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241 - Chapter 250

313 Chapters

제241화

윤하경은 정신을 다잡고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턱짓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그녀의 태도는 무심하면서도 위압적이었고 상대는 분위기에 눌려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하는 듯했다. “하경 씨, 저희가 준비한 작은 성의입니다.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대가 내민 것은 ‘선물’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한 장의 수표였다. 윤하경은 힐끗 내려다보았더니 금액은 6천만 원 즉 빌린 돈의 10%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이 정도면 나름 신경을 쓴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무심히 시선을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컵에 따뜻한 물을 따라 홀짝였는데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그녀가 자기에게 따라주는 줄 알고 손을 뻗었다가 머쓱하게 손을 거두었다. 윤하경은 그를 향해 차갑게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이건 무슨 뜻이죠?” 유수철은 그녀의 태도에 움찔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혹시 금액이 너무 적었나? 하긴 강현우와 같이 놀더니 이 정도 돈은...’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를 악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건 저희 대표님이 준비한 사과의 표시입니다. 혹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말씀만 해주세요.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해 맞춰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윤하경은 심드렁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유 이사는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그렇다면... 이전 일은 없던 걸로 해주시는 겁니까?” “없던 일?” 윤하경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었나요?” 유수철의 얼굴에 순간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끝내는 게 상식인데 윤하경은 그런 방식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보통 같으면 벌써 화를 냈겠지만 상대가 윤하경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경성에서는 경찰보다 더 조심해야 할 사람이 바로 강현우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유수철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럼 하경 씨는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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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사설탐정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사흘째 되는 날 오전이었다. 윤하경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천천히 눈을 좁혔다. “이거...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데?” 애초에 임수연이 처절하게 몰락하기 전에 충분히 괴롭혀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그날 오후, 윤하경은 짐을 싸서 다시 윤씨 저택으로 들어갔고 마침 저녁 시간이어서 가족들이 모두 집에 있었다. 거실에서는 윤수철이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고 임수연은 곁에서 차를 우려내며 다정한 부부처럼 보였다. 윤하경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서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아빠, 아줌마. 두 분 다 집에 계셨네요?” 그녀의 목소리에 거실의 분위기가 묘하게 얼어붙었고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윤하경을 바라봤다. 임수연은 잠시 얼굴을 굳혔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왔어? 하경아.” 윤하경은 속으로 피식 웃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왜요? 제가 돌아오니까 불편하세요?” 임수연은 뭐라고 대꾸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불편하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입을 연 건 윤수철이었다. “며칠 전에는 아주 시원하게 나가더니 갑자기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윤수철의 말에도 윤하경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손을 잡아 흔들었다. “아빠, 그런 말씀 마세요. 이 집이 제 집인데 제가 안 돌아올 이유가 있나요?”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어갔다. “사실 제가 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앞으로는 아빠한테 더 잘해야겠더라고요. 효도도 좀 하고요.” 물론 속으로는 ‘아주 제대로 된 한판을 벌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해맑게 웃었다. 임수연은 그런 윤하경을 곁눈질하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 여우 같은 계집애가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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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윤하경은 머리를 긁적이며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강현우를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대략 두세 달 정도 된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슬슬 질릴 때가 됐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그에게 붙어 있는 여자들은 한 달을 넘기는 일조차 드물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었다. ‘내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방문이 조용히 두드려졌다. “하경 씨, 저녁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유 집사의 목소리였다. 윤하경은 빠르게 생각을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금방 내려갈게요.” 거실로 내려가니 이미 저녁 식사가 시작된 상태였다. 윤수철과 임수연은 각자 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녀를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윤하경은 개의치 않고 익숙하게 제 자리에 앉았다. 