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271 - Chapter 280

295 Chapters

제271화

강현석은 이를 악물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자, 두 여자가 겁에 질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는 대충 욕실에 걸려 있던 가운을 걸치고 창문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아래에서 여유롭게 앉아 있는 강현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며 태연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강현석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자, 강현우는 손가락 마디가 도드라진 손을 흔들며 가볍게 인사했다. “형, 참 우연이네.” “강현우, 미쳤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 여긴 본가야!” 강현석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러나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들어 태양 빛을 받은 목선을 드러내며 그저 느긋하게 웃었다. “그래서?” 그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형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강현석은 이를 갈며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우지원을 보았다. 그제야 그는 오늘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뒤에서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길이 점점 번지고 있어요!” 강현석은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죽느니 차라리 다치는 게 낫겠지.’ 그는 이를 꽉 깨물고 망설임 없이 2층에서 몸을 던졌다. “쾅!” “으악!” 2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몸은 강현우처럼 단련된 것이 아니었기에 착지와 동시에 다리뼈가 부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강현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독하게 노려보았다. “두고 봐, 할아버지가 오시면 넌 끝장이야.” 그러나 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도 조용히 웃으며 우아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강현석의 부러진 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발로 짓눌렀다. “으악!” 강현석은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강현우, 미쳤어?” 그는 고통 속에서도 소리쳤다. 그러나 강현우는 얼굴에 냉소를 띠며 조용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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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강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등을 곧게 편 채로 조용히 돌아섰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벌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으러 가는 듯했다. 뒤에서는 강현석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지만 강현우는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 우지원은 그런 강현우를 따라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형, 그냥 바로 끝내면 되잖아. 이렇게 본가에서 일을 벌이면 할아버지가...” 그는 말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형, 내가 대신 맞을게. 형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잖아.” “넌 ‘헤븐’으로 돌아가.” 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지원은 잠시 멍해졌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 난 못 가.” 강현우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고 그 표정을 본 우지원은 그가 화를 내기 직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얼마 전 강현우가 반쯤 죽은 상태로 돌아온 모습을 떠올리자 도저히 등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우가 내린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우지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형, 조심해.” 그는 세 번이나 뒤돌아보며 아쉬운 듯 본가를 떠났다. 강현우가 사당에 도착하자, 그곳을 청소하던 하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놀라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 잠시 눈을 내리깔고는 조용히 사당을 빠져나갔다. 강현우는 사당 안을 가득 채운 조상들의 위패를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경멸이 담겨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 불효자 놈, 무릎 꿇지 못해?” 강호석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현우는 천천히 돌아서더니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묵묵히 무릎을 꿇었다. “사람을 불러, 집안 규율대로 처벌하겠어.” 강호석이 기세등등하게 외치자 한 하인이 두꺼운 회초리를 들고 앞으로 다가왔다. 어린아이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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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강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등을 돌렸다.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벌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을 받으러 가는 듯했다.그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강현석의 고통스러운 비명은 더욱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하지만 강현우는 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사당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다급히 달려온 한선아가 강현우의 앞을 막아섰다.“아버지, 현우는 방금까지도 큰 부상을 입고 있었어요. 이렇게 벌을 받게 하시면 안 됩니다.”“어머니.”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을 살짝 가라앉혔다.“여기까지 왜 오셨어요?”한선아는 강현우의 몸 상태를 살피듯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옥제당’를 불태웠다는 말을 듣고...”