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고 방금 전까지도 잔뜩 부풀어 있던 기대가 한순간에 꺼져버린 느낌이었다.모든 증거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수철이 끝내 임수연을 믿기로 한 것이다.‘사랑이라는 게, 참 감동적이네.’임수연은 이미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단단히 다문 입술을 깨물었다. 임수연이 전화를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임 감독님?”30분 후. 거실은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임수연은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말했다.“여보, 들으셨죠? 정말 단순한 촬영이었을 뿐이에요.”윤수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때, 임수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윤하연에게 눈짓을 보냈다.윤하연은 눈빛을 읽고 곧바로 앞으로 나와 윤수철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아빠, 이젠 다 밝혀졌잖아요. 엄마 용서해 주세요, 네? 제발요.”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전 같았으면 윤수철은 벌써 무너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는 무거운 눈빛으로 윤하연을 내려다보았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소파 팔걸이에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이걸로 끝내버릴까...? 아니 아직은 때가 아니야. 이렇게 쉽게 끝나선 안 되지.’임수연이 이런 정도로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그녀는 여전히 할 말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윤하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더 이상 볼 게 없다는 듯, 무심하게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오늘부터, 네가 ‘서해당’ 아파트로 이사 가.”그런데 바로 그때 윤수철의 차가운 목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렀다. 계단을 오르려던 윤하경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고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내가 진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마. 만약 네가 날 속였다면 다시는 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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