식사하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은근히 임수연을 향했다. 그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임수연은 약간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여보, 들으셨어요? 얼마 전에 이태준 회장의 아들, 이석훈 씨가 사고를 당했대요.” “이석훈? 무슨 사고?” 윤하경은 젓가락을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이석훈?' 그녀는 태연하게 갈비찜 한 점을 집어 들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임수연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차 사고가 났다는데 팔을 심하게 다쳤대요. 거의 못 쓰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윤하경을 힐끔 쳐다봤다. 그 눈빛은 마치 '너랑 상관없는 일은 아니겠지?'라고 묻는 듯했다. 하지만 윤하경은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임수연은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하경 씨가 이석훈 씨와 있었던 일은 우리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이 기회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윤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또 나를 끌어들이네?’ 눈앞의 여자가 참으로 질기게도 물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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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역시나,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임수연은 서둘러 외출했다.윤수철은 서재로 들어가 버렸고 윤하경은 거실 소파에 편히 기대앉아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밤이 깊어지고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킬 무렵, 마침내 임수연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는 최대한 소리 없이 움직였지만 소파에서 눈을 감고 있던 윤하경은 인기척을 감지하고 눈을 떴고 천천히 손을 뻗어 방 안의 스탠드 조명을 켰다.“어머, 아줌마 오셨어요?”임수연은 깜짝 놀라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너 아직 안 자고 뭐 하는 거니?”윤하경은 기지개를 켜며 다가갔다.“아, 아줌마가 늦게까지 안 들어오시길래 걱정됐죠. 밤길 위험하잖아요. 혹시 길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요.”그녀는 싱긋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게다가 아줌마가 저 때문에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선물 고르러 다녀오셨잖아요?”임수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윤하경의 미소가 영 꺼림칙했다.“됐고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 쉬어.”임수연은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발길을 돌리려 했다.그런데 그때, 윤하경이 코끝을 찡긋거리며 가볍게 냄새를 맡았다.임수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아, 아줌마한테서 좋은 향이 나서요.”윤하경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이거 어떤 향수예요? 전에 맡아본 적 없는 향인데... 혹시 어디 브랜드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요?”그 순간, 임수연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녀는 본능적으로 자기 몸에 밴 향을 맡아보려 했다.그녀의 반응은 충분히 수상했고 윤하경은 그런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그냥 궁금해서요.”윤하경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써보고 싶어지네요. 하나만 빌려주시면 안 돼요?”“지금 당장은 없다니까. 필요하면 나중에 하나 사서 줄게.”“정말요? 약속하셨어요!”윤하경은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임수연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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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임수연은 애써 미소를 유지하려 했지만 입가가 떨리는 걸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찰나, 욕실 문이 열리며 윤수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윤하경이 방에 있는 걸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 “또 무슨 일로 왔어?” 윤하경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줌마한테 물건 하나 빌리러 왔어요.” 윤하경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덧붙였다. “어제 아줌마한테서 나던 향수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외출 전에 좀 써보려고 했는데 방에 없더라고요?” 그 말에 임수연의 표정이 단단하게 굳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윤하경의 손을 잡았다. “어머, 그거 말이구나! 마침 어제 다 써서 버렸어.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면 오늘 백화점에 가서 같은 걸 사다 줄게.” 윤하경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점점 길어지자, 임수연은 왠지 모르게 속이 불편해졌다. 임수연은 그러다 자신이 이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걸 윤하경도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입가의 미소가 점점 더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을 때쯤, 윤하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기대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고 임수연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뭔가 알아챈 걸까?’ 임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윤하경은 출근 준비를 했다. 그녀는 이틀 연속 집에서 밥을 먹었지만 윤하연을 본 적이 없었고 마치 일부러 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윤하경은 언제나처럼 회사를 향해 출발했고 한편, 임수연은 약속대로 혼자 이석훈을 보러 병원으로 출발했다.