강현우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무표정해졌다.“저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는 단호하게 말을 남기고는 그녀와 강호석을 뒤로한 채 사당을 떠났다.“저게 네가 그렇게 아끼는 아들이냐!”강호석은 수염을 흩날리며 노기를 터뜨렸다.그는 강현우에게 화를 낼 수 없는 대신, 곁에 남아 있던 강현우의 어머니에게 모든 화풀이를 쏟아냈다.“아버지, ‘옥제당’의 손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그녀는 억울함을 삼키며 공손히 대답했다. 그러나 강호석은 불만스러운 듯 코웃음을 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사당에서 나온 강현우는 한쪽에서 몰래 기다리고 있던 우지원을 발견했다.우지원은 강현우가 온전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강현우는 그의 존재를 전혀 놀라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어머니는 네가 부른 거야?”우지원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아니 대표님이 괜히 심하게 맞을까 봐... 그냥 혹시 몰라서.”강현우는 조용히 차 문을 열고 올라탄 뒤,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그의 목소리에 담긴 냉기가 우지원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알겠어요.”우지원은 짧게 대답한 뒤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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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아무리 생각해도 강현우가 자기 침대에서 죽기라도 하면 강씨 집안에서 자기를 가만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녀가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리 와.”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고 유심히 들으면 약간 허스키까지 했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조심스레 그의 옆으로 다가가자 강현우의 등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젯밤, 그녀가 직접 절개했던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고 꽤 끔찍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잘 다듬어진 근육과 함께 보니 오히려 강렬한 야성미가 느껴졌다. 윤하경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뒷짐 지고 바라만 보고 있자, 강현우가 미세하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흘깃 봤다. “다 봤어?” “아, 네?” 그녀는 당황해 얼버무리다, 결국 말을 꺼냈다. “현우 씨, 등에 난 상처가 생각보다 심한데요. 다른 일들은 좀 미루시면 안 될까요?” 나름 조심스럽게 돌려 말했지만 강현우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오? 다른 일이라면 어떤 일인데?” 윤하경은 할 말을 잃었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어떤 말을 해도 저 사람이 비꼬면서 받아칠 게 뻔했다. 그녀가 입을 꾹 다물자, 강현우는 갑자기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당겨지자, 그녀는 그대로 소파로 넘어지려 했다. 그러나 강현우가 그녀를 가볍게 붙잡아 균형을 잡아주더니 그대로 품에 가둬버렸다. “뭐야, 나 무서워?” “아, 아니요.” 윤하경은 그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몸을 빼내려고 하자, 강현우는 더욱 강하게 팔을 조였다. “저, 저 좀 놔주세요. 그렇게 급해요? 몸도 다 낫지 않았는데?” “내가? 급하다고?” 강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윤하경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그일 말이에요.” 윤하경은 숨이 턱 막혔다.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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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윤하경은 속으로 눈을 굴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졌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상처를 소독하면서 일부러 손에 힘을 줘 눌러보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고 끝까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마치 아예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인내심에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붕대를 마무리한 후, 강현우는 마침내 그녀를 놓아주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거실에 윤수철이 앉아 있었고 표정은 썩 좋은 기색이 아니었다. 윤하경을 보자마자 윤수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전화도 안 받고.” 윤하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버지가 저한테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이 있어야만 너를 찾을 수 있는 거냐?” “아니라면 그냥 올라가 볼게요.” 어젯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오늘도 충분히 쉬지 못했다.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거실에서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여전히 사모님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윤하경의 걸음이 멈추면서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임수연이 사라졌다고?’“흥.” 윤수철은 콧방귀를 뀌며 화난 듯 말했다. “계속 찾아봐.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내가 직접 확인할 거야.” 그 말을 듣고 윤하경은 순간 뭔가 떠올라 곧장 방으로 올라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난번 사진. 내가 준 번호로 익명으로 보내. 응, 당장. 지금.” 그녀는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이미 받아둔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윤수철이 오늘 언급하지 않았다면 더 늦어질 뻔했다. 5분 후. 거실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도자기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윤하경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면 곤란한데.”