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연은 윤하경을 보자마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언니.” 윤하경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을 뿐, 별다른 대꾸도 없이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윤하연과는 말 한마디 섞는 것도 불쾌했다. 자신에게 했던 짓들은 잊은 듯, 태연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역겨울 뿐이었다. 연기력 하나는 확실히 임수연에게 제대로 배운 듯했다. 그날 저녁, 임수연은 내려오지 않았고 대신 윤하연이 분주히 윤수철을 챙기며 식사를 도왔다. 그릇을 건네고 반찬을 덜어주며 한껏 애를 쓰더니 이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윤하경을 쳐다봤다. 꼭 자기가 더 사랑받는다고 과시하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윤하경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식사를 마쳤고 그대로 자리를 떠 방으로 올라갔다. 밤 11시쯤,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잠이 오지 않아 발코니로 나왔는데 뜻밖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윤하경은 그를 보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구지호?’설마 윤하경을 찾으러 온 걸까? 그러나 다음 순간 윤하연이 별장에서 뛰어나가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윤하경은 굳어진 채,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둘이 다시 만나고 있었던 건가?’믿기지 않는 광경에 숨이 막힐 듯했다. “지호 오빠,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윤하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구지호는 미묘한 눈빛을 띠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윤하경이 서 있던 발코니였다. 윤하경은 구지호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급히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구지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윤하연은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의 품에 바짝 달라붙었다. “오늘따라 오빠가 더 보고 싶었어.” 구지호는 그녀를 떼어내듯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 “정말?” 윤하연의 눈빛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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