윤하경은 임수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윤하경도 직접 가서 그 난장판을 구경하고 싶긴 했지만 이석훈의 얼굴을 다시 보는 건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윤하경은 이석훈이 자기가 ‘헤븐’에 갔던 걸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번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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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윤하경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걸 알아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녀의 무뚝뚝한 반응에 배지훈은 순간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입을 삐죽 내밀며 애써 귀엽게 보이려 했다. 그는 또래보다 어려 보이는 스타일에 깔끔한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어, 이런 행동이 어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윤하경은 무덤덤하게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관심을 끄는 듯 시선을 돌렸다. 배지훈은 살짝 풀이 죽은 듯했지만 이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요? 이번 디자인 비용을 무료로 해드릴게요.” 이 말에 윤하경의 눈빛이 반짝였다. “정말? 약속한 거예요?” 배지훈의 디자인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자잘한 비용까지 포함하면 수천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배지훈은 배씨 가문의 둘째 아들인데 수천만 원 정도의 돈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그런데도 그는 왜 이렇게 열심히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을까? 물론, 그런 건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 남의 사생활을 깊게 파고들 취미도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배지훈은 그녀를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돈에 환장한 사람 같으니라고.” 윤하경은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배지훈은 그녀의 앞에서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3일 후, 우리 형 배지훈과 진해리의 약혼식이 있어요. 나랑 같이 가줄래요? 내 파트너로.” “배지훈과 진해리가 약혼한다고요?” 윤하경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니까요.” 배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요? 설마 우리 형한테 관심 있었던 거 아니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그녀는 눈을 돌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진해리는 원래 강현우와 약혼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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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윤하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지난번에 아버지랑 같이 만난 이후로는 본 적도 없어요.” 윤하경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설사 이석훈이 어디 가서 자기 이름을 거론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날 '헤븐'에서 있었던 일은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몰랐고 설령 그가 떠벌리고 다닌다고 해도 결국 창피한 건 본인뿐이니까. 상류 사회에서 체면은 가장 중요한 법, 그러니 이석훈이나 이씨 가문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진 못할 것이다.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물었다.“아줌마, 혹시 어제 준비한 선물이 별로라서 이씨 가문에서 기분이 상한 거 아니에요? 어제 늦게까지 신경 써서 고르셨다던데 이렇게 된 거 보면 참 안타깝네요.” 이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임수연에게 떠넘겼다. 그러자 윤수철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어제 무슨 선물을 준비했길래 이렇게까지 된 거야?” 임수연은 순간적으로 입술을 달싹였지만 대답을 못 했다. 최근 돈이 궁했으니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할 리가 없었다. 고작 몇백만 원 주고 산 산삼 한 뿌리가 전부여서 겉으로 보기에는 꽤 초라했을 것이다. “저... 그래도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나한테 손을 대요?”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고 그 말에 윤하경이 바로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안 되죠.” 그러더니 일부러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겠네요.” 그 말에 거실이 순간 싸늘해졌다. 임수연과 윤수철이 동시에 그녀를 노려봤다. “닥치고 올라가!” 윤수철이 버럭 소리쳤지만 윤하경은 이미 볼 거 다 본 상태였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임수연이 자초한 일, 한 번쯤 당할 때도 됐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힐끔 돌아보았다. “근데 아줌마 어제 사주신다는 향수는 샀어요?” 임수연은 순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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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윤하연은 윤하경을 보자마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언니.” 윤하경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을 뿐, 별다른 대꾸도 없이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윤하연과는 말 한마디 섞는 것도 불쾌했다. 자신에게 했던 짓들은 잊은 듯, 태연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역겨울 뿐이었다. 연기력 하나는 확실히 임수연에게 제대로 배운 듯했다. 그날 저녁, 임수연은 내려오지 않았고 대신 윤하연이 분주히 윤수철을 챙기며 식사를 도왔다. 그릇을 건네고 반찬을 덜어주며 한껏 애를 쓰더니 이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윤하경을 쳐다봤다. 꼭 자기가 더 사랑받는다고 과시하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윤하경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식사를 마쳤고 그대로 자리를 떠 방으로 올라갔다. 밤 11시쯤, 옆방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잠이 오지 않아 발코니로 나왔는데 뜻밖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윤하경은 그를 보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구지호?’