수연이 눈을 들어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하경아, 오후 내내 방에서 쉬었으니 이제 좀 개운하겠네?” 윤하경은 피곤하다는 듯 눈을 굴리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조용히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임수연은 그런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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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임수연은 깜짝 놀라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하경을 붙잡았다. “하경아, 갑자기 왜 이러니? 가족끼리 대화하는 건데 왜 이렇게 심각하게 만들어?” 그녀는 한숨을 쉬며 부드럽게 말하는 척하면서도 윤하경을 식탁으로 되돌려 앉히려 했다. “맞아.” 윤하연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쳤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아빠가 내가 아직도 구지호랑 엮여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땐 진짜 끝장이야.’ 윤하경은 가볍게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줌마, 그렇게 나오시면 곤란하죠. 제가 혹시 착각한 거라면 괜히 하연이를 오해하는 꼴이 되잖아요? 저도 억울한 누명 씌우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직접 확인해 보자는 거예요.” 그녀는 임수연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만약 제 착각이었다면 제가 하연이한테 정중히 사과해야죠.” 임수연은 속으로 욕이 나올 것 같았다. 살면서 이렇게 끈질긴 상대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몰아가려고 해도 윤하경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윤하경이 거실로 향하려 하자 윤하연이 들고 있던 젓가락이 식탁에 떨어졌다.“쨍그랑!” 그 소리에 윤수철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윤하연의 경직된 얼굴을 보자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윤하경이 아직 문에 다다르지도 않았는데 식탁을 세게 치는 소리가 들렸다. “쾅!” 윤하경은 흥미롭다는 듯 살짝 고개를 돌려 보았다. 윤수철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됐어. 다들 조용히 해.” 그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윤하경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서 있었고 윤수철은 윤하연을 노려보았다. “너, 내 서재로 따라와.” 그 말을 남기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윤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다 계단을 오르기 전, 일부러 윤하경 앞에 멈춰 서서 낮게 속삭였다. “이제 됐어? 만족하냐고.” 윤하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나? 난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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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 말을 남기고 강현우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윤하연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왜! 왜 전부 다 나한테 이러는 거야!”그녀의 눈동자에는 독기 어린 분노가 서렸다.“윤하경, 너 두고 보자!”윤하경은 윤하연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도 모른 채 방으로 돌아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문제였던 윤씨 그룹 문제도 해결되었고 임수연과 윤수철을 감옥으로 보낼 계획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렇기에 그녀의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그렇게 한밤중까지 일을 하다 드디어 잠들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가 끊지 않고 계속 걸어오자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윤하경 씨?”익숙한 목소리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금세 상대가 누구인지 떠올렸다.“우지원 씨?”“어? 제 목소리 기억하시네요.”우지원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당장 내려오시죠.”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 안에 놓인 탁상시계를 보니 벌써 밤 12시였다.“지금 어디 계시는데요?”“집 밖으로 나가시면 바로 보일 겁니다.”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우지원이 덧붙였다.“사실...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강현우 대표님과 관련된 일입니다.”강현우의 이름을 듣자 윤하경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자신이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강현우와 이렇게 얽힌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에 대해선 항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특히, 오늘 그가 엄청난 도움을 준 걸 생각하면 차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10분만 기다려 주세요.”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옷장에서 검은색 롱 원피스를 꺼내 입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예상대로 저택 문 앞에는 검은색 벤츠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우지원이 고개를 내밀었다.“빨리 타세요.”윤하경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우지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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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이곳은 윤하경에게도 썩 좋은 기억이 없는 곳이었다.그래서 그녀는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어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 봐 조심스럽게 우지원의 뒤를 따라갔다.우지원은 그녀를 데리고 한 서재로 들어갔다.그는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누르더니 벽에 있던 책장이 천천히 움직였고 그 뒤로는 어두운 문이 하나 드러났다.윤하경은 놀란 눈으로 우지원을 쳐다봤다. 이런 장면은 TV에서나 보던 것이었는데 설마 강현우가 이런 공간까지 마련해 두었을 줄은 몰랐다.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장소를 자신이 알게 되었다는 건 혹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 건 아닐까?언젠가 강현우와의 관계가 정리되었을 때, 그가 자신의 입을 막으려 하지는 않을까?그런 생각이 들자, 윤하경은 점점 불안해졌다.“윤하경 씨, 안 들어오세요?“우지원이 그녀를 돌아보며 불렀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마치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사람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시야가 확 트였다.이곳은 꽤 넓었고 윤하경은 몇 개의 문이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우지원은 그중 하나를 열며 말했다.“하경 씨, 대표님께서 안에 계십니다. 지금 부상이 심하신데 누구도 가까이 못 가게 하고 있어서요. 혹시라도 하경 씨라면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모셨습니다.”“부상이요?“윤하경은 깜짝 놀랐다.강현우가 다쳤다니. 도대체 누가 강현우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란 말인가.우지원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서둘러 주세요. 의료진도 준비되어 있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윤하경은 그 말에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갔다.거기엔 완전히 수술실처럼 꾸며진 방이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몇 명의 의료진이 서 있었고 한쪽 침대에는 강현우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그녀는 빠르게 의료진에게 다가가 물었다.“지금 상황이 어떤가요?“의료진 중 한 명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윤하경 씨 맞으시죠? 강 대표님께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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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원래는 우지원이 불러서 왔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제가 걱정돼서 왔어요.”강현우는 피곤한 듯 낮게 웃었다.“이리 와봐.”윤하경은 순간 겁이 났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성이 감정을 이겨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현우 씨, 지금 많이 다쳤어요. 움직이지 마시고 의사분들께 치료를 맡기세요, 네?”강현우는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지만 창백한 얼굴과 온몸에 흐르는 피는 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하얀 조명 아래서 그는 마치 지옥에서 갓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어서 그런지 윤하경은 더더욱 긴장했다.강현우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걱정으로 가득 찰 때쯤, 강현우가 천천히 손짓했다.