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애피타이저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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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윤하경은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다란 눈을 뜨고 임수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평소에 하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아줌마, 아버지가 이렇게 잘해 주셨는데 아버지를 이렇게 배신할 수 있어요?” 임수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옆에 있던 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윤하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지! 네가 꾸민 짓이지! 우리 엄마를 모함하려고!” 윤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윤씨 가문에서 쫓겨나기 싫은 건 이해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가진 걸 지키려고 아무에게나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지 않겠어? 이건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윤수철을 바라보았고 일부러 안타까운 듯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윤수철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했다. 마치 자신의 죽은 아내를 떠올리는 듯한 착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윤하경의 눈빛에 담긴 묘한 동정과 실망이 그를 더욱 자극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윤하경은 곧바로 알아차렸다. ‘곧 심장병 발작...’ “유 집사님, 빨리 심장약 가져와요!” 쇼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윤수철이 이렇게 빨리 쓰러지면 너무 싱겁다. 유 집사는 허둥지둥 약을 가져왔고 윤하경은 직접 물을 따라 건넸다. “아버지, 약부터 드세요. 이런 일로 건강까지 해치시면 안 되죠.” 윤수철은 그녀의 손에서 약을 받아들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무릎 꿇고 울며 매달리던 건 임수연이었고 위로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윤하경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의외로 재미있는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임수연을 바라보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임수연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지금은 윤하경을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고 다시 들었을 때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여보...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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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임수연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흥미로운 눈길로 임수연을 바라보았고 임수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이건 이유가 있어요. 여보, 저를 믿어 주세요. 정말로 당신을 배신한 게 아니에요.”윤수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탁자 위에 있던 물컵을 바닥에 힘껏 내던졌고 산산조각 난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그는 이를 악물며 임수연을 노려보았다.“이 사진이 진짜라고 인정해 놓고도 그딴 소리를 해? 날 뭐로 보는 거야? 감히 날 이렇게 우습게 만들어?”“아니에요! 저 정말 그런 게 아니에요!”임수연은 당황한 듯 몸을 바로 세우더니 고개를 들고 윤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말 좀 들어봐요. 아이들 앞에서는 이야기하기 곤란해요. 그러니까 아이들 먼저 내보내요.”윤수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야? 난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이혼이야.”그는 원래부터 강한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그런데 이런 사진까지 공개되었으니 그에게는 굴욕 그 자체였다.자존심이 짓밟힌 지금, 그는 더 이상 임수연의 말을 믿을 수 없었고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임수연은 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윤하경과 윤하연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숨을 깊이 내쉰 뒤, 고개를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여보, 내가 이렇게 한 건 다 당신을 위한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실 한쪽에서 윤하경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황당무계한 변명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아마 임수연이 유일할 것이다.윤하경은 거실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미안해요, 참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요. 계속하세요. 저는 없는 셈 칠게요.”그녀는 종이 냅킨을 집어 들고 입가를 닦으며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임수연은 눈에 독을 품고 윤하경을 노려보았다. 오늘 이 일이 윤하경과 무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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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윤하경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고 방금 전까지도 잔뜩 부풀어 있던 기대가 한순간에 꺼져버린 느낌이었다.모든 증거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수철이 끝내 임수연을 믿기로 한 것이다.‘사랑이라는 게, 참 감동적이네.’임수연은 이미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단단히 다문 입술을 깨물었다. 임수연이 전화를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임 감독님?”30분 후. 거실은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임수연은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말했다.“여보, 들으셨죠? 정말 단순한 촬영이었을 뿐이에요.”윤수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때, 임수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윤하연에게 눈짓을 보냈다.윤하연은 눈빛을 읽고 곧바로 앞으로 나와 윤수철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아빠, 이젠 다 밝혀졌잖아요. 엄마 용서해 주세요, 네? 제발요.”