설마 윤하경을 찾으러 온 걸까? 그러나 다음 순간 윤하연이 별장에서 뛰어나가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윤하경은 굳어진 채,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둘이 다시 만나고 있었던 건가?’믿기지 않는 광경에 숨이 막힐 듯했다. “지호 오빠,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윤하연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구지호는 미묘한 눈빛을 띠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윤하경이 서 있던 발코니였다. 윤하경은 구지호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급히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구지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윤하연은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의 품에 바짝 달라붙었다. “오늘따라 오빠가 더 보고 싶었어.” 구지호는 그녀를 떼어내듯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 “정말?” 윤하연의 눈빛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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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두 사람의 숨결이 엉켜들었다. 구지호가 힘을 주자 윤하연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곳이 비록 사람이 적은 별장 구역이긴 했지만 완전히 독립된 공간은 아니었다. 누군가 들으면 윤하연은 더 이상 윤씨 집안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을 것이다.윤하연은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흘겼다. “지호 오빠... 좀 살살 해.” 구지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낮게 웃었다.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소리 질러도 돼.”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깃들어 있었다. 윤하경이 들을 수 있도록 그는 더 깊이 몸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윤하연은 점점 더 나른해졌다.그때 창밖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구지호는 몸을 일으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창문을 열지 않은 차 안은 곧 연기로 가득 찼다. 윤하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런 뒤 그의 품에 다시 기대며 나직이 속삭였다. “오빠, 우리 이제 가족들한테 말해야 하지 않아? 이제 몰래 만나는 것도 지쳤어. 나도 당당하게 오빠와 만나고 싶어.” 구지호는 그녀를 흘끗 바라보았고 어둠 속에서 그의 시선은 묘하게 차가웠다. 하지만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답했다. “그래, 그럴까?” 그의 예상외로 빠른 대답에 윤하연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정말? 오빠 최고야!” 윤하연은 구지호를 끌어안고 그의 볼에 뽀뽀했다.그러나,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구지호가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뭔데?”...새벽 한 시쯤, 윤하경은 옆방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원래 깊이 잠드는 편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눈을 떴고 어두컴컴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이 방문을 열자, 문 앞에 윤하연이 서 있었다. “언니! 이번 주말 내 생일 파티를 열 거야.” 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아, 그래? 그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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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고 어느덧, 배경빈과 약속한 날이 되었다. 그동안 강현우는 윤하경에게 메시지도 전화도 하지 않았다. 윤하경은 그제야 확신했다. '아, 정말 질려버린 거구나.' 솔직히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묘하게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강현우가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러웠다.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밤새 머릿속을 맴돌았고 결국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새벽부터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윤수철과 임수연, 그리고 윤하연이 나란히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본 순간, 셋 다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침부터 화려한 원피스 차림에 완벽한 스타일링까지. 윤수철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아침부터 어디 가려고 그렇게 꾸몄어?” “볼일 있어요.” 윤하경은 느릿하게 대답하며 소파에 앉아 잡지를 펼쳤다. 사실 배경빈이 굳이 직접 데리러 오겠다고 했기에, 그녀도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왕이면 남이 운전하는 차 타고 가는 게 더 편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배경빈의 전화가 걸려 왔고 윤하경은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바로 나갈게요.” 그녀가 집을 나서자, 임수연과 윤하연도 슬쩍 따라 나왔다. 그리고 곧, 검은색 벤틀리에서 우아한 슈트를 입은 한 남자가 내려 윤하경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임수연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지더니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역시... 남자 하나는 꼭 달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지.” 그러고는 옆에 서 있는 윤하연을 보며 물었다. “저 남자 누구야?” 윤하연은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사실 그녀는 최근 들어 윤하경을 이긴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구지호를 차지했으니 그만큼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윤하경은 여전히 남자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차도, 남자의 외모도 훨씬 더 뛰어나 보였기에 속이 뒤집힐 정도로 질투가 치밀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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