“진심으로 내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윤하경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의 대답에 강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어딘가 위험한 느낌이 드는 웃음이었다.“좋아. 그럼 네가 해.”윤하경은 순간 멍해졌다.“네?”하지만 바로 그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깨닫고는 손사래를 쳤다.“저는 할 수 없어요. 의학 지식도 없고 그런 건 전문가가 해야죠!”그러나 강현우는 듣지 않았고 아직 남아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끌어당겼다.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고 따뜻한 숨결이 닿았지만 그 안에는 살벌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겁내지 마. 그냥 칼을 넣고 총알을 찾아서 핀셋으로 빼내면 돼. 간단하지?”그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윤하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저...”그러나 강현우는 그녀의 귀에 다시 속삭였다.“거절하면 네 목을 꺾어버릴 수도 있어.”그녀는 절망적인 시선으로 의료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강현우의 성격을 아는지,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하경 씨, 강 대표님의 상처는 깊지 않습니다. 총알만 제거하고 지혈하면 됩니다. 저희가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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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강현우는 농담할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맞장구치듯 가볍게 대답했다. “그러니 끝까지 버텨야 해요. 만약 돌아가시면 제 목숨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강현우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러더니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옆에 있는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마취를 안 했어?” 의사는 살짝 멈칫하다가 답했다. “대표님께서는 마취약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용이 어렵습니다.” 윤하경은 순간 말을 잃었다. ‘설상가상이 따로 없네.’강현우의 상처는 등이었기 때문에, 그는 상체를 앞으로 기댄 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윤하경은 최대한 집중하며 상처 부위를 정리한 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조심스럽게 피부를 절개했다. 이미 피로 흥건한 상처 위로 메스를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날카로운 금속이 살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칠 때마다 손이 덜덜 떨릴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이를 악물었다. 칼끝이 단단한 이물질에 닿는 느낌이 들자, 드디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총알은 깊이 박혀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핀셋을 들어 조심스럽게 총알을 잡아당겼다. 드디어, 금속성의 작은 탄환이 상처에서 빠져나오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빨리 지혈하세요!” 의사가 재빨리 외쳤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할 일은 없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윤하경은 마치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강현우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겁도 없는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네?” 윤하경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말을 듣자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고통을 참아내면서도 단 한 마디의 신음조차 내뱉지 않는다니. 그가 강씨 가문의 후계자로 자리 잡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최대한 힘을 내어 희미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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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네?”우지원이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왜 꼭 제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윤하경이 묻자 우지원은 가볍게 웃었다. 얼굴에 남아 있던 핏자국이 그의 미소를 더욱 날카롭게 보이게 했다.“아마도, 강 대표님께는 윤하경 씨가 특별한 존재여서 그런 거겠죠.”그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강현우에게는 오래전부터 깊은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함부로 꺼냈다간, 그가 깨어난 후 자신부터 처참한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사실, 처음에 연락했을 땐 별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단하시네요. 이번 일은 제가 신세를 졌습니다.”윤하경은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우지원은 이미 등을 돌려 걸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고 온몸의 힘이 빠진 듯, 침대 옆에 기대어 깊은숨을 내쉬었다.조금 전까지 봤던 피투성이의 광경이 여전히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두근거리던 심장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려다봤다. 손바닥에 남아 있는 따뜻한 피가 강현우의 체온을 떠올리게 했다.멍하니 손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우지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강 대표님에게 윤하경 씨는 특별한 존재니까요.”‘정말 내가... 특별한 존재일까?’윤하경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다잡았다.“윤하경,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헛된 기대는 할 필요 없어.”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경고했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가다듬고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뜨거운 물을 맞으며 오늘 하루를 정리한 뒤 깨끗이 씻긴 머리카락을 말리며 침대로 돌아왔다.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정신을 잃을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가 얼마나 잠들었을까. 어느 순간, 따뜻한 기운이 이불 속으로 스며들었다.누군가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러나 깊이 잠든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곁에 누운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이렇게 깊이 자면... 사냥감이 사냥꾼에게 먹히기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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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우지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너무 마음이 약하십니다. 강현석 같은 인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인데 그냥 싹을 잘라버리는 게 맞지 않습니까?” 강현우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가서 주기석에게 전해. 가격을 3% 더 올려서 배상하는 걸로 하겠다고. 그리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강현석이 지금 어디 있는지 당장 찾아.” 우지원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고 돌아왔다. “대표님, 강현석은 지금 본가에 있습니다.” 강현우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좋은 장소를 골랐군.” 그는 ‘겁쟁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진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났다. 문제를 일으켜 놓고도 살고 싶어 본가로 도망쳤다는 사실이 가소로웠다. 그렇다고 해서 본가에 있으면 자신이 손도 못 댈 거라고 착각한 건가? 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명령했다. “차 가져와. 본가로 간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강현우는 여전히 곧은 자세로 본가 거실에 들어섰다. 거실에서는 한 노인이 차를 홀짝이며 앉아 있었고 그는 강현우를 보자마자 비웃음을 지었다. “오호, 이제야 돌아올 마음이 들었나 보지?” 강현우는 그의 냉소를 못 본 척하며 담담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할아버지.” 노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강현우는 손주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녀석이었으나, 유독 이놈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 “지난번에 당한 상처는 다 나았느냐?” “네.” “네 놈, 목숨 하나는 질기군.” “그래, 이제라도 네가 잘못을 깨달았느냐?” “아닙니다.” 그의 뻔뻔한 태도에 노인은 이를 악물고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놨고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좁혀졌다. “당장 가서 사당 앞에 무릎 꿇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강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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