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전 같았으면 윤수철은 벌써 무너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는 무거운 눈빛으로 윤하연을 내려다보았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소파 팔걸이에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이걸로 끝내버릴까...? 아니 아직은 때가 아니야. 이렇게 쉽게 끝나선 안 되지.’임수연이 이런 정도로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그녀는 여전히 할 말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윤하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듯, 무심하게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오늘부터, 네가 ‘서해당’ 아파트로 이사 가.”그런데 바로 그때 윤수철의 차가운 목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렀다. 계단을 오르려던 윤하경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고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내가 진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네가 날 속였다면 다시는 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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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윤하연은 갑작스러운 따귀에 얼이 빠져 멍하니 있었지만 윤하경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아!”짜증 나는 비명이 귓가를 울렸다. 윤하경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번엔 반대쪽 뺨까지 한 대 더 후려쳤다.이제야 좌우가 균형이 맞아 보였다.“닥쳐.”윤하경의 목소리는 서늘했다.“다시는 내 엄마에 대해 입에 올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처참하게 될 거야.”강현우와 오래 엮이다 보니 그의 차가운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흉내 내게 된 것 같았다. 심지어 지금 표정도 강현우가 분노할 때와 똑 닮아 있었다.그 차가운 기운에 눌린 윤하연은 순간적으로 반격하는 것도 잊고 주춤했다.윤하경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그날 저녁, 저택에서 식사를 한 사람은 윤하경 혼자였다.윤수철은 서재에 틀어박혔고 윤하연은 기가 죽었는지 방으로 숨어버렸고 임수연은 이미 집에서 쫓겨났다.집안의 공기가 한결 상쾌했다. 그래서인지 저녁도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다.한편, 윤하연은 집을 나오자마자 구지호와 자주 만나던 호텔로 곧장 향했다.오늘도 원래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인해 늦어져 버렸다.도착했을 때, 구지호는 이미 방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구지호를 본 윤하연은 참았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지호 오빠...”구지호는 담배를 물고 있다가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보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윤하연은 입술을 앙다물고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언니를 화나게 했더니... 그래서...”그러자 구지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는 곧 그 감정을 감추고 손을 뻗어 윤하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칠고 뜨거운 손가락이 붉게 부어오른 뺨을 부드럽게 훑었다. 윤하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지호 오빠, 아파...”그녀는 의도적으로 마치 침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목소리를 가늘고 부드럽게 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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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윤하연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구지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구지호는 그녀의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눈빛이 흔들렸다. 매서운 기운이 스치는 듯,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차가워졌다. 그 변화에 윤하연도 움찔하며 살짝 긴장했다. “오빠, 설마 아직도 포기 못 했어?” 윤하연은 눈을 아래로 깔며 애처롭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손끝으로 가볍게 눈가를 훔쳤다. “난 그저 오빠를 위해서야. 언니가 오빠를 그렇게 차갑게 내쳤는데... 오빠가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게 말이 돼? 오빠, 나 언니를 진짜 해칠 생각은 없어. 단지, 오빠를 배신한 대가가 뭔지 알게 해주고 싶을 뿐이야.” 그녀는 팔을 뻗어 구지호의 목을 감싸안으며 살짝 몸을 기대어 애교스럽게 속삭였다. 구지호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잠시 침묵한 후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좋아. 네 말대로 해.” 윤하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역시 오빠뿐이야.”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들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막 닿으려던 순간, 구지호가 고개를 돌려 피했다. “오빠?” 윤하연은 당황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구지호는 벌써 몸을 일으켜 외투를 걸치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얼굴 다친 상태잖아. 이런 건 급해할 거 없어.”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보며 옅게 웃었다. “천천히 하면 돼. 앞으로도 기회는 많잖아?” 윤하연은 얼굴을 굳히며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뺨 맞은 게 무슨 상관이람? 설마 또 내가 못생겨 보이는 건가?’ 그녀가 뭔가 말하려 하자, 구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따가 의사 부를 테니까 치료받아.” 그는 그녀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 끝으로 살짝 그녀의 뺨을 스쳤다. “여자 얼굴은 중요하니까.” 그 말에 윤하연의 표정이 풀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오빠, 고마워.” 역시, 아직도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윤하연은 내심 만족